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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의 서재

버스기사의 이세계 슬로우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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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비
작품등록일 :
2024.02.01 16:18
최근연재일 :
2024.05.1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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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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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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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주문 예약

DUMMY

39화 주문 예약


네브린 역참 지원을 나간 지 어언 일주일.


드디어 부모님의 날 연휴가 시작되었다.


“다들 고생했네! 자네들 덕분에 바쁜 시기를 잘 보냈다며 네브린 지부장이 보너스도 챙겨줬어 그건 나중에 연휴가 끝나고 나눠주도록 하지! 이제 다들 편히 부모님 좀 챙겨드리고 연휴를 즐기도록!”


네브린 지부 역참 앞에서 타란 지부장이 타란 지부 마부들을 향해 말했다.


일주일 내내 네브린 역참은 승객들로 혼잡했다. 네브린, 타란 마부 너 나 할 거 없이 만석으로 승객을 실어 날랐고, 연휴가 시작되니 승객 수는 점차 줄어들었다. 탑승객 수가 줄어다 보니 타란 지부장도 이제는 네브린 지부 마부들의 일을 뺏는 셈이 된다며 지원 나온 마부들에게 철수를 지시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다들 오랜만의 두둑한 주머니를 챙기며 가족들 품으로 하나둘 돌아갔다.


주헌만 빼고.


“응? 자네는 집으로 안 가?”


타란 지부장이 멀뚱히 서 있는 주헌을 바라보곤 물었다.


주헌은 거기다 대고 돌아갈 집이 없다, 맞이해줄 가족이 없다고 말할 순 없었기에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예, 뭐... 그냥.”


대충 이상함을 감지한 지부장은 갑자기 주헌에게 어깨동무했다.


“어휴... 자네 혹시 할 일 없으면 나랑 한잔하는 거 어떤가?”


“예? 그래도... 연휴인데 부인과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겠습니까?”


주헌이 머뭇거리며 말하자, 지부장이 어깨동무를 풀고는 주헌을 이상하게 쳐다봤다.


“자네, 그게 무슨 소린가? 나 아직 총각일세...”


주헌은 화들짝 놀랐다.

전혀 총각일 거라는 예상을 못 했다. 지부장은 얼굴만 보면 나이를 짐작하기는 어려웠지만, 솔람과의 대화에서 지부장이 나이가 많거나 적어봐야 동갑일 거라고 생각했다. 솔람, 플로라 부부에게는 이미 성년의 딸이 있었으니, 당연히 지부장도 결혼하고 자식이 있을 줄 알았다.


이내 실수한 것을 느낀 주헌이 바로 표정을 숨겼다.


“자네. 방금 그 표정은 뭔가?”


“아니, 그...”


주헌의 눈동자는 경련하듯 흔들거리며 어찌할 줄 몰라했다.


“설마 내가 이 나이에 결혼 못 했다고 무시하는 건...”


“세상에! 저를 뭐로 보고! 저는 당연히 결혼하신 줄 알았죠.”


“... 그러니까 지금 나 엿 먹이는...”


“지부장님처럼 미남에 남성미 넘치는 몸을 가지신 분이 결혼을 안 하셨을 줄이야!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어요? 막 여자들이 좋다고 안 달려들던가요? 우와... 이해가 안 되네. 여자들이 줄을 섰을 것 같은데?”


주헌은 바로 지부장의 말을 끊고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아부를 흥얼거렸다.


“아니, 뭐 내가 소싯적에 좀... 그랬긴 하지. 큿흠... 젊었을 적부터 일만 열심히 하다 보니 아직 인연을 만나지 못했네. 뭐 이 나이에 결혼을 못 한 건 내 잘못이 크긴 하지... 누가 일만하는 사람을 좋아하겠나.”


지부장은 옛 추억이 떠오르는지 혼자 피식 웃고는 자신을 탓하며 말했다.


“어휴! 열심히 해서 지부장이라는 자리까지 간 거 아니겠습니까! 지부장 자리가 어디 쉬운 일인가요? 잘생겼지, 몸 건강하지, 직장도 좋지. 이거 100점짜리 남편 아닙니까! 제가 여자였다면 졸졸 따라다녔을 겁니다! 제가 결혼해달라고 애원했을 걸요?”


주헌은 과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 거참 이 친구가 사람 민망하게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이제 그만하고, 그래! 오늘 플로라 주점에서 나랑 술이나 하지! 술은 내가 사겠네. 대신 타란까지는 자네가 태워줘, 그 정도는 가능하지?”


“우리 지부장님 당연히 제가 안전하게 모셔다드려야죠.”


주헌은 앞잡이처럼 굽신거리며 과장된 목소리를 더하고는 공손히 두 손으로 버스를 가리켰다.


“하하하! 자네 참 재밌구만!”


지부장은 호탕하게 웃다가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주차된 버스 쪽으로 향했다.


주헌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슬쩍 곁눈질하며 벗어나는 지부장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옷 소매로 닦았다.



***



“그래서 말이야! 내가 왕년에 말이지 타란 최고의 남자로 뽑혔...”


괜한 아부를 떨었던 걸까...


주헌은 타란으로 가는 내내 지부장이 해주는 옛날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처음에는 자신이 실수한 것도 있으니 받아주면서 굽신댔었다.


‘정말요?’


‘이야~’


‘역시 지부장님!’


같은 말을 반복적으로한 주헌이었지만, 같은 얘기를 1시간 넘게 듣다 보니 12시간 넘게 운행하는 것보다 1시간 남짓의 감정노동이 더 기가 빨렸다.


“저기 빈 자리가 있네요. 저쪽에 앉으시죠.”


주헌은 바로 지부장의 말을 끊고 플로라 주점에 딱 하나 남은 테이블로 지부장을 안내했다.


그러나...


“타란 최고의 남자를 뽑는 대회에 솔람도 나왔었는데... 큿흠...”


지부장이 플로라의 눈치를 살피더니 주헌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얼굴은 솔람이 좀 무섭지 않나? 그래서 심사위원들이 외모 점수에서 솔람에게 최저점을...”


“우리 남편이 뭐요?”


플로라가 메뉴판을 들고 테이블로 왔다.


순간 당황한 지부장은 어버버거리다가 메뉴판을 급히 폈다.


“그래! 자네 뭐 먹고 싶나? 플로라 주점에 왔으면 당연히 꼬치구이를 먹는 게 좋지만, 오늘은 내가 사기로 했으니까, 자네가 먹고 싶은 것 다 고르게! 허허! 고생했잖나.”


일부러 말을 돌리며 플로라의 시선을 돌리는 듯했다.


플로라는 정확한 얘기를 듣지는 못했는지, 그러려니 하고 미소를 내보였다.


“우리 가게가 확실히 꼬치구이로 유명하긴 하죠. 호호.”

“하루 종일 굶었으니까. 간단한 요깃거리로 콘 스프 하나랑 안주로 꼬치구이 하나 먹겠습니다.”


“오오~ 그렇지! 빈속에 술을 마시면 속 버리지. 암~”


지부장이 맞장구치며 같은 것으로 달라고 말했다.


“그럼, 콘 스프 두 개랑 꼬치구이 두 개 맥주 두 잔 이렇게 준비해드릴게요. 그런데 아까 우리 남편이 뭐라구요? 또 사고쳤어요?”


플로라는 주문을 받고 메뉴판을 챙겨 돌아가려다가 흘러가듯 물었다.


“아... 그게 말이야... 그게 어... 솔람이...”


지부장은 곤란해하며 말을 못하고 있는데...


“솔람이 또 사고쳤죠? 그렇죠? 저는 괜찮으니 말씀해주세요, 지부장님.”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지부장이 주헌에게 도움을 요청하듯 눈길을 보냈다.


주헌은 그저 다른 곳을 바라보며 휘파람만 불었다.


‘무슨 불똥이 튈 줄 알고.’


“솔람이 그...”


쿠당탕!


“야! 너 그만큼 했으면 됐잖아!”


“개소리 말고 다음 사람 하게 나가기나 해!”


지부장은 운이 좋았다.


옆 테이블에서 갑자기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테이블 위에 있던 그릇과 수저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바닥은 음식물로 더럽혀졌다.


거기에 남자 둘은 서로 멱살을 잡고 욕지거리를 내뱉었고 분위기가 점점 험악해지자 주변인들은 그들을 떨어뜨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야! 빨리 싸움을 말려야겠구만. 아이고 연휴에 이게 무슨 일이래~”


지부장은 좋다고 일어나서는 싸우는 사람들 쪽으로 향했다.


“아휴! 또야? 미치겠네 정말, 그걸 없애든가 해야지.”


플로라는 자주 있는 일인지 미간을 찌푸리며 한탄했다.


“또라뇨?”


주헌도 싸움을 말리러 가려다가 플로라의 한탄에 되물었다.


“그 있잖아요. 주헌 씨가 줬던 거... 바두판.”


“바둑판이요?”


“그래! 그 바둑판 때문에 하루가 멀다하고 싸움이 일어나...”


“예? 왜요?”


“오목을 두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은데 바둑판은 하나뿐이니 미칠 지경이라니까! 서로 하려고 난리들이야. 그리고 아이들도 가끔 오목을 두러 오는데 나이도 먹은 놈들이 눈치를 주며 쫓아내고 부모들은 손님들이랑 싸우고... 저녁에는 술 한잔하고 두다가 싸우고 새치기하다가 싸우고 진절머리가 나요. 진절머리가! 이번엔 또 무슨 이유로 싸우는지 어휴...”


플로라가 말을 마치고 싸우는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그들의 싸움은 지부장의 등장으로 사그라들었고, 플로라는 그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그들에게 주점 출입 금지령을 내렸다.


“아니, 이미 이긴 사람이 계속 두는 걸로 얘기가 끝났는데 저 녀석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근데 왜 나까지 금지령이야?”


“어쩜 그렇게 이기적이냐? 그래서 하루 종일 하나밖에 없는 바둑판 차지하는 게 잘했다는 거야 지금? 한마디 한 게 뭐가 잘못됐다는 거야?”


“또! 또! 또! 그 입 안 닥치면 한 달 동안 출입 금지 내릴 줄 알아요!”


남자들은 다시 한번 싸우려다 한 달 출입 금지 소리에 바로 입을 다물었다.


한편 주헌은 바둑판으로 인해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움이 벌어진다는 소리에 고민했다.


바둑판의 특허등록으로 독점판매권을 가지고 있던 주헌이었기에 이런 식으로 비호감적인 이미지가 쌓여가는 걸 원치 않았다.


‘생각보다 수요가 많구나... 그렇다면.’


주헌은 풍겨오는 돈 냄새에 환하게 웃으며 흥분한 남자 둘 앞에 나섰다.


“아이고, 안녕하세요.”


“넌 또 뭐야?”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주헌은 품에 있던 롬멜 상단의 명함을 건넸다.


“롬멜 상단? 그때 물건을 싸게 팔던 상단인가?”


타란에서의 인지도가 꽤 쌓였는지 남자들은 롬멜 상단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걸 왜 나한테 줘?”


“제가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니고요. 술 한잔 하러 왔다가 바둑판 때문에 싸우시는 것 같길래요.”


“그래서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지?”


명함을 받은 이는 아직 바둑판의 독점권이 주헌에게 있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


“제가 이 바둑판 특허를 등록한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안 좋은 일만 생긴다니 정말 슬프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헌은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지만, 고개를 숙이며 눈가를 닦는 척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이들과 흥분한 남자 둘은 마른침을 삼켰다. 괜히 바둑판을 회수해 가지 않을까 불안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주헌이 내뱉은 말은 뜻밖이었다.


“그래서 너무 마음이 아파서 주문 예약을 받으려고 합니다.”


“주문 예약?”


“원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주점에만 하나씩 제공하려 했던 상품인데 이렇게 수요가 많다면 어느 정도 생산량을 늘려야죠. 그래도 너무 많은 수량은 만들기가 힘들기 때문에! 몇 명만 예약을 받아볼까 합니다.”


주헌은 일부러 몇 단어를 강조하며 기회가 얼마 없음을 그들에게 밝혔다. 물론 거짓말이다. 수량을 한정한 이유는 랫트 마을에서 대량 생산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바둑판이야 어느 정도 생산이 가능했지만, 바둑돌의 경우는 일일이 비슷한 색상의 돌을 찾아서 갈거나, 동물의 뿔 같은 것을 이용해야 했기에 바둑용품 1세트에 들어가는 361개의 바둑돌을 만드는 게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이런 주헌의 전략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래 좋구만! 나도 내 걸 가져서 저 지긋지긋한 놈이랑 안 두고 싶어! 공용으로 쓰는 바둑판이 자기건 줄 아는 이기적인 놈이랑 다~시는 상대도 하기 싫다고! 나는 바로 예약하지!”


“얼씨구! 내가 할 말을 지가 하고 있네. 저 녀석은 내버려 둬. 내가 더러워서 산다, 사! 그래서 얼마야?”


싸우던 두 남성이 고민없이 바로 예약을 한다고 말하자 바둑판 주변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도 너도 나도 손을 들며 바둑판 주문을 예약하려했다.

“바둑판과 바둑돌 두 통 이렇게 1세트로 9실버 9쿠퍼입니다.”


“...”


주헌은 해맑게 웃으면서 말했지만, 주점 안은 정적만 흐르고 있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진웅비 입니다.



오늘도 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피드백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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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54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2) 24.04.15 50 1 12쪽
53 53화 네브린 남작의 시찰 24.04.14 51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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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1화 매표소를 만들어요 24.04.11 63 1 12쪽
50 50화 파격적인 조건 (2) 24.04.10 63 1 12쪽
49 49화 파격적인 조건 24.04.08 62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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