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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K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보니 마왕군 제 1 군단장이 되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2NK
작품등록일 :
2019.06.2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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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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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7,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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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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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Story. 0 흔하지는 않은 일상

DUMMY

...라며 제법 긍정적으로 생각하던 사벨레인은 대화를 들은지 몇 초도 지나지 않아서 멘탈이 와장창 부서져버리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뒤에 월영이 상당히 언짢은듯한 표정으로 "내가 누굴 두들겨팼으면 팼지 어딜가서 맞고 다닐 놈으로 보이냐?" 라는 대답을 했는데,워낙 목소리가 복도를 울리면서 들려오는 터라 발음이 제법 뭉개진채 들렸기 때문에 몇몇 단어들이 중간에 빠져버렸기 때문이었다.





"하,내가 ....두들겨팼으면... 지....어디가서 ...다닐..으로..나?"





솔직히 발음이 제대로는 알아들을수는 없게 약간 뭉개졌기는 했으나 그래도 어느정도는 문맥상 상당히 정상적으로 대강 해석이 가능하긴 했다. 하지만 이미 깔고간 전제부터가 틀려먹은 사벨레인에겐 그 어떤 대답이든 대화든 전부 부정적인 길로 인도될 뿐이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날 잡아다가 어디 조용한 곳으로 끌고가서 두들겨패겠다는 계획이 분명해!'





사벨레인은 그들의 대화를 자신을 조지려는 계획이 분명하다고 확정지었다.

당사자들이 들으면 당연하게도 그게 무슨 불충한 말씀이시냐며 충심을 보여주겠다면서 자해할지도 모르지만 미안하게도 그녀의 생각이 아예 말이 안되는 것은 아니었다.

비록 그녀가 잘못듣기는 했어도 월영이 어디 조용한 곳으로 끌고가서 두들겨패주겠다는 말이 다르칸이 엉망진창으로 조지겠다는 말과 은근히 이어지는 구석이 있긴 있는 말이긴 한지라 아예 확신을 주고만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쩌지? 도망쳐야할까? 지금 당장 도망쳐도 되기는 하겠지만....'





온몸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지만 사벨레인은 빠르고 침착하게 머리를 굴렸다.

이성은 지금 당장이라도 겁에 질려서 벌벌떨어 백지화가 될 것만 같았으나 그 이성이 느끼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란 감정보다 더더욱 강력했던 그녀의 생존본능이 금방 이성을 진정시켜주었다.

살고자하는 본능이 할 수만 있다면 살길을 대신 찾으려고 할 정도로 너무나도 강했기에 그녀는 침착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가 있었다.





'....역시 아니야,지금 도망치면 들켜서 잡혀올 확률이 높아.'





어느정도 진정되기는 했으나 그래도 불안감은 여전한지 그녀는 손톱을 잘근잘근 물어뜯으며 생각했다.





'지금 책상에 사표를 놓고 도망을 쳐봤자 어차피 금방 잡히는 것은 예정되있는 상황일게 뻔해.'





그녀가 저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지금은 낮이 아닌 마족들의 본연의 힘들이 깨어나는 경계가 쉬는 시간이다.

당장 경계가 깨어나는 시간인 새벽쯤이 되어버린다면 모를까 온갖 특이하고도 강력한 고유능력들을 가진 마족들이 판을 치는 이곳 마왕군 본진인 데이라크에서 밤 시간대에 도망친다는 선택지는 어림도 없었다.





'그리고 운좋게 도망쳤다고는 해도 머지않아 금방 잡혀올 것은 예정된 사실이니까...'





설령 천운이 따라 데이라크에서 벗어났다고 쳐도 금방 추적대가 꾸려질테고,그 추적대는 분명 누군가의 흔적을 찾고 추적하는데 특화된 능력들과 경력을 가진 노련한 베테랑들로 구성되어 있을터.

도망치는 중간중간에 흔적을 지운다고 쳐도 아무리 적어도 3일이내에 자신을 찾아낼 것이었다.





'추적대를 다 따돌리고 무사히 도망나왔다고 해도 잡힌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겠지...'





정말 만약에 그런 추적을 다 피해내고 자신이 봐두었던 진짜 구석진 외곽의 땅으로 간다고 쳐봤자 결국 마왕군의 영토다.

어찌되었든 자신은 마왕군의 영토 내부에 있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니 언젠간 잡힐게 분명했다.

그렇다고 제국연합의 영토로 가봤자 이미 얼굴이 알려질대로 알려진 상황이어서 곧바로 정체를 들킬게 뻔하기 때문에 그냥 접어두는 수 밖에 없었다.





'...이 상황을 도대체 어떡하면 좋지?'





도망쳤다가는 자신이 약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 되어버리고 그렇다고 당당히 이 자리에 있기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런 대책도 떠오르지가 않는 상황이었다.

마치 뚫을 기미조차 보이지가 않는다던 마왕군 제 11군단장 베르하토의 성벽이 머릿속에 솟아올라서 생각을 가로막고 있는것만 같았다. 비록 서류로만 보고 지나가는 말로만 들었기에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지 간에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걸 어쩌지...?'





사벨레인은 어금니를 깨물며 온 신경을 머릿속의 생각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근 십년간 이런 곤란하거나 위험한 일이 들이닥쳐도 그 어떤 식으로든 살길을 찾아내어 이렇게 버텨왔던 것이 아니던가.

물론 이렇게 작당질을 하는 광경을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긴 했지만,그렇다고 해도 포기할 수는 없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잠시만 더 생각해보자...이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수를 찾아내는거야...'





".....없어."





".....이 안난다고?"





"그래,난 분명히..."





'그래,분명히 뭔가 살길이 있을텐데....어?'





한 30초가 될까 말까한 시간이었으나 엄청난 집중력으로 생각에 몰두하던 사벨레인은 멀리서 들려왔던 말소리가 상당히 커져 발음도 또박또박 들릴 정도로 가까이 온 후에야 그것을 눈치채었다.

살짝 숙인 고개를 든 그녀는 시야에 들어오는 광경에 그만 온몸이 완전히 얼어붙은 듯이 뻣뻣해지고야 말았다.





'어...언제 이렇게 가까이...?'





거의 복도 맨 끝에서 걸어오고 있던 다르칸과 월영이 어느새 방 8칸밖에 남지않은 거리를 두고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본 순간 눈앞이 새하얗게 변해버리면서 머릿속엔 아무런 생각도 들지가 않았다.

또한 그 어떤 소리도 귓가에 들려오지 않고 있었기에 몸 속에는 고요함만이 가득히 차오르고 있을 뿐이었다.





'....'





"...@@$#%(^*$"





"$@)($&%..."





그들이 나누는 대화소리가 정말로 알아듣지도 못하게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한 걸음,또 한 걸음.

그들이 가까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단 한 가지만은 명확하게 느껴졌다.




'....'




얼어붙은듯이 빳빳이 서있던 두 다리가 경련이 난 듯이 떨려오고 있었다.

검은깃털을 쥔 손과 다른 비어있는 한 손도 부들부들 떨려오고 있었다,양 어깨도 조금씩 조금씩 들썩이면서 떨려오고 있었다.

입술이 파르르 떨려오며 비틀렸다,온몸이 그녀가 지금 느끼고 있는것이 형용할수가 없는 공포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온몸에 서늘한 두려움이 밀려왔기에 사벨레인은 그렇게 뻣뻣하게 서있을수밖에 없었다,어떻게든 움직여보려는 생존본능도 그저 어깨를 움찔하는 것밖에 가능케하지 못하였다.





"@$,@$@$3 %^($* $(#* $*#&$ㄴ..."





월영이 입을 움직이다가 문득 그녀 자신을 바라보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것이 은은한 달빛이 완연하게 창문을 통해 내려비춰졌다.

이윽고 그들이 그녀의 앞에 홀린듯이 완전히 멈춰섰다.





"...어..."





침묵이 복도에 서서히 내려앉았고,구름무리가 지나간 달빛은 더욱 강하게 내리비춰졌다.


* * *


아무래도 나 월영의 마생은 여기까지인가보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아...그저 헛웃음밖에 나오지가 않았다.

사벨레인님의 손에 들린 저 검은깃털,저것을 본 순간 나는 순간적으로 무의식의 세계에 들어갔다 나왔었나보다.

진짜로 눈앞이 새하얗게 변하면서 그 어떤 생각도,쉽게 떠오른다는 잡념조차 하나 들지 않았었다.





'망할....이런 다르칸 같은!'





금방 정신이 돌아오기는 했지만,일단 무의식의 세계를 접했었다는 것부터가 충분히 욕(?!)이 나올만한 상황이었다.

당연하게도 사벨레인에게 하는 욕이 아니라 나 자신 스스로에게 하는 욕이었다.

비록 머릿속의 기억에는 전혀 남아있진 않으나 어찌되었든지 자신의 것이 분명한 저 검은 깃털들이 사벨레인님의 손에 들려있다는 점과 그것을 가지고 몸소 여기까지 행차하셨다는 점을 보았을때 필시 내가 불충하고도 불경한 무언가를 저질렀을게 틀림없었다.





'젠장할....이걸 어쩌지?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머릿속이 심히 혼란스러워졌다.

사벨레인님 직속 부하 인생 근 십년간 이런 일은 난생 처음이었기에 도저히 침착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다르칸은 이런 일을 많이 보고 겪어봤울지도 모르겠군,그럼 어디...'




그래도 사벨레인님의 직속 부관인 다르칸은 이런 일에 어느정도 면역은 되어있으리라 생각하고 나는 슬쩍 곁눈질로 그를 쳐다봤다.





"....."





이런 쓸모없는 새끼,다르칸은 어느새 당황스러움과 두려움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그저 가만히 서있기만 할뿐이었다.

그게 영 이해가 되지 않는것은 아니지만 부관이라는 새끼가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겁에 질려 있으면 어쩌자는건가.

나 같이 이런 상황을 처음 겪어봤을 마족에게 베테랑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도움을 줘야할 것이 아닌가.





'...가만,가만 있어보자,설마 다르칸도 이런 상황은 처음 겪어보는건가?'





문득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에 스쳐지나갔다.

다르칸씩이나 되는 사벨레인님의 최측근이 저렇게까지 당황하면서 굳어버릴 정도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였기 때문이다.





"젠장할...이걸 어쩌면 좋지?'





그 어떤 방법이라도 한 가지쯤은 머릿속에 떠오를만 하건만 그 어떤 방법조차 떠오르지가 않았다.

어쩌면 아까부터 다 알고있다는 듯이 우리를 가만히 바라만보는 신비로운 금안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왠지 그 어떤 거짓말도 변명도 하면 안된다는 묘한 압박감과 두려움이 은근하게 느껴졌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엄청난 압박감과 고조되는 긴장감에 바싹 온몸의 수분이 말라가는 것처럼 느껴졌다,내 통제를 벗어난듯 두 눈이 이리저리 바쁘고 혼란스럽게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젠장...아무래도 내일 숨쉬기는 글러먹은건가?'





불안감에 동공을 이리저리 움직이던 와중에 나는 한 가지 차라리 안봤다면 좋았을 것을 봐버리고야 말았다.

사벨레인님의 다리와 꽉 쥐어진 두 주먹이 부들부들 경련이라도 일어난 듯이 마구 떨리고 있던것을 말이다.





'...난 도대체 무슨짓을 저질렀던거냐,씨발...'





기억을 잃어서 변명 따위를 하지 못하게 된 것도 조금은 억울한 기분이 들기는 들었었다.

근데 방금 저 광경을 보고나서 생각이 달라졌다,얼마나 내가 불경한 짓거리를 저질렀으면 사벨레인님이 저렇게 분노를 참느라 애를 쓰실까,정말 분노가 치밀어올라 살인충동이 드는 것을 간신히 억누르시는 듯이 보였다.





'어지간히 죽을짓이였나 보군....안봐도 뻔하다,젠장...젠장!'




내가 얼마나 심각한 짓거리를 저질렀었는지 그건 별로 중요치가 않다.

문제는 내가 그 짓거리를 저질렀었기 때문에 사벨레인님이 분노하셨다는 것이다,무슨 짓이었길래 이러시는지 그건 골백번을 생각해봐도 그리 대단치도 않고 중요치도 않다.





애초에 길가의 돌멩이를 찼어도 그것 때문에 사벨레인님이 화가 나셨다면 그게 죽을짓인거다.

물론 내가 기억을 잃었을때 저지른 일이 무척이나 궁금하기는 하다,하지만 그건 단지 궁금하기만 할 뿐인거지 그것에 얽매이는 실수따윈 절대 저지르지 않아야만 한다.





요점은 간단하다,상대방이 나에게 화가 난 이유가 있다면 그건 내가 저지른 어떤것 때문에 화가 난거다.

다시 말해 상대가 나에게 화가 났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지 내가 저지른 일 따위는 전혀 중요치가 않다는 것이다.

그냥 이유없이 화가 났다면 그건 정신병인거니 신경쓸 필요는 없다.





'...지금이라도 자결하겠다고 하면 될까.'





어찌되었든지 일단 사벨레인님이 나에게 화가 나셨으니 나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뤄야할 것이 분명했다.

부하에게 쉽게 화를 내지 않으신다고 널리 알려져있으신 사벨레인님이 이정도로 화가 나셨으니 적어도 목숨으로 치뤄야하지 않을까,나는 진지하게 자결을 고민했다.

가만히 서 계시면서 화를 삭이시는 모습이 딱 알아서 처신 잘해보라고 말하시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런 와중이었다.





"...."




휙-





그저 가만히 우리를 바라만 보시던 사벨레인님이 온몸을 한차례 부르르 떠시더니 입술을 비트시면서 손에 쥐고계셨던 깃털들을 바닥에 집어던지시고는 그대로 뒤를 돌아 밖으로 향하셨기 때문이었다.

그 광경을 우린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우리를 억누르던 압박감과 떠돌던 긴장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어...?"





그리고 이내 다르칸이 깬 듯이 멍청하게 들리는 한 마디 당황스러움이 섞인 말을 내뱉었다.





"....지금...이게...대체 무슨...?"




물론,나도 몹시 당황스러웠기에 멍청하게 말을 더듬더듬 내뱉었다.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었지만 동시에 의아함이 들었다.




"...나...아니,우리...산거 맞나...?"




살아있는게 오히려 이상한 느낌이 들정도로 의아함이 아주 많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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