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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님의 서재입니다.

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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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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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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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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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6. 일진 사냥3 -이강현1-

DUMMY

이강현을 만나러 가는 길에 나는 싱글벙글 웃었다.


‘맨날 당하기만 해서 몰랐어. 남을 괴롭히는 게 이렇게 즐거울 줄은.’


이제는 일부러 웃으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너, 김남운 대신 복수하는 걸 즐기고 있구나?’


물론 그것은 죄가 되지 않았다.


나는 인간이 아니라 신의 신분이었기 때문에, 내 신경을 거스르는 짓을 하는 모든 인간을 처벌할 수 있는 힘과 권리가 있었다.


새로운 인생.


강한 능력.


나에게 주어진 유리한 점들을 최대한 잘 이용하여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 예정이었다.


‘우선, 내 세상에 일진 놈들은 필요없다.’


신민철과 안재호를 처리했다.


이제 남은 건 이강현뿐.


‘이강현은 그놈들과는 다를 거야. 훨씬 강하고 끈질기겠지. 하지만 내가 질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


나에게는 이길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



신이 되기 전 인간 위상우였다면 이강현에게 찍소리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성인이지만 딱 대한민국 남자 평균 키에 조금 마른 체형의 나는, 키가 크고 어깨가 넓게 벌어진 고등학생들과 나란히 세워 비교하면 별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발육이 왕성한 요즘 고등학생들이, 성인인 나를 완전히 압도할 정도였다.


그래서 나는 길을 지나가는 고등학생 무리를 보면 피해 다녔다.


전에 운 나쁘게 불량한 고등학생 일진 무리의 눈에 띄어 맞고 삥을 뜯긴 뒤로는, 일진 같이 보이는 아이들을 보면 일단 피하게 되었다.


나는 순수하지도 착하지도 않았지만, 그럼에도 최대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조용하고 평범한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중에 가끔 진짜 착한 사람들을 보면 인간이 어떻게 저렇게 착할 수 있나 신기하여 나라는 존재에게 회의감을 느꼈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선의 길을 추구했다.


남보다 특별히 잘하는 것이 없는 평범한 나에게 있어서는, 착하게 사는 것만이야말로 내가 유일하게 잘하고, 또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짜증이 나도 참고, 화가 나도 참았다.


누가 나에게 시비를 걸어도 참고, 도발을 해도 참았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일절 싸우지 않는 대신, 나 자신과 싸웠다.


다른 사람들을 원망하고, 미워하고, 해를 끼치고 싶어 하는 내 마음과 나는 싸웠다.


항상, 언제나.


싸움은 내가 이겼지만, 내가 이김으로써 또 다른 내가 싸움에서 졌다.


나는 나를 죽였다.


착하다는 게 유일한 장점인 나로서는, 차마 그 가식적인 모습을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었기에.


나는 눈을 감고 오랜 시간 숨을 죽인 채 살았다.


아주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살았다.


어릴 때부터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숨겨 왔던 탓에 참는 것은 습관이 되었다.


그리고 그 습관은 나중에 병이 되어 나를 찾아왔다.


나는 병에 걸려 천천히 죽어 갔다.


어떨 때는 나를 둘러싼 단조로운 일상이, 답답한 내 모습이 너무 싫어서, 그냥 시원하게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가 있기도 했다.


한번 소리를 크게 질러 보려고 입을 열었다.


“아. 아.”


목소리는 작게 나왔다.


무언가가 내 목구멍을 막고 있는 것처럼, 속삭이는 듯한 소리만 나왔다.


‘목소리가 안 나와.’


나는 노래방으로 갔다.


성인이 된 후로 처음 가는 노래방이었다.


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두세 번 갔던 것을 제외하면 따로 노래방에 가 본 적이 없었다.


나는 내향적이었다.


아니, 내향적인 척을 하고 있지만 사실 내향적이지 않았다.


원래 말을 엄청 많이 하는데 말실수를 자주 하는 편이라, 실수해서 미움을 받지 않으려고 말을 아끼며 학교 생활을 했던 것뿐이다.


그렇게 늘 진짜 모습을 감추고 사느라 답답했던 나는 노래방에서 소리를 크게 질러 스트레스를 풀려고 했다.


“아―.”


언제나처럼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소리를 내야 하는데.


소리를 질러야 하는데.


그동안 남의 눈치를 보며 살았던 세월이 너무나도 길었다.


나는 속 시원하게 소리 한번 지를 수조차 없었다.


“아······.”


나는 절망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맞춰 조용히 살려고 했던 나는, 어느새인가 정말로 조용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것은 바꿀 수 없었다.


이미 내 몸이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여 순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몸을 조종하는 사람은 더 이상 내가 아니었다.


몸은 내 명령을 듣지 않았다.


오로지 자기가 편한 대로 행동했다.


쉽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아내, 그 길로만 가려고 했다.


그 길에 끝에 나는 안중에도 없었다.


‘조용히 살다 보니까 알게 된 거겠지, 그렇게 사는 게 편하다는 걸.’


나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지금 이 모습이 내 진짜 모습이 아니지만, 가짜가 진짜가 되지 못한다는 법은 없었다.


나는 가짜를 진짜로 만들기로 결심했다.


진짜 모습 위에 가짜 모습을 덮어씌우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짜 모습대로 행동하고 말을 했다.


내가 나를 점점 잃어감에 따라, 나의 가짜 모습은 서서히 진짜 모습이 되었다.


엄마도 나를 소심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엄마조차 나를 잘 몰랐다.


그러니 나도 나에 대해 알 수 없었다.


알려고 하면 안 되었고, 알아서도 안 되었다.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이였다.


그래서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아이에게 내 몸의 소유권을 넘겨 주었다.


그러면 다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다.



***



하지만 나는 죽었다.


칼에 찔려 죽고, 하루 뒤 다시 태어났다.


죽었다가 살아난 다음에야 깨달았다.


착한 건 결코 좋은 게 아니다.


‘오히려 그건 내 약점이야. 나는 그 점을 고쳐야 돼.’


나는 장난이 아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착하게 살려고 하다가 얼마나 어이없고 허무한 죽음을 맞이했는지, 평생 잊지 말자.’


첫 번째 생과 또 같은 일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나여야 했다.


‘어쩌면 이번 생은, 내가 나를 숨기고 사는 걸 불쌍하다고 여긴 신이 나에게 두 번째 인생을 선물로 준 거 아닐까? 이번 생에서는 자신을 숨기지 말고, 당당하게 드러내고 살라는 뜻으로.’


내가 내가 아닌 것으로 피해를 본다면 결국 나는 내가 될 수밖에 없다.


‘내가 아닌 존재로 사는 것은 그만두고, 이제는 내가 나로 사는 것에 집중을 하는 거야.’


그게, 이강현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면서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더 이상은 나 자신을 속이지 말자. 남을 위해 나를 기만하는 삶은 질렸어. 이제 나도 나를 위해 남을 기만하는 삶을 살아야지,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그런 것과 똑같이.’


모두가 자기를 위해서 산다.


나는 그 세상에서도 남을 위했다.


그러나 죽고 나서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남을 위해서 사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 사니까.


‘내가 인생의 주인공인데, 왜 남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하지? 내가 나인 것을 왜 부끄러워해야 하지?’


그동안 나는 나를 너무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을 열어 보면 항상 상처가 썩어 문드러져 있었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다.’


더는 나를 비참하게 만들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며, 걸음을 서둘렀다.


목적지가 코앞이었다.



***



이강현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녀석은 사전에 아무 말도 없이 학교를 빠져 놓고, 한가하게 농구장에서 농구를 하고 있었다.


‘와, 인생 진짜 편하게 산다······.’


나는 학교를 결석하고 농구를 하는 이강현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러나 궁금해졌다.


‘쟨 분명 아무 생각도 없을 거야. 왜냐하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사니까.’


수업을 땡땡이 치고서 농구장에 와서 농구를 하는 게, 머리가 꽉 찬 지식인의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나는 이강현이 아무 생각도 없이 산다고 확신했다.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김남운을 괴롭히지 않았겠지. 그게 잘못된 행동이란 걸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멍청하다는 뜻이니까.’


이제는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진지한 눈으로 이강현을 보았다.


‘저놈은 살아 있어서는 안 돼. 꼭 죽여야 돼.’


이 세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는 죽인다.


그게 두 번째 생을 사는 나에게 주어진, 일종의 사명 비슷한 것이었다.


“이강현.”


나는 이강현을 불렀다.


내가 보는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농구에 열중하고 있던 이강현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공을 잡았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뭐냐?”


이강현이 나를 알아보았다.


“네가 왜 여기에 있냐?”


이강현은 공을 바닥에 통통 튕기면서 내 쪽으로 왔다.


내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이강현이 나에게 공을 던졌다.


퉁!


가만히 있던 나는 갑자기 날아온 공에 코를 맞았다.


“따라왔냐?”


맞은 곳에서 피가 나서 손으로 막았다.


나를 때린 공은 자연스럽게 이강현에게로 굴러갔다.


‘아주 그 주인에 그 공이다.’


나는 공이 자기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기라도 한 것처럼 공을 노려보았다.


이강현이 다시 공을 주웠다.


“내가 물었잖아, 왜 여기에 있냐고?”


확실히 이강현은 내가 여태 만나온 조무래기들과는 다르다.


조선이나 신민철, 안재호와는 급이 다른 존재.


‘하지만 그렇게 치면 나도 이강현과 급이 다르지. 난 신이고, 저 새끼는 인간인데.’


나는 내가 신이라는 사실에 자신감을 얻은 후, 입을 열었다.


“오늘 왜 학교 안 왔어?”

“······뭐?”

“오늘 왜 학교 안 왔어?”


아무리 멋진 말을 해도 코피를 흘리고 있으면 가오가 서지 않는다.


나는 내 코에서 피가 나오지 않도록 조치했다.


피야, 그만 흘러라.


생각하니 정말로 피가 멈췄다.


‘역시 내 능력은 사기라니까.’


나는 코피가 묻은 얼굴을 소매로 쓰윽 닦았다.


이강현에게 다시 물었다.


“학교, 왜 안 왔냐고.”


이번에 답하지 않으면 바로 녀석의 양팔을 잘라 버릴 생각이었다.


내 눈빛에서 섬뜩한 살기를 읽었는지, 이강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냥.”

“그냥?”

“귀찮아서 안 갔는데?”


요즘 중학생은 학교 가기 귀찮으면 결석을 하고 농구장에서 농구를 하나 보다.


“아, 그래?”


나는 이강현이 그럼 그렇지, 하고 생각했다.


녀석에게는 목표라는 게 없었다.


그저 꼴리는 대로 사는 것이었다.


‘그렇게 살면 너 인생 망해. 나중에 어른 되어서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물론 내 눈에 띈 이상, 이강현이 어른까지 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어른의 입장으로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야. 넌 인생의 목표도 없냐? 중3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다니면 어떡해? 귀찮아도 학교에 가고, 하기 싫어도 공부를 해야지. 언제까지 그렇게 편하게 살래? 조금 있으면 너 고등학생이야. 고등학생 때 공부 제대로 안 하면 인생 망하는 거 몰라? 나중에 백수 되고 싶으면 계속 그렇게 살아라.”


나의 경험이 담긴 인생 조언이었다.


잠시 말없이 있던 이강현이 금세 발끈했다.


“너 지금 나한테 설교하는 거냐?”

“설교라기보다는 어른의 지혜, 경험이라고 해두자.”

“이 새끼가 미쳤나!”


이강현이 바로 오른손을 들었다.


원래대로라면 나는 저 손에 맞았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맞지 않았다.


“뭐, 뭐야······?”


이강현의 오른손은 그대로 허공에 붙어 버렸다.


이강현이 아무리 힘을 주고 안간힘을 써도 신의 힘은 거스를 수 없었다.


“씨발, 이거 왜 이래!”


나는 이강현이 당황하는 모습을 실컷 지켜보았다.


잠시 후에 이강현이 나를 보았다.


“네 짓이지?”


이강현도 안재호 못지않게 감이 좋았다.


“당장 안 풀어?”


그러면서 봉인되지 않은 반대쪽 손으로 나를 때리려고 했다.


나는 녀석의 왼손도 봉인했다.


“이런, 씨······!”


이강현은 양손이 허공에 붙어, 꼼짝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놈이 양손 만세를 하고 나를 보는 꼴은 참 가관이었다.


“이강현.”


나는 녀석을 잔잔한 목소리로 불렀다.


“넌 너무 폭력적이야.”

“네가 처맞을 짓을 하니까 그렇지!”


끝까지 자기 중심적인 새끼.


나는 녀석의 코를 세게 뭉개 버리고 싶었다.


나에게는 그럴 힘이 있었다.


“폭력적인 팔은 차라리 없는 게 나아.”


그래서 이 말을 하며, 녀석의 양팔을 내 눈에만 보이는 투명 검으로 곧장 잘라 냈다.


손목만 자른 신민철 때와는 달리, 이강현의 팔은 팔꿈치 윗부분까지 잘려진 상태였다.


어깨에만 잘리지 않은 팔이 조금 붙어 있었다.


이강현은 신민철보다 훨씬 악질이었다.


그러니 이강현이 더 강한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했다.


“으아아악······!”


순식간에 양팔을 잃은 이강현이 놀라움과 두려움이 섞인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아악······!”


나는 이강현이 비명을 다 지를 때까지, 앞에서 여유롭게 기다려 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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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벌어지는 일 (3) 24.08.08 52 1 12쪽
27 26.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벌어지는 일 (2) 24.08.07 51 1 13쪽
26 25.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벌어지는 일 (1) 24.08.06 54 1 11쪽
25 24. 초대형견과 가출견 24.08.05 58 1 12쪽
24 23. 목줄 사건 24.08.04 67 1 12쪽
23 22. 돼지 껍데기 남자 (3) 24.08.03 70 1 15쪽
22 21. 돼지 껍데기 남자 (2) 24.08.02 73 1 11쪽
21 20. 돼지 껍데기 남자 (1) 24.08.01 78 2 11쪽
20 19. 이강현의 협박 24.07.31 86 0 19쪽
19 18. 일진 사냥3 -이강현3- 24.07.30 81 1 11쪽
18 17. 일진 사냥3 -이강현2- 24.07.29 87 1 11쪽
» 16. 일진 사냥3 -이강현1- 24.07.28 94 2 13쪽
16 15. 일진 사냥2 -안재호3- 24.07.27 97 2 13쪽
15 14. 일진 사냥2 -안재호2- 24.07.26 97 2 11쪽
14 13. 일진 사냥2 -안재호1- 24.07.25 93 1 11쪽
13 12. 일진 사냥1 -신민철3- 24.07.24 10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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