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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 님의 서재입니다.

블레이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류승현
작품등록일 :
2012.10.23 10:14
최근연재일 :
2013.11.08 16:06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54,002
추천수 :
753
글자수 :
22,259

작성
12.01.19 00:01
조회
26,614
추천
108
글자
7쪽

블레이드마스터 - 3 -

DUMMY

“설마 혼자 싸우려고?”

“싸울 거면 우리도 싸울래!”

“맞아. 언니랑 나도 잘 싸울 수 있어.”

“사이클롭스 녀석, 하나밖에 안남은 눈알을 확 후벼 줄 거야!”

“장님이 되면 사이클롭스라는 별명도 버려야겠지?”

번갈아 말하는 린디스와 란디스의 손에 뭔가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아르마는 쌍둥이가 날카로운 쇳조각과 녹슨 면도칼을 쥐고 있는 것을 알고 고개를 저었다.

“안돼. 무기를 쓰면 녀석들도 무기로 보복할거야.”

“하지만…”

“걱정 마. 나도 즉흥적으로 싸우려는 건 아니니까. 일대일이면 승산이 있어.”

아르마가 미소를 짓자, 쌍둥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 뒤로 물러났다. 지난 2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 쌍둥이는 아르마가 절대로 허풍을 떨거나 생각 없이 행동하는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켜! 이 다리 밑에 사는 거지새끼들아!”

“우리 형님 길 막지 말고 물러서란 말이야!”

잠시 후, 9번 다리에 도착한 사이클롭스 패거리가 구경꾼들을 거칠게 밀치며 다리 위로 올라왔다. 모두 열 다섯명 정도였다. 아르마는 겉으로 티나지 않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네가 아르마냐?”

패거리를 뒤에 남겨둔 채, 사이클롭스가 앞으로 나서며 아르마를 노려보았다. 덩치가 크고 우락부락한 생김새까지, 사이클롭스라는 별명이 딱 어울리는 녀석이었다.

하지만 녀석에게 사이클롭스라는 외눈박이 몬스터의 별명이 붙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정말로 한쪽 눈이 없기 때문이었다.

긴 흉터와 함께 감겨 있는 녀석의 오른쪽 눈꺼풀 안은 텅 비어 있었다.

소문에는 녀석이 다른 도시에서 치안관을 죽이고 더 이상 그곳에서 살 수 없어서 엘드란으로 도망쳐 왔는데, 바로 그때 입은 상처라고 한다.

“무슨 볼일이지?”

아르마는 태연하게 되물었다. 물론 사이클롭스가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어째서 자신을 노리고 있는지 아르마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뭐야? 아르마 아르마 해서 얼마나 대단한 놈인가 했더니, 고작 손톱만한 꼬마새끼였잖아?”

사이클롭스는 바닥에 침을 뱉으며 가소로운 듯이 비웃었다. 사이클롭스는 자기보다 작은 아이들은 대부분 꼬마새끼라고 불렀는데, 사실상 엘드란의 시궁창쥐 중에서 녀석보다 키가 큰 아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네놈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아직도 모르냐?”

“난 잘못한 적 없어.”

“하! 이 겁 없는 새끼 봐라? 상점가의 쓰레기통을 수거하는 게 네놈이 시킨 일이라며!”

사이클롭스는 앞으로 한발 내딛으며 사납게 소리쳤다. 아르마는 뒤로 한발 물러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싸우기 전부터 기가 죽는 모습을 보여 줄 수는 없었다.

‘지금은 당당하게 굴면서 녀석을 더 열 받게 해야 해.’

그것이 녀석에게 이기기 위해 1차적으로 성공해야 할 계획이었다. 아르마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했다.

“쓰레기통을 수거하는 방법을 내가 시작한 건 맞아. 하지만 다른 애들한테 강제로 시킨 적 없어. 이 방법을 사용하면 서로에게 좋기 때문에 다들 자발적으로 따라 했을 뿐이야.”

“좋긴 뭐가 좋아!”

사이클롭스는 들소처럼 발로 땅을 굴렀다.

“우리가 상점가의 노예냐? 응? 쓰레기통을 뒤지면 뒤질 것이지 왜 그걸 닦아 놓으면서 알랑방귀를 뀌는 거야! 그렇게 까지 하고 먹고 살아야겠어?”

“응. 그렇게 까지 해서라도 먹고 살아야겠어.”

아르마는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

“왜냐하면 매주 두 번씩 나눠 주는 플라티스 신전의 급식을 어떤 놈들이 독점해 버렸거든. 정말 비열한 놈들이야. 사이클롭스? 설마 그놈들이 누구인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구경하던 아이들 사이에서 맞장구치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런 식으로 상대의 화를 돋우는 건 아르마가 좋아하는 방식이 아니지만, 지금은 수단과 방법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너 이 자식……”

사이클롭스의 얼굴이 금방 붉게 물들었다.

“어디서 까불고 있어! 급식을 먹고 싶다고? 그럼 우리 패거리에 들어오면 될 거 아냐!”

“미안하지만 네가 패거리에 들어온 신입들에게 무슨 짓을 시키는지 알고 있어. 상점가에서 먹을 걸 훔치거나, 소매치기를 하거나, 사람들을 습격하는 강도짓을 하지 않으면 진짜 패거리로 받아주지 않잖아?”

아르마는 알고 있었다. 사이클롭스가 그렇게 신입들이 가져다 주는 장물로 자신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도둑질이나 강도짓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아이들이 잡혀서 두드려 맞거나 목숨을 잃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혹독한 거리에서 먹고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사이클롭스의 패거리에 들어갔던 것이다.

하지만 아르마가 생각한 쓰레기통 수거전략이 자리를 잡으면서, 굳이 사이클롭스 패거리에 신입으로 들어가려는 아이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억지로 범죄를 저지르면서 사이클롭스의 패거리에 들어가지 않아도, 어떻게든 안정적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사이클롭스는 뒤가 캥기는 얼굴로 더듬거리며 대꾸했다.

“그, 그게 뭐가 어쨌다는 거야? 지금 시궁창쥐 주제에 법을 지키자고 설교하는 거냐?”

“법이라고? 너 바보야? 너한테 가져다주기 위해 물건을 훔치다가 맞아 죽는 것 보다는, 차라리 쓰레기통을 닦으면서 먹고 사는 게 훨씬 좋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이 겁 대가리 없는 새끼가! 그렇게 쓰레기통의 썩은 음식만 먹다가 죽고 싶냐?”

“미안하지만 썩은 음식은 별로 없어. 우리가 쓰레기통을 매일 깨끗하게 씻어다 주잖아? 그리고 매일 수거하기 때문에 음식도 깨끗하고 냄새도 안나. 우리 처지에 그 정도면 감지덕지지. 그리고…”

아르마는 뭔가를 더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사실 아르마가 쓰레기통을 수거해서 깨끗이 씻어주는 이유 중에는 멀리 훗날을 내다 본 것도 있었다.

지금은 비록 음식폐기물을 노리고 쓰레기통을 수거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음식점 주인들에게 약간씩의 보수를 요구할 생각이었다.

아주 약간이라도 상관없다. 사람들은 동화(銅貨) 열 개로 한 끼 식사를 하지만, 시궁창쥐들은 그걸로 일주일을 버틸 수 있으니까.

사람들은 편안함에 익숙해지면 기존의 불편함을 감수하는데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아르마는 그것을 노리고 있었다. 지금은 그저 치안관에게 걸리면 맞아 죽는 시궁창쥐에 불과했지만, 언젠가는 상업도시 엘드란에서 없어선 안 될 시스템이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최악의 환경에서 살아남은 아르마가 생각해낸 조화였다.

그리고 그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결국 무법자인 사이클롭스 패거리를 한번 꺾어 놔야 했다.

“다, 닥쳐! 이 재수 없는 꼬마새끼! 아무튼 너만 죽여 놓으면 다른 거지새끼들도 알아서 기겠지! 넌 오늘 죽었어!”

흥분한 사이클롭스는 곧바로 소매를 걷으며 앞으로 나섰다. 얼굴이 새빨개 진 것만 봐도 한눈에 열이 받을 대로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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