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스필 님의 서재입니다.

블레이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류승현
작품등록일 :
2012.10.23 10:14
최근연재일 :
2013.11.08 16:06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54,008
추천수 :
753
글자수 :
22,259

작성
12.01.19 00:02
조회
25,783
추천
98
글자
7쪽

블레이드마스터 - 4 -

DUMMY

‘흥분하면 몸에 힘이 들어가, 시야도 좁아지고.’

아르마는 그것을 노리고 있었다. 사이클롭스는 콧김을 뿜으며 아르마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아르마는 재빨리 피하며 왼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어쭈? 피했어?”

사이클롭스가 몸을 틀며 아르마가 있는 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 머리카락이나 옷을 붙잡으려는 속셈이었지만, 이미 그 자리에 아르마는 없었다. 아르마는 꽉 쥔 주먹으로 녀석의 옆구리를 후려친 다음, 계속 왼쪽으로 움직이며 적의 주위를 빙빙 돌았다.

“뭐야? 방금 그것도 주먹이라고 휘두른거냐?”

사이클롭스는 코웃음을 치며 맞은 옆구리를 툭툭 털었다. 물론 큰 피해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는 건 허세였다.

사이클롭스는 다시 아르마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직선으로 뻗는다면 좀 더 피하기 어려웠겠지만, 기세 좋게 포물선을 그리며 붕붕 휘두르는 바람에 충분히 방향을 예측할 수 있었다.

아르마는 그것을 피하고, 왼쪽으로 움직이며 적의 오른쪽 옆구리를 계속 두드렸다. 갈비뼈를 치면 주먹이 아프기 때문에, 가급적 갈비뼈와 엉덩이 사이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욱, 이 새끼가……”

사이클롭스의 얼굴이 점점 더 붉게 물들었다. 아르마는 자신의 생각이 맞아 떨어졌다는 것을 확신했다.

‘이놈은 바보야.’

사이클롭스는 아직도 상대가 어째서 왼쪽으로 계속 움직이면서 피하는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녀석은 오른쪽 눈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빠르게 녀석의 오른쪽으로 빠지면 시야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눈이 하나기 때문에 원근감도 부족하다. 아르마는 1년 전, 언젠가 사이클롭스와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녀석의 약점을 연구했다. 시야도 좁고 원근감도 부족하다면, 당연히 계속 움직이면서 거리를 두고 싸우는 게 최선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녀석과 일대일로 싸웠던 아이들은 대부분 바짝 붙어서 주먹다짐을 나눴다. 멍청한 짓이었다. 녀석이 가진 건 힘 밖에 없다. 왜 굳이 상대의 유일한 장점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싸워야 한단 말인가?

아르마는 사이클롭스가 싸운다는 소문만 나면 몰래 접근해서 그의 습관을 분석했다. 사이클롭스는 특히 왼손으로 상대의 몸을 붙잡고 오른 주먹이나 무릎으로 두드려 패는 것을 즐겼다.

‘그러니까 안 붙잡히면 그만이야.’

약점 투성이의 상대에 비한다면, 아르마는 정상적인 시야와 원근감을 가지고 있었다. 항상 달리면서 살았기 때문에 다리를 움직이는 것은 자신 있었고, 최근에는 음식물폐기물이라 해도 규칙적으로 음식을 먹었기 때문에 체력도 붙은 편이었다.

“끅, 끄윽…”

사이클롭스의 입에서 거친 숨소리와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녀석은 시간이 지날 수록 점점 더 느려지고 둔해졌다. 옆구리의 통증이 심해졌는지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더 이상 숨기지 못했다.

지켜보던 아이들의 입에서 놀람과 감탄의 소리가 새어나왔다. 사이클롭스의 패거리들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믿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

다 큰 어른도 때려눕히는 사이클롭스가, 지금 열 두 살 밖에 안 된 꼬마아이에게 비참할 정도로 농락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이 망할 꼬마가……”

싸움이 시작 된지 5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사이클롭스는 다리가 완전히 풀린 채로 부들거리기 시작했다. 아르마는 더 이상 상대의 주위를 빙빙 돌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지금은 거리만 조절하며 상대가 먼저 공격하기를 기다리면 그만이었다.

“뭐 해? 날 죽인다며? 어서 와서 죽여봐!”

두 사람의 거리는 불과 5미터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이클롭스는 단 한발 짝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지친 상태였다.

“이 놈이……”

사이클롭스는 이를 뿌득 갈며 억지로 앞으로 한발 내딛었다. 아르마는 꼼짝도 하지 않고 상대를 지켜보았다. 녀석이 휘두른 주먹은 아르마의 몸에 닿지도 않고 아래로 떨어졌다.

‘끝났어.’

아르마는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옆구리의 통증과 체력의 고갈로, 사이클롭스는 가뜩이나 부족한 원근감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다.

주먹을 헛 휘두른 녀석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려 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아르마는 고꾸라지는 사이클롭스에게 접근해 무릎으로 턱을 받아쳤다.

콰직!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아르마의 무릎에서 난 소리는 아니었다.

“컥……”

사이클롭스는 입에서 피를 쏟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동시에 구경하던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아르마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했다.

“후우……”

아르마는 심호흡을 하며 쓰러진 사이클롭스를 내려 보았다. 턱이 으스러진 충격으로 기절한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죽은 건 아니었다. 미세하게 몸이 들썩거리며 숨을 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깨어나서 회복하고 나면 다시 또 설치기 시작하겠지.’

아르마는 알고 있었다. 이런 녀석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세상에는 조화를 파괴하는 것에 쾌감을 느끼도록 태어난 인간들이 있다. 사이클롭스는 그런 타입의 전형적인 인간이었다. 지금까지 녀석에게 덤비거나, 녀석의 화를 사서 목숨을 잃은 시궁창쥐의 숫자만 해도 두 손의 손가락을 꽉 채울 정도였다.

아르마는 순간적으로 쓰러진 사이클롭스의 목을 발로 짓이기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물론 아르마는 조화로운 것을 원했다. 그리고 살인은 조화를 깨는 가장 극단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죽여야 해. 지금 여기서 이놈을 죽여야 나중에 더 큰 혼돈을 막을 수 있어.’

아르마의 파란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순간 소년의 머릿속에 다섯 살 때의 기억이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평화롭던 그의 마을에, 검은 갑옷을 입은 수십 명의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마을 사람들을 무참히 학살하고, 끝까지 버티던 아버지의 등에 칼을 꼽았다.

아르마는 울면서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상처투성이의 엄마가 달려와 그를 안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 뒤로 갑자기 주위의 풍경이 마구 바뀌었고, 어느새 자신은 이 삭막한 도시의 뒷골목에 혼자 남게 되었다.

‘왜 그런 거야? 왜 그렇게 다 죽여야 했던 거야?’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머릿속을 흔들었다. 꽉 다문 아르마의 입술이 희미하게 떨렸다. 소년은 어느새 쓰러진 사이클롭스에게 다가가 오른쪽 무릎을 치켜들고 있었다.

“자자! 싸움 끝났어! 너희는 뭐해! 빨리 너희 두목이나 데리고 꺼져버려!”

지켜보던 루디가 재빨리 아르마의 옆으로 달려오며 사이클롭스 패거리를 향해 소리쳤다. 아르마는 순간 정신을 차리며 치켜든 무릎을 다시 내려놓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블레이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블레이드 마스터가 3월 15일, 책으로 나옵니다. +20 12.03.14 2,165 3 -
공지 -살인의 왕- 북큐브에서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7 12.03.08 6,426 5 -
16 블레이드 마스터 11권이 출간되었습니다. +2 13.11.08 1,368 7 1쪽
15 블레이드마스터 10권이 출간되었습니다. +1 13.06.28 1,445 3 2쪽
14 블레이드 마스터 9권이 출간되었습니다. +2 13.02.18 1,194 3 1쪽
13 블레이드 마스터 8권이 12월 7일 출간됩니다. +5 12.12.07 954 3 1쪽
12 블레이드 마스터 7권이 10월 23일에 출간됩니다. +6 12.10.23 1,263 7 1쪽
11 블레이드 마스터 6권이 8월 31일에 출간됩니다. +9 12.08.30 1,169 4 1쪽
10 블레이드 마스터 5권이 6월 27일에 출간됩니다. +8 12.06.27 1,558 7 1쪽
9 블레이드 마스터 4권이 5월 22일에 출간됩니다. +11 12.05.21 1,825 7 1쪽
8 블레이드 마스터 3권이 4월 18일에 출간됩니다. +19 12.04.17 3,297 12 1쪽
7 블레이드마스터 - 6 - +12 12.01.20 26,199 88 7쪽
6 블레이드마스터 - 5 - +13 12.01.19 25,581 107 7쪽
» 블레이드마스터 - 4 - +21 12.01.19 25,784 98 7쪽
4 블레이드마스터 - 3 - +15 12.01.19 26,615 108 7쪽
3 블레이드마스터 - 2 - +17 12.01.18 28,944 93 7쪽
2 블레이드마스터 - 1 - +16 12.01.18 41,961 87 7쪽
1 블레이드마스터 - 프롤로그 - +26 12.01.18 57,618 111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