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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K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보니 마왕군 제 1 군단장이 되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2NK
작품등록일 :
2019.06.2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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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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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
글자수 :
407,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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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05 06:00
조회
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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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Story. 1 어그러지기 시작한

DUMMY

* * *


오늘 아침은 정말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그래, 분명 훌륭한 아침식사였다.

집무실에 오는 음식들은 도착하고나면 맨날 절반정도 식어있었기에 먹어보면 맛이 그저그랬는데, 이렇게 직접와서 먹으니 정말 훌륭하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고기스프에 넣어진 고기는 충분한 감칠맛과 적당한 간이 배어있어서 좋았고, 육질또한 부드러워서 취향에 맞았다.

물론 스프 그자체로도 훌륭한 맛이었지만 고기스프라는 이름값에 걸맞게 주인공은 고기라는 느낌이 유독 강했다.





'그리고 각종 채소들이 잔뜩 놓여져있고 그 위에다가 우유빛깔 소스하고 약간 탁한 갈색소스가 뿌려진 음식도 만만치않게 최고였어.'




특제 소스를 뿌린 채소모듬은 그녀가 생각하기엔 구성원 하나하나가 정말 완벽한 음식이었다.

아삭아삭한 식감의 채소가 한입 가득히 씹히면 밍밍한 물기가 나오는데, 그것을 풍부한 맛의 소스가 보완해주었고.

보기만해도 좋을 형형색색의 새싹들을 한움큼 집어 입에 넣으면 향긋한 내음이 감돌았다.

입이 즐겁다는 표현은 바로 이런 음식을 먹을때 쓰는것이 분명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후우, 배불러.'





배가 어느정도 차자 슬슬 잠시나마 가출했던 정신이 돌아오는 것이 느껴져오기 시작했다.

식당 문을 열기 전에는 그래도 어느정도 정신이 똑바로 박혀있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미 음식냄새를 맡아버린 순간 나 자신을 주체할 수가 없었던거 같았다. 기억이 좀 드문드문 한 것이 굳이 따져보자면 어제와 같이 무의식 상태에 빠졌다고 보는게 아마 정답에 가장 가까울 것이었다.




'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된거겠지.'





내가 무의식의 상태에 빠졌거나 말거나 그거야 어찌되었든 밥 잘 먹었으니 아무려면 어떠냐고, 아무런 소동도 벌어지지 않았으면 괜찮은 거라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안녕?





'으음? 누구지?'





무의식의 어딘가에 들어본 적있는 목소리가 남아있었다, 익숙한 느낌의 그 목소리는 비유해보자면 마치 본래의 싱싱함이 비교적 덜한 채소라고 할수있겠다. 확실히 본래보단 힘이 빠진듯하고 맥없는듯한 느낌을 주는 어조의 허스키한 목소리였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점에서 나는 한가지 확실한 사실 하나를 떠올리곤 아차싶어서 순간 비명을 지를뻔했다.





'....잠깐,그렇다면 누군가 나한테 말을 걸었었다는건데?'





바로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나한테 말을 걸었었다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무의식에 상태에 빠진 내가 제대로된 대답은 커녕 반응조차 제대로 했을지도 의문이었다.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제대로 기분이 상해서 돌아갔을거라고 생각되었다. 그 순간이었다.





"저기."





내 귓가에 또다른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었다.

솔직히 서로 다르다고 하기에는 내포된 느낌만 달랐을뿐 음정이나 톤이 딱 무의식에 남아있던 그 목소리였다.

재빠르게 시선을 돌려 얼굴을 마주보고 사과를 건네려던 찰나에 그 목소리의 주인공의 모습이 내 육안에 확 들어왔다.

주황빛의 잘 다듬지 않은 긴 생머리에 단련된 잔근육과 엄청난 기세, 그리고 허리에 찬 투박한 검집에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검손잡이,날카로운 얼굴에 난 크고 작은 흉터들과 마지막으로 그녀 자신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조금 낡아보이는 코트를 걸친 모습까지.





"....? ....!"





그래서 다시 고개를 제자리로 재빠르게 돌렸다.

하필이면 나에게 말을 건게 저 ㅅ...아니 저 마족이라니?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밀려왔다.





'어째서 나한테...? 도대체 카를라일이 나한테 무슨 볼일이 있다고...!'





단신으로 일반적인 성의 절반크기나 되는 거대한 마수 베히모스와 맞붙어도 밀리지 않고 단 한자루의 검 만으로 베어잡는 인ㄱ..아니 반마족이 어째서 나한테 볼일이 있는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평소에 여기서 밥을 먹고 자기할일 하러간다는 익히 들어서 귀에 딱지가 앉을것만 같은 소문 그외엔 별다른게 없었다, 당연히 내게 관심을 가진다는 소문도 없었고, 내가 카를라일의 관심을 끌만한 여지를 줘본적도 없었다.

맨날 평안한 삶과 생존을 위해 힘쓰는 내가 그런걸 줄리도 없었고 말이다.





'...으아...뭐지, 대체 무슨 일이지?'





군단장들끼리는 서로간의 교류나 왕래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다.

...다른 곳에 주둔하고 있는 군단장 간의 왕래가 어떤지는 확실치는 않지만, 이건 장담할 수 있었다.

이곳 마왕성 데이라크에 주둔하는 군단장들 간의 왕래는 전체적으로 정말 모래밖에 펼쳐지지 않은 황량한 사막보다도 더 삭막하다는 것을 말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별로 신경쓰지도 않고, 괜히 훼방놓거나 사사건건 간섭하지도 않는다, 딱히 그러려는 생각도 없어보였다.

애초에 내 눈앞의 카를라일부터 살펴보면 다른 군단장들이 힘을 합쳐도 막기 버거울 마수나 괴수가 나올때만 주로 할일이 주어지며 다른때엔 별다른 일없이 먹고 수련하고 자고의 일과의 반복이었다.

뭘 간섭하려고 해도 할게 없고 괜히 그녀에게 훼방놓다간 얄쨜없이 목이 달아나서 데카르트하고 어깨동무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듀라한 데카르트는 마왕성 경비와 친위대장을 맡고있어서 잘못 훼방놓다간 그의 주먹에 즉결 심판당할 것이었다. 뭔가 간섭을 하려고 해도 그 특유의 무뚝뚝한 성격상 통할리가 없었고 말이다.





...무영은 방해할려고 해도 하지를 못할테니까 패스.

그렇다면 나, 사벨레인만 남는셈인데. 내 일을 훼방놓으려면 우선 정보를 전달해오는 월영부터 처리해야 할 것이었다.

쉽게 말해서 계단을 밟고 올라가듯이 단계별로 조져야한다는 셈이었다.

여기까지가 훼방을 놓아본다는 전제하다, 그렇다면 우리 4명의 군단장들이 서로를 훼방놓을 실질적인 확률은?

없다. 0의 0조차 되지 않는다, 차라리 낮밤이 없어진다는 편이 확률이 더 클것이다.





이런 문제는 생각해볼 가치가 없다.

그냥 전체적으로 자기 할일만 알아서 잘하라는 주의인데 도대체 뭘 생각해볼까.

아무리 모든 경우의 수를 상정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며 어떻게든 빈틈을 하나라도 찾아내서 메워버리는 나니까 확신하건대, 이건 이미 틈이 다 메워져 있어서 머리카락 한 올조차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애초에 그런 틈이 실낱만큼이라도 존재했다면 서로간의 왕래는 진작에 있었을 것이었다.

어쩌다보니 좀 길어졌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것은 내가 먼저 접근할 이유가 있으면 있지 절대로 카를라일이 내게 먼저 접근할만한 이유가 하등 없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아무리 더 생각해봐도 말이다.





"그...어...음..."





그런데 그런 내 생각과는 다른 모양인지 카를라일은 앞에서 입을 벌렸다가 닫았다가를 반복하면서 자꾸만 흉터를 긁적였다.

그러면서도 어째 시선을 나에게로 향하지 않고 이리저리 방황하는 것이 상당히 께름칙했다.

본능적으로 안좋은 예감이 느껴진다고 하는게 옳을 것이었다, 무언가 내가 모르는 접점이 있었다거나, 무슨일이 터졌는데 어떻게 하다가 나까지 연관되었다거나.





'...으음, 그러고보니 예전에 처음 만났을때도 이래갖고 내가 몇가지 조언을 해줬던게 기억나네.'





그때는 그냥 한 마왕군 병사인줄로만 알아서 친절하게 가르쳐줬던거였다, 그냥 병사인줄로만 알았던 그녀가 군단장 회의때 바로 옆자리에 착석하는 것을 보고 시선을 못마주쳤었던 기억도 같이 떠올랐다.

...뭐 어쨌든.





'... 설마 그것 때문에 찾아온 것은 아니겠지.'





어쩌면 정말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도 사람 대하는게 서툴러서 가르쳐줬는데 근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제 할말도 못하고 있지 않은가.

그제서야 뭔가 퍼즐의 아귀가 서로 딱딱 들어맞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저 이상한데에만 내성적인 자신의 성격에 스스로가 답답함을 느꼈고, 부하들에게 사람 대하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하기에는 또 뭐하니 예전에 한번 사람 대하는 법을 가르쳐줬었던 나를 찾아온 것이 분명했다.

솔직히 그런걸 가르쳐줬다고 하기에도 좀 뭐하지만 그녀로썬 선택지가 달리 없을테니까 말이다.





"으,으음...그게...어..."





내 마음대로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설령 그런게 아니라도 이런 식으로는 그녀가 하고싶은 말을 몇백년이 흘러도 듣지 못할게 분명하기에 어쨌든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




그런 의미에서 나는 별다른 일이 아니라는 안도의 한숨과 약간의 걱정섞인 한숨을 내뱉었다.

그나마 나랑 어느정도 연관이 있고 서로 면식이 있는 사이인데다 털털한 성격의 카를라일이라지만 날 죽이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는 무력을 가졌으니까 말이다.

어떻게 행동할지 모르는 맹수를 교육한다고 쉽게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게 지금 내 기분이고 말이다.




"?"




내 한숨에 카를라일은 어째서 한숨을 쉬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스윽-




"..."




나는 아무말없이 고개를 그녀를 향해 돌리고 시선을 마주쳤다.





"!"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마자 카를라일은 움찔 놀라면서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역시 그럴줄 알았다. 나는 최대한 듣는 입장에서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최대한 부드럽게 말해주었다.




"....카를라일, 내가 저번에도 얘기했을텐데, 누군가에게 하고싶은 얘기가 있을땐 서로 마주보고 해야한다고 말이야."




"!..."




나의 말에 그녀는 어깨를 움찔하더니 조금씩 조금씩 시선을 이쪽을 향해 돌렸다.

푸른 보석과도 같은 저 눈이 지진을 일으키는 것이 보이지만, 최대한 한 지점에 붙잡아놓으려고 하는것도 보였다.

체감상 꽤나 긴 시간이 지나고나서야 그녀는 나와 시선을 마주쳐도 피하지는 않았다, 동공지진은 여전히 일으켰지만 말이다.

그래도 한다면 하는구나 라는 생각에 나는 뜸을 들인뒤 다음 행동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서로를 마주했으면 이제 용건을 상대방에게 충분히 들리도록 말하는거지."





"...그, 어....음....그게, 그러니까..."




말을 더듬는 문제 같은 경우엔 고작 눈을 똑바로 못마주치는 것하고는 천지차이였기에 확 나아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기대도 전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게 가장 큰 문제인데 이러면 안되지.

나는 탁자를 한 손가락으로 긁으면서 어떻게하면 찾아온 목적을 들을수가 있을지 곰곰히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생각을 더 해보니까 굳이 이러지는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냥 내가 그게 뭔지 물어보면 그만이니까 말이다.




"카를라일, 말하고 싶은게 있는건 맞는거지?"




내 말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말하고 싶은게 있는건 맞군, 그렇다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차례다.





"그게 나랑 연관이 있어? 내가 거기서 중요해? 발을 뺄 수는 없고?"





세 번의 질문에서 그녀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음,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이러는거지.





"그러면 거기에 너도 연관되어있어? 아니, 이게 아니지...다른 군단장들도 연관되어 있어?"





나는 도중에 질문을 바꾸었다.

처음부터 군단장 하나만 콕 집을게 아니라 점차 걸러내기 시작하는게 더 편하고 확실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바꾼 질문에도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지 이건, 스케일이 커지는데?

온몸이 으스스한 한기가 밀려오는 것이 불길한 예감이 들어왔다, 아, 이건 아까전에 느꼈던 그 느낌과 비슷한데.





"....어, 다른 군단장들 전부는 아니지?"





나는 설마하는 심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그리고 내 쓸데없는 예감이 적중해버렸다, 전부는 아니냐는 내 물음에 카를라일은 고개를 내저으면서 처음으로 말을 더듬지 않고 대답했다.





"전부 연관되어 있는데...?"





그리고나서 뭔가를 곰곰히 생각하던 그녀는 경악한 나머지 내 눈을 똑바로 마주하고는 황당하다는 어조로 말을 잇었다.





"...!? 설마 사벨레인 너... 오늘 군단장 회의라는거 잊었던거냐? 아니, 아무리 이틀을 방에서 내리잤다지만... 역시 시간 관념을 잊어버린 건 좀 아니지 않아?"





오늘이 군단장 회의날이라는 것과 내가 이틀이나 방에 처박혀서 내리잤다는 새로운 사실까지, 전부 내가 모르고 지나칠까봐 친히 확인사살까지 하면서 말이다.

근데 얘 왜 갑자기 말 잘해졌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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