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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K 님의 서재입니다.

어쩌다보니 마왕군 제 1 군단장이 되었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2NK
작품등록일 :
2019.06.28 20:35
최근연재일 :
2020.09.04 10:03
연재수 :
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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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52
추천수 :
811
글자수 :
407,100

작성
19.06.30 12:00
조회
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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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Story. 0 흔하지는 않은 일상

DUMMY

나 다르칸.

마왕군 제 1군단장 사벨레인님의 부관 인생을 살며 근 십년중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낮의 위기는 위기도 아니었다,지금이 가장 위험하다고 나의 직감이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나와 이놈을 바라보는 저 청명하고 아름답게 빛나는 금안이 분노로 일렁이는듯한 느낌이 드는건 결코 기분탓이 아닐 것이다.




"..."




아까부터 줄곧 우리만 바라보시고 말이 없으신게 오히려 더 불안하다.

이걸 뭐라해야지?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고 하던가?

하긴 사벨레인님께서 화를 내고도 남았을 일들이 이것까지 합한다면 무려 세 번이나 일어났다,오늘따라 왜 그런 일들이 잔뜩 발생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중요한게 아니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단 한 가지,내가 확실하게 단언하는데 여느 군단장 같으면 저중 하나만 일이 벌어졌어도 그날 하루가 온통 뒤집어졌을거라는거다.

근데 갑자기 이 얘기를 왜 하냐면,그 여느 군단장 같으면 뒤집어졌을 일들이 무려 세 개씩이나 벌어졌는데 사벨레인님이 이걸 끝까지 참으실 확률은 거의 마왕님과 제국연합이 사이좋게 세력을 갈라서 좋게좋게 살아갈거라는 확률보다 더 희박할거라는 거다.

....그래,희박하겠지,젠장...오늘 낮에 방에서 겁먹고 도망치지 말걸 그랬다.




뒤늦은 후회가 물밀듯이 밀려왔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오늘로써 생을 마감하는게 몹시 아쉽고 억울하지만 친구를 잘못둔 다 내 죄일게 분명하다.

그렇게 체념하고 다음생엔 부디 근심걱정없게 살게해달라고 빌려던 찰나에 갑자기 문득 뇌리를 스치는 궁금증이 들었다.




'잠깐만...그러고보니까 얘가 사벨레인 님께 도대체 뭔 짓을 했던거길래...?"





문득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사벨레인님께서 도대체 왜 저 난잡하고 지저분한 검은 깃털들을 한움큼 씩이나 손수 드시면서 집무실에서 꽤나 먼 거리인 여기까지 굳이 찾아오신것일까.




'이놈이 얼마나 죽을죄를 지었길래 몸소 증거품까지 들고...?'




군단장의 일각이신 사벨레인님이 몸소 오신일이니 죽을죄가 분명하기야 하겠지만 그걸 지금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서 여쭤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이 새끼는 쓸모없게도 기억을 못한다고 했으니 대강 기본적인 단서로만 추론해봐야 할 것 같다.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싹싹 두발이 닳고 닳도록 빌어도 모자른데 갑자기 추론은 왜 하는지 궁금할 수도 있을텐데,죽을지도 모르니까 이러는거다. 무작정 잘못했다고 빌면 도대체 어느 나사빠진 존재가 "음,그래 봐줄게."하면서 용서를 해줄까,마족 최고의 (자칭) 인성갑인 나도 그런건 절대로 못한다.




그러니까 차라리 어느정도 신빙성 있는 추론으로 이놈이 한 짓을 알아내고 제 아무리 죽을죄라도 어느정도 수습이 가능하다면 최대한 말빨을 살려서 살아갈 방도를 모색해보는게 훨씬 낫다.

만일 수습이 불가능하다면? 얌전히 이새끼하고 난 함께 죽어야할게 분명하다. 뭐 어디 그런게 하루이틀인가.




'자...침착하게 가설을 세워보자.'




우선 난 머릿속으로 이녀석이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을때의 상황을 가정하며 상상했다.

아마 마족 본연의 힘으로 깨우친 자신의 고유 권능인 검은 날개를 이용해서 제국연합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입수하고 마왕성 데이라크까지 왔을것이 분명했다.

여기까지야 매우 평범한 그의 일과인 것이다,이녀석은 생긴 것만큼이나 깐깐하고 쓸데없이 근면해서 임무가 다 끝나도 도중에 조금이라도 땡땡이를 쳐보는 걸 보거나 들은 마왕군이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얘가 땡땡이를 안쳤으리는 없다고 나는 자신하고 싶지만 어렸을때부터 이녀석의 근면함을 너무나도 잘 보고 자란터라 도저히 부정할래야 할 수가 없다.그러니까 모든 가설에 이녀석은 반드시 이곳 마왕성 데이라크까지 왔었다는 것과 그리고나서 사벨레인님께 보고하기 위해서 곧장 집무실을 향해 갔을것이라는 절대적인 사실이 성립된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한 분기점이다.

분명히 집무실 창문까지 갔었다고 이녀석은 주장했었다,그렇다면 필히 창문까지 갔었을것은 뻔할텐데.

어째서 그것이 사벨레인님이 이토록 격노(?)하시게 만든 것일까.




여기서 첫 번째 가설.

사벨레인님이 그냥 화풀이로 때리셨을 경우다.

솔직히 완전 어이없는 가설이다,전에도 말했다시피 때렸으면 얜 단기 기억상실이 아니라 영원토록 기억을 잃고 살아야했을 것이다.

심하면 그자리에서 뇌출혈로 즉사했을게 뻔하다.





'그러니 이건 패스.'





그렇다면 두번째 가설을 세워보도록 하자.

우선 이녀석이 사벨레인님의 집무실 창문까지 무사히 갔다가 불의의 습격을 당해서 기절했을 경우로 가정해보도록 하자.

그 대단한 습격자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 이녀석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먼저 생각할 것이다.

자신이 직접 목숨을 끊어버릴 수도 있을테고,시간도 많이 걸리고 좀 많이 힘들겠지만 데려가서 암튼 뭔가를 할 수도 있을거다,제국연합의 습격자라면 고문을 통하거나 정신계 마법으로 기밀 정보를 알아낼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너무나 적으니까 보류.'





물론 지금까지 말한 것들이 진짜로 가설이 아닐 가능성은 단 0.1%라도 존재하긴 한다.

월영을 넘어서는 실력자가 상당히 적다고는 하나 손가락으로 꼽을만큼 적은것은 아니니까 말이다,어쩌면 마왕군 중에 누군가가 일부러 무언가를 계획하고 수작질을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건 엄연한 군법 위반인데다 월영을 넘어서는 실력자는 대강 군단에 속한 고위급 장교들중 한 두명 밖에 되지가 않는다,그것도 되게 미미한 차이여서 제 3자가 개입하지 않는한 절대로 월영이 그렇게 손쉽게 당할리는 없었을 것이다.




'만일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벨레인님이 알아차리지 못할리가 없지.'




어쩌면 제 3자가 개입했을 수도 있다,아니면 배신자가 발생해서 함께 합공을 가했을 수도 있고.

어떤 수를 썼든지 간에 집무실 창문 근처까지 날아갔을 월영을 기절시키고 안전하게 받아낼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아는한 우리에게도,그쪽에게도 존재하지가 않는다.

사벨레인님께서 계신 집무실은 요새의 최상층에 자리잡고 있다,1층부터 최상층까지 높이가 어림잡아 60m는 족히 된다,그런데 그걸 안전하게 받아낸다고? 어림도 없다.





'중력마법의 대가가 와도 그건 무리지,무엇보다도 어떤 식이든 소리가 나지 않게 물체를 받아낸다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아.'




떨어지는 대상에게 무음마법을 정확하게 적중시켜 소리가 안나게 할 수도 있다.

단지 그것뿐이다,무음마법이든 중력마법이든 어떤 마법이든 쓰던지 결국 마나를 써야하는데 사벨레인님이 근처에 있으신 한 마나의 파동과 습격자의 기척을 감지해내지 못하실리가 없다. 그러니 이것도 실현 가능성이 없으니 아웃이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가설은...'




그래,마지막으로 세 번째 가설을 세워보도록 하자.

첫 번째와 두 번째로 세워본 가설이 전부 틀렸다고 결론이 나왔으니 세 번째 가설을 세웠을때 답이 나오는 범위는 한정되어 있다.

어디보자,집무실 창문으로 다가간 이녀석은 무사히 사벨레인님께 보고를 하는데 성공했다고 쳐보자.

그런데 그런 와중에 갑자기 기절했다는 것이다,그렇다면 결론은 단 한가지 뿐이다, 그녀석이 전혀 기척을 눈치채지 못할만한 실력자이면서 가장 가까이에 있으셨던 사벨레인님께 불시에 공격을 당해서 단번에 기절한 것이다.





'부하를 아끼시는 분이니 다른 제 3자가 나섰었다면 그걸 가만히 놔두셨을리도 없으니까...역시 가장 유력해,정황으로 놓고보나 가설로 따져보나 이게 확실해.'





단순한 화풀이셨을 수도 있다.사벨레인님은 도통 그렇게 화풀이를 하는건 보여주신 적이 없긴하지만 오늘만큼은 확실히 화가 많이 나셨을테니까.

하지만 그건 이미 첫번째 가설에서 뇌출혈 엔딩으로 끝난 상황이다,하지만 가만히 더 생각해보면 사벨레인님이 힘조절 하나 못할리가 없지 않은가,그러니까 세 번째 가설은 일부러 힘조절을 해서 기절만 시키셨다는 거다.




'이것도 허점이 많아,첫번째 가설을 그냥 억지로 비튼거에 불과하긴 한데...'





솔직히 세 번째 가설은 첫 번째 가설을 억지로 모양에 맞게 구겨넣은거나 다름없다.

사벨레인님께서 성격이 좋으셔서 부하들을 함부로 죽이지도 않으신거지 조금만 내려가보면 10번대 군단장에선 부관이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니까 굳이 귀찮게 힘조절을 하셔서 월영을 기절시키시지 않으시고 그냥 죽이셔도 아무도 뭐라고 안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잠깐...혹시?'





문득 사벨레인님께서 들고오신 저 검은 빛깔의 깃털들과 세 번째 가설이 내 뇌리에서 서로 교차했다.





'혹시 이 모든게 사벨레인님이 의도하신 상황이라면?'





우선 여기서 우리 둘을 단숨에 명계행 급행열차에 태우신 뒤에 다음날에 증거품으로 저것을 제시하시면서 우리에게 어떤 누명을 씌우는거다,예를들어 이걸 어디 기밀창고에서 발견했다든지 자신이 자리를 비운사이에 기밀문서를 훔쳐 달아나는 녀석을 잡았다던지 그렇게 해서 부득이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거다.





'마침 화를 돋구었던 대상과 같이 있겠다,죽은자는 말이 없으니 여기서 죽여도 아무도 모를테니...우리에겐 최악의 상황이지만 사벨레인님껜 최적의 상황이잖아...'





드디어 머릿속의 퍼즐이 딱딱 맞춰지는 기분이다,첫번째,두번째 가설 이런건 다 필요없다.

분명히 세번째로 세운 가설이 틀림없었다,너무나 화가 나신 나머지 나와 월영을 동시에 처리하실 방법을 모색하시다가 월영이 마침 보고를 하러 들어온거다,그때 사벨레인님이 월영이 그녀 자신에게 무언가를 보고한 뒤에 꼭 나에게 간다는 사실을 기억을 해내신거다.





마침 오늘 낮에 다르칸이 자신의 화를 돋군 일이 생각나셨을테니 월영을 이용해서 나를 처리할 계획을 세우신거다.

나야 화를 돋구게만든 죄가 있다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화풀이를 했다간 그동안 쌓아온 사벨레인님은 적에겐 냉혹하지만 부하에겐 따뜻한 상관이라는 그 이미지가 무너질테니까 말이다.

그러니 화풀이를 해도 제 1군단장이라는 격을 훼손시키지 않으시려는 고도의 계략을 이렇게 세우신게 틀림없었다.





"..."





밝은 달빛이 창문을 통과하여 복도를 환환히 밝혔다.

복도에 내려앉은 어둠에 가려져서 전혀 보이지 않던 사벨레인님의 얼굴에 달빛이 내리비치자 모습이 완연하게 드러나셨다,내 기분탓인지 모르겠지만 늘 무표정이시기에 일자로 닫혀있던 입가엔 우리를 비웃듯이 입꼬리가 보일듯말듯 하게 살짝이나마 올라가 있었다.





'......정말...이신건가?'





정말 이 모든게 계획된거라고 확인사살을 해주는듯한 그 얼음장 같은 미소를 봐버린 나는 온몸이 얼어붙은듯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그저 겁에질려 요동치는 심장만이 굳지 않고 여전히 힘차게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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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Story. 0 흔하지는 않은 일상 +1 19.07.02 445 17 11쪽
9 Story. 0 흔하지는 않은 일상 +3 19.07.02 458 19 13쪽
8 Story. 0 흔하지는 않은 일상 +2 19.07.01 475 1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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