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스필 님의 서재입니다.

블레이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류승현
작품등록일 :
2012.10.23 10:14
최근연재일 :
2013.11.08 16:06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54,004
추천수 :
753
글자수 :
22,259

작성
12.01.20 09:02
조회
26,198
추천
88
글자
7쪽

블레이드마스터 - 6 -

DUMMY

두 소년은 신난 얼굴로 부리나케 하천가로 달려갔다. 갓 구운 빵을 보여줬을 때 쌍둥이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하자, 아르마의 얼굴에도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빵을 들고 먼저 도착한 아르마는 아지트의 문으로 달아 놓은 누더기 천을 확 젖히며 소리쳤다.

“린디스! 란디스! 이거 봐! 갓 구운……”

아르마는 말을 끝까지 할 수 없었다. 아지트에는 복면을 쓴 남자가 기절한 쌍둥이를 양 옆구리에 끼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누구야!”

아르마는 반사적으로 남자를 향해 뛰어들었다. 남자는 척 봐도 어른이었다. 하지만 양 팔에 쌍둥이를 끼고 있으니 잘하면 쓰러뜨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복면의 남자는 동요하는 기색도 없이, 달려드는 아르마의 배를 가볍게 걷어찼다.

“억……”

아르마는 아지트 밖까지 날아가 바닥에 쓰러졌다. 살짝 걷어 차였는데도 믿을 수 없을 만큼 강한 힘이었다.

“컥, 커걱… 컥……”

충격이 엄청나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며 뒹굴거리는 아르마의 눈에, 또 다른 복면의 남자가 기절한 루디를 옆구리에 끼고 있는 것이 보였다.

“루, 루디……”

루디를 들고 있던 남자가 아르마에게 다가와 하얀 천으로 코와 입을 막았다. 아르마는 본능적으로 천의 냄새를 맡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흡……”

하지만 가뜩이나 배를 걷어차여 숨이 막힌 상태였다. 숨을 안 쉬려야 안 쉴 수가 없었다. 곧바로 눈앞이 어질 거리고 정신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몸에 힘이……’

아르마는 고개를 떨어뜨리며 축 늘어졌다. 또 다른 복면의 남자가 자신을 안아 들고 움직이는 것을 느끼며 아르마는 완전히 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으음……”

희미하게 정신이 들었을 때, 아르마는 복면을 쓴 남자의 손에 들린 채로 어두운 하수구 같은 곳을 지나고 있었다.

“이 놈은 왜 벌써 깨어나지?”

아르마가 신음소리를 내자, 복면을 쓴 남자가 다시 하얀 천으로 아르마의 코와 입을 막았다. 아르마는 다시 눈앞이 흐려지는 것을 느끼며 의식을 잃었다.




“아르마! 일어나 아르마!”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흔들고 있었다. 아르마는 머릿속이 띵 하니 울리는 것을 느끼며 상체를 일으켰다.

“루디…”

아르마를 깨운 것은 루디였다. 루디는 검은 눈동자를 깜빡이며 아르마에게 말했다

“괜찮아 아르마? 너만 한참동안 안 깨어나서 걱정했어.”

“나만이라니? 그럼 여기 우리 말고…”

뒤를 돌아보자 네모난 방의 구석에 두 명의 소년이 어깨를 맞대고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아, 안녕 아르마. 깨어났구나.”

그중에서 한쪽 귀가 없는 소년이 아르마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아르마는 귀가 없는 아이는 물론이고 그 옆에 앉아 있는 아이도 알고 있었다.

“키브! 비티스! 너희들까지……”

두 사람은 8번째 다리 왼쪽에서 살고 있는 시궁창쥐였다. 나이는 둘 다 13살로 아르마보다 한 살 위였다.

그중에 한쪽 귀가 없는 키브는 열 네 살 짜리와 싸우다가 귀가 뜯겨 나갔는데도 상대를 때려눕힐 만큼 맹렬한 투쟁심을 가진 소년이었다. 하지만 지금 키브의 모습은 완전히 겁에 질려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옆에 앉아 있는 비티스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아르마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들이 갇혀 있는 곳은 정사각형 모양의 어둡고 작은 방이었다. 바닥과 천장, 그리고 3면이 단단한 돌이었고 창문은 없었다. 나머지 한쪽 벽은 굵은 쇠창살로 촘촘히 막혀 있었다. 아르마는 무심결에 말했다.

“설마 감옥?”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루디가 불안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르마는 쇠창살을 붙잡고 바깥쪽을 내다보았다. 어두컴컴한 복도에 횃불이 타오르고 있었고, 복도 좌우로 십여 개의 감옥이 늘어서 있었다.

훌쩍.

으으…

흑흑…

귀를 기울이자 주위에 있는 감옥에서 아이들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 같은 처지로 잡혀 온 듯 했다.

‘다리 밑에 사는 시궁창쥐들을 몽땅 잡아 온 건가?’

아르마는 일단 쇠창살에서 떨어져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루디에게 물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기억 나?”

“아니. 기억 안나. 정신 차려보니 여기였어.”

“하수도 같은 데를 잠깐 지난 거 같은데… 대체 여기가 어딜까?”

그것은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었다. 루디도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입을 다물었다.

‘서늘하고 습도가 높아. 지하인가? 그럼 지하 감옥?’

아르마는 입술을 깨물며 생각에 잠겼다. 그때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비티스가 덜덜 떨며 소리쳤다.

“우, 우, 우린 모두 죽을 거야! 전부 죽을 거라고!”

아르마가 비티스를 보며 물었다.

“무슨 소리야 비티스? 뭔가 알고 있어?”

“검은 복면을 쓴 남자들이 우릴 납치했어!”

“…그건 나도 알아. 그런데 왜 우리가 죽을 거라고 말한 거야?”

비티스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직도 모르겠어? 밴시야! 밴시가 우리를 납치했다고!”

“밴시? 마녀 말이야?”

아르마는 한쪽 눈을 찡그렸다. 엘드란의 버려진 아이들 사이에서 사악한 마법을 사용하는 ‘밴시’라는 마녀집단의 소문은 오래전부터 전설처럼 돌고 있었다.

“그래! 그 밴시 말이야!”

비티스가 울먹이는 얼굴로 소리쳤다.

“밴시가 사악한 마법에 제물로 바치려고 우릴 잡아 온 거야! 안 그러면 대체 왜 우릴 잡아 왔겠어! 우린 시궁창쥐야! 아무 쓸모도 없다고!”

자학하는 것처럼 들렸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아르마는 심각한 얼굴로 생각했다. 집도 없고 돈도 없고 가족도 없는 시궁창쥐에게 뭔가 얻어낼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것은 오직 그들의 육체뿐이었다.

‘정말로 밴시인가? 밴시가 우리를 제물로 바치기 위해 납치해 온 걸까?’

하지만 밴시는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마녀집단이라고 한다. 그에 비해 아이들을 납치한 건 검은 복면을 쓴 남자들이었다. 어쩌면 밴시가 남자를 고용해서 일을 시킨 걸 수도 있지만, 아르마는 그럴 가능성은 적을 거라고 생각했다.

“밴시는… 아닐지도 몰라. 일단 우릴 납치한 게 남자였잖아?”

루디도 거기까지 생각했는지, 두려움에 떨고 있는 비티스를 안심시키기 시작했다. 한편 아르마는 자신들을 납치한 자들이 누구인지 고민하는 것은 당장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보다는 정보를 모으는 것이 먼저였다.

아르마는 다시 쇠창살에 바짝 붙은 다음, 건너편에 있는 감옥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이! 거기! 거기 누구 있어? 난 9번 다리 왼쪽의 아르마야!”

“아… 아르마?”

얼마나 울었는지 쉬어빠진 목소리가 돌아왔다.

“나, 난 툰가야.”

“툰가? 15번 다리 왼쪽에 사는?”

“어, 어. 맞아.”

아르마는 기억력이 좋은 편이었다. 툰가는 11살에 바짝 마른 뱁새눈의 아이였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아르마는 반대편 감옥 철창 뒤에서 눈이 퉁퉁 부어 있을 툰가의 얼굴을 상상하며 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블레이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블레이드 마스터가 3월 15일, 책으로 나옵니다. +20 12.03.14 2,165 3 -
공지 -살인의 왕- 북큐브에서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7 12.03.08 6,425 5 -
16 블레이드 마스터 11권이 출간되었습니다. +2 13.11.08 1,367 7 1쪽
15 블레이드마스터 10권이 출간되었습니다. +1 13.06.28 1,445 3 2쪽
14 블레이드 마스터 9권이 출간되었습니다. +2 13.02.18 1,193 3 1쪽
13 블레이드 마스터 8권이 12월 7일 출간됩니다. +5 12.12.07 954 3 1쪽
12 블레이드 마스터 7권이 10월 23일에 출간됩니다. +6 12.10.23 1,263 7 1쪽
11 블레이드 마스터 6권이 8월 31일에 출간됩니다. +9 12.08.30 1,169 4 1쪽
10 블레이드 마스터 5권이 6월 27일에 출간됩니다. +8 12.06.27 1,558 7 1쪽
9 블레이드 마스터 4권이 5월 22일에 출간됩니다. +11 12.05.21 1,825 7 1쪽
8 블레이드 마스터 3권이 4월 18일에 출간됩니다. +19 12.04.17 3,296 12 1쪽
» 블레이드마스터 - 6 - +12 12.01.20 26,199 88 7쪽
6 블레이드마스터 - 5 - +13 12.01.19 25,581 107 7쪽
5 블레이드마스터 - 4 - +21 12.01.19 25,783 98 7쪽
4 블레이드마스터 - 3 - +15 12.01.19 26,615 108 7쪽
3 블레이드마스터 - 2 - +17 12.01.18 28,944 93 7쪽
2 블레이드마스터 - 1 - +16 12.01.18 41,961 87 7쪽
1 블레이드마스터 - 프롤로그 - +26 12.01.18 57,618 111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