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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로불사
작품등록일 :
2024.03.16 00:39
최근연재일 :
2024.06.30 16:40
연재수 :
1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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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0
글자수 :
661,356

작성
24.05.25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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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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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1쪽

73. 정규리그 우승

DUMMY

우리는 계속 순항했다.


별다른 큰 위기조차 없었다.


긴 연승도 없었지만 긴 연패도 없었다.

2승 1패 페이스를 유지하며 2위권과 격차를 벌려 나갔다.


문제라면 외인투수 클럿코가 또 부상으로 빠진 것,

그리고, 몇 명이 아시아게임으로 빠진 것이었다.


원래는 나도 아시아 게임 유력 후보였으나 오랜 부상으로 빠져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외되었다.

반드시 병역 문제때문은 아니었고 데드암 때문에 오랜기간 휴식을 취한 에이스가 빠져나가는게 팀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워 했기 때문에 내가 제외된건 팀에서도 은근히 반겼다.


“야, 성운아. 명단 조금만 늦게 발표했으면 너 또 아시안게임 끌려갈 뻔 했는데, 그치?”

형규형이 와서 놀린다.


“아니 형은 끌려가긴 뭘 끌려가? 국가가 부르면 나가는거지, 형은 끌려가서 영어강사한테 홈런 맞았구만?”

“야!! 영어강사 아니라고, 아이 참, 얘가 아픈 기억을 건드리네.”


“야! 야! 집중하자. 아직 우리 우승한 거 아냐, 집중해서 가자고!!”


팀 내 정신적 지주인 김헌수 선배는 마지막까지 팀원들을 집중시켰다.


2위와는 넉넉하게 5~6 게임차를 앞설정도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

원래도 불펜이 두터운 우리 팀에서 내가 복귀하자 클럿코가 빠진 공백을 완전히 메울 수 있었다.



7승 2패 ERA 1.98


이번 시즌 나의 성적이었다.


4개월 가까이 쉬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제대로 던진건 4월 몇 게임과 8, 9월 밖에 없었다.


‘모든건, 한국시리즈를 위해서 아껴둔다.’


속단할 수는 없지만 정규리그 우승은 무난해 보였다.


그리고 매직넘버 1을 남기고,


거짓말같이 내 등판 날이 다가왔다.


원래 내 앞에 두 명이 더 있었기 때문에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 번 지고, 한 번 우천 연기가 되어버려 나에게 기회가 왔다.


“미안하다, 네 선발 순서인데 형이 빼앗은 거 같네.”


나는 준식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닙니다. 당연히 형이 던지는게 맞죠.”


어제 시합이 우천 연기가 되자 감독은 선발을 바꿔 나를 내고 상대인 자이언츠는 예정대로 1선발인 외인 용병 투수가 나왔다.


‘집중하자, 이길 때 이겨야 해.’


이왕이면 내가 등판하는 날 이겨서, 그리고 홈에서 우승을 결정짓고 싶었다.



ㄴ 오빠, 부담갖지 말고 잘 던지세요. 내일 봐서 밤에 연락할게요.


어젯밤에 온 유세아의 문자, 세아도 어디선가에서 지켜보고 있겠지.



‘휴우..’


전날 비가 와서인지 이제 10월로 접어든 날씨가 싸늘하다.

하지만, 29년만의 정규리그 우승을 원하는 팬들의 간절함 때문인지 평일임에도 진작에 잠실구장은 만원관중이었다.



How can you see into my eyes like open doors?


마치 귀신의 울음소리와도 같이, 섬뜩하면서도 감미로운 목소리가 구장에 울려퍼진다.

나의 등장곡이다.


와아아아아아아!!!!!


관중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나는 모자를 고쳐쓰고 1회초 마운드 위에 올랐다.


후후~~


손을 불어본다. 스산한 날씨에 손이 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상대는 비록 포스트시즌이 좌절된 부산 자이언츠지만 오히려 부담을 가진 쪽은 우리였다.

그리고, 보통 이런 상황은 게임이 말린다.



‘그런 거 없이 압도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다.’



나는 마음을 다지고 마운드에 올랐다.


슈우우우우웅


팡!!


슈우우우우우웅


팡!!!



오늘따라 유난히 포수 미트소리가 크게 들린다.

오랜기간 합을 맞추었던 강북이형이 얄궂게도 상대팀에 가 있고 우리 팀 주전포수는 박종원 선배다.


“볼 좋아, 볼 좋아!! 성운아, 너무 힘 들여서 던질 생각하지마. 우리 편하게 가자. 꼭 완봉을 해야 이기는 거 아니잖아.~~”


박종원 선배는 3회를 마치고 들어와서 덕아웃에 앉아있는 내 무릎을 두드리며 격려를 해준다.

이론적으로는 종원 선배의 말이 맞다.


하지만 난 오늘 대강대강 던지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어쩌면 오늘이 정규시즌에서 던지는 마지막 시합일 것이다.

나는 아직 29살이었지만 마음속에서는 79살같은 느낌이었다.


‘어차피 이제 얼마 안 남았어, 후회는 남기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초조한 마음은 없었다.

지극히 평온했다.


그냥, 이 즐거운 야구를 멋있게 즐기고 싶었다.


팀 공격력 1위를 자랑하는 우리 타선은 회가 거듭해지자 조금씩 힘을 내기 시작했다.


1점, 2점, 3점, 4점


6회말이 끝난 시점에서 우리는 4-0으로 이기고 있었다.


4-0


크다면 크지만 원 찬스에도 뒤집힐 수 있는 애매한 리드, 그리고 애매한 6회,

어지간해서 말을 걸지 않는 꼬장꼬장한 감독이 직접 나에게 걸어온다.


“성운아, 너 어떻게 할래? 더 던질래? 아니면 바꿔줄까?”

“당연히 더 던져야죠.”


내 대답을 들은 감독이 빙긋 웃는다.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그래, 오늘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원 없이 던져 봐~”


내 허벅지를 툭툭 치고 가는 감독,

나는 투수코치를 쳐다봤다.


“코치님, 저 몇 개 던졌죠?”

“어, 지금 76개, 7회까지, 투구수 줄이면 잘 하면 8회도 갈 수 있겠다.”

“완봉합니다. 맡겨주세요.”


난 7회초 마운드에 올라갔다.

3피안타 무사사구의 4-0 리드


아껴두었던 특수능력들을 다 꺼내들고 있다.


‘구슬치기’

‘청룡섬격’


슈우우우우웅


팡!!!




“마! 저새끼 약하나? 와 저리 쎄게 던지싼노? 7회에 154가 나오네, 저노마 미친나?”

“냅둬라, 쟤들 오늘 기합 안 들어가겠냐? 나 같아도 그렇지..”


부산 자이언츠 불펜에서는 허탈한 대화들이 오갔다.


“마, 니는 154 안 나오잖아?”

“넌 나오냐? 어차피 우리 팀에 154 던지는 애 없는데..”

“2군에는 있다 아이가? 그 마.. 수술한 애.”

“여기 없는데 뭔 소용이야? 야, 원준아, 뭐하려고 러닝해? 너 오늘 몸 풀 일 없어.”


부산 자이언츠의 절대적 마무리 김원준이 체조를 시작했다.


“그라도 풀어야죠. 사람일 으찌 될란가 모르는 일인데요.”


잘생긴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호남 사투리, 광주 출신이지만 부산 자이언츠 원클럽 맨으로 마무리를 꿰찬 그였다.


“우리도.. 우리도, 우승 해야죠.”


김원준의 눈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진성운!!!

진성운!!!


우리 팬들이 환호한다.


“나이스, 나이스!!”


7회도 삼자범퇴, 투구수는 11개가 늘어난 87개였다.


‘20개는 더 던질 수 있어.’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스트라이크 아웃!!!”


원 아웃,


딱!!


원아웃을 잡고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이어진 병살타, 투구수 12개로 99개로 8회를 마감했다.



“아, 진성운 선수 지금 투구수가 99개인데 완봉이란 말이죠, 과연 올라올까요?”

“저도 그게 궁금하네요. 지금 진성운 선수의 완봉 뿐만 아니라 팀의 29년만의 정규리그 우승이 걸려있거든요? 과연 염경래 감독이 어떤 판단을 할런지 저도 궁금합니다.”


“박영택 위원이 감독이시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캐스터의 질문에 박영택이 안경을 고쳐쓴다.


“으음.. 어려운 선택이긴 한데, 그래도 저는 마무리 고오석 선수를 내겠습니다. 아무래도 많이 던졌고요, 그리고, 또 고오석 선수가 비록 올해 좋지 않았지만 오랜기간 팀의 마무리로 큰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게 순리라고 봐요. 진성운 선수는 한국시리즈 에서도 던져야 하니까요.”


“아, 말씀 드리는 순간, 진성운 선수가 9회초 마운드에 다시 올라옵니다. 아~~ 이건 의왼데요?”

“제가 틀렸네요. 하하하, 염경래 감독, 생각보다 강수를 두는데요? 에이스에게 맡기겠다 이런 뜻인가요?”



와아아아아아~~~~


내가 9회초 마운드에 다시 올라가자 관중들의 환호는 열화와 같았다.


슈우우우웅


팡!!


슈우우우웅


딱!!


“파울~~”


그리고 3구, 한가운 데에서 좌타자 바깥쪽으로 뚝 떨어지는 벌칸 체인지업


팡!!


“스트라이크 아웃!!”



공 4개만에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았다.

그리고, 나는 덕아웃을 쳐다봤다.


감독과 모든 이가 박수를 친다.

그리고, 투수코치가 걸어올라온다.


어? 어? 어?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김정태 투수코치는 심판에게 공을 받아든다.

그리고 나에게 포수 종원이형과 함께 올라온다.


“성운아 수고했다.”

“성운아 최고였어, 수고했다.”


나는 투 아웃을 남기고 투수코치에게 공을 건넸다.

이는 모두 약속된 플레이였다.



덕아웃에서 쉬는 8회말에 투수코치와 감독이 내 의견을 물어봤다.


“어떡할래? 끝까지 던져볼래? 위기오면 바꿔줄게.”

“조금 무리긴 하지만 오늘 이기면 충분히 쉴 수 있으니까, 어떻게 할래?”


“원 아웃, 원 아웃만 잡고 내려올게요. 저 박수 받고 싶어요.”


감독이 빙긋 웃는다.


“그래, 그렇게 하자. 김코치 오석이 준비시키고..”

“네”


고오석은 오랜 기간 팀의 마무리로 고생을 해 왔다.

팀이 우승을 결정짓는 영광의 순간은 선배로서 양보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사이렌이 울리고 마무리 고오석이 불펜에서 뛰어나온다.


“수고하셨습니다.”


마운드로 걸어올라오는 오석이가 인사를 먼저 한다.


“믿는다, 맡길게.”


나는 미소를 지으며 오석이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진성운!!


진성운!!!


진성운!!!!


관객들의 환호에 잠실구장이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나는 모자를 벗어 환호하는 관중들에게 답례했다.


지금까지 4번의 회귀를 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마운드였던 것 같다.


“고맙다. 수고했다.”


김정태 투수코치, 올해부터 1군에 올라온 만년 2군 투수코치

나는 비로소 그에게 감사인사를 건넨다.


“코치님.”

“응?”

“고마워요.”

“뭐가?”

“이것저것 봐주시고, 제 생때 들어주시고, 좋은 커브 가르쳐 주셔서요.”


김정태 코치는 약간 당황해하는 표정을 짓는다.


“생때는.. 너처럼 말 잘 듣는 녀석이 또 어딨다고..”


나는 그냥 생긋 웃고 말았다.


‘이제야 조금 보답하네.’


상념에 빠져있을때 관중들의 환호에 떠나갈 듯 하다.


마지막 타자의 타구가 유격수 땅볼이 되어 1루에게 전달되자 우리 모두는 그라운드를 향해 달려나갔다.

약간은 어정쩡한, 한국시리즈가 남았기에 100% 좋아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정규시즌 우승도 엄청난 일이다.


우리는 서로 끌어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성운아, 고맙다. 형은 정말 네가 있어서 자랑스럽다.”


팀의 주장인 지훈이형이 나를 끌어안는다.


“고마워요 형, 나 형한테 그 이야기가 너무 듣고 싶었어.”


내 목소리가 약간 울먹이듯 나온다.


50년만에 다시 들은 그 소리, 네가 있어줘서 고맙다, 네가 자랑스럽다는 그 소리,

4번의 회귀를 거쳐서야 겨우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잘했어, 모두 잘했어!!”


우리는 관중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기념 촬영을 했다.

최고의 하루였다.


그리고, 홈 경기였지만 예약해 놓은 호텔을 빌려 우승 기념 파티를 했다.


“내일도 시합 있으니까 너무 많이 마시지 말고, 오늘은 다들 호텔에서 잘거니까 절대 술마시고 운전하면 안되고, 모두 알지?”

“네!!”

“그럼 일단 마셔!!!!”

“와아아아아아!!!!!!”


우승 파티는 짧고 굵게 이루어졌다.


경기가 끝난게 밤 9시 30분, 경기장 뒷풀이와 인사가 한 시간, 호텔로 이동후에 11시부터 시작된 우승 기념 파티가 새벽 1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걸려온 전화,


“오빠, 난데 지금 오빠네 호텔 주차장에 와 있는데 잠깐 와 볼 수 있어?”


유세아였다.


<계속>




작품내의 모든 인물/지명/단체는 허구이며, 우연히 겹친다 하더라도 현실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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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8. 대망의 한국시리즈(4) +4 24.05.30 157 8 14쪽
77 77. 대망의 한국시리즈(3) +6 24.05.29 149 7 14쪽
76 76. 대망의 한국시리즈(2) +4 24.05.28 155 7 12쪽
75 75. 대망의 한국시리즈(1) +4 24.05.27 160 5 13쪽
74 74. 마지막 데이트 +4 24.05.26 176 5 12쪽
» 73. 정규리그 우승 +4 24.05.25 163 8 11쪽
72 72. 팔씨름 달인 홍지상 +8 24.05.24 163 8 12쪽
71 71. 마지막 과제 +6 24.05.23 167 7 12쪽
70 70. 마이 네임 이즈 제임스 딘 +4 24.05.22 168 8 13쪽
69 69. 오빠 화이팅! +6 24.05.21 174 7 12쪽
68 68. 환장하겠네 +6 24.05.20 179 7 13쪽
67 67. 2023 WBC(4) +2 24.05.19 175 6 14쪽
66 66. 2023 WBC(3) +4 24.05.18 182 5 12쪽
65 65. 2023 WBC(2) +2 24.05.17 192 8 12쪽
64 64. 2023 WBC(1) +2 24.05.16 197 9 12쪽
63 63. 윈터리그(2) +4 24.05.15 203 7 12쪽
62 62. 윈터리그(1) +5 24.05.14 204 10 12쪽
61 61. 2022년의 마무리 +6 24.05.13 209 7 14쪽
60 60. Not Fate - Playoff again(6/END) +4 24.05.12 213 6 12쪽
59 59. Not Fate - Playoff again(5) +4 24.05.11 207 6 13쪽
58 58. Not Fate - Playoff again(4) +4 24.05.10 214 5 13쪽
57 57. Not Fate - Playoff again(3) +2 24.05.09 218 8 13쪽
56 56. Not Fate - Playoff again(2) +4 24.05.08 213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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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4. 흑룡잔영(黑龍棧影) +6 24.05.06 228 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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