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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 님의 서재입니다.

블레이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류승현
작품등록일 :
2012.10.23 10:14
최근연재일 :
2013.11.08 16:06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254,001
추천수 :
753
글자수 :
22,259

작성
12.01.18 00:03
조회
41,960
추천
87
글자
7쪽

블레이드마스터 - 1 -

DUMMY

1장. 복수자.







상업도시 엘드란.

이곳은 페독 왕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였다. 매일 같이 대량의 물자와 화폐가 유통되는 지방의 상업 중심지였고, 지체 높은 귀족부터 최하층의 노예까지 공존하는 다양한 인종의 도가니였다.

그런 엘드란에서 노예보다도 더 낮은 위치에 존재하는 것이 바로 뒷골목의 버려진 아이들이었다.

노예는 적어도 주인에게 의식주를 제공 받는다. 하지만 버려진 아이들에게 주어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보통 더러운 하천 다리 밑이나 하수구 안에서 살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아이들을 ‘시궁창 쥐’라고 불렀다.

“빨리 해 아르마! 사이클롭스 패거리가 오고 있어!”

골목 너머로 망을 보고 있던 검은 머리의 소년이 다급히 소리쳤다. 아르마는 음식점 뒷골목에 있는 거대한 쓰레기통을 손수레에 실어 옮기고 있었다.

“다 끝났어! 아지트까지 빨리 튀자!”

아르마가 손짓을 하며 손수레를 끌자, 망을 보던 루디가 재빨리 달려와 뒤에서 수레를 밀기 시작했다. 자정이 넘은 깊은 밤이었지만, 두 소년은 달빛에 의지해 상점가 뒤편에 떨어져 있는 개천의 아지트까지 달리기 시작했다.

“위험했어. 사이클롭스가 코앞까지 왔었다고.”

루디의 말에, 손수레를 끌고 있던 아르마가 혀를 내둘렀다.

“에휴, 그놈들… 이제 쓰레기통은 뒤지지도 않으면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아르마는 일단 그렇게 말하며 손수레를 계속 끌었다.

엘드란의 버려진 아이들 중에도 나름대로의 서열이 있었는데, 사이클롭스는 그중에서 가장 힘이 센 15살짜리 소년과 녀석의 그룹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아르마의 친구들이 시궁창쥐 중에서 평민이라면, 사이클롭스 녀석들은 귀족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었다.

“아르마! 루디! 무사히 왔구나!”

두 사람이 개천의 다리 밑의 아지트로 돌아오자, 아지트를 지키고 있던 빨간 머리의 쌍둥이가 반갑게 맞이했다. 아르마는 쌍둥이를 향해 활짝 웃으며 말했다.

“린디스! 란디스! 별일 없었지?”

“별일은. 아, 저번 주에 여기 온 신입 알지? 그 애가 구걸하러 와서 한방 먹여줬어.”

쌍둥이 중에 언니인 린디스가 주먹을 쥐어 보며 대답했다. 아르마는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

“알트린 신전에 버려졌던 여덟 살짜리 말이야?”

“응. 그 애 부모도 멍청한 거지. 알트린 신전은 버려진 아이를 거두지 않는데 말이야.”

“기왕 버릴 거면 플라티스 신전에 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그쪽은 잘하면 받아줬을 수도 있잖아?”

린디스와 란디스가 번갈아 가며 대답했다. 아르마는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트린은 운명의 신으로, 그쪽의 신관들은 절대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버려진 아이들이 굶어 죽는 것조차 모두 신이 정해준 운명이라고 믿기 때문이었다.

반면 플라티스는 빛과 자애의 신으로, 그쪽 신을 모시는 신관들은 버려진 아이들을 거두거나 무상으로 음식을 제공해 주기도 했다. 다만 플라티스 신전에서 무상으로 베푸는 급식을 사이클롭스 패거리가 독점하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아르마는 루디와 함께 수레에 가져온 쓰레기통을 내려놓은 다음, 바닥에 돗자리를 깔아 놓고 내용물을 쏟아 부었다. 음식 찌꺼기, 야채의 꼭지나 과일 껍질, 곰팡이 핀 빵 등 다양한 쓰레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히히. 오늘은 풍년인데? 배 좀 채울 수 있겠다.”

루디가 웃으며 말했고 아르마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마가 다섯 살 때 처음으로 쓰레기통을 뒤졌을 때는 이런 것들을 먹기가 무척 힘이 들었다. 하지만 그 뒤로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열두 살이 된 지금은 마치 테이블에 가득 차려진 진수성찬을 보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지난 7년 동안, 아르마는 생존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뒷골목에 적응했다. 쓰레기통을 뒤지고, 구걸을 하고, 좀 더 나이 많은 아이들의 패거리에 끼기도 하며 악착같이 살아남았다.

아르마가 처음 들어간 것은 ‘나이프맨’이라 불리는 열 네 살짜리 소년이 대장으로 있는 패거리였다. 나이프맨은 숙련된 소매치기로, 상점가나 번화가를 돌며 사람들의 지갑이나 물건을 훔치는 것으로 패거리를 이끌었다.

아르마는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어렸을 때는 그런 패거리에 껴서라도 살아남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열 살 때 까지 나이프맨의 패거리에 있었고, 거기서 루디를 만나 친구가 되었다. 루디는 아르마와 동갑으로, 나이프맨에게 직접 소매치기 기술을 배우는 손재주가 좋은 아이였다.

하지만 나이프맨의 패거리는 아르마가 열 살 때 해체되고 말았다. 소매치기를 하던 나이프맨이 치안관에게 걸려 길거리에서 맞아 죽었기 때문이었다.

나이프맨의 패거리는 도시 외곽의 버려진 건물에 모여 살고 있었다, 아르마와 루디는 치안관의 단속반이 몰려오기 전에

아슬아슬하게 건물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때의 단속으로 30명이 넘는 버려진 아이들이 처참하게 맞아 죽었다.

시궁창쥐에겐 인권이라는 게 없었다. 엘드란 시에 있어서 이 아이들은 박멸해야 할 해충 같은 귀찮은 존재였다.

“황금호박 식당의 주방장 실력이 날로 좋아지는 것 같아. 이거 봐, 사과 껍질을 이렇게 얇게 깎다니. 양심도 없지.”

린디스가 얇은 사과껍질을 동생과 나눠 먹으며 투덜거렸다. 란디스는 능숙한 솜씨로 빵에 피어난 곰팡이를 털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야. 우리가 매일같이 쓰레기통도 닦아주는데. 가끔은 깨끗한 과일 한 두개 정도는 인심 좋게 넣어 줘도 좋잖아? 아무튼 가진 놈들이 더 하다니까?”

린디스와 란디스는 아르마보다 한 살 위인 열 세 살의 쌍둥이로, 겉으로 봐서는 누가 누군지 쉽게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이 생긴 자매였다.

아르마는 눈썰미가 좋은 편이었지만, 그래도 이 쌍둥이를 구분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1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예를 들어 웃을 때 눈을 가늘게 뜨며 새침한 표정을 짓는 게 린디스였고, 긴장하면 습관적으로 손톱을 깨무는 것이 란디스였다.

쌍둥이의 외모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물감을 풀어 놓은 것처럼 새빨간 머리카락이었다. 하지만 머리카락이라고 하면 아르마의 금발이 훨씬 눈에 띄었다. 대륙의 동부에 위치한 페독 왕국에서 금색의 머리카락 자체가 매우 희귀했기 때문이었다.

버려진 아이들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아르마는 일부러 진흙이나 검댕을 머리카락에 묻혀 눈에 띄지 않게 만들었다.

아무튼 이 네 명의 소년소녀가 안정적으로 시궁창쥐로서의 생활을 버티고 있는 이유는, 바로 새롭게 시작한 쓰레기통 수거전략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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