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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K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보니 마왕군 제 1 군단장이 되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2NK
작품등록일 :
2019.06.28 20:35
최근연재일 :
2020.09.04 10:03
연재수 :
79 회
조회수 :
23,127
추천수 :
811
글자수 :
407,100

작성
19.07.05 09:00
조회
354
추천
15
글자
11쪽

Story. 1 어그러지기 시작한

DUMMY

"...설마 사벨레인 너... 오늘 군단장 회의라는거 잊었던거야? 아니, 아무리 이틀을 방에서 내리 잤다지만... 역시 시간관념을 잊어버린 건 좀 아니지 않아?"





'..!?"





내 말을 듣고난 후 사벨레인은 마치 세상을 다 잃은듯한 애처로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도대체 얼마나 충격을 받았으면 저런 표정을 지을수가 있는걸까.

눈이 아려올듯한 황금빛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리면서 나에게 어서 사실은 농담이었다고 말하라는 듯한, 나에게 그러라고 재촉하는 느낌을 주었다.




"... 세상에...진짜 몰랐구나..."





사벨레인이 짓는 그 표정과 눈빛에서 나는 어쩐지 오늘 굉장히 거대한 일이 한판 벌어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다시 말해 이럴때만 정확하고 내 정신상태에 전혀 좋지 않은 예감을 말이다.

부디 그 예감이 거짓이길 바라면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여전히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벨레인에게 확언했다.





"어째 보니까 이틀이 지났다는 것을 이해하고 싶지 않아 하는것만 같은데... 사실은 사실이야, 확실하게 시간은 지났어, 아마 집무실가면 할일이 하루치정돈 밀려있을걸?"





내 말에 정말로 당황했는지 사벨레인은 줄곧 지어오던 무표정을 깨뜨리더니 충격받은 표정으로 눈을 휘둥그레하게 뜨곤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갑자기 말을 안더듬어...! 왜 갑자기 말을 잘하는거야!"




"얼레? 그러고보니 그렇... 아니 잠깐만, 갑자기 그 얘기가 왜 나오는거야?"




젠장, 그녀가 너무 놀랍다는 식으로 말하는 바람에 나도 하마터면 페이스에 휘말릴뻔 했다.

다행히 금방 정신을 다잡고나서 신랄하게 되묻자 사벨레인은 마치 숨을 내쉬는 것이 당연하니 이것도 역시 당연하다는 투로 대답했다.




"당연히 오늘이 군단장 회의날이라는 사실은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보다도 더 쓸데없으니까."




"그러니까 그게 왜 쓸데가 없는건데...."




도대체가 일단은 자신도 군단장이면서 중차대한 일을 결정하는 회의가 쓸모없다고 말하는 것은 어디서 나오는 확신인걸까.

정말 할말을 잃어버린 나는 그녀가 어째서 그러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아 맞다....'





그리고 생각한지 1초도 지나지 않아서 나는 잊고있던 사실을 떠올리고는 순순히 납득해버렸다.

오늘따라 늘 무표정한 그녀가 좀 허술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표정도 짓고 그래서 살짝 편해진 나머지 마왕님과 군단장들 전체를 합해도 절대 못이기는게 바로 사벨레인이라는 것을 잠시 까먹고 있었다.

그리고 회의때마다 의견제시도 안하고 맨날 조용히 듣기만 하는게 그녀였다는 사실도 말이다.





'그정도 무력이면 회의고 뭐고 가서 싹 밀어버리면 그만이니까, 사벨레인이 보기엔 쓸데없다고 느끼기도 하겠네....하긴 그러니까 회의때마다 의견제시도 안하고 묵묵히 듣기만 하는거겠지.'





그런 사람이니 애초에 논쟁을 벌일 가치도 없는 것이었다.

조금 무안해진 나를 바라보며 맹하게 눈을 끔뻑거리고만 있는 사벨레인에게 넌지시 말했다.





"그럼 알아두기나 해, 너가 이틀을 내리자는 사이에 갑작스럽게 마왕님이 군단장 회의를 열기로 하셨어, 듣기로는 전선에 용사들이 도착했다고 하던데... 으응?"





사아아-


나는 도중에 말끝을 천천히 흐렸다, 내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주변의 공기가 차가워지면서 뼛속깊이 오한이 드는것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가,갑자기 한기가...?'





이 차가운 감각이 갑자기 어디서 흘러나온 것인지는 안봐도 뻔했다.

사벨레인이 실시간으로 피부가 따끔거릴 만큼의 한기와 흉흉한 기세를 잔뜩 내뿜고 있는것이 여실하게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한 존재의 기운은 성향과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생각해봤을때, 사벨레인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녀의 기분이 갑자기 왜 나빠졌는지 모르는 나로썬 이와 같은 사태에는 몹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잠깐."





뭔지 모르겠으니 일단 도망이라도 가야하나, 생각하던 나에게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사벨레인은 나를 향해 냉랭한 목소리로 낮게 읆조렸다.


고작 두 글자의 짧은 단어였으나 나는 그 안에 내재된 아주 깊은 무언가가 진하게 느낄수 있었다.

그것이 살의인지 어떠한 감정인지, 정확히 무엇인지는 전혀 모르겠으나 어쨌든 정황을 놓고 볼때 썩 좋은 감정만큼은 아닌것이 확실했다.





"내가 잘못들은거 같진 않지만....다시 물어볼게, 방금 뭐라고 했어?"





이윽고 그녀가 서리가 낄 듯한 목소리로 말을 잇자, 나는 절로 긴장하기 시작했다.

필히 사벨레인은 나에겐 아무런 적대 감정이 없을터인데, 그저 그녀가 내뱉은 말 한마디에서 나는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비록 한낱 공포심에 비할바가 안되는 더 거대한 무언가지만, 그나마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것이 바로 두려움이었다.




꿀꺽-

나는 조용히 마른침을 삼켰다, 아까의 맹한 구석이나 살짝 머릿속에 꽃밭이 핀 듯한 모습과 여러 차원들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그정도로 지금 사벨레인의 모습은 그와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존재라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역시 이게 본모습인걸까...?'





마치 그 둘은 별개의 존재라고 생각되었다.

사벨레인이라는 하나의 인두겁 아래에 괴물 한마리와 평범한 인간 여성 한 명이 숨어있는듯한 극과 극의, 정반대의 모습과 행동.

종잡을 수가 없는 사벨레인의 모습에 절로 입안이 말라갔다, 그녀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모종의 이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한 나는 아까 전했던 말 그대로를 다시 들려주었다.




"너가 이틀을 내리자는 사이에 갑작스럽게 마왕님이 군단장 회의를 열기로 하셨어, 듣기로는 전선에 용사들이 도착했다고 하던데...."




내가 다시 들려주는 말을 듣던 사벨레인은 전선에 용사들이 도착했다는 대목에서 반응을 보이더니 용사라는 단어를 입안에다 집어넣고 계속 굴리듯이 중얼거렸다.




"용사.... 설마... 아무리 그래도... 으음...."




혹시 바스티드 평원 대전투때 그녀가 해치웠던 용사 때문에 조금 걸리는 구석이 있는것일까.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벨레인은 내 말을 듣고나서 접근하기가 꺼려질만큼의 부정적인 기운을 뿜어내며 연신 무언가를 진지하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난 미리 회의실에 가있어야겠어."





그렇게 한참을 무언가를 되뇌이기도 하고 생각하기도 하던 사벨레인은 앉아있던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벌떡 일어나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놀랍게도,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무표정 대신 1년에 한 두번 볼까말까한 감정이라는게 명확하게 드러나있었다.





"너...?"





그 모습을 본 나는 사벨레인에게 '용사'라는 이 두 글자가 가져다준 파장이 어느정도였는지 나는 대강이나마 눈치챌 수 있었다.

그것이 가져온 파장은 내 예상보다 그녀에겐 훨씬 더 크고, 더 엄청났다는 것을 말이다.




"솔직하게 마음같아선 가고싶지는 않지만, 이번엔 논제가 논제이다 보니까 가야만 할거 같네."





"으음."





아까 얘기를 나누면서 설마 진짜로 참석 안하겠냐고 생각했는데, 말하는 투를 보아하니 진짜로 이번 군단장 회의때는 참석하지 않을 요량이었던가 보다.





"나 먼저 가볼게."




사벨레인은 듣기만 해도 얼어붙을 것만 같은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나에게 통보하듯이 말했다.

아니, 일단 그녀가 회의를 참석하겠다고 하는건 하나 나쁠건 없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3시간이나 일찍 가있겠다고 하는건 또 뭐란 말인가, 이런 행동을 놓고보니 지금 그녀의 현재 심리상태가 썩 좋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것 같았다.

그렇기에 나는 사벨레인이 최대한 여기서 더 기분 나쁘지 않게끔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회의 참석하겠다는 것이든 뭐든 다 좋은데 말이야 사벨레인, 아직 회의 시작하려면 한참 남았거든, 그러니까 여기서 잠시 기다렸다가 나랑 같이가는게 어때?"





"...."





내 말에 사벨레인은 뭔가를 고민하는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자기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째 아침밥 먹는게 영 모래알 같을것만 같아서 조금 후회가 들긴 했다, 하지만 이대로 보냈다간 그녀가 내뿜는 기운에 마왕군 병사들이 대대적으로 실려나갈 것만 같았다.





'... 오늘은 수련 안해도 피로가 절로 쌓이는구나.'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쭈뼛거리며 여기에 다가온 요리사에게 이것저것을 주문했다, 물론 죄다 소화가 잘되는 것 위주로.





"그, 그럼 이만...!"





황급히 우리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요리사는 주방으로 도망갔다.

그렇게 음식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던 도중, 나는 문득 그녀가 왜 용사라는 단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 것인지 깊은 의문이 들었다. 분명 회의 주제는 이틀전에 대대적으로 군단장들에게 전달되었었다.


비록 사벨레인이 이틀을 자느라 부특이하게 직접 소식을 못받았다고는 하나 회의 주제가 용사라는 것을 오늘까지도 모르고 있었다니, 그녀의 부관이 문 틈이라도 그에대한 서류를 넣어주지 않았던 것일까?

도대체 어떤 간큰 녀석이 그랬던 것일까 궁금해진 나는 줄곧 턱을 괸채 무언가를 깊게 생각하고 있던 사벨레인에게 넌지시 물었다.





"사벨레인, 혹시 너 부관이 회의 주제가 용사라는거 안 알려줬었어?"




그녀는 고개를 가만히 내저었다.

* * *

"...아, 토쏠릴거 같아, 뭔 서류가 이따구로 많은데."




마왕군 제 1군단장이신 사벨레인님의 부관인 나 다르칸은 분명 하루치임에도 사흘은 밀린듯한 이 막대한 서류뭉치를 해결하고 있다. 황금덩이도 아니고 종이 쪼가리 주제에 이렇게나 많이 쌓여있는 꼴은 보면 볼수록 마음에 심란함만 더해주었다.

도대체 사벨레인님은 이런 지긋지긋한 것들을 어떻게 매일 매일 처리하면서 보내셨던 것인지 나로썬 도무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젠장맞을... 스스로한테 휴가나 끊어버릴까, 쥐도새도 모르게 사벨레인님께 죽나 이러다가 내가 과로사로 죽나 그게 그거일거 같은데."




말은 그렇게 하기는 했지만 역시 죽기는 싫었다.

내가 여기 붙어있어야 멋모르고 제 1군단에 들어오는 어린 양들의 목숨이 하루라도 더 연장되니까 말이다, 죽고싶어도 죽을수가 없는 몸뚱아리다.





"후우, 내 팔자가 그렇지 뭐. 아무튼 이 빨간 것부터 처리할까나..."





그러면 뭣하나, 이 많은 서류가 사라지지도 않는데.

신세한탄을 죽 늘어놓으면서 제일먼저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를 가진 붉은 서류 봉투를 하나 집어들었다.

그리고 이럴때 쓰는 나이프로 서류봉투를 찢어서 무슨 내용의 서류길래 중요하다고 하는 것인지 직접 확인해보았다.





"...."





팔랑-

서류 내용을 다 읽어본 나는 말없이 백지 종이를 한장 집었다.

그리고 펜을 하나 집어서 바른 글씨로 천천히 유서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씨발 진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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