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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 님의 서재입니다.

블레이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류승현
작품등록일 :
2012.10.23 10:14
최근연재일 :
2013.11.08 16:06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53,995
추천수 :
753
글자수 :
22,259

작성
12.01.19 00:02
조회
25,580
추천
107
글자
7쪽

블레이드마스터 - 5 -

DUMMY

여기서 사이클롭스 패거리가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으면 큰 혼란이 벌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녀석들은 기가 죽은 모습으로 뻗어버린 사이클롭스를 끌고 부리나케 도망치기 시작했다. 녀석들에게 있어 사이클롭스의 존재는 대체할 수 없는 거대한 중심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중심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저딴 녀석, 죽일 가치도 없어. 그렇지?”

루디가 아르마의 등을 두드리며 한쪽 눈을 깜빡였다. 아르마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턱도 으스러진 거 같으니까, 저 녀석 한동안 죽만 먹고 살아야 할 거야.”

“그거 고소한데? 플라티스 신전에서 주는 고기도 못 먹게 생겼으니 말이야.”

“아르마!”

그때, 구경꾼에 끼어 있던 린디스와 란디스가 달려와 아르마를 덮치듯이 껴안았다.

“멋져 아르마! 최고였어!”

“한대도 안 맞았잖아! 넌 역시 대단해!”

“란디! 사이클롭스 쓰러질 때 쿵소리 나던 거 들었어?”

“그럼 언니! 난 다리가 무너지는 줄 알았다니까?”

쌍둥이는 어쩔 줄 몰라 하는 얼굴로 신이 나서는 서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아르마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오늘은 이정도면 충분해. 다음에 사이클롭스가 다시 날뛰기 시작하면 그때 또 손봐주면 되는 거야.’

하지만 루디가 끼어들지 않았다면 분명히 살인을 저질렀을 것이다. 아르마는 자신의 마음속에 이토록 강한 분노가 숨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아르마는 그 무엇보다 조화로움을 원했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조화를 깨는 존재에 대한 강력한 증오심도 가지고 있던 것이다.

“아르마!”

“아르마!”

“아르마!”

다리 밑의 아이들이 아르마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성을 지르는 가운데, 아홉 번째 다리 위는 한밤중의 축제 같은 분위기로 물들고 있었다.

“후후… 경사 났군 그래.”

같은 시간, 열 번째 다리 위에는 망토를 뒤집어 쓴 남자가 아홉 번째 다리 위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남자는 왼쪽 허리에 검을 차고 있었지만, 정작 오른쪽 팔이 잘려 나가고 없어 검을 뽑기가 힘들어 보였다.

“그래. 실컷 즐거워하면서 오늘을 즐겨라. 내일부터는 즐거워 할 일이 없을 테니까.”

남자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잠시 후 환호하는 축제의 분위기가 끝나고, 열 번째 다리 밑에 사는 아이들이 돌아왔을 때 남자의 모습은 이미 거기에 남아 있지 않았다.




새벽 동이 틀 무렵이 되자, 아르마는 루디와 함께 씻어 말린 쓰레기통을 수레에 싣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식당이 문을 열고 아침장사를 하기 전에 쓰레기통을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 놓아야 했다.

아르마 일행이 상점가 쪽으로 수레를 끌고 가기 시작하자, 다른 아이들도 밤새 씻어 말린 쓰레기통을 들고 하나 둘씩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루디는 개천가를 빠져나오는 아이들을 보며 흐뭇한 얼굴로 말했다.

“오늘 부터는 마음 편하게 쓰레기통을 옮길 수 있겠다. 그렇지 아르마?”

“한동안은 설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방심하면 안 돼.”

사이클롭스 패거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르마는 불과 다섯 시간 전에 있었던 싸움의 기억을 떠올리며 심호흡을 했다. 비록 한 대도 맞지는 않았지만 몸이 피곤하고 머릿속이 멍한 기분이었다.

“그러고 보면 사이클롭스를 그렇게 무서워 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아. 녀석이 덩치 크고 힘 센 거야 당연하지만… 눈이 하나 없다는 게 그렇게 큰 약점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

아르마는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눈치 챘구나.”

“뭐, 그래봐야 너랑 싸우는 걸 보고 알았지만 말이야. 하지만 한번이라도 붙잡혔으면 큰일 났을 거야. 안 붙잡힐 확신이 있었어?”

“확신은 없었어. 수를 좀 쓰긴 했지만.”

“일부러 싸우기 전에 열 받게 한거 말이지?”

과연 눈치가 빠른 아이였다. 아르마는 자기 대신 루디가 싸웠어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을 거라고 생각했다.

“맞아. 그러니까 싸울 때는 흥분하면 안 돼.”

“녀석들 기가 팍 죽었던데, 이번 기회에 플라티스 신전의 급식도 빼앗는 게 어때?”

“안 돼. 거기까지 건드리려고 하면 패거리들이 목숨 걸고 반격할거야.

“그래도 그놈들만 좋은 밥 먹는 게 마음에 안 들어.”

“나도 그래. 하지만 좋은 밥을 자주 먹는 것도 우리 처지에는 생각해 볼 문제야.”

아르마가 그렇게 말한 것은, 사이클롭스 패거리가 도둑질이나 강도질에 열을 올리게 된 이유 중에 플라티스 신전의 급식도 한 몫을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사이클롭스 패거리가 급식을 독점한 이후, 그들은 더 이상 쓰레기 같은 음식을 먹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무료 급식은 일주일에 두 번 밖에 나오지 않는다. 결국 급식이 없는 날은 뭔가 다른 것을 먹어야 하는 것이다.

“흠… 뭐 그건 그래.”

더 이상 설명하진 않았지만, 루디는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마는 그런 루디가 마음에 들었다. 루디는 머리 회전이 빠르고 명석했다. 부모가 전쟁으로 죽고 친척들에게 버려지지만 않았다면, 어디서든 한 몫 단단히 했을 녀석이었다.

잠시 후, 황금호박 식당의 뒷골목에 도착한 두 소년은 싣고 온 쓰레기통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일부러 소리를 내서 식당 사람들을 자극하고 싶지 않았다.

철컥.

그때, 갑자기 뒷골목과 이어진 식당의 뒷문이 열렸다. 두 소년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황금호박 식당의 주방장인 볼크라는 뚱뚱한 남자가 그곳에 서 있었다.

“거기 꼬맹이들!”

볼크가 무서운 표정으로 아르마와 루디를 불렀다. 루디는 벌써 열 발자국쯤 뒤로 물러나 있었다.

“안녕하세요 볼크씨.”

아르마는 허리를 숙이며 볼크에게 인사했다. 특별히 잘못한 일이 없기 때문에, 괜히 겁먹고 도망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흠… 그래 꼬맹아. 아침부터 수고가 많다.”

볼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것을 아르마에게 던졌다.

“니들 오고 난 다음부터 뒷골목이 깨끗해졌어. 뜨거울 때 먹어라.”

볼크는 그렇게 말하고 문을 닫았다. 아르마가 받은 것은 막 구어 진 따뜻한 빵이었다.

“우와! 저 돼지가 웬일이래?”

루디가 놀란 눈으로 다가와서 손가락으로 빵을 쿡쿡 찔렀다. 아르마는 혀 밑에서 침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갓 구어 진 따뜻한 빵이라는 걸 마지막으로 본 게 거의 2년 전의 일이었다.

“이… 일단 아지트로 돌아가자. 돌아가서 쌍둥이랑 나눠 먹어야지.”

아르마는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키며 당장 빵을 뜯어먹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았다. 하지만 루디는 재빨리 빵 껍질 부분을 살짝 뜯어 입안에 집어넣었다.

“야! 먼저 먹으면 어떻게 해!”

“아… 미안. 근데 말이야.”

“응?”

“빵이란 음식은 원래 입 안에서 이렇게 사르르 녹는 거였구나.”

루디는 갑자기 앞에서 수레를 끌고 달리며 소리쳤다.

“빨리 돌아가자! 최대한 따뜻할 때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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