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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30 20:45
최근연재일 :
2024.04.19 21:00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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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2,405

작성
24.04.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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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블랙마켓 10

DUMMY

샘은 마땅히 살 것이 없으면 1골드는 다시 돌려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브레드와 프란은 달랐다. 그로스의 말을 듣고 다시 마땅한 무기가 없나 찾았다. 몇 분을 뒤진 끝에 무기 하나씩을 골라 들었다. 둘 다 장도를 골랐다. 존이 고른 흑색 장도 옆에 있던 도였다.

"이거 좋군."

브레드가 백색 도를 들었다. 도를 뽑자 역시나 도집의 색과 같은 백색 도가 뽑혀 나왔다. 프란이 회색 도를 들었다. 프란이 도를 뽑자 회색 도가 나왔다.

"백색 도나 흑색 도는 이해하는데 회색 도가 있을 수 있나?"

"왜 없겠나.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도 많으니 굳이 이해하려 하지 말게. 자네들이 고른 도는 적어도 1골드의 값어치는 훌쩍 넘어. 그러니 잘 고른 거야."

그로스가 말했다.

"저는 어떤게 어울릴까요?'

길버트가 노인에게 물었다.

"자네도 쓸 줄 아는 무기가 있나?"

"신학대 시절 봉을 조금 배우긴 했습니다."

"신학대 시절이라 프리스트라 얘기이군. 재미있어. 프리스트가 무슨 일로 블랙 마켓에 나타났을까. 보고는 했을까."

길버트는 보고라는 말에 더 많은 생각을 했다. 노인의 정체는 무엇이길래 중앙재판소의 보고체계까지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얼마 전까지 길버트도 몰랐던 사실이다.

"물론입니다."

"그래. 그나마 조금 다행이야. 날도 잡아도 아주 잘못 잡았어."

그로스는 말하면서 물건 하나를 집었다.

"이거라면 괜찮을 걸세."

그로스는 장도가 있던 곳에서 삼십센티가 되는 단봉 세개를 집었다. 봉 세개는 한 물건처럼 묶여 있었다. 그로스는 단봉 세개를 길버트에게 건넸다.

"나는 가네. 하나 밖에 없는 목숨 잘 챙기게."

그로스는 발걸음을 옮겼다.

"노인장."

길버트가 그로스를 불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길버트는 그로스를 부르는 것을 단념하고 봉을 보았다.

"이게 뭐지?"

"단봉같은데요."

"단봉이라고?"

"길버트님도 봉술은 배웠을 거 아닙니까?"

"믈론이지. 하지만 단봉은 아니야. 장봉 밖에 배우지 않았어."

길버트는 계속 단봉을 보았다.

"멜리사 부인. 아까 얘기하신 것 저한테도 해당되나요?"

"물론이죠."

멜리사는 1골드를 내밀었다. 모두 값을 치루고 상점을 나왔다. 그리고도 한참 상점가를 떠나지 못했다. 상점에서는 세르반에 볼 수 없는 물건을 팔고 있었다. 상시적인 상점이었다. 이런 상점에서도 귀한 물건을 팔면 블랙마켓에서는 어떤 물건이 나올까 궁금증이 증폭되었다.

"샘. 너는 아무 것도 사질 않을 거야?"

"1골드라는 돈은 너무 부담스러워."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된다잖아."

"그게 무슨 부탁인지 알고..."

"너는 그게 문제야. 너무 생각이 많아."

"됐다. 나는 이렇게 그냥 살래."

샘도 갈등했다. 무기라면 젬병이지만 관심을 보일만한 물건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멜리사는 상점가에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멜리사가 아무런 구경도 하지 않고 가자 길버트도 할 수 없이 같이 걸었다. 길버트는 살인 사건에 대한 얘기를 될 수 있으면 피하면서 대화를 했다. 멜리사와 길버트는 천천히 걸었지만 직원들과 거리는 멀어졌다. 멜리사는 한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길버트는 멜리사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 직원들을 확인했다. 직원들은 멜리사와 길버트가 한 식당으로 들어가자 부리나케 쫓아왔다. 식당 앞에는 커다랗게 제국 공용어로 '블랙 스카이'라고 붙어있었다.

"이곳은 이름에 모두 블랙이 붙어야 하는 모양이군."

"그러게 말이야."

직원들은 구시렁 거리며 멜리사와 길버트를 찾았다. 멜리사는 식당의 중앙에 앉아 있었다. 식당은 한가했다. 직원들이 모두 앉자 멜리사가 물었다.

"뭐 드실래요. 참고로 이 집은 양고기를 잘한답니다."

직원들은 메뉴판을 보고 있었다. 길버트는 시선을 느끼고 있었다. 왠지 모를 따가운 기운이 등에 날라와 꽂혔다. 길버트는 눈에 익은 사람을 발견했다. 아까 무기점에서 만난 그로스였다. 일행 없이 혼자 앉아있었다. 길버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 말없이 옆으로 갔다.

"앉아도 되겠습니까?"

"그럼. 의자는 사람이 앉으라고 만들어 놓은 거야. 구경하라고 있는 건 아니잖아."

그로스는 손짓했다. 탁자에는 다른 것 없이 술통 하나가 놓여 있었다.

"자네도 한잔하게."

그로스는 술통을 내밀었다. 길버트는 엉겹결에 술잔을 집어 술을 받았다.

"술을 받았으면 마셔야지. 그리고 나도 한잔 따라주게. 모르는 사람과 합석하는 게 오랜만이라 약간 기분이 좋아."

길버트는 술을 마시고 잔을 내밀었다. 그렇게 세잔이 돌았다.

"누군가?"

"저요?"

"그럼 자네 밖에 더 있나."

길버트는 잠시 망설였지만 솔직하기로 했다.

"세르반성 순회재판소의 하이프리스트 길버트라고 합니다."

그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다.

"음. 그래. 여기는 웬일이지?"

"살인 사건을 조사하다 연필이라는 물건이 나왔는데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왔습니다. 그리고 블랙마켓을 직접 구경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겸사 겸사 왔습니다."

"연필이라. 연필같으면 나한테 얘기했어도 구해주었을텐데 이미 왔으니 한번 보고 가게."

"노인장께서 구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까?"

"그렇다고 했네. 하지만 시간이 조금 걸릴 거야. 내가 직접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니까."

"아. 그러시군요."

"오늘 나올 수도 있어. 연필은 인기가 좋아. 그런데 살 돈은 있나?"

"오늘 참가비로 30골드를 들고 오기는 했습니다."

"30골드라. 그 정도면 별 문제는 없겠어. 하지만 오늘은 물건이 있어도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아까부터 하시는 말씀을 이해할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항상 조심하는 게 좋다는 얘기야. 그리고 여기에는 세르반 성의 높으신 분들도 있으니 혹시 보게되면 인사라도 하고. 아니지. 인사는 안하는게 좋은가. 알아서 하게."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지?"

"자네 일행이 기다리는 것 같으니 돌아가 보게. 즐거웠네. 다음에 볼 일이 있으면 좋겠어."

"성함이라도 알려 주시면 안될까요?"

"됐어. 필요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가게."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길버트는 멜리사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이미 음식과 술은 나와 있었다. 양고기를 다양하게 요리한 음식이었다.

"어서 오세요. 음식이 다 식겠어요."

멜리사는 그로스와 무슨 대화를 했는지 묻지 않았다. 그건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드세요. 이거 정말 맛있는데요."

정신없이 먹으면서 존이 말했다.

"이거 안먹었으면 정말 후회했겠는데요."

프란도 덧붙였다. 나머지는 조용히 한 손으로 고기를 한 손에는 술잔을 들고 있었다.

"천천히 드세요. 모자라면 더 달라고 하면 되니까요. 길버트님도 어서 드시죠."

길버트도 천천히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그로스가 한 말이 계속 떠올랐다. 상점의 주인도 같은 말을 했다. 길버트는 흘낏 그로스를 보았다. 노인의 탁자는 회색의 복장을 한 민머리들로 둘러 쌓여있었다.

"누구지?"

길버트는 속으로 말했지만 입 밖으로 튀어 나왔다.

"누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멜리사도 길버트의 시선을 따라 갔다.

"저런 복장에 민머리는 딱 한 부류 밖에 없습니다. 아니지. 두 부류인가?"

"네?"

"길버트님도 익히 아는 사람들일텐데요."

"네. 제가 안다고요."

"그래요."

이미 그로스의 탁자는 민머리들로 가득 차 있었다. 길버트는 무슨 험한 일이 벌어질 같은 예감이 들어 다시 그로스에게 다가갔다. 리키가 자리에 앉으려고 의자를 끌어 당겼다.

"거기는 아무나 앉는 곳이 아니야?"

그로스가 말했다.

"아까는 분명히 아무나 앉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말 한 것 같은데..."

리키가 말했다.

"물론 아까는 그렇게 말했지. 하지만 누구에게나 해당이 되는 말은 아니지."

"그래. 나는 해당이 안되는 건가."

"물론이지."

"그럼 실례를 좀 해야했네."

"실례라고. 너희 이단 집행관들이 언제 그런 것을 따지고 행동했나."

"하기야 그것도 그렇게 하군. 흑탑 나부랭이들한테 갖출 예의는 없는데 내가 말 실수했군."

"이해하게. 그로스. 요즘 애들은 성질이 급해서 말이야."

리키가 말했다.

"물론 이해하지. 나이가 먹으면 이해심도 많아지지. 하지만 가끔 말이야. 누구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그런 점에서는 그로스하고 흑탑은 잘 어울려."

"그건 칭찬인가."

"칭찬이라니. 그냥 있는 말을 한거야."

"그런데 오늘 여기까지 왠 일이지?"

"알면서 그런 걸 뭐하러 묻나?"

"자네도 앉게. 서 있지 말고."

그로스가 길버트를 보고 말했다.

"앉을 자리가 없는데요."

"괜찮아. 의자가 하나 금방 빌거야. 그렇지. 이름이 뭐더라? 나이가 먹으니 쓸데없는 것은 기억이 잘안서 말이야."

"괜찮아. 그로스. 그 기억은 오늘 부로 영원히 없어질거야. 그래도 예의상 이름은 말해주지. 프리스트 리키라고 하네. 세르반 성에 속해있지."

"그렇군. 프리스트 리키. 반가워. 혹시 살아 남으면 이름은 잊어버리지는 않지."

"앉게. 마침 자리가 하나 났어."

리키가 길버트에게 말했다. 길버트의 눈에 한 명이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길버트가 의자에 앉았다. 리키가 술을 한잔 따라 길버트에게 주었다.

"마시게. 오늘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술기운이라도 있어야 할 거야."

"저를 아시나요?'

"왜. 모르겠나. 청부업체에서 가장 인기 좋은 남자를 모를리가 있나. 거기다 이단 집행관도 아주 좋아하지."

"네?"

"오늘은 아주 날을 잘못 잡았어. 하필이면 많은 날 중에서 오늘인가."

"네?"

"마시게. 오늘은 맨 정신으로는 힘들거야."

길버트는 술을 마셨다. 리키가 다시 술을 따랐다.

"나도 길버트와 별 다르지는 않아. 하지만 우리 같은 사람이 있어야 카라얀 제국이 존재하는 거야. 무슨 얘기인지 아나?"

"네?"

"카라얀 제국은 지금 너무 물러졌어. 초기에 티시아노 1세 성하가 세운 그 제국이 아니야. 이단이 판을 치고 세르반 코 앞에 이단들이 모여 불법적인 장사를 하는데 아무 행위도 하지 않아. 이래서야 카라얀 제국의 권위가 설 수 있겠나."

"여기는 무슨 일로?"

"이단 재판소는 이단을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야.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뻔한 거야. 오늘 부로 이곳은 없어지는 거야."

"없어져요?"

"그래. 제국 공용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어?"

"아니요. 그럴리가 있습니까. 신학대 시절 내내 배우는 게 제국 공용어인데요."

"그런데 말을 그렇게 못 알아들어. 그렇게 해서 어떻게 순회재판소를 꾸려나가는지 모르겠어."

"리키라고 하셨나요?"

"그래. 리키라고 했지."

"비약이 심하시군요. 말 한마디 못 알아들었다고 그런 말씀은 심하신 것 아닌가요?"

"그냥 흘려듣게. 이단 재판소의 일이 그런 거야. 조그마한 일을 크게 부풀려서 사는 것이 그들의 방식이야."

그로스가 옆에서 거들었다.

"역시나 나이는 그냥 먹는 게 아니야. 모두 쓸 데가 있다니까. 하지만 아쉬워서 어떻게 하나. 오늘이 명이 끝이니 말이야."

"끌끌. 과연 그럴까. 그래서 경험이 필요한 거야. 경험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거든."

길버트가 이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자세한 상황을 알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리키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술을 마실 뿐이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로스. 술 잘마셨네. 술값으로 자네는 살살 다루어주지."

"거참 고마운 얘기군. 조금 있다 보세."

"그래. 다시 보세."

리키와 이단집행관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로 돌아갔다.

"그로스님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요."

"맞아. 내 이름은 그로스라고 하지. 자네도 한번쯤은 내 이름을 들어보았을 것 같은데 아닌가."

"저도 합석해도 될까요?"

멜리사였다. 길버트는 직원들이 앉은 탁자를 보았다. 여전히 직원들은 먹고 마시고 있었다.

"물론이지. 의자는 사람이 앉으라고 만든 자리이고 어여쁜 숙녀라면 더 더욱 환영이지. 레이디 멜리사 클라라."

"무슨 그런 과분한 말씀을 하세요. 그로스님이 한참이실때 저는 갓난 아이였는걸요."

"무슨 소리. 지금도 한참이야."

길버트는 아무 말없이 예전부터 친목이 있어보이는 두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로스가 누구인지는 몰랐다.

"흑탑은 공식적으로 활동을 안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흑탑이라고요?"

"그래요. 흑탑. 흑탑은 뭐하는 곳인지는 아시죠?"

"물론이죠. 모를리가 있나요. 신학대 시절 내내 듣는데요."

"다행이네요. 흑탑도 모르시나해서요."

"그럴리가요."

"그럼 그로스님이 누군지도 감이 오실 것 같은데요. 신학대 시절에 안배우셨나요?"

그제야 길버트의 머리를 스치는 이름이 있었다.

"아. 흑탑의 마스터."

"이거 영광이군. 하이 프리스트가 나를 기억해다니. 정말 고마운 일이야. 카라얀 제국 신학대에서 나를 가르치다니 얼마나 고마운가. 그래 뭐라고 가르치나. 만나면 묻지도 말고 죽이라고 가르치나."

"그럴리가요. 신학대생들이 무슨 깜냥이 되서 흑탑의 마스터를 죽입니까. 그저 그런 분이 계시다는 정도죠."

"그래. 그거 다행이군."

"그렇다고 해서 그로스님을 죽일 능력이 될 사람이 카라얀에 몇명이나 되겠습니까? 성기사나 와야 상대할 정도죠."

멜리사가 말했다.

"레이디 멜리사 클라라가 나를 너무 하늘로 띄우는군.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많이 아플 것 같은데..."

"그로스님. 그런 농담은 전혀 재미없습니다."

"그래. 미안하네. 딸내미한테 그런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내 정신 좀 보게."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멜리사와 단지 정서가 맞지 않을 뿐입니다."

"고마우이. 정식으로 소개하지. 흑탑의 마스터 그로스라고 하네. 아니지. 지금은 고문이라고 해야. 이름뿐인 마스터이지. 지금이야 딸내미 한테 모든 실권을 물려주고 아니지 뺏겼다고 해야 하나. 하여튼 뒷방으로 물러 앉았지."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여전히 흑탑의 실세는 그로스님이라고 하던데요."

"쓸데없는 소리. 그런 소리 어디가서 하지 말게. 딸내미한테 욕먹어."

"딸내미는 도대체 누굴 얘기하는 건가요?"

"신학대에서 그런 건 배우지 않으셨나 보네요."

"제가 신학대를 다닌지 벌써 몇년이나 지난지 아십니까?"

"얼마 안된 걸로 알고 있어요."

"하하. 그렇죠. 여하튼 제 기억에는 흑탑의 얘기는 없었습니다."

"물론 정식으로 가르치지는 않겠죠. 고대어를 배우기도 바쁜데 언제 흑탑에 관심을 가지겠습니까. 그렇죠."

"끌끌. 그러니까 결론은 그 케케묵은 고대어에게 우리 흑탑이 밀린다는 얘기지?"

"네. 오죽하면 케케묵은 고대어때문에 신학대에서 시위가 일어났겠습니까."

멜리사가 말했다.

"신학대에서 시위가 일어났다고? 정말?"

그로스가 길버트를 보고 물었다.

"그건 아는 사람이 몇 안되는데 어떻게 멜리사가 아십니까?"

"아니죠. 제가 알면 모두 아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아니죠. 그로스님도 모르시잖아요."

"그로스님이야 아까도 말씀하셨잖아요. 뒷방에 계신다고. 그러니 정보에 취약하실수도 있어요. 그렇죠."

"지금 나를 가지고 노는 거지."

"그럴리가 있나요. 사실을 얘기하는 것 뿐이에요."

"이거 실권자인 딸내미를 불러오던지 해야지. 힘이 없으니까 멜리사도 나를 괄시하네."

"정 그러시면 불러오시죠. 아니지."

멜리사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로스님 혼자 이 위험한 곳에 오실리는 없을테고. 분명히 호위세력이 있을 텐데..."

"그렇지."

길버트가 말했다.

"이거 참 멜리사는 여전해. 그런데 왜 카라얀에 있었던거지? 물론 대충 사정은 알겠는데 정확한 것은 모르겠단 말이지."

"그 정도만 아셔도 충분합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길버트가 말했다.

"너무 깊이 들어가면 곤란해져요."

"멜리사가?"

"아니요. 길버트님이요."

"그런가. 하기야 그렇기도 하겠지. 지금도 힘든데 더 힘들어지겠지."

길버트는 두사람의 말을 아무 말없이 들었다. 흑발의 여인이 다가와 말했다.

"여기 앉아도 될까요?"

"호호. 물론이죠. 어서 오세요."

멜리사가 말했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왔어."

그로스가 말했다.

"아빠는 제가 호랑이라도 된다는 말이에요."

마리아가 말했다.

"누가 너보고 호랑이라고 했어. 그런 옛말이 있다는 얘기지."

"그런데 누구신지?"

"참. 길버트님도. 여태까지 얘기했던 그로스님의 딸내미요."

"네?"

"참 눈치도 없으시네요. 그런데 어떻게 세르반의 순회재판소를 맡으셨나 궁금해요."

"멜리사. 그런 자리는 눈치로 앉는 자리는 아니야. 어떤 놈이 편하려고 앉혀 놨겠지. 그런 실수라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겠지."

"아. 그렇죠. 잠깐 제가 착각을 했네요."

"호호. 재미있네요. 그런데 이분은 누구시죠?"

마리아가 물었다.

"아. 길버트. 자네가 직접 소개하지 그래."

"저는 세르반 순회재판소를 맡고 있는 하이 프리스트 길버트라고 합니다."

"하이 프리스트요. 그런데 왜 블랙마켓에는 와 계시는 건가요?"

"그 얘기는 우리가 먼저 했고 나중에 얘기해주지."

"그래요."

"살인사건을 조사하다가 증거품으로 나온 연필이라는 물건을 보기 위해서 왔습니다. 물론 상부에 보고 하고 왔고요."

"아. 그래요. 그나마 다행이네요. 오늘 뭔일이 일어날 것 같은 건 알고 계시죠?"

"네. 아주 지겹게 들었습니다. 저기에 있는 이단 집행관들도 그러네요."

길버트가 이단 집행관들이 있는 자리로 눈길을 돌렸다. 이단 집행관 리키와 길버트의 눈이 마주쳤다.

"재미있죠. 블랙마켓을 치러오다니 이단 집행관들이 제정신인지 모르겠어요."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여기는 엄연히 카라얀의 땅이니까요."

"그거야 카라얀에서 주장하는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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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블랙마켓 9 23.08.24 16 0 11쪽
24 블랙마켓 8 23.08.22 14 0 10쪽
23 블랙마켓 7 23.08.18 15 0 9쪽
22 블랙마켓 6 23.08.16 16 0 10쪽
21 블랙마켓 5 23.08.14 16 0 9쪽
20 블랙마켓 4 23.08.12 15 0 11쪽
19 블랙마켓 3 23.07.19 27 0 10쪽
18 블랙마켓 2 23.07.14 18 0 11쪽
17 블랙마켓 1 23.07.13 15 0 9쪽
16 순회 재판관 길버트 16 23.07.10 18 0 8쪽
15 순회 재판관 길버트 15 23.07.09 16 0 10쪽
14 순회 재판관 길버트 14 23.07.08 16 0 11쪽
13 순회 재판관 길버트 13 23.07.07 26 0 9쪽
12 순회 재판관 길버트 12 23.07.06 18 0 11쪽
11 순회 재판관 길버트 11 23.07.05 19 0 12쪽
10 순회 재판관 길버트 10 23.07.05 16 0 9쪽
9 순회 재판관 길버트 9 23.07.04 18 0 11쪽
8 순회 재판관 길버트 8 23.07.04 15 0 12쪽
7 순회 재판관 길버트 7 23.07.02 17 0 10쪽
6 순회 재판관 길버트 6 23.07.02 15 0 11쪽
5 순회 재판관 길버트 5 23.06.30 18 0 11쪽
4 순회 재판관 길버트 4 23.06.30 17 0 11쪽
3 순회 재판관 길버트 3 23.06.30 20 0 11쪽
2 순회 재판관 길버트 2 23.06.30 18 0 9쪽
1 순회 재판관 길버트 1 23.06.30 37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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