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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자 출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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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파
작품등록일 :
2023.05.10 23:13
최근연재일 :
2024.09.1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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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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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157화 백수촌(白壽村) (2)

DUMMY

시운학은 마을을 크게 둘러보고, 마치 마을 사람이 어디 마실이라도 다녀오는 듯 천천히 걸어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넓게 펼쳐진 경지를 뒤로 하고 마을 깊숙이 들어서자, 가가호호에서 무기를 든 사람들이 하나둘 나와 모이더니 앞을 막아섰다.


이들은 시운학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막아선 자리에서 더는 다가오지 않고 거리를 유지한 채 시운학을 바라봤다. 백수촌이라 했는데, 시운학의 앞을 막아선 사람들 가운데 나이 든 노인은 없었다.


막아서긴 했어도 달려들지 않으니 시운학과 마을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대치하고 있게 되었는데, 마을에서 가장 큰 저택의 문이 열리고 시운학이 뒤따랐던 사람이 나오더니, 막아선 사람들 앞으로 나와 말했다.


"안으로 모시라는 말씀이 계셨습니다."


시운학이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나가자, 막아섰던 사람들이 좌우로 갈라서며 길을 열었다. 시운학이 움직이는 것을 본 그 사람이 뒤돌아 앞장서서 저택으로 향했다. 시운학도 아무 말 없이 그 사람을 뒤따랐다.


저택 안으로 들어선 시운학은 안내하는 사람과 대전에 엎드려 있는 여인 말고는, 저택 어디서도 사람의 기척을 찾을 수 없었다. 시운학을 안내한 사람은 대전 앞에서 안에 시운학을 모시고 왔노라 알리고는, 마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마쳤다는 듯 밖으로 나갔다.


시운학은 엎드려 있는 여인을 지나쳐 대전 안에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시운학이 의자에 앉자 여인이 일어나 시운학에게 절하며 말했다.


"동호련이 소문주님을 뵙습니다."


시운학은 절하고 그대로 엎드려 있는 만화선자 동호련을 한참이나 내려다보다 말했다.


"소생이 불편하니 일어나시어 자리하시지요."


"노구는 죄인입니다."


"불편하다 말씀드리지 않았소이까?"


만화선자 동호련은 일어나 허리 숙여 감사하고 멀리 떨어진 의자에 앉았다. 시운학은 만화선자가 왜 이러는지 의문이었다. 사문을 배신하고 무리를 지어 사문을 멸했으니, 죽음으로 죄를 묻는 것이야 당연했지만, 그렇다 한들 일을 만들고 성사시킨 마당에, 이제 와 죄인이라 말하며 엎드린 까닭을 알지 못했다.


시운학은 만화선자 동호련은 물론이고, 이제 신선루주 하려려도 의심의 대상이었기에, 만화선자 동호련을 떠보는 말로 물었다.


"하 루주의 말씀으로는 선자께서 협박을 받으셨다 했소이다만, 협박으로 움직인 것치고는 금정산 개파대전에서 보이신 모습은 너무 당당했던 것 아니시오?"


"자리를 물려주고 나온 이후 그 아이는 단 한 순간도 보지 않았습니다. 제법 총기가 뛰어난 아이라 느끼는 것이 있었는지 모르나, 노구와는 전혀 관련되지 않았습니다."


"그 말씀을 소생더러 믿으라 하시는 것이오? 소생 일행이 처음 신선루에 들었을 때도 밖에 모인 저들은 별채를 감시하고 있었소이다. 선자께서 지시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오? 그런데도 십여 년 수십 년을 보지 않았다 하실 수 있소이까?"


"노구를 보셨으니 아실 것 아니겠습니까? 한때의 욕심으로 주화입마에 들어 한 줌의 내공도 남아 있지 못합니다."


"하하하

소생이 들은 금정산에서의 보이신 신위는 무엇이었소이까?"


"노구는 그들의 뜻을 받아들이기는 했으나, 몸이 이리된 이후로 단 한 걸음도 마을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대역이 있었고 그 또한 선자의 뜻과는 달랐다 하시는 것이오?"


"뭐라 말씀드린들 변명이 아니겠습니까만, 보시니 아실 것 아니겠습니까?"


"밖에 있는 저자들이 금정산을 오르지 않았다 하시는 것이오?"


"그 또한 보셨으니 아시지 않습니까? 소문주를 이곳으로 모신 아이가 이제 겨우 일류 수준에 불과합니다. 다른 아이들이야 더 말씀드리지 않아도 되지 싶습니다."


"어째 말씀하시는 것과 행동하신 것이 많이 다르게 여겨집니다만, 소생이 잘못 판단한 것이오?"


"백수촌에도 저들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었습니다. 당시에는 주화입마가 오지 않아 그들과 대등한 관계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욕심이 화를 불렀으니 이제 와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신선루를 나오며 갖고 나온 재물로 저들을 키우려 했지만, 주화입마가 오게 된 이후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갖고 있던 재물을 나누어 각처로 내보냈지요. 그들이 노구가 주화입마에 든 것을 알고 아이들을 해하거나 빼앗으려 들지 못하게 하고자 했습니다.


타협도 있었습니다. 각처로 흩어 놓은 아이들에게서 들어오는 정보를 그들에게 넘겼지요. 지금이야 하오문이 함께하니 우리 쪽 정보도 소용없게 되었지만, 그들은 명분을 위해 아직 노구를 두고 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찌 영주까지 사람을 보내 살핀 것이오?"


"소문주님을 모시고자 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소생이 제대로 속았다는 말씀이시오?"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소생을 이리로 불렀으면 계책이 있었을 것 아니시오?"


"호씨세가와 광인방을 지우셨다 들었습니다. 만금전장은 파산하게 하셨고요? 하오문이야 어딘가에 문주가 있다지만, 모두 지우시기에는 너무 많아 불가하지요. 화화방은 사실 별것 아닌 무리들입니다.


서역 상인들과 사람을 거래하는 것 말고는 강호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하고요. 사해련주가 있지만은 그는 황가의 사람입니다. 황실이 안정되면 친왕부의 힘도 줄어들 것이니, 그때가 되면 더는 힘을 쓰기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천룡표국 양단육만이 남았는데, 양단육은 효웅입니다. 조금만 불리해도 인의대협의 탈을 벗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소문주님께서 하시고자 하시면 조용히 지우는 것이 어렵지 않으실 것이나, 양단육이 죄를 키우지 않으면 두고 보시는 것도 재미있으실 겁니다."


"본문이 불타고 노사님들께서 생사의 경계를 오가셨소이다. 본문의 장경고가 놈들의 손에 비워져 백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간직돼 온 비급이 사라졌소이다. 재미있을 것이니 지켜보라 하셨소이까?"


"모두 무사하신 줄 압니다. 더구나 비급이야 처음부터 강호로 돌리시려던 것이 아니었습니까?"


"그 말씀은 여전히 정보를 모으고 있다는 말씀으로 들리오만, 주화입마에 들고 멈췄다 하신 말씀과는 괴리가 있는 것 아니시오?"


"호씨세가가 멸문하고 광인방이 지워졌습니다. 만금전장도 파산했고요. 소문주님을 모시려니 준비는 해야 했습니다. 본문으로 이어지는 소통로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연화봉을 살피고 장족 마을들을 모두 살피라 했습니다."


"······."


"독문에 머무신다 들었습니다."


"······."


"딱히 지은 죄가 없었지만, 아는 것도 죄라 여겨 나오는 길에 모두 지우라 했습니다."


이제 누구도 수천문 노사들이 독문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었다. 만화선자의 말에 시운학이 짐작건대, 독문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 사람도, 지금은 세상에 없을 것이라 여겨졌다.


백수촌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살리려 한 것이지만, 만화선자 동호련이 진실을 말한 것이라면, 만화선자 동호련의 뒤처리는 깔끔했지만, 얼마나 많은 목숨이 이곳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죽어 갔는지 알 길은 없었다.


"소생을 이곳으로 불러들였으면 어찌해 달라는 것인지 말씀해 보시오?"


"너무도 부족하나 노구의 목숨으로 대신하면 안 되겠습니까? 밖에 아이들은 소문주님께서 데리고 쓰셔도 되고, 쓸모없다 여기시면 그대로 놔두신다 해도 더는 백수촌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입니다."


"어찌 그리 장담하시는지 모르나 소생의 손속을 너무 무르게 여기신 것은 아니시오?"


"호씨세가가 멸문되었습니다. 광인방은 흔적도 남기지 못했고요. 만금전장이야 천하가 모두 아는 일이니 말씀 안 드리겠습니다만, 손속이 무르시다니요? 아이들이 소문주님의 일초 반식인들 견디겠습니까? 이렇게 죄를 청하오니 부디 아이들의 목숨만은 남겨 주십시오."


"회천맹은 어디로 숨은 것이오?"


"알지 못합니다."


"소생더러 믿으라 하신 말씀이시오?"


"금정산에서는 대역이었다 말씀드렸습니다. 수천문으로 갔던 사람들 모두는, 수천문을 도모하기 전에 해약이라 속여 내준 환단에 중독되었습니다. 해약은 계속 받아먹어야 하니 따르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겁니다.


사해련에서 마련한 곳으로 보내졌다 들었습니다만, 그곳이 어디인지는 누구도 알지 못합니다. 혹시라도 천룡표국주 양단육은 알고 있을지 모르나, 사해련주가 마련한 곳이라면 남해의 무수한 섬들 가운데 한 곳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시운학은 엎드려 죄를 청하는 만화선자 동호련을 그대로 두고 백수촌을 나왔다. 하지만 시운학이 백수촌을 나서기 전에, 저택 안에서는 사내들의 통곡 소리가 멀리까지 들려왔다. 만화선자 동호련의 말대로 백수촌 사람들이 더는 강호에 나오지 않으면, 시운학의 벌은 이대로 끝을 맺을 것이었으나, 그들이 강호로 나온다면 시운학은 반드시 지우리라 다짐했다.


시운학은 신선루 별채에서 이틀 더 좌선하고 신선루를 나오며, 신선루주 하려려에게 만화선자 동호련이 자진한 것을 알려 주었다. 신선루주 하려려도 말은 없었지만, 만화선자 동호련이 백수촌에 머물고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던 듯싶었다.


아마도 다시 악양에 들어도 신선루를 찾을 일은 없을 듯싶었는데, 신선루주 하려려는 별채를 나서는 시운학의 뒤로 절을 하며 말했다. 신선루 별채는 언제까지라도 비워 놓을 거라고.


시운학은 하남 정주로 향해 움직였다. 만화선자 동호련은 천룡표국주 양단육이 효웅이라 말하며 조금만 의심이 가도 움직이지 않고 인의대협의 탈을 벗지 않을 것이라 하고, 지켜보면 재미있을 것이라 했지만, 시운학은 용서할 마음도 지켜볼 마음도 없었다.


다만 양단육을 죽이기 전에 회천맹에 든 무리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밝혀야 했다. 회천맹은 개파대전을 열고서도 한 해 뒤에 보자 하며 모였던 무리들 모두와 종적을 감췄다. 개방을 비롯한 구파일방이 관심을 갖고 찾는다는 말은 들었어도, 어디서 찾았다는 말은 아직 듣지 못했다.


광동으로 바로 가 사해련주란 자를 찾을까도 생각해 봤으나, 만화선자 동호련은 그자가 황족이라 했다. 강호 무림에 죄를 지었다 한들, 황족을 죽이는 일은 실로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내려오기 전에 한왕이 신황제에게 불만을 갖고 있어 움직일 것이라 들었으니, 한왕의 움직임이 있고 나면, 황실에서도 친왕들과 황족들이 힘을 갖지 못하도록 압박할 것이 확실했다.


회천맹이 개파대존에서 무리를 모아놓고 한 해 뒤에 다시 찾겠다 약조했으니, 시운학은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회천맹이 다시 모습을 보이기 전에 한왕의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 여겨졌고, 어차피 수천문 사형제들은 신황제가 한왕을 치는 일에 도움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한왕의 치는 일이 끝나고 난 뒤 금의위나 동창에, 숨어서 세를 키우고 있는 친왕이 아직 남아 있다 알리고, 금의위나 동창에 수천문 사형제들이 처리할 수 있다 말하면, 황실은 오히려 광동의 황족을 지우는 일에 수천문 사형제들이 나서기를 바랄 것 같았다.


시운학이 광동이 아닌 하남으로 길을 잡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수천문의 반도도 잡아 벌하고, 가능하다면 자취를 감춘 황족이라는 사해련주가 누구인지, 수천문을 도모한 회천맹 무리들이 어디 숨었는지 알아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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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177화 약조 해지 +1 24.07.06 853 13 14쪽
176 176화 무왕자 +1 24.07.05 932 13 13쪽
175 175화 광동으로 +1 24.07.04 979 10 25쪽
174 174화 당삼채 (10) 24.07.03 997 13 13쪽
173 173화 당삼채 (9) 24.07.02 991 13 17쪽
172 172화 당삼채 (8) 24.07.01 991 12 12쪽
171 171화 당삼채 (7) 24.06.30 1,034 13 15쪽
170 170화 당삼채 (6) 24.06.29 1,069 12 15쪽
169 169화 당삼채 (5) 24.06.28 1,073 12 12쪽
168 168화 당삼채 (4) 24.06.27 1,107 13 17쪽
167 167화 당삼채 (3) +1 24.06.26 1,130 15 16쪽
166 166화 당삼채 (2) 24.06.25 1,126 12 14쪽
165 165화 당삼채(唐三彩) (1) 24.06.24 1,223 13 13쪽
164 164화 운남행 +6 23.10.19 2,626 20 12쪽
163 163화 나한진 +3 23.10.18 2,247 26 12쪽
162 162화 소림과 무림맹 +2 23.10.17 2,239 23 13쪽
161 161화 허허롭다는 것 (2) +2 23.10.16 2,293 21 14쪽
160 160화 허허롭다는 것 (1) +3 23.10.15 2,389 22 13쪽
159 159화 우려(優慮) +5 23.10.14 2,338 22 13쪽
158 158화 누구에겐 쉬운 일 +2 23.10.13 2,319 21 15쪽
» 157화 백수촌(白壽村) (2) +2 23.10.12 2,302 24 12쪽
156 156화 백수촌(白壽村) (1) +2 23.10.11 2,297 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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