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마스터 - 프롤로그 -
블레이드 마스터(Blade Master)
“아르마. 우리 사랑하는 아르마.”
어두운 도시의 뒷골목에서 밤색 머리카락의 여자가 작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는 아직 어렸고, 다섯 살 정도 밖에 되어 보이지 않았다. 여자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아이에게 말했다.
“미안해 아르마. 엄마가 약해서… 널 끝까지 지켜줄 수가 없어.”
여자는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칼에 베인 상처도 있었고, 불에 탄 듯 검게 데인 상처도 있었다. 확실한 건, 그녀의 몸에서 점점 생명의 기운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지 마, 엄마. 가면 안 돼”
겁에 질린 작은 아이는 그저 엄마의 따뜻한 품을 바랄 뿐이었다. 아이가 두 팔을 벌리자, 여자는 아이를 품에 꼭 안아주며 고개를 저었다.
“미안해 아르마. 하지만 너마저 죽게 할 수는 없단다. 곧 추적자가 엄마를 따라올 거야.”
여자는 주머니 속에서 작은 펜던트를 꺼내 아이의 목에 걸어주었다. 그것은 은색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반으로 쪼개진 하트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 펜던트를 꼭 가지고 있으렴. 그리고 절대 잊으면 안 돼. 넌 자랑스러운 랜드올의 자손이라는 걸. 우리는 ‘소리를 듣는 자’란다. 아르마. 우리는 소리를 듣는 자야. 읍…”
여자는 고통스런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입가로 핏물이 새어나왔다. 시간이 별로 없었다. 여자는 아이의 이마에 키스를 해준 다음, 한발 뒤로 물러나며 주문을 외웠다.
“하늘을 달리는 날개 달린 하얀 말의 정령이여, 우리의 오랜 맹약에 의거해 내 몸을 그대의 품에 맡기노니…”
“엄마! 가지 마 엄마!”
“안녕 아르마. 부디 살아남아 주렴.”
여자는 슬픈 얼굴로 미소 지었다. 곧바로 하얀 기류가 여자의 몸을 감싸며 휘감아 올리기 시작했고, 세찬 바람과 함께 여자의 몸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엄마!”
아이는 여자가 사라진 장소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손에 닿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흑… 흐윽……”
아이는 그 자리에 웅크린 채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언제나 부드럽고, 따뜻했던 엄마의 품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난생 처음 보는 도시의 뒷골목에서 아르마는 그렇게 혼자가 되고 말았다. 엄마는 부디 살아남아 달라고 말했지만, 아이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그저 막막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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