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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30 20:45
최근연재일 :
2024.04.19 21: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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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05

작성
23.07.14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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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마켓 2

DUMMY

놀라지 않은 것은 길버트 뿐이었다.

"그런데 그걸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군요."

"아라곤 출신이라는 게 무슨 문제라도 되나요?"

"지금은 부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럴리 있나요. 공정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길버트님이 출신지에 편견이라니요. 지난 번 재판에서 귀족 자제에게 형을 때리고 평민은 풀어주었다는 얘기는 아직도 자자합니다. 그러니 적어도 길버트님은 출신 신분에 대해서도 편견이 없으신 분이 출신지는 말할 것도 없지요. 호호호."

길버트는 후회했다. 그놈은 풀어주면 안되었다. 순간의 감정에 휩싸여 풀어준 것이 거대한 후폭풍으로 다가왔다. 그때 일을 생각하니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멜리사 앞에서 표현할 수

없었다. 이미 지난 일이었다. 평정심을 유지하며 억지로 웃었다.

"하하하. 순회 재판관을 오래 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평가는 과분하군요. 하지만 모든 재판관이 그렇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다른 사람은 충분히 가능한 얘기입니다."

"상관없습니다. 저만 결백하면 되죠."

'무던한 성격인가? 아니면 무엇을 감추고 있는 걸까?'

길버트는 브레드와 에디를 바라보았다. 둘은 고개를 흔들었다. 둘은 길버트가 무엇을 묻는지 표정만 보아서 알 수 없었다. 길버트는 화제를 바꾸었다.

"아라곤 출신이라니 물어보겠습니다. 오해는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요. 그럴 분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무슨 질문인가요?"

길버트는 멜리사의 긍정적인 답에 다시 헛웃음을 삼켰다.

"혹시 지금 연필을 가지고 계신 것이 있나요?"

"연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연필이라면 당연히 없습니다."

"그러시군요."

"물론 여기서도 아라곤처럼 연필을 썼으면 좋겠으나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적어도 카라얀에 사는 만큼 법을 지켜야죠."

"저야 받아들이지만 누구나 얘기를 믿지 않을 것 같군요."

"그거야 좀 전에도 얘기했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절대적인 진리도 통하지 않는 법입니다."

"절대적인 진리라? 무엇이 절대적인 진리일까요?"

"갑자기 절대적인 진리요?"

"그 얘기는 부인이 먼저 꺼냈습니다만."

"그렇기는 합니다만 특별한 얘기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그렇다는 거지요. 길버트님도 말꼬리를 잡는 버릇이 있으시군요."

"제가 말꼬리를 잡는다고요. 하하하. 그런 얘기는 처음 들어봅니다."

길버트는 동의를 구하듯 브레드와 에디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둘은 이미 멜리사가 말할 때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가 급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조금 종교적인 얘기기는 하지만 루와 누 중에서 누가 선일까요? 아니면 누가 악일까요?"

"네?"

길버트는 되물었다. 물론 질문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카라얀에서는 처음 듣는 질문이었고 앞으로도 이런 질문은 받기 힘들 것 같았다.

"그러니까 루와 누 중에서 누가 절대적인 진리이냐고요?"

멜리사가 다시 질문했다.

"그런 질문은 상당히 답하기 곤란하군요."

멜리사가 웃었다.

"지금 얘기하기 곤란하시다는 얘기인가요?"

"부인은 루의 종에게 그런 질문을 하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아하. 왜 당연한 질문을 하냐는 얘기군요. 그렇죠?"

"저는 부인 눈에는 어떻게 보이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순회 재판관이기 전에 루의 종인 하이 프리스트입니다. 그러면 답은 뻔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저는 길버트님도 하이 프리스트 이전에 사람이니 그런 의문을 한번 쯤은 가지지 않았을까 해서요."

"그런 질문은 이곳 카라얀에서는 상당히 곤란합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요. 길버트님과 직원 분들이 저를 이단 재판소에 고발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렇죠."

멜리사는 세 남자를 보고 웃었다. 웃음은 매혹적이었다. 브레드와 에디는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적어도 길버트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부인에게 좋게 돌아가지는 않는 것 같군요."

에디가 말했다.

"그런가요. 그러면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도망이라도 가야 하나요?"

"그건 부인이 범인이라고 인정하는 것 밖에 되지 않습니다."

"범인이라고 낙인찍혀서 죽는 것보다 도망가서 사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저는 신을 위해 목숨도 던지는 프리스트는 아니거든요. 그냥 평범한 여자일 뿐입니다."

세 남자는 멜리사가 전혀 평범해보이지 않았다. 에디와 브레드는 멜리사가 범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혹시나 공책에 쓰여진 내용도 알아보실 수 있겠습니까?"

길버트가 고대어가 써 있는 페이지를 펼쳐서 물었다. 멜리사는 공책을 자세히 보았고 고개를 흔들었다.

"전혀요. 혹시 이게 고대어라고 불리우는 문자인가요?"

"그렇습니다. 일반 사람에게 고대어라고 불리우죠."

"그러면 일반 사람말고 다른 사람에게는 불리우는 다른 이름이 있나요?"

"물론 있습니다. 고대어를 배우는 사람도 잘 알지 못하지만요."

길버트는 말끝을 흐리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길버트님은 당연히 배우셨겠지요."

"물론입니다. 배우기는 했지만 그리 좋아하는 과목은 아니었습니다. 간신히 낙제를 면했을 정도입니다."

"그런 분이 가스파르 교수와 친하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네?"

길버트는 다시 물었다.

"가스파르 교수와 친하다는 사실은 적어도 세르반 주민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길버트는 자신에 대한 소문이 얼마나 퍼졌는지 궁금했다.

"도대체 저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세르반 주민이 아는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하하."

길버트는 후회했다.

"그러면 세르반 주민은 저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습니까?"

"아까 말씀드린 것 같은데요. 세르반에서는 티시아노 성하만큼이나 유명인사라고요."

"하하하. 설마 제가 뭘 마시고 먹는지도 소문이 난 것은 아니지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길버트님에 관한 것이라면 모든 것이 주민들이 얘기하고 있습니다."

"미치겠군. 도대체 어떤 놈이야."

길버트가 중얼거렸다.

"네? 무슨 말씀이시죠."

"아닙니다. 혼잣말입니다."

멜리사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에 길버트가 질문했다.

"필사꾼들은 전부터 있던 사람입니까?"

"모두 그렇지는 않습니다. 물론 톰과 함께 일하던 사람도 있지만 죽은 다음에 새로 들어온 사람도 있습니다."

"소문이 좋지 않은데 사람을 용케도 구하셨군요."

"소문은 소문일 뿐이죠. 소문이 가족을 먹여살리지는 못하니까요."

"하하하. 그거야 당연하죠. 공포보다 더 무서운 것은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죠."

"그럼요. 여기 필사소는 다른 곳 보다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은 더 주거든요."

"아. 그렇군요. 역시 돈이군요."

"돈이면 모두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가능하지 않나요?"

"물론이죠. 루의 권능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도 돈이면 해결되는 것도 있죠."

길버트는 아차 싶었다.

"역시나 제가 사람보는 눈은 정확하군요. 그렇게 생각하실 줄 알았답니다."

멜리사가 웃었다.

"아닙니다. 농담입니다."

"농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진지하세요."

"아. 그럴리가요."

브레드와 에디는 두 사람의 대화를 끊지 않고 경청했다. 길버트는 두사람을 보고 소문의 근원지가 혹시나 순회재판소는 아닌가 합리적인 의심을 시작했다. 길버트의 눈길을 느끼고 브레드가 물었다.

"그럼 필사된 책은 어떻게 관리하고 계신가요?"

"작업이 모두 끝나고 나면 모두 저에게 제출하고 갑니다."

"책말고 다른 것은 어떤가요?"

"깃털펜과 잉크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시라도 숨겨서 나갈 수 있지 않습니까? 그걸 부인 혼자 막는다는 것은 조금 무리일 것 같은데요."

"그래서 톰이 죽고 나서 가드를 고용했습니다. 적어도 저는 연약한 여자라서요."

멜리사가 동의를 구하듯이 세 남자를 보았다. 길버트만 예의상 고개를 끄덕였을 뿐 둘은 고개를 돌렸다.

"작업장을 나갈때는 철저하게 가드들이 몸수색을 합니다. 그리고 별도의 공간에 보관을 합니다."

"가드라."

길버트는 필사소에 들어올 때 본 건장한 두 남자를 떠올렸다.

"네. 가드가 있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아닙니다. 그럼 가드는 몇명이나 두고 계신가요?"

"현재는 4명이 두명씩 주야로 번갈아 가며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가드에게 들어가는 돈도 상당하겠군요."

"아깝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안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는 것도 있지만 밖에서 침입하는 것도 막아야 하니까요."

"그렇군요. 수익도 상당하겠군요."

"정확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먹고 살 정도는 됩니다."

먹고 살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책의 인기를 보면 예상할 수는 있었다.

"먹고 살 정도라 그렇군요."

"정말 먹고 살 정도입니다. 과도한 오해는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럴리가요."

"가끔은 어마 어마하게 돈을 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돈을 갈취하러 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가드를 고용한 목적 중의 하나이기도 하죠."

"갈취라. 그러면 치안대에 신고를 하시지 그랬습니까?"

"그래봐야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러면 앞으로 그런 일이 다시 생기면 순회 재판소로 연락을 주세요. 저희가 힘닿는데까지 도움을 드리죠."

"호호. 정말이죠. 안 그래도 그런 일이 많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가드를 더 늘려야 하야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다행이네요.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길버트는 이게 무슨 짓인가 생각했지만 또 늦었다. 다시 브레드가 사무적인 어투로 물었다.

"필사꾼과 가드의 명단을 건네받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연히 드려야죠."

"고맙습니다."

"당장에는 힘들 것 같고 조금만 여유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조만간 또 들려야 할 것 같으니 준비해 놓으시면 되겠습니다."

"네."

"그럼 오늘은 이만 가도록 하겠습니다 조만간 다시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길버트님이라면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하하. 반가운 소리군요. 필사소의 잉크 냄새는 신학대 시절이 떠오르는군요."

"부디 좋은 추억이었으면 좋겠군요."

멜리사는 좋은 추억이라는 단어로 길버트를 찔렀다.

"하하하."

길버트는 또 허를 찔렸다. 몇번이나 당하고 또 실수하다니 혀를 찼다. 단어 선택을 정확히 해야했다. 더 이상 있어야 좋을 것은 없었다.

"가지."

"네. 길버트님."

"살펴가세요. 멀리나가지는 않겠습니다."

길버트는 필사소를 나섰다. 하지만 찜찜한 기분은 버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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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순회 재판관 길버트 5 23.06.30 18 0 11쪽
4 순회 재판관 길버트 4 23.06.30 1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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