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대공자 출세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당근파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3
최근연재일 :
2024.09.14 13:02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652,743
추천수 :
5,933
글자수 :
1,577,304

작성
23.10.18 00:00
조회
2,244
추천
26
글자
12쪽

163화 나한진

DUMMY

무림맹주 여시준이 소림을 다녀와 전한 말에 시운학은 바로 무림맹을 나와 소림을 찾았다. 이번에도 시운학을 맞은 것은 나한당주 천수 대사였지만, 소림은 시운학 일행을 경계하지 않았다.


방장실에 들어 수인사를 나누고 사미승이 내온 차를 마시고 나자, 장문인 천료 대사가 나직이 불호를 외고 물었다.


"운남으로 가시는 길이라 들었소이다."


"장문인께서 우려하시는 일은 없을 겁니다. 소생은 사문의 명을 받고 강호에 나왔으나, 수천문이 강호에 관여하지 않았던 것과 같이, 본문은 강호에 세력을 키우거나 머무는 문파가 아닙니다.


사조님들께서 본문을 세우시며 강호 무림의 어려움을 덜고자 하셨고, 이번에 소생과 사형제들이 강호로 나온 연유도 거기에 있으니, 비록 사형들께서 강호에 남으신다 하셔도, 강호 동도들과 같이 어울리는 삶을 살아가실 것이고, 소림과 장문인께서 우려하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여 맹주님께 말씀드렸소이다만, 조정과 황실의 우려가 큰 듯싶소이다."


"보이지 않으면 잊혀지지 않겠습니까?"


"찾으려 할지 모르겠소이다."


"수천문은 이미 사라지지 않았습니까? 강호에 다시 수천문의 제자들이 나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강호 동도들의 힘으로 이겨 내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면 그때는 수천문이 아니라 해도 누군가가 나와 돕지 않겠습니까?"


"시 공자의 그 말씀은 어지러우면 다시 나오겠다는 말씀이시오?"


"이제 구파일방의 힘이 다시 살아났고, 조정도 안정되었으니 어지러울 일이 있겠습니까? 이번에는 구파일방이 내실을 기르는 사이 피폐한 강호에 힘을 더하기 위해 나온 것이고, 그 방편으로 본문에 간직된 비급들을 전하고자 나온 것이지요.


비급을 나누다 보니 작은 문제가 있긴 했습니다만, 구파일방이 다시 강호에 나왔으니 공연한 힘을 쓴 셈이지요. 참으로 든든한 마음을 갖고 돌아가게 되었으니 사문의 명을 제대로 수행하게 해 주신 구파일방에 소생은 감사를 표합니다."


"아미타불~

빈승이 비록 소림의 장문인에 자리했지만, 무위는 보잘것없어 여 맹주님과 천수 사제가 본 것을 알지 못하외다. 가시기 전에 보여 주실 수 있겠소이까?"


소림의 장문인이 소림 제일의 고수는 아니었다. 앞에 있는 시운학에게서 아무런 기세도 읽지 못했으니 무림맹주 여시준과 나한당주 천수 대사가 허허롭다 한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보여 달라 한 것인데, 시운학은 잠시 망설이는 듯 보였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하찮은 재주를 소림에 보이기는 부끄럽지만, 소림의 은혜를 갚는다 여기고 작은 재주를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시운학이 재주를 보인다는 말에 가장 기뻐한 것은 나한당주 천수 대사였다. 느낌은 있었으나 그런 경지의 사람을 어디서도 보지 못했었다. 어려서 천마를 봤지만 천마는 결코 마경을 익혀 강했을 뿐 현경의 경지에 든 무인이 아니었다.


나한당주 천수 대사는 시운학의 말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


"장문인,

나한당에 준비하라 이르겠습니다."


"결례되지 않도록 준비해 주시오."


"염려 마십시오."


소림 장문인 천료 대사와 시운학은 무공에 관한 말은 뒤로 하고 서로 익히고 깨달은 바를 이야기했다. 천료 대사의 수양이 깊은 만큼 시운학으로서도 배우는 것이 많았고, 천료 대사도 수십 년을 각고하며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이야기를 통해 풀어냈다.


너무도 짧고 아쉬운 시간은 순식간에 한 시진이 지나갔고, 소림의 범종이 웅웅거리며 울리자 소림의 무승들뿐 아니라 각처에 흩어져 있는 전각과 암자 동굴에서 무수한 승려들이 나한당으로 모여들었다.


오가며 본 승려들도 많은 듯했는데 나한당에 모인 승려들의 숫자는 족히 천을 넘는 것이 넓은 나한당이 미어터질 것 같았다. 이대 삼대 제자들이 자리하고 나자 붉은 가사를 두른 일대 제자들이 연무장으로 들어왔고, 그 뒤로 소림 장문인 천료 대사와 시운학이 함께 들었다.


소림은 삼십 년이 넘는 봉문 기간 동안 실전을 겪지 못했었다. 문을 열고 나왔어도 강호에 소림이 나설 만한 일도 아직은 없었고, 겨우 천하무림대회에 얼굴을 내밀어 소림을 알린 것이 다였다.


나한당주 천수 대사는 오랫동안 수련한 것을 이 기회에 시험해 보리라 다짐하고, 소나한진인 십팔나한진을 준비하려던 생각을 접고 대나한진인 백팔나한진을 펼쳐 시운학을 시험하기로 했다.


모여 있던 승려들도 백팔나한이 준비하는 것을 보고 크게 놀라 무슨 일인가 싶은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나한당주 천수 대사는 백팔나한 앞에 서서 말했다.


"배운 바를 모두 펼쳐내되 어려움이 있어도 물러서지 말거라."


나한당주 천수 대사는 앞에 나온 백팔 나한들에게 물러서지 마라 이르고 뒤에 남은 나한들에게도 말했다.


"너희들도 그동안 익혀 왔으니 잘 알 것이다. 진형이 무너지면 즉시 나서 메워야 하느니 잠시도 한눈파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나한승들의 우렁찬 대답에 시운학을 보니 시운학이 길게 늘어선 나한들 사이로 자리했다. 아직은 나한진이 움직이지 않아 나한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지만, 발진과 동시에 시운학을 둘러싸고 돌아갈 것이었다.


백팔나한들은 시운학이 자리하자 조금은 어리둥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한당주 천수 대사가 천하제일인과 겨룬다 했기에 어느 정도 긴장하고 있었는데, 자신들 보다 어린 공자가 검도 빼 들지 않고 들어 자리하자, 시운학이 맞느냐는 듯 천수 대사를 바라봤고, 일순 천수 대사의 호통이 터져 나왔다.


"발진."


백팔 나한들의 의문은 발진이라는 소리에 즉시 사라지고 높게 세워졌던 선장들이 시운학을 향해 눕혀졌다. 나한진이 움직이자 마치 비사진 둘이 움직이는 것과 같이 나한진 머리가 시운학을 감고 돌았다.


먼지 한 톨 없어 보이던 연무장에 나한들이 움직이자 뿌연 먼지구름이 일어 시야를 가리는 듯싶었지만, 지켜보던 모두는 나한진의 머리에 둘러싸인 시운학만 보면 되었기에 시운학의 움직임을 살피는 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선장이 내쳐지고 바로 튕겨져 올랐다. 조금의 방심이 있었는지 튕겨지는 선장과 함께 나한 몇이 멀리 퉁겨져 나갔다.


"갈~!"


나한당주 천수 대사의 호통이 다시 터져 나오자 뒤를 받치고 있던 나한들이 자리를 즉시 메웠고 순식간에 나한진은 원형을 갖춘 채 다시 돌기 시작했다. 그 잠시의 시간을 시운학이 기다려 준 것을 아는 승려는 불과 몇뿐이었다.


선장이 내쳐지고 튕겨 나가기를 거듭하고 있었다. 아무리 돌고 돌아 선장을 내질러도 시운학을 위협하지 못하고 튕겨 나가기를 거듭하고 있었으니 보는 승려들의 마음이 답답해져 갔다. 그러다 시운학이 걸음을 옮겨 가기 시작하자, 느릿하게 보이는 시운학의 움직임을 나한들이 따라잡지 못하고 뒤엉키기 시작했고, 시운학은 다시 나한진이 자리 잡을 때까지 잠시 기다려 주고 있었다.


나한당주 천수 대사의 표정이 침통해져 갔다. 나한당주 천수 대사뿐 아니라 무공을 익힌 전주며 당주 자리에 있는 무승들의 표정도 수시로 변해 갔다. 시운학은 나한진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한진을 끌고 움직였다.


나한진의 머리가 시운학을 놓치면 잠시 기다려 주기를 몇 차례, 튕겨져 나간 나한들의 자리를 붉은 가사를 입고 있던 일대 제자들이 가사를 벗어 던지고 뛰어나와 선장을 빼앗아 들고 채워 나갔다.


그제서야 나한진의 머리가 시운학의 움직임을 따라왔다. 여전히 시운학이 나한진을 끌고 다니는 것은 같았지만, 시운학의 움직임을 놓쳐 시운학이 기다리는 일은 없어졌다. 선장이 내려쳐지는 소리가 뇌성을 닮아 갔는데, 시운학이 지나고 난 자리를 두드리면 그야말로 굉음이 터져 나오곤 했다.


나한진의 선장은 순서를 지키고 내려쳐졌으니, 하나를 막는다고 막히는 것이 아니었는데도, 시운학은 내려쳐지는 선장 하나하나를 모두 건드리며 움직이고 있어 지켜보는 승려들의 입에서는 절로 감탄이 터지곤 했다.


시운학은 일대 제자들의 자리를 힐긋 살피고 미소를 지었다. 어느새 나한진의 절반 가까이를 일대 제자들이 채웠고, 남은 일대 제자들은 무승이 아니라 여겨졌다. 마치 아쟁의 현을 튕겨 내듯 선장을 튕겨 내던 시운학의 움직임이 조금 빨라졌다.


밖에서 지켜보는 승려들의 눈에 시운학의 움직임이, 흐릿해질 정도로 빠른 움직임으로 바뀌자, 나한진을 꾸리고 있는 나한들도 시운학을 따라잡기 어려웠는지 곳곳에서 힘에 겨운 숨소리가 뿜어나왔고, 지친 몇 나한은 대기하던 나한과 자리를 연신 바꿔 갔다.


나한당주 천수 대사가 나한진의 움직임을 보고 불호를 외고는 나한진 머리 자리의 제자가 퉁겨져 나오자 그 자리에 들었다. 소림이 화경의 고수가 나왔다 자신했던 승려가 나한당주 천수 대사였으니 천수 대사가 나한진의 머리를 움직이자 나한진의 움직임이 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속도는 조금 느려졌어도 시운학에게 가해지는 선장의 압력이 배는 넘어선 듯했으니, 지켜보는 승려들의 눈에 나한진의 위력이 어찌 보일지는 명확했다. 나한진 안 시운학에게뿐만 아니라 나한진의 넘치는 내력은 나한진 밖으로까지 뿜어져 나왔고, 가까이 지켜보던 나한들은 서둘러 뒤로 물러서야 했다.


역시 화경의 고수는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으니, 누가 봐도 머지않아 시운학의 움직임이 멈춰질 것 같았다. 그만큼 처음과 달리 느리게 돌아가는 나한진의 위력은 밖에서도 충분히 느껴졌으니, 모두가 시운학을 이제 잡았다 여기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생각이었다.


나한진이 느려진 까닭이 느려지고 싶어 느려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나한진을 꾸려 돌고 있는 백팔 나한들이었다. 선장이 이리 무겁게 느껴지기는 선장을 잡은 이후 처음이었다.


마치 목봉이 아니라 철봉을 잡고 휘두르는 듯, 시간이 흐를수록 선장의 무게가 천근만근 무거워져 갔다. 내려쳐진 선장을 다시 올리는 것이 이리도 힘들 줄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나한진을 꾸리고 돌고 있는 나한들 말고는 밖에서 지켜보는 나한들과 구경하는 승려들 모두는 한없이 느려진 나한진의 모습에 의아해지고 있었다.


소림 장문인 천료 대사가 비록 나한당주 천수 대사처럼 화경의 무인은 아니었어도, 무공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고 어디를 가서도 대접받을 무공을 갖추고 있었으니, 나한진의 모습을 보고 멈춰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시운학은 여전히 한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데, 돌아가는 나한진은 한없이 느리게 움직였을 뿐 아니라 머지않아 기력이 고갈돼 쓰러질 듯 보였으니, 천하제일 나한진의 명성을 버리더라도 나한들이 망쳐지는 것은 막아야 했다.


"진을 멈추거라."


장문인 천료 대사의 외침에 돌아가던 나한진이 멈춰지자, 나한진을 꾸리고 있던 백팔나한들이 픽픽 쓰러지기 시작했다. 장문인 천료 대사는 서둘러 나한당주 천수 대사의 뒤로 가, 명문혈에 진기를 불어 넣어 주며 자세를 잡도록 도와주고 남아 있던 무승들에게 다시 외쳤다.


"제자들의 진기조식을 돕거라."


장문인의 명에 스스로 좌선에 든 나한들은 놔두고, 기력을 다해 쓰러진 제자들을 일으켜 앉히고 진기조식을 도와줬다. 시운학은 도움을 주려다가 소림의 일이고 소림이 해결해야 할 일이라 여겨지자 한편에 물러서 있었다.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고 다시 마주한 소림 장문인 천료 대사와 시운학은 많은 말을 나눌 필요도 없었다. 언제 어떤 사유로 다시 나올 것이냐 물으려 했었고, 어떤 사유가 있어야 나올 것이냐 따져 보려고도 했었다.


하지만 백팔나한진을 상대하는 시운학을 지켜보고 난 이후 장문인 천료 대사는 그 모든 것이 부질없는 일이라 여겨 묻지 않았다. 시운학이 나온다 한들 막을 재주가 없었고, 나온다 한들 나한진을 상대하며 보인 시운학의 인품으로 큰 문제 될 것 없으리라 판단했다.


방장실에서의 차 한 잔으로 시운학의 소림 방문은 끝을 맺었다. 소림은 소림에서 있었던 일을 숨김없이 구파일방에 그대로 전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공자 출세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85 185화 입맞춤 +1 24.07.14 888 15 14쪽
184 184화 사천당가 (6) +1 24.07.13 823 16 13쪽
183 183화 사천당가 (5) +2 24.07.12 811 14 17쪽
182 182화 사천당가 (4) 24.07.11 837 13 13쪽
181 181화 사천당가 (3) +1 24.07.10 842 15 12쪽
180 180화 사천당가 (2) 24.07.09 878 14 14쪽
179 179화 사천당가 (1) 24.07.08 809 16 14쪽
178 178화 거처를 마련하다 +1 24.07.07 820 15 14쪽
177 177화 약조 해지 +1 24.07.06 850 13 14쪽
176 176화 무왕자 +1 24.07.05 927 13 13쪽
175 175화 광동으로 +1 24.07.04 976 10 25쪽
174 174화 당삼채 (10) 24.07.03 994 13 13쪽
173 173화 당삼채 (9) 24.07.02 988 13 17쪽
172 172화 당삼채 (8) 24.07.01 988 12 12쪽
171 171화 당삼채 (7) 24.06.30 1,032 13 15쪽
170 170화 당삼채 (6) 24.06.29 1,066 12 15쪽
169 169화 당삼채 (5) 24.06.28 1,070 12 12쪽
168 168화 당삼채 (4) 24.06.27 1,105 13 17쪽
167 167화 당삼채 (3) +1 24.06.26 1,128 15 16쪽
166 166화 당삼채 (2) 24.06.25 1,123 12 14쪽
165 165화 당삼채(唐三彩) (1) 24.06.24 1,221 13 13쪽
164 164화 운남행 +6 23.10.19 2,624 20 12쪽
» 163화 나한진 +3 23.10.18 2,245 26 12쪽
162 162화 소림과 무림맹 +2 23.10.17 2,237 23 13쪽
161 161화 허허롭다는 것 (2) +2 23.10.16 2,290 21 14쪽
160 160화 허허롭다는 것 (1) +3 23.10.15 2,386 22 13쪽
159 159화 우려(優慮) +5 23.10.14 2,334 22 13쪽
158 158화 누구에겐 쉬운 일 +2 23.10.13 2,317 21 15쪽
157 157화 백수촌(白壽村) (2) +2 23.10.12 2,298 24 12쪽
156 156화 백수촌(白壽村) (1) +2 23.10.11 2,294 2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