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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 님의 서재입니다.

블레이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류승현
작품등록일 :
2012.10.23 10:14
최근연재일 :
2013.11.08 16:06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53,998
추천수 :
753
글자수 :
22,259

작성
12.01.18 00:03
조회
28,943
추천
93
글자
7쪽

블레이드마스터 - 2 -

DUMMY

1년 전 아르마가 처음으로 떠올린 이 전략은, 지금까지처럼 음식점 뒷골목의 쓰레기통을 뒤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들개처럼 쓰레기통을 뒤지고 주위를 더럽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1년 전 만해도 상점가의 음식점들은 쓰레기통을 뒤지는 시궁창쥐들을 내쫓기 위해 따로 경비까지 세워 놓을 정도였다.

하지만 아르마는 쓰레기통을 마구 어지럽히는 대신, 오히려 내용물을 비우고 깨끗이 청소까지 해서 다시 가져다 놓는 방법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약간의 트러블도 있었다. 하지만 공짜로 쓰레기통을 비워주고 물청소까지 해주는 것을 음식점 주인들이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기껏 배운 기술을 써먹을 수 없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이게 훨씬 먹고 살기편한 것 같아.”

조촐한 식사를 마친 다음, 루디가 하천가에서 수세미로 쓰레기통을 닦으며 말했다. 물론 그가 배운 기술이란 나이프맨에게 배운 소매치기를 말하는 것이었다.

아르마는 조잡하게 만든 어망에 물고기가 걸렸는지 확인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나이프맨이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 안나? 괜히 치안관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거 없어.”

“하긴… 요즘은 시궁창쥐가 번화가에 나오기만 해도 잡아간다더라. 3번 다리 오른쪽에 사는 욥튼이 닷새 전에 끌려갔는데 소식이 없어.”

상점가 뒤쪽의 하천엔 모두 열여섯 개의 다리가 있었다. 아르마 일행의 아지트는 그중에 아홉 번째 다리의 왼편이었다. 그렇게 좌우를 합쳐 32개의 다리 밑마다 버려진 아이들이 대여섯 명씩 모여 그룹을 이뤄 살고 있었다.

아르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들었어. 그런데 그 망할 사이클롭스 녀석들은 자꾸 도둑질이나 하고… 이러다가 대대적인 단속이라도 뜨면 괜히 우리까지 덤터기 쓸 텐데 말이야.”

사이클롭스 패거리가 도둑질이나 소매치기를 하고 있는 건 시궁창쥐 사이에서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특히 대장인 사이클롭스 본인은 도둑질이 아니라 강도짓까지 서슴지 않고 저질렀다.

사이클롭스는 열다섯 살의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덩치가 컸다. 웬만한 어른은 주먹으로 때려눕힐 정도로 힘도 강했다.

녀석은 훔친 술을 마시고 취하면 자신이 치안관도 쓰러뜨릴 수 있다며 호기롭게 주정을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르마는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치안관들 중에 지위가 높아 보이는 몇 명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빨랐고, 무시무시한 힘으로 무기를 휘둘렀다. 그들은 뭔가 특별한 힘을 다룰 수 있는 것 같았다.

아르마는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강한 힘을 낼 수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시궁창쥐들 중에 그 답을 알고 있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아빠도, 엄마도 엄청 강했었는데……’

아르마는 문득 오래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가 살던 마을은 깊은 산속에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이 마법사였는데, 지금 생각하면 보통 사람들이 말하는 마법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정확히 뭐가 다른지는 설명할 수 없었다. 너무 어린 시절의 기억이었으니까.

엘드란의 뒷골목에 혼자 남겨진 이후, 아르마는 상점가에서 딱 한번 진짜 마법사를 본 적이 있었다. 축제에 돈을 받고 초빙된 마법사는 광장에서 자신의 마법을 선보였다. 불덩어리를 날리거나 공중에 떠오르는 등, 외견상으론 마을 사람들이 쓰던 마법과 거의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아르마는 그 둘 사이에 뭔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다. 하지만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한 아르마에게 그런 차이는 딱히 상관없는 일이었다.

중요한건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것과, 분란을 일으키지 않고 어떻게든 생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살짜리 소년인 아르마에겐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기품이 있었다.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했지만, 본능적으로 주위와 조화롭게 지내는 것을 원하고 방법을 떠올렸다. 아르마 스스로도 자신이 조화라는 개념을 좋아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조화는 서로에게 득이 된다. 혼란대신 평화를 가져온다.

그래서 쓰레기통을 뒤지는 대신 청소해주는 방법을 떠올렸고, 루디에게 소매치기를 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아무리 더럽고 보잘것없는 시궁창쥐라 해도, 남에게 폐가 되지 않고 조금이라도 쓸모가 있다면 서로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르마! 큰일 났어! 아르마!”

그때 8번째 다리 왼편에 살고 있는 플랫이라는 소년이 허둥지둥 달려오며 소리쳤다.

“왜 그래 플랫? 누가 잡혀가기라도 했어?”

“사이클롭스가 널 찾고 있어! 지금 잔뜩 화가 나서 이쪽으로 오고 있대!”





다리 밑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서로 협력하는 공동의 정보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 아르마는 ‘쓰레기통 수거전략’을 만들어 다른 아이들에게 퍼뜨린 특별한 존재였다. 다리 밑에 사는 많은 시궁창쥐들이 아르마의 전략을 받아들여 안정적인 식량 확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떡하지? 일단 도망치는 게 좋지 않을까?”

옆에 있던 루디가 불안한 얼굴로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아르마는 그다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올게 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이클롭스…’

아르마는 녀석의 우락부락한 모습을 떠올렸다. 사이클롭스는 열다섯 살 주제에 근육질의 몸에 흉터투성이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많은 시궁창쥐들이 거칠고 사나운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려운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일 뿐이었다.

그에 비하면 사이클롭스는 타고난 깡패였다. 언제나 폭력적이고 남들과 조화롭게 지내는 것을 거부한다.

“도망치면 끝이 없어.”

결심을 내린 아르마가 물가를 떠나 다리 위쪽으로 올라갔다. 루디가 깜짝 놀라며 아르마의 팔을 붙잡았다.

“아르마! 설마 싸울 생각이야?”

“일단 말부터 해 봐야지.”

“말이 통할 놈이 아니잖아?”

물론이었다. 아르마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럼 싸워야지.”

“말도 안 돼. 맞아 죽을 거야.”

“어쩔 수 없어. 그놈들 패거리가 자꾸 쓰레기통 수거하는 걸 방해하잖아.”

아르마는 다리위로 올라와서 사이클롭스가 오는 것을 기다렸다. 소식을 알려준 플랫은 다른 곳으로 달려가 이 사실을 아이들에게 퍼뜨리기 시작했다.

“큰일이야! 아르마랑 사이클롭스랑 싸운대!”

“뭐? 정말?”

“안돼! 아르마가 맞아 죽을거야!”

“진짜? 빨리 구경가자!”

“사이클롭스가 진짜 여기까지 온대?”

금방 많은 아이들이 9번 다리 근처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누더기로 만든 천막에 있던 린디스와 란디스도 다리 위로 올라와 화난 눈으로 아르마를 노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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