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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님의 서재입니다.

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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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최근연재일 :
2024.09.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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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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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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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 6. 박정후를 이용하라 (2)

DUMMY

“뭐야? 지금 대화 중인 거 안 보이냐?”


박정후는 항상 그렇듯, 상대의 기를 꺽을 때 쓰는 눈 야리기로 김남운과의 서열을 정리하려고 했다.


박정후는 키가 컸는데 운동도 많이 해서 팔에 근육이 꽤 붙어 있었다.


박정후의 팔은 김남운의 목보다 훨씬 두꺼웠다.


나는 박정후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 김남운을 목 졸라 죽여 버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 박정후 같은 아이와 귀찮게 엮이지 않으려면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무서워서 피하냐는 생각을 가지고 박정후를 대해야 했다.


‘나도 그러고, 반 아이들도 다 그럴 거야.’


하지만 김남운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아이였다.


박정후의 무시하는 듯한 시선에도 눈을 피하지 않고 상대를 똑바로 쳐다보아서, 오히려 김남운이 박정후를 내려다보는 듯한 분위기가 되었다.


김남운이 눈에 품은 살기가 박정후의 위협적인 눈빛보다 훨씬 강렬했다.


“그치만. 네가 길을 막고 있어서 내가 화장실에 갈 수가 없는걸······.”


김남운은 살기를 품은 눈과는 다르게 말을 부드럽게 했다.


그리고 곤란함이 다 드러나는 얼굴로 박정후를 보았다.


“안 비켜 줄 거야?


내가 보기에 김남운은 겁이 없다.


그러니까 우리 반의 일짱인 박정후를 상대로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다.


“한번 해 보자는 거야?”


김남운이 싸움을 한 번도 안 해 본 것 같이 연약한 이미지라면, 박정후는 싸움밖에 모르는 바보였다.


나는 박정후가 나를 밀치고 김남운 앞으로 가서 뚜둑 소리가 나게 손을 꺾을 때, 또 일이 벌어지겠구나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언제까지 쌈박질을 할 거야? 한심하다, 진짜.’


야.


박정후가 다짜고짜 김남운의 멱살을 잡았다.


지켜보는 나는 당황했는데, 김남운은 예상했다는 듯이 침착했다.


“왜, 때리려고? 그럼 빨리 때리고 보내줘. 화장실 좀 가게.”


저 정도로 화장실에 집착하는 걸 보면 정말 급한 것 같은데, 그걸 막고 있는 박정후는 정말 인간이 아니었다.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하잖아. 그만하고 보내줘.”


나도 거들었다.


그런데 거기서 끼어든 게 실수였다.


“너 얘 좋아해?”

“뭐?”

“마음 있으니까 얘 편 드는 거 아니야?”


김남운은 정말인가 하고, 멱살을 잡힌 채로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고 있자니 얼굴이 빨개졌다.


나는 황급히 아니라고 말하며 손을 저었다.


“진짜 아니야!”


그러나 박정후는 또 말이 안 되는 온갖 망상을 하기 시작했다.


“난 몰랐네, 네 취향이 이쪽인줄. 이제 보니 작고 하얀 애를 좋아하는구나?”


박정후 말대로 김남운은 키가 작고 피부색이 하얬다.


창백할 정도로.


그건 사실이지만, 난 나와 키가 비슷하고 나보다 얼굴이 더 하얀 남자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날 거부했던 거구나. 난 까맣고 크니까.”


박정후가 하는 말을 듣다 보면 왜인지 모르게 얼굴이 빨개지게 된다.


“왜 넌 항상 모든 걸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거야?”


손을 놓지 않으면 선생님을 부르겠다고 박정후를 협박할 생각이었다.


내가 굳이 움직일 필요도 없이 기가 막힌 타이밍에 선생님이 나타났다.


“너희, 뭐 하냐?”


무섭기로 유명한 수학 선생님이 김남운의 멱살을 잡은 박정후를 보았다.


“······아, 선생님.”


당황한 박정후가 손을 놓는 것과 동시에 수학 선생님이 들고 있던 막대기로 박정후의 머리를 툭 때렸다.


“친구 괴롭히지 마라.”

“네~.”


박정후는 순진한 척 해맑게 대답했다.


김남운은 자유의 몸이 되자마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너 이 새끼, 운 좋은 줄 알아.”


그래서 박정후가 작게 중얼거리는 것을 듣지 못했다.



***



박정후를 따라 부하들이 자리를 떠난 후에 드디어 화장실에서 송시현이 나왔다.


폭행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는 얼굴 상태였다.


‘많이 맞았네.’


나는 송시현이 나 때문에 맞았다고 뭐라고 하면 어떡하지, 걱정했다.


그런데 송시현은 남자 화장실을 나왔을 때, 나를 보고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오, 전예은! 나 걱정돼서 와 준 거야?”


보통 누구에게 맞으면 기분이 상해서라도 못 웃을 텐데, 송시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여느 때처럼 웃고 있었다.


“괜찮아······?”


그래도 일단은 물어보았다.


“응. 별로 안 맞았어.”


그렇게 말하고 웃는 송시현을 보고 있자니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뭐랄까, 너무 미안했다.


“······미안. 나 때문에 네가 해코지를 당했네.”


내가 고개를 숙여 미안함을 드러내자 송시현이 아니라면서 양손을 저었다.


“엥? 아니야, 아니야. 사과하지 마. 사과해야 할 사람은 네가 아니니까.”


송시현은 입가에 미소를 지우고 박정후가 떠난 쪽을 쳐다보았다.


‘쟤도 정색할 줄 아는구나.’


신기해하면서 보고 있는데, 송시현이 다시 활짝 웃으면서 나를 보았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게 하나 있는데.”

“응?”


송시현이 가까이 오라며 손짓을 했다.


나는 송시현에게 귀를 갖다 대었고, 송시현이 내 귀에 대고 작게 말했다.


“박정후를 이용하는 거야.”


박정후.


이용.


이것만으로는 송시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무슨 소리야? 박정후를 어떻게 이용해?”

“박정후가―.”


송시현이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할 때, 화장실에서 김남운이 나왔다.


“······.”


김남운은 화장실 입구 겸 출구를 막고 있는 나와 송시현을 보며 무언가 말을 하려고 했다.


눈치 빠른 송시현이 먼저 배려를 해 주었다.


“아, 미안. 내가 길을 막고 있었지?”


송시현은 재빠르게 옆으로 비켜 서서 김남운이 마음 편히 길을 지나갈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었다.


“자. 지나가~.”


김남운은 송시현을 빤히 보고 그 옆에 선 나도 잠깐 쳐다보더니, 금세 걸음을 뗐다.


송시현은 김남운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저 말했다.


“박정후가 널 좋아하잖아. 그 점을 이용해서 김남운을 곤란하게 만들자.”

“곤란하게? 어떻게?”

“네가 일부러 김남운에게 잘해줘, 박정후가 보는 앞에서. 그러면 박정후가 바로 김남운을 건드리겠지.”


그제야 나는 송시현이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닫고 몸을 약간 뒤로 뺐다.


“근데 그건 너무······.”


박정후의 눈에 띄면 어떻게 되는지 송시현이 제일 잘 알 텐데,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니 송시현도 마냥 순진하고 착한 아이는 아닌 것 같았다.


“내가 나쁘다고 생각해?”


송시현이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고, 송시현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는 감수해야 돼. 그래야 김남운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어. 현재 상황에서는 이것 말고 더 나은 방법이 없다.”


송시현은 감정을 죽이고 이성적으로 말했다.


‘역시 이것밖에는 방법이 없는 걸까?’


잠시 고민하다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알았어.”


내키지는 않았지만, 송시현이 말한 방법 외에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임해줘. 연기인 거 티나지 않게. 뭐, 어차피 박정후는 바보라서 눈치채지 못할 테지만, 김남운은 아니잖아.”


송시현이 날 보며 싱긋 웃었다.


대충 잘하라는 뜻이었다.


“으응······.”


대답을 하는데, 어째서인지 목소리가 작게 나왔다.



***



“남운아.”


나는 교실로 돌아가자마자 김남운에게 가서 친한 척을 했다.


“아까 잡힌 데 괜찮아? 상처 좀 보여줘.”


김남운은 여느 때처럼 책을 읽고 있었는데, 내가 갑자기 다가가자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다.


“······괜찮아.”


물론 나는 괜찮다는 말에 포기하지 않았다.


“난 안 괜찮아!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

“딱히 그렇지는―.”


나는 김남운이 말을 다 잇기 전에 목을 덮고 있는 단추를 풀었다.


김남운은 가만히 있다가 옷의 단추가 풀어지는 변을 당했다.


“뭐, 뭐 하는 거야?”


그 질문을 하는 김남운은 어벙해 보였다.


“아, 어떡해······. 역시 상처가 났잖아······.”


나는 호들갑을 떨면서 혼신의 연기를 했다.


“안 되겠다, 양호실에 가자.”


내가 생각해도 참 과장된 연기였다.


김남운은 괜찮다고 말하며 내 손을 뿌리쳤다.


그때 박정후가 내 쪽을 보았다.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가 이제야 나에게 관심을 준 것이었다.


“안 돼!”


나는 김남운의 왼손을 덥석 잡았다.


박정후, 봐.


나 지금 김남운이랑 손 잡고 있어.


“뭐 하는······.”


김남운은 나에게 손이 잡힌 채로 말을 잇지 못했다.


당황해서 말이 안 나오는 듯했다.


예상했던 대로 뒤에서 박정후가 저벅저벅 다가와, 김남운의 어깨에 조용히 손을 올렸다.


“······야. 너 이따 나 좀 보자.”


박정후는 나는 무시하고 김남운에게만 그 말을 했다.


박정후가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을 즈음에 수업 시작 예비 종이 울렸다.


“종 쳤다. 이따 다시 대화하자!”


나는 김남운에게 손을 흔들었다.


자리로 돌아가서 송시현에게 어땠냐고 묻자 송시현이 나에게 엄치 척을 했다.


“최고였어. 아주 잘하던데?”

“그, 그래······?”


나는 고맙다고 말하며 다음 교시 준비를 했다.


김남운의 의아한 시선이 나에게 따라붙었다가 금세 흥미를 잃고 떨어져 나갔다.


‘미안해. 하지만 이강현을 위해서는 이게 최선이야.’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박정후 무리와 같이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온 김남운의 얼굴에는 아까는 없었던 상처가 새로 생겨나 있었다.


‘때렸나 보네.’


내가 김남운의 상태를 살피자 송시현이 나에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


고개를 끄덕이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지만,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 때문에 김남운이 저렇게 됐는걸······.’


송시현은 내가 계속 김남운에게 다가가기를 원했다.


송시현이 하라는 대로 김남운에게 다가감에 따라 박정후가 김남운을 부르는 횟수가 늘어났다.


이윽고 김남운의 얼굴은 성한 곳이 없게 되었다.



***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아?”


나는 박정후에게 맞아 엉망이 된 김남운의 얼굴을 보고 죄책감이 들었다.


송시현은 조금만 더, 라고 대답하며 나보고 김남운과 더 친해지도록 노력하라고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물러나기에는 아깝잖아.”


하지만 미안한 건 미안한 거였다.


나는 송시현에게 더 이상은 못 하겠다고 말했고, 내가 정색하며 거절하자 송시현도 결국에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응. 하기 싫으면 어쩔 수 없지. 일단은 여기까지 하자.”


일단은, 이라는 말이 심히 거슬렸다.


그러나 공범인 주제에 착한 척을 할 수는 없어 김남운과 박정후의 관계를 모르는 척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반응이 없는 걸 보면 역시 김남운은 평범한 아이인 거 아닐까?’


나와 송시현이 박정후를 이용해 못살게 구는 동안, 김남운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성격이 소심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그러려니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김남운이 말 한 마디 없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왜지?’


김남운은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무서울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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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8. 휴식 24.08.09 50 1 13쪽
28 27.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벌어지는 일 (3) 24.08.08 52 1 12쪽
27 26.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벌어지는 일 (2) 24.08.07 51 1 13쪽
26 25.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벌어지는 일 (1) 24.08.06 54 1 11쪽
25 24. 초대형견과 가출견 24.08.05 58 1 12쪽
24 23. 목줄 사건 24.08.04 67 1 12쪽
23 22. 돼지 껍데기 남자 (3) 24.08.03 70 1 15쪽
22 21. 돼지 껍데기 남자 (2) 24.08.02 73 1 11쪽
21 20. 돼지 껍데기 남자 (1) 24.08.01 78 2 11쪽
20 19. 이강현의 협박 24.07.31 86 0 19쪽
19 18. 일진 사냥3 -이강현3- 24.07.30 81 1 11쪽
18 17. 일진 사냥3 -이강현2- 24.07.29 87 1 11쪽
17 16. 일진 사냥3 -이강현1- 24.07.28 94 2 13쪽
16 15. 일진 사냥2 -안재호3- 24.07.27 97 2 13쪽
15 14. 일진 사냥2 -안재호2- 24.07.26 97 2 11쪽
14 13. 일진 사냥2 -안재호1- 24.07.25 9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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