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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6.3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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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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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05

작성
23.08.12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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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마켓 4

DUMMY

란니의 블랙마켓


오후 4시가 되자 순회재판소의 직원은 모두 모였다. 오전 근무를 끝내고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고 다시 모인 것이었다. 아직도 4시도 안된 이른 시간이었다. 길버트는 조금 일찍 가서 주변의 동태를 살피고 싶었다. 그전에 길버트는 블랙마켓으로 갈 마차를 준비시키라고 지시했다. 이미 모든 준비는 끝나 있었다. 마부는 없었지만 마차에 말은 이미 매여져 있었다. 이동할 마차는 아무 표시도 없었다. 순회재판소로 보일만한 것은 모두 제거했다. 직원들이 일찍 나와 준비한 것이다. 4시가 되기 조금 전 길버트가 나타났다.

"20골드는 준비하셨습니까?"

샘이 길버트를 보자마자 인사도 안하고 물었다. 길버트가 웃으며 주머니 하나를 내밀었다. 샘이 주머니를 받아들었다.

"오. 이거 꽤 묵직하군요."

"왜 쇠덩어리라도 들었을까봐 그래."

"그러시고도 남을 분이죠."

"왜 그래. 열어나 보고 얘기해."

샘은 끈을 풀어 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손으로 1골드 동전을 하나 꺼내들었다. 앞면에는 티시아노의 초상이 뒷면에는 제국의 깃발이 있었다.

"오호. 이거 진짜 금화네요."

"왜 가짜를 가져왔을까봐 그래."

"그러시고도 남을 분이라고 그랬잖아요."

"존."

"왜?"

"손 좀 대 봐."

"두 손 다 대."

존은 한 손을 내밀었다가 두손 모두를 내밀었다. 샘은 주머니에서 골드를 하나씩 꺼내 존의 손바닥 위로 올리며 헤아렸다. 동전은 정확히 30개였다.

"왜 30개죠?"

"그럴 일이 있어."

"그럴 일이요. 도대체 그럴 일이 무엇일까요."

"그나 저나 왜 출발하지 않으십니까?"

"그러게요. 이미 오후 4시가 넘었습니다. 이 시간은 길버트님이 아주 강력하게 주장해서 잡은 시간입니다."

"시끄러워. 올 사람이 있어."

"올 사람이요."

"그래."

"누구요?"

"내가 30골드나 되는 돈을 어떻게 구했다고 생각해."

"그야 알아서 잘 구하셨겠지요."

"그런 쪽으로는 능력이 없으신지 알았는데 이번 일로 길버트님을 다시 보게되었습니다."

"존경합니다. 30골드나 되는 돈을 구해오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장사를 하셔도 크게 되실 것 같습니다. 하루 사이에 아니 반나절에 30골드라는 돈을 구해오실 정도면..."

"저도 존경합니다."

하지만 길버트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마침 마차 한대가 순회재판소 다가 왔다.

"이제 왔군."

길버트가 말했다.

"누구죠?"

"누구긴 누구야. 함께 갈 사람이야."

"함께요."

"그런 얘기는 없었잖아요."

"계획은 항상 바뀌기 마련이야."

"그럴 수야 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길버트님의 생각이 바뀐 이유를 모르겠군요."

그 사이 마차는 도착했고 한 사람이 내렸다. 그리고 마부는 마차에서 상자를 내렸다. 상자를 내리고는 마부는 바쁘게 다시 사라졌다. 내린 사람은 정확히 한 여자라고 표현해야 했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멜리사였다. 멜리사는 한 손에 검은 가방을 들었다. 멜리사는 검은 가방을 길버트에게 내밀었다. 길버트는 순간 다가오는 검은 가방을 어떻게 할 수 없어 받아들었다. 순회 재판소의 직원들은 모두 멜리사와 길버트를 번갈아 보았다. 직원들은 그러다가 아무 말없이 길버트를 보았다. 눈길에 못 이긴 길버트가 입을 열었다.

"같이 갈 사람이야. 모두 알지. 멜리사 부인이야."

"그걸 몰라서 묻습니까. 어떻게 된 일인지 묻고 싶은 겁니다."

샘이 말했다. 하지만 대답은 길버트 대신에 멜리사가 했다.

"제가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

"혹시 30골드도..."

샘이 물었다.

"맞습니다. 제가 드린 겁니다. 물론 잠시이긴 하지만요."

직원들은 상황이 이해가 간다는 듯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20골드 아니 30골드를 빌리는 대신에 멜리사 부인이 같이 가겠다고 제안했어."

"그렇다고 그 제안을 받아들이셨습니까."

샘이 말했다.

"그러면 어떻게 하나. 블랙마켓에게는 가야 하고 20골드는 없잖아."

"그래서 생각한 것이 멜리사 부인이라는 얘기입니까."

샘은 더 할 말이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그래."

"도대체 블랙마켓에만 가면 끝이 아니지 않습니까. 블랙마켓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눈이 있는지는 알고 계십니까."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알아. 그렇다고 해서 별 문제될 것은 없잖아."

"지금은 아직도 대낮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사람들의 왕래가 가장 많은 곳입니다. 여기를 바라보는 눈은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뭐 어때?"

"어떻냐고요. 허허. 길버트님은 지금 살인사건을 조사 중이고 가장 강력한 용의자가 멜리사 부인입니다."

샘은 말을 하고 아차 싶어서 멜리사 부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멜리사 부인은 전혀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이미 티시아노 성하의 숨겨 놓은 아들로 소문이 나 있는데 그보다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네요."

멜리사가 말했다.

"멜리사 부인. 그것과 이것은 다르다고요."

"샘. 그만해. 이미 벌어진 일이고 출발이나 하자고..."

존이 말했다.

"진작에 말씀하셨으면 무슨 대책이라도 세웠을 거 아닙니까."

샘은 계속 말했다.

"그만. 그만하자고. 존의 말대로 이미 벌어진 일인데 어떻게 하자고."

브레드까지 끼어들자 샘은 말하지 않았다.

"좋습니다. 멜리사 부인은 길버트님이 알아서 하십시오."

"알았어."

"직원들이 길버트님을 대하는 것이 아주 대단하네요."

멜리사가 말했다.

"대체 그게 무슨 표현입니까?"

"그냥 그렇다는 거지요. 그나 저나 저는 어디에 타면 됩니까."

"멜리사 부인과 함께 갈거면 해나 떨어지면 출발하지 그랬습니까?"

"그건 길버트님에게 말하지 마세요. 약속은 제가 정한 거니까요. 혹시나 제가 조금 늦게 오셔서 화가 나신건가요."

"네."

"아니요."

샘과 존이 동시에 말했다.

"여자는 외출 준비를 하려면 일찍 준비해도 시간이 모자르기 마련입니다. 여기 계신 직원의 아내들도 그렇지 않으신가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려다 존은 하지 않았다. 그런 말을 할 때는 적어도 아니었다.

"어서 출발하지요. 란니에 가서 저녁 식사도 해야 하니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녁식사요?"

"저녁 식사는 안하시려고 하셨나요. 남자들은 이런 게 문제라니까. 항상 옆에서 여자가 챙겨줘야 한다고. 그런데 그걸 잔소리라고 얘기하죠."

직원들은 멜리사가 힘에 겨웠다. 아내가 떠오른 것은 덤이었다. 길버트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어디에 타면 되죠?"

샘은 마차 한대를 가리켰다.

"여기에 타시죠."

멜리사는 말을 듣자 마자 길버트에게 손을 내밀었다. 길버트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다가오는 손에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 존이 마차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멜리사를 보았다. 멜리사는 어쩔 수 없이 혼자 마차에 올랐다. 그리고 제일 안쪽의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다시 멜리사가 고개를 열고 말했다.

"그 상자도 부탁해요."

직원들은 덩그러니 남겨진 검은 상자를 바라보았다. 존이 상자를 들었다.

"이거 꽤나 무겁군."

"그래. 뭐가 들었지."

"모르지. 혹시 아나. 술이라도 들었을지..."

"제발 그랬으면 좋겠군. 가는 동안 심심하지는 않겠군."

"정말 모두들 미쳐가는군."

"농담해. 아주 지극히 정상이야."

존과 브레드가 상자를 같이 들어 마차 뒷편에 실었다. 그 광경을 보고 멜리사가 말했다.

"아니요. 거기말고 여기에 같이 실어주시면 고맙겠는데요."

존과 브레드가 속으로 구시렁거리며 상자를 옮겨 실었다.

"길버트님. 타시죠."

샘이 말했다.

"마차는 누가 몰 거지?"

"교대로 몰 겁니다. 우선은 존이 할 겁니다."

"무장은?"

"무장이요. 그런게 왜 필요합니까."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모른다고 말한 건 내가 아니야."

"걱정하지 마십시오. 항상 길버트님은 모르시겠지만 마차에 항상 실려있습니다."

"정말 그런거야."

"네. 그렇습니다. 순회 재판소 마차는 언제나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무장을 하라는 것이 중앙 재판소의 지시였습니다."

"그것 참 반가운 얘기야."

"그리고 혹시 몰라 이번에는 비상용으로 더 준비했습니다."

"안심이 되는군."

"그래야 무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조사관 셋 밖에 없습니다. 샘과 에디는 서기관입니다. 길버트님은 가능하십니까?"

"왜 아카데미에서도 간단한 호신술 정도는 배우잖아."

존이 말했다.

"그거와 이거는 다르지. 아카데미는 애들 장난치는 거고..."

"이거는 실제상황이야. 잘못하면..."

샘이 손으로 목을 그었다.

"알았어.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할 게. 혹시라도 죽으면 양지바른 곳에 잘 묻어주게."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묘비에 쓰실 말은 없으십니까?"

"그런 말을 지금 해야 해."

"이제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그럽니다. 그러니 부디 지금 남겨주기 바랍니다."

길버트는 쓴 웃음을 지었다.

"쓸데없는 농담 그만하고 가자고."

"농담아닙니다."

존과 브레드가 마부석과 조수석에 앉았다. 멜리사와 길버트는 나란히 앉았고 에디, 프란, 샘이 같이 앉았다. 그 가운데에 검은 상자가 자리했다. 마차는 출발했다. 직원들이 모일 때만 하더라도 아무도 없던 순회 재판소에는 이제 적지 않은 사람이 모여서 광경을 보았다. 마차가 떠나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한참 동안 떠난 적이 없던 순회 재판소 마차였다.


"참 길버트는 재미있어. 어떻게 멜리사 부인에게 돈을 융통할 생각을 했지?"

"그러니까 도대체 예측을 할 수 없어 재미있지 않은가?"

"오늘 끝을 낼 생각인가. 끝내려면 오늘이 딱 좋을 것 같은데..."

"블랙 마켓에서는 모든 분쟁이 금지되어 있는 거 몰라."

"물론 알지. 대륙 모든 블랙 마켓에 적용되는 법인데 그걸 모를까봐."

"그런데?"

"오고 가는 길이 긴데 무슨 걱정이야. 가는 길에 힘들 것 같으면 오는 길에 처리하면 되지. 뭐가 문제인가?"

"별 문제는 없겠지. 그러는 너는 그냥 거저 먹을 생각인가?"

"거저 먹다니. 무슨 섭섭한 말을... 먼저 기회를 주는 것 뿐이야."

"아니 그런 기회는 필요없어. 그냥 네가 해도 돼."

"아니야. 양보하지. 혹시라도 실패하면 다음은 내가 하지."

"그럴 리가 있나. 너에게 다음 기회는 없어."

"그럴까."


마차는 달렸다.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길은 좋지 않았다. 세르반은 들고 나는 길이 모두 잘 닦여 있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세르반을 벗어나자 마자 마차는 심하게 덜컹거렸다. 길버트는 멜리사가 걱정이 되었다. 길버트는 창쪽으로 바짝 붙어 앉았다. 상대적으로 멜리사는 넓은 자리를 차지했다. 마차 안은 아무 말도 없었다.

"점심식사는 하셨나요?"

한참의 침묵을 깨고 멜리사가 물었다.

"아니요."

프란이 말하다가 끝을 흐렸다. 샘이 주먹으로 옆구리를 찔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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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블랙마켓 3 23.07.19 27 0 10쪽
18 블랙마켓 2 23.07.14 18 0 11쪽
17 블랙마켓 1 23.07.13 15 0 9쪽
16 순회 재판관 길버트 16 23.07.10 18 0 8쪽
15 순회 재판관 길버트 15 23.07.09 16 0 10쪽
14 순회 재판관 길버트 14 23.07.08 16 0 11쪽
13 순회 재판관 길버트 13 23.07.07 26 0 9쪽
12 순회 재판관 길버트 12 23.07.06 1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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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순회 재판관 길버트 10 23.07.05 1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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