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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K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보니 마왕군 제 1 군단장이 되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2NK
작품등록일 :
2019.06.28 20:35
최근연재일 :
2020.09.04 10:03
연재수 :
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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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
글자수 :
407,100

작성
19.07.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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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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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Story. 0 흔하지는 않은 일상

DUMMY

어...제가 말을 잘못한 걸까요,사벨레인님이 저를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고 계십니다.

예의를 잘 지켰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만일 그게 아니라면 부하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으시기 위해 속으로 삭이시고 노력하시는 중 인걸까요.





"..."





여전히 말없이 저를 바라만 보고 계시니 어째 그쪽이 맞는것 같습니다.

세상에,이렇게 착한 마음씨를 가지신 분이 어디에 또 있을까요,제가 알기론 다른 군단장들 몇몇은 거의 세달마다 부하들을 바꾼다고 하던데 말입니다.





마음속에서 깊은 안도감이 느껴집니다,뭐...수틀리면 죽겠지만. 일단 지금은 죽지 않는다는거 아니겠습니까,지금 당장 죽을거 같은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면 제가 잘하면 사는거니까요.

이제부터 죽으면 제가 잘못해서 죽는거니까 별로 억울하지는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그인간들이 화만 안돋궜으면 제가 죽을일은 커녕 이렇게 사벨레인님이 화를 삭이시려 노력하시지도 않았을거 아닌가요? 그렇네요,이치를 따져봐도 제가 죽으면 100% 억울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오늘 여기서 죽는다면 다르칸하고 월영을 따라다니면서 평생을 걸쳐 저주하겠습니다, 대가리에 마구니가 낄 정도로 말이죠.






"...헛,내가 지금까지 뭔 생각을...!"





...그렇습니다,전 이미 패닉상태에 빠져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온갖 잡념이 지금 죄다 떠오르고 있습니다.

혼란스러워요,지금 감정상태가 엄청나게 혼란스럽습니다, 어째 혼란하다고 외치면서 호탕하게 웃는 어딘가의 정체를 알수가 없는 어떤 마족이 생각나는 상태입니다. 머릿속이 콩밭인데 그 콩밭이 전쟁터인거 같습니다.

제 멘탈이 약한게 아니라 지금 제가 느끼는 압박감과 긴장감이 규격외였던 겁니다,그나마 적게 느꼈다고 생각했던건 믿을게 못되는 거였어요.





분명 제 머리고 제 뇌인데 제어가 안됩니다, 그래도 몸에 비해서 영향을 덜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패닉에 빠진 상태여서 그렇게 느낀거였어요, 제가 처신만 잘하면 될텐데 머릿속이 이래서야 어디 잘 되겠습니까?

그나마 제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지진 않고 미소가 어설프긴 하지만 어쨌든 지어지긴 하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얼굴을 대면하고 뵈는데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뵈면 그자리에서 목이 날아갈지도 모르니까요, 물론 왜 기분나쁘게 미소짓냐고 목이 날아갈 염려도 있지만. 근 십년간 모셔온 결과 단 한번도 미소지었다고 기분나빠하신 적은 없었습니다.





지금이 좀 특별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웃는 낯에 칼 못던진다는 마족의 격언도 있으니까요.

아,그런데 사벨레인님은 인간이시죠? 그럼 망한걸까요? 저 지금 망한겁니까? 저 제대로 좆된거에요?! 예에?!

....후우,침착해야겠죠, 그래요, 전 침착해야만 합니다, 마족의 속담엔 베히모스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속담이 있으니까요. 물론 사벨레인님이 베히모스보다 수백배는 더 세겠지만, 그만큼 강한 상대를 만나도 정신줄만 붙잡으면 된다는거 아니겠습니까. 그런 의미에서 더는 제 머릿속에 마구니들이 꽉꽉 들어차서 움직이는 꼴을 보진 못하겠습니다, 어떻게든 사벨레인님의 일을 빠르게 처리하고 난 뒤에 저는 좀 기절해있어야겠습니다.





"어....제 말은 그러니까, 사벨레인님이 여길 오신 연유와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그러니까 절대 기어오르는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호기심 때문입니다,예! 정말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





어, 이게 아닌데...어째 이거 방금전에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해버린 덕에 명계행 편도티켓을 끊어버린 것만 같습니다, 음, 느껴지는 이 기세가 사나워지는 것을 보아하니 확실하게 끊은것 같네요, 모든 것이 다 저의 방정맞기 이를데가 없는 주둥아리 탓이지만 제발 환불 좀 해주시면 안될까요.

벌써부터 절 명계로 데려갈 사신들의 형체가 눈앞에 어른거리는 것만 같은데 말이죠, ...젠장, 지금 저보고 빨리 오라고 뭐라하는게 들려오는거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 진짜로 저 명계로 가야하는 겁니까? 살면서 아직도 못해본것이 많은데 딱 한번만 봐주시면 안될까요? 아직 저 마년으로 막 20살을 넘겼단 말입니다, 이대로 죽기에는 너무 젊다구요!





"...건강검진."





네? 건강검진이요? 방금 제가 제대로 들은겁니까? 정말 명계에서도 건강검진이 있는겁니까? 근데 그게 왜 필요한거죠? 사신님, 대답을 좀 해주세요! 이미 뒈졌는데 도대체 건강검진이 왜 필요한겁니까?! 씨발 명계에 가면 육체를 하나 새로 주기라도 한다는 겁니까!






"...건강검진, 그거 때문에 왔거든, 부탁해 전담치료사."





아니 씨발 전담치료사고 뭐고 건강검진이 대체 왜.... 잠시만.





'....방금 뭐라고 들려왔더라?'





분명 제가 잘못들은게 아니라면 전담치료사라는 단어를 똑똑히 들었던거 같은데 말이죠.

명계의 사자님에게 제가 전담치료사로 배치된 것은 아닐테고요, 그렇다면 저 얘기가 왜 나오는거죠?

게다가 건강검진을 부탁한다는 정중한 말투까지 겸비하셨는데, 제가 알기론 저런 말투는 제 1군단에서 군단장님 밖에 쓰지않는 말투입니다, 다르칸은 가벼움과 진중함이 섞여서 느껴지고 월영은 뭔가 무거우면서도 친근한 말투거든요.

저렇게 위엄과 기품, 그리고 예의까지 동시에 갖춘 말투는 단 한 사람. 아니 단 한 분밖에 없습니다.





'.... 나 지금 군단장님 앞에 두고 혼자 그지랄을 떤거였어?'





부디 지금 이게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왔습니다.

그럼 그렇죠, 저의 완전 한심한 멘탈은 유리와 다를바가 없어요, 말 한번 잘못했다고 멘탈이 나가버리다니, 그것도 군단장님 앞에서 말입니다. 잠시만, 유리는 마법 코팅이라도 되지만 난 안되잖아? 그렇군요, 그렇게 따져보니 전 유리보다 못한 새끼였습니다.

나같은 놈은 차라리 죽어버릴까요. 아, 어차피 선택권이 없이 그냥 사망 확정이네요.





조금이라도 살길을 찾기위해 노력같은거 안하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해드릴겁니다.

도둑이 현행범으로 잡혔는데 변명이 필요할까요, 지금 저 말에 지금 상황을 대입해보시면 답은 충분히 나올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





사벨레인님이 아까부터 입을 꾹 다무시고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시는 것이 역시 화가 나셨나봅니다.

역시 그렇겠죠, 손 하나만 까닥해도 죽을 하찮은 부하가 계속 자신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뇌내망상이나 하고 있었으니까요.

...생각해보니 이거 정말 큰일인거 같습니다, 자칫하다간 제 시체와 더불어 영혼마저 갈가리 찢기는 것은 아닐지 불안합니다.

갈땐 가더라도 형체는 온전하게 남기고 죽어야 할텐데 계속 이렇게 시간을 죽이다간 화풀이 대상이 제 목숨이 아니라 몸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형체는 없지만 기록은 남아있는 웃지못할 상황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넵, 건강검진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비참한 결말이네요, 살길을 찾지는 못해도 이 몸체가 죽어서도 온전히 보존되게는 해야겠습니다.

저는 재빠르게 고개를 숙여 대답한 후에 건강검진용 도구들을 찾은 뒤에 각종 상태 확인용 물약을 보관용 마도구에서 꺼내왔습니다.

흠, 이거 단냄새가 나는것이 음료수네요, 어떤 다르칸 같은 새끼가 나 몰래 여기다가 넣어놓은거지.

음료수는 슬쩍 옆으로 치워두고 정상적인 상태 확인용 물약을 꺼내와 탁자에 늘어놓았습니다, 각기 다른 열 가지 색깔을 띠는 이 물약은 마시는 그 순간 몸에 있는 노폐물이나 각종 상태이상이 있는지 확인해줍니다.





"우선 한 모금만 마셔보시죠."





상당히 신비로운 빛깔을 자랑하는 물약이 사벨레인님의 입을 타고 곧장 넘어갑니다.

한 모금 치고는 상당히 많이 마신감이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이거 만드는게 제겐 그리 어렵지도 않은데다가 곧 죽을 목숨이니까 별로 상관은 없겠네요. 어쨌든 저 물약에 대해 설명하자면, 마시는 대상의 체내에 무언가 이상이 감지될경우 그대로 몸에 흡수되어 아지랑이가 피어오릅니다. 독에 걸려있을 경우는 초록 빛, 체내 출혈은 붉은 빛. 뭐 이런식으로 말이죠.

아무런 일도 없다면? 그냥 무색무취무맹의 물이나 다를바가 없습니다.





"아무런 일도 없네요, 정상입니다 사벨레인님."





저의 말에 사벨레인님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잠깐이지만 미미한 미소를 본 것만 같은데, 기분탓이겠죠.

저는 물약을 전부 정리하고 하면서 사벨레인님을 뒤로했습니다, 죽어도 가능한 낌새를 느끼지 못하고 편안하게 죽고싶거든요.





'이렇게 정리하는 사이에 죽는다면 그나마 낫겠지?'





꿀꺽.






죽음이 코앞이라는 이 긴장감, 살고는 싶지만 제 멘탈이 희대의 병신짓을 저지르게 만들었기에 변변한 변명도 못 생각해내고 죽어버리는게 좀 아쉽기는 합니다. 그런데 뭐 어떡할까요, 저의 유리보다 못한 멘탈을 탓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가만 생각해보면 다르칸하고 월영은 이런 압박감을 많이 받는다고 해도 얼굴색만 창백하게 변할뿐 저처럼 멘탈이 나가지는 않더군요, 아마 그놈들은 많이 만나뵈어서 그런가봅니다, 늘 죽음이 가까이에 있는데 단련이 안될래야 안될수가 없겠죠.

이렇게 생각하니까 조금 부러워지네요, 역시 악령이 되어서 따라다녀야 하나.






"...그러고보니, 이름이 뭐였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삶의 미련을 접고있던 도중에 사벨레인 님께서 제게 이름을 물으시네요.

곧 죽을놈의 이름을 알아서 무엇하겠지만, 그렇다고 안알려드릴 이유 또한 없을뿐더러 괜히 물으시는 것은 어쩌면 아닐테니까 그냥 대답했습니다.





"데하무트 입니다."





"데하무트...그래, 알겠어."





자,이제 끝인겁니까, 이 짧은 마생의 끝을 보는겁니까.

휘익- 하고 방금 바람이 지나가는 것이 목덜미에서 느껴졌습니다, 서늘한 감각이 몸을 뒤덮는 것에 아찔한 나머지 그만 눈을 질끈 감아버렸습니다.

그렇게 몇 초가 지난 후에 문을 여닫는 소리가 저의 귓가에 들려왔습니다.




"...나 죽었나?"





그렇게 체감상 몇 분이 흐른뒤에 나 자신도 모르게 제 것이 틀림없는 목소리가 입에서 불쑥 튀어나왔습니다.

원래 죽어도 이렇게 목소리가 나오는게 정상인지 저는 안죽어봐서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사실 확인을 위해 감았던 두 눈을 떠야할 것 같습니다. 만일 제가 죽은게 맞다면 전 사후세계에 있을테니 제가 눈을뜨면 보이는 장소는 제 방이 아닐게 틀림없습니다. 왜 그렇게 확신하냐면, 그냥 제가 그렇게 믿을려구요.





"어... 안죽었나?"





역시 이상합니다, 여전히 목소리는 잘 나오고 제가 방금전에 넣어둔 상태확인 물약이 육안에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설마 사벨레인님께서 불충한 저에게 자비를 베푸셔서 살려주신걸까요.

전 상황파악이 제법 빠르기 때문에 금방 그게 확실하다는 결론이 도출해나왔습니다, 실제로 죽어보지는 않았지만 죽다가 살아난 기분이 이런 느낌일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되었습니다.





"휴우...."





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사벨레인님이 제게 배푸신 자비에 무한한 감사를 느꼈습니다.


* 특별편 *


"....저놈 우리 보이는거 같지?"


"데하무트라고 했나? 저놈 아직 죽을 목숨이 아닌데 벌써 사후세계로 들어오려고 한단 말이야?"


"아무래도 앞에 있는 존재 때문인 탓이 큰거 같은데..."


"...얼마나 무서우면 공포심과 패닉만으로 멘탈이 깨져서 사후세계로 영혼이 들어오냐, 불쌍하긴 한데 법대로 해야겠지?"


"당연하지,안그러면 우리가 죽어, 야! 포탈 곧 닫히니까 빨리 들어와라!"


"빨리 들어오라고! 으음, 안들리나? 하긴 완전히 들어온건 아니니까..."


"들어온건 맞긴 맞거든? 근데 접속이 불안정한거야, 영체의 격이 상당해서 그런가."


"아냐, 내가 볼땐 전부 저기 앞에 있는 존재 때문이라고, 지금 저 존재 때문에 데하무트라는 녀석이 공포심과 패닉만으로 열어제낀 사후세계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구."


"그러고보니... 저 존재에게서 퍼지는 알수없는 힘이 방해하는거 같지?"


"...야, 곧 문 닫힌다, 그냥 가자."


"응? 그냥 가자고? 그럼 우리 아렌트님한테 뒈지는거 아냐?"


"방금 연락이 오셨거든? 알수없는 힘을 가진 저 존재의 힘이 침투해 들어오면 우리도 그렇고 사후세계 전체가 진짜 곤란해지니까 그냥 다 관두고 오라셔."


"그래? 별일이네, 그럼 가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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