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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5.1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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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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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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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화 폭탄 돌리기

DUMMY

41화 폭탄 돌리기


“아이고 우리 엘로~”


랫트 마을로 향하다가 더 이상 버스로 진입이 불가능한 나무 다리 부근에서 차를 세워뒀는데 저 멀리 엘로의 부모님이 뛰어왔다.


두 사람은 헐레벌떡 뛰어오며 그대로 엘로를 품에 안겼다.


숙취에 빠져 아침부터 골골대던 엘로는 갑자기 코를 먹으며 반복적으로 훌쩍거리더니 흐느끼는 소리를 냈다.


우는 것이 창피해 억지로 참는 것 같았다.


옆에서 곁눈질하니 엘로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 범벅이다.


그냥 속 편히 울면 될 것을 굳이 자존심은 있는지 꾹 참으며, 딸꾹질하듯 몸만 떨어댔다.


‘부모님이 많이 보고싶었나 보네.’


“비서님도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엘로의 부모님은 엘로를 토닥이다가 주헌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닙니다! 이번에 워커 할아버지께 부탁드릴 일이 있기도 하고 부모님의 날이잖아요. 당연히 와야죠.”


엘로의 부모님은 온화한 미소를 보이며 고갯짓했다.


“엘로, 고생했다! 넌 아무런 걱정도 말아라. 우리는 알아서 할 테니 너무 부담감 가지지 말고, 장사가 잘 안됐다고 하더라도 다시 팔면 되는 일이잖니. 안에 남은 재고들이야 수인에게 호의적인 샤르페리아나 마호크에서 팔아도 되잖니.”


‘응? 저건 또 무슨 소리야?’


주헌은 그저 부모님의 날이라 감격의 재회를 하는 걸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엘로의 부모님은 엘로가 다른 이유로 울었다고 생각하나 보다.


어떻게 그런 오해를 하게 되었는지? 고민하다가 그들의 눈길이 향한 버스를 바라봤다.


버스에는 장사 수익금으로 산 물건들이 가득 실려있었다.


버스 창밖에서 보아도 물건이 가득한 게 보일 정도였다. 아마 엘로의 부모님은 그걸 보고 가지고 간 물건들이 팔리지 않아 재고로 남았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하지만 실린 물건들은 랫트 마을에서 구할 수 없는 향신료, 옷감, 식료품 등으로 엘로가 마을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었다.


“하아... 킁.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엘로가 소매로 눈을 비비고는 코를 먹으며 대답했다. 엘로 역시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엘로는 주헌을 슬쩍쳐다봤는데.


이미 상황을 눈치 챈 주헌이 손가락으로 버스 안의 물건들을 가리키며 말하지는 않고 입 모양으로만 ‘오해’ 라는 단어를 표현했다.


“킁... 하아... 하하! 장사는 잘 됐어요! 물건들도 다 팔았는걸요.”


“응?”

“뭐?”


엘로의 부모님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안에 있는 물건들은 물건 판 돈으로 사온 거예요. 랫트 마을에 필요한 물건들이요. 이번에는 모두가 쓰고도 남을만큼 샀는데도 돈이 남았어요.”


“세상에! 장하다 우리 엘로!”


“우리 아들 효자네. 효자야!”


다시금 엘로의 부모님은 엘로의 얼굴이 찌그러질 만큼 품에 안았다.


눈물 콧물로 엉망인 얼굴이 뭉개지기까지 하니 그 모습이 퍽 웃겼던 주헌은 순간 나오는 웃음을 기침소리로 승화하며 바로 고개를 돌렸다.


“케헥! 푸흡 큭!”


주헌은 웃음을 참느라 오장육부가 목구멍을 통해 튀어나오는 듯한 고통을 견뎌내야만 했다.


“어휴! 이렇게 기쁜 날에는 그걸 꺼내 먹어야겠죠?”


“당연하지! 창고에 있는 걸 꺼내와야겠어!”


주헌은 엘로 부모님의 대화에 웃음기가 쏙 들어가버렸다.


다시 시작될 지옥이 눈앞에 훤히 보였었기 때문이다.

끔찍한 하루 세 끼 치즈 지옥 말이다.



***



“우욱... 으... 꺼억~”


엘로네에서 치즈 폭탄을 맞은 주헌은 배를 문지르며 워커가 있는 공방으로 향했다.


치즈를 먹지 않거나 피자를 만들어 먹겠다고 해도 될 일이었으나... 부모님의 날인데 괜히 가족도 아닌 주헌은 끼어들기가 그랬다. 오랜만에 만난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기쁘게 준비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은 주헌이 참아야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 결과로 지금 이 상태다.


속은 더부룩하고 트림을 할 때마다 느끼하면서 니글니글한 냄새가 코와 식도를 타고 나오니 죽을 맛이었다.


걸으면 소화가 될 줄 알았건만 딱히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아무리 연휴라지만 다들 집에만 박혀있나?”


주헌은 랫트 마을에 도착하고 나서 엘로네 가족의 모습만 보았지, 다른 이들은 보지 못 했다.


지금 공방으로 가는 길에서도 마찬가지다. 엘로네에서 공방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는데 길에는 찬바람만 쌩쌩 불고 있었다.


길바닥에 혼자만 덩그러니 있으니 괜히 소름이 돋은 주헌은 빠른 걸음으로 공방으로 향했다.


깡깡-


공방 입구에 도착하니 안쪽에서 쇠질 소리가 들려왔다.

연휴인데도 공방은 돌아가는 모양이다.


주헌은 혹시 방해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심스레 공방으로 들어갔다.


저번에는 수인들로 가득한 공방이었건만, 지금은 워커만이 쇠질을 하고 있었다.


주헌이 다가가지만, 워커는 주헌이 온 걸 눈치채지 못했는지 쇠질을 한참 하다가 나중에서야 주헌을 발견했다.


“으잉? 왔으면 말을 하지.”


워커는 걸려있던 수건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노쇠했음에서 팔뚝의 힘줄이 울긋불긋 도드라져 보인다.


“연휴인데도 일하세요?”


“장인에게 연휴 따윈 없지. 1년 365일 공방에 붙어 살아야 장인이 되는 법이야.”


“그래도 나이도 있으신데 좀 쉬셔야죠. 그러다가 훅... 아니... 가족들이 걱정하잖아요.”


“힘으로만 따지만 내가 자네보다는 한참 위일걸? 그리고 난 가족이 없네. 다 죽었거든. 허허!”


주헌은 당황하며 어떤 반응을 해야 하나 싶었다.


워커의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그... 그게 죄송합니다!”


주헌은 바로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사과했다.


“뭘?”


“제가 정확한 사정도 모르고... 입방정을...”


“자네가 뭐 틀린 말한 것도 아니잖나? 가족들이 있었다면 당연히 걱정했겠지. 거참. 별걸 다 미안해하는군. 너무 신경 쓰지 말게. 그래서 여기는 왜 온 건가?”


주헌은 지금 상황에 부탁을 하는 게 맞나 싶었다.


원래라면 바로 바둑용품 제작을 의뢰했을 테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부탁하자니 너무 염치없어 보였다.


“아... 그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허, 싱겁기는.”


워커가 헛웃음을 쳤다.


“스승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우! 결국 여기까지 왔구만! 자네는 날 못 본 거야 알겠지?”


워커가 목소리를 듣자마자 주헌에게 당부하고는 후다닥 구석 창고로 몸을 숨겼다.


주헌은 멀뚱히 서 있다가 익숙한 목소리의 정체를 바라봤다.


“엇? 비서님이 여기에 왜? 언제 오셨어요?”


헤일로가 미란다와 함께 두 손 가득 보따리를 들고 공방으로 들어왔다.


“아... 예. 그게... 어, 물건도 다 팔고, 부모님의 날이기도 해서 엘로랑 같이 왔습니다.”


“아하! 그러셨구나. 그런데 저희 스승님 못 보셨어요?”


헤일로가 주변을 훑었다.


주헌은 워커가 당부한 게 있었기에 모르는 척했다.


“글쎄요? 저도 찾고 있었는데 안 계시네요.”


“스승님이 안 계실리가 없는데? 흐음. 스승님~ 스승님?”


헤일로는 굳이 주헌이 없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공방 안을 거닐며 워커를 찾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테이블 아래까지 확인하는 모습을 보니, 마치 광적으로 워커를 찾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괜히 긴장된 주헌은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레 그를 쳐다봤다.


그리고 점점 워커가 숨어있는 곳에 가까워지는 헤일로를 보며 주헌은 그를 급하게 불러세웠다.


“헤일로 씨!”


창고 문턱에 발을 걸친 헤일로가 뒤돌며 바라보자, 주헌은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아니, 그... 어... 그래! 이건 뭐죠?”


주헌은 급하게 헤일로와 미란다가 들고 온 보따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미란다 씨 물건 이리 주세요. 제가 들어드릴게요.”


미란다가 들고 있던 짐까지 뺏어 들었다.


“어우... 제법 묵직한데요?”


쉴 틈 없이 말을 내뱉으며 어떻게든 시선을 끄려고 노력하는 주헌.


그의 간절함이 통한 걸까?


헤일로가 비릿하게 웃으며 헐레벌떡 뛰어왔다.


“이게 궁금하셨구나~ 이건 말이죠. 우리 미란다가 만든 새로운 피자랍니다.”


헤일로가 바로 주헌의 품에서 보따리를 가져가며 천천히 보자기를 풀어 헤쳤다.


안에 들어 있던 건 3층짜리 찬합이었다.


헤일로는 찬합을 하나하나 보자기 위에 펼쳤는데 제일 윗칸에는 정체불명의 알록달록한 피자가 있었고, 두 번째 칸에는 민트가 들어간 피자가 있었고, 세 번째 칸에는 뭘 넣은 건지 모르겠지만 보랏빛을 내는 피자가 들어있었다.


‘이 쓰레기들은 뭐지?’


“이야... 맛있겠다... 다른 거에는 뭐가 들어있어요?”


“여기에도 피자가 들어있죠. 저번에 비서님이 피자 레시피를 알려주시고 나서 우리 미란다가 자극받았던 모양이에요. 계속 여러 피자를 만든답니다. 저도 먹어봤는데 맛이 아주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에요. 자 한번 드셔보세요.”


헤일로가 찬합에 있던 보랏빛 피자 한 조각을 주헌에게 건넸다.


‘어떻게 피자가 보라색일 수 있지?’


주헌은 갑자기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왠지 먹으면 안 된다는 워커의 외침이 들리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호의로 주는 것인데 안 먹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보라색 피자를 받아든 주헌은 혀로 입술을 훑고는 한동안 결심을 위한 고뇌의 시간을 가졌다.


“자, 어서 드셔보세요! 어서요!”


헤일로의 눈동자는 광적으로 변하며 강요하듯 밀어붙었다,


옆에있던 미란다는 부끄러워하면서 기대하는 눈빛을 보냈다.


주헌은 눈을 감고 그대로 보라색 피자를 입 속으로 집어넣었다.


우걱 우걱.


“제가 비서님만큼 요리를 잘 하지 않아서 입맛에 맞으실지 모르겠어요.”


미란다가 상체를 이리저리 꼬면서 부끄럽다는 듯 말했다.


주헌은 피자를 씹을 때마다 신맛 쓴맛 단맛 같은 여러가지 맛이 동시에 느껴졌다. 마치 토사물을 먹는 것 같았다.


가뜩이나 치즈를 잔뜩 먹어 속이 니글거리는 상황에 신물이 계속 입 밖으로 뿜어져 나오려 했으나 어떻게 해서든 참아내며 눈물을 머금고 삼켜내는데 성공했다.


“하아...하아...”


“어때요! 우리 미란다 요리! 어떠시냐구요!”


헤일로가 미친 사람처럼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 마치 ‘맛있다고 말해!’라고 강요하는 것 같았다.


“맛이... 맛이... 있네요. 정말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에요.”


정말 둘이 먹다가 둘이 동시에 죽어 서로가 죽었다는 것도 모를 맛이었다.

“어머? 정말요?”


미란다가 두 손을 깍지 끼며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그제야 광적인 모습에서 평범한 미소로 돌아온 헤일로는 미란다를 품에 안았다.


“거봐! 내가 맛있다고 했지? 다른 사람들이 이상한 거야! 스승님도 드셨다면 맛있다고 하셨을걸? 다른 녀석들 입이 이상한 거라구.”


“정말루?”


“그럼, 우리 예쁜 자기가 만든 건데, 맛없을 리 없잖아? 나는 자기가 해주는 거 맨날 먹을 수 있는걸?”


“아이, 참. 비서님도 계시는데 부끄럽게~”


주헌은 저번처럼 또 염병하는 부부를 바라보다 결국 속이 뒤틀리고 말았다.


“우욱!”


주헌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 바로 손으로 입을 막았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느낀 헤일로는 곧바로 주헌을 끌고 뒷문 쪽으로 뛰어갔다.


“미란다~ 나 잠시만 비서님이랑 얘기할 게 있어! 집에 먼저 들어가~”


“응~ 빨리 와요~”


다행히 미란다는 주헌의 구역질 소리를 듣지 못했나 보다.


미란다가 멀어지는 걸 확인한 헤일로는 그제야 주헌의 손을 놓아주었고, 주헌은 시원하게 속을 비워낼 수 있었다.


터벅터벅-


“미란다는 갔나?”


상황이 끝난 걸 확인한 워커가 그제야 창고에서 걸어 나왔다.


“끄억... 퉷! 욱! 하아... 하아...”


주헌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워커를 째려봤다.


워커는 찔리는 게 있는지 흠칫하더니만 딴청을 피우며 휘파람만 불어댔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드백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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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1화 비밀 +2 24.05.09 22 2 11쪽
70 70화 신탁 24.05.08 25 1 11쪽
69 69화 세례 24.05.06 34 3 12쪽
68 68화 신벌 24.05.05 32 2 12쪽
67 67화 감옥 24.05.04 30 2 12쪽
66 66화 스위트룸과 패닉룸 24.05.02 35 1 12쪽
65 65화 마르지엘라 성국 최서단 24.05.01 33 0 12쪽
64 64화 뫼비우스의 띠 24.04.29 31 0 12쪽
63 63화 누가 봐도 1등은 나지 24.04.28 33 1 12쪽
62 62화 길잡이 스템 24.04.27 33 1 12쪽
61 61화 큰일 났네, 큰일 났어! 24.04.25 37 0 12쪽
60 60화 레벨업 24.04.24 43 0 13쪽
59 59화 클레임 처리 참 쉽습니다 24.04.22 44 1 13쪽
58 58화 쿠폰 20장 모아오세요 24.04.21 39 0 12쪽
57 57화 무료 시식하고 가세요! 24.04.20 37 1 13쪽
56 56화 투자를 받다 24.04.18 49 0 12쪽
55 55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24.04.17 46 0 11쪽
54 54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2) 24.04.15 50 1 12쪽
53 53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 24.04.14 51 1 13쪽
52 52화 헤일로의 사정 24.04.13 54 2 12쪽
51 51화 매표소를 만들어요 24.04.11 63 1 12쪽
50 50화 파격적인 조건 (2) 24.04.10 63 1 12쪽
49 49화 파격적인 조건 24.04.08 62 1 14쪽
48 48화 그리지를 집어삼킨 산사태 24.04.07 69 0 13쪽
47 47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 24.04.06 71 1 12쪽
46 46화 몸소 보여주는 게 답 24.04.04 7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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