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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님의 서재입니다.

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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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글

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최근연재일 :
2024.09.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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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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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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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6.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벌어지는 일 (2)

DUMMY

사채업자 사무소는 인적이 드문 동네의 외곽에 위치해 있었다.


사람이 거의 지나다니지 않고 사무소도 어두운 곳에 위치해 있어서 사람 한 명 죽어도 정말 아무도 모를 것 같은 곳이었다.


나는 2층으로 된 사무소 건물을 올려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살인하기에 딱 좋은 장소네.’


근처에 사람이 없으니 목격자가 생길 일도 없어, 느긋하게 복수를 끝마치고 나오면 될 듯했다.


‘맞다.’


사무소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먼저 돈을 소환했다.


엄마를 폭행한 사채업자들에게 복수를 하는 것과 동시에 엄마가 사채업자들에게 진 빚도 탕감해 줄 생각이었다.


‘그래야 엄마가 더는 고생하지 않겠지.’


아들을 잃은 것으로도 충분히 힘이 들 테니, 나는 엄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엄마가 사채업자들에게 얼마를 빌렸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 간단하게 이천만 원을 만들었다.


만 원짜리 지폐 이천 개였다.


나는 신의 능력으로 소환한 이천만 원을 커다란 자루 속에 넣어 입구를 닫았다.


양이 많아서 자루에 넣지 않으면 들고 갈 수가 없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자루를 들어 보니 꽤 묵직했다.


‘이것 참 느낌이 이상하네. 마치 도둑이 된 기분인걸.’


나는 그 자루를 어깨에 메고, 사무소로 들어갔다.



***



“안녕하세요~.”


사무소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일단 밝게 인사했다.


적들의 경계를 허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너무 활짝 웃었던 탓인지, 사무소에서 신나게 웃고 떠들던 남자들이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


“······.”


몇 초간 침묵이 흘렀고, 나는 금방 나를 보며 정색하는 남자들을 볼 수 있었다.


“어엉!?”

“넌 뭐야!”

“저 꼬맹이 뭐야, 누가 여기에 불렀어?”


고참으로 보이는 나이든 사람들이 묻자 신참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들이 대답했다.


“전 아닌데요.”

“저도 아니에요.”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지, 남자들은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이거 왜 이래? 나 좀 섭섭하려고 그래. 우리 아까 봤잖아.’


하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이 사람, 저 사람을 협박해서 사람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못 외우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자 그들의 단체 얼굴 인식 장애가 납득이 되었다.


자연스레, 더더욱 그들을 이 세상에서 해치우고 싶어졌다.


나는 태연하게 말을 꺼냈다.


“아, 저는 강영화라는 여성분의 지인인데요.”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지 못하는 이 한스러움!


나는 내가 홍길동이 된 것만 같았다.


“돈을 갚으려고요.”

“돈?”

“네, 돈이요.”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낮고 네모난, 조폭 사무실 나무 탁자 위에 자루를 내려놓았다.


“강영화 씨가 이 사무소에서 돈을 얼마를 빌렸나요?”


남자들은 내가 장난을 친다고 생각하는지 질문에 답해주지 않았다.


‘흠. 강제로 입을 열어야 하나.’


투명 검을 사용할 타이밍을 엿보고 있는데, 옆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천만 원.”


대답을 한 건 사채업자 사무소 중앙에 위치한 자리에 앉아 있는 중년 남성이었다.


‘저놈이 사장이다!’


남자를 딱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남자에게서 사장의 포스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천만 원이요?”


나는 확인차 물으며 남자 쪽으로 자루를 옮겼다.


‘어떻게 딱 맞혔냐? 신기하네.’


내가 사장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것을 부하들이 잽싸게 막았다.


남자는 손을 들어서 괜찮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부하들이 자리를 비키지 않자 그가 입을 열었다.


“그냥 놔둬. 고작해야 애송이일 뿐이다.”


애송이.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팍 나빠졌다.


‘나를 만만하게 보는구나?’


상식적으로 중학생이 성인 남성을 상대로 싸움에서 이기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나는 평범한 중학생이 아니었다.


‘그 자신감,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켜보겠어.’


나는 남자의 얼굴이 당혹스러움과 공포로 물드는 상상을 하다가 너무 웃겨서 피식 웃고 말았다.


“뭐야?”

“왜 갑자기 처웃고 지랄이야?”


부하들이 왜 웃냐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남자도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나는 서둘러 얼굴의 웃음을 지웠다.


“죄송합니다, 제가 웃음병이 있어서요. 안 웃긴 상황에서도 막 웃음이 나오고 그래요. 얼마 전에는 친한 형 장례식장에서도 웃었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다 이상하게 쳐다보더라고요.”


나는 그 말을 하고 슬쩍 사람들의 반응을 보았다.


내 딴에는 농담이었는데, 사무소에 있는 사람들 중 단 한 명도 웃지 않아 굉장히 뻘쭘했다.


‘오, 이 분위기. 강제로 수치플인걸!’


나는 헛기침을 한 후에 남자에게 말했다.


“확인해 보세요. 정확히 이천만 원이에요.”

“여기에 이천만 원이 있다고?”


사장이 웃었다.


나 역시 사장을 따라 빙그레 웃었다.


보통 놈은 아니라고 생각했을까.


내 눈을 들여다보던 사장이 부하들에게 고갯짓을 했다.


부하들은 자루 안에 뭐가 들어 있을지 몰라 잔뜩 경계하는 눈치였다.


“확인해 봐.”

“네, 네가 해······!”


고참들은 서로에게 자루 확인하는 것을 미루었다.


“야, 신참!”


결국 신참이 자루를 확인하게 되었다.


“······어?”


자루 안에 든 게 정말로 이천만 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신참은 놀라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거 정말 돈인데요?”

“뭐? 어디 봐 봐!”


신참이 농담을 한다고 생각했는지, 고참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루 속을 확인했다.


그 안에는 내가 준비한 빳빳한 지폐 이천 개가 들어 있었다.


“뭔······.”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하는 고참을 밀치고 사장이 자루를 들여다보았다.


언제 일어났는지, 다가오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정말이군. 이천만 원이야.”


사채업자 사장이 되려면 돈을 한번 보고 그게 얼마인지 알아내는 재능을 가지고 있어야 하나 보다.


사장은 자루 안에 든 돈이 이천만 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뒤에는 내가 있었다.


“이 돈은 어디서 난 거지?”

“그게 왜 궁금하시죠?”


돈을 받으면 얼씨구나 좋아라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사장은 경계심이 많았다.


돈이라고 무조건 다 좋아하는 건 아닌 듯했다.


“불법적인 방식으로 얻은 돈이냐? 경찰과 엮이면 피곤해지는데.”


나는 괜한 걱정을 하는 사장에게 싱긋 웃어 보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돈은 제가 착실히 벌어도 모은 돈이니까요.”

“네가 모았다고?”

“네. 알바를 몇 년 동안 꾸준히 했어요.”


말을 꺼내 놓고, 나는 그게 얼마나 허무맹랑한 소리인지를 깨달았다.


남자의 눈에 보이는 나는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과는 달랐다.


나는 열여섯 살짜리 꼬마에 불과했다.


‘자꾸 까먹네. 김남운으로 산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가?’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까.


그렇다면 내가 위상우라는 사실을 잊고, 완벽하게 김남운으로서 살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일까.


‘한 달? 1년?’


나는 사장에게 말했다.


“일단 이천만 원이 맞는지 천천히 확인해 보세요. 대화는 그다음에 이어서 하는 걸로 하죠.”


사장은 부하들을 시켜, 자루 속 돈의 액수를 정확히 세도록 했다.


부하들이 돈을 세는 동안, 나는 정수기가 있는 쪽으로 가 종이컵에 가루 커피를 타 먹었다.


뜨끈한 커피를 먹으니 몸이 따뜻해졌다.



***



“확인해 봤다. 정확히 이천만 원이더군.”


돈 액수 확인이 끝나자 사장이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천만 원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긴장이 풀린 나는 활짝 웃었다.


“그렇죠? 정확하다니까요.”


남자는 말없이 나를 쳐다보았다.


이 새끼는 대체 뭐야? 하고 경계하는 눈이었다.


‘뭐야. 말이 없네.’


할 수 없이 내가 먼저 말했다.


“그러면 이제 강영화 씨 계약서를 주세요. 돈을 드렸으니, 빚을 없애 주셔야죠.”


사장이 부하에게 손짓했다.


사장의 손짓 한 번에 엄마가 이 사채업 사무소에서 돈을 빌렸다는 증거인 사채 계약서가 내 손에 들어왔다.


나는 1인용 소파에 앉아서 그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 보았다.


‘자, 보자―.’


처음부터 끝까지 계약 내용을 다 읽고 나서는 헛웃음만 나왔다.


‘―이거 완전 노예 계약이잖아?’


위시가 나를 찾아와서 엄마가 처한 상황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엄마는 평생 이 노예 계약서에 적힌 대로 돈을 버는 기계가 되어 살아갔을 것이다.


엄마의 상황을 나에게 알려준 위시가 너무 기특했다.


‘다음에 만나면 간식이라도 하나 줄까?’


물론 엄마에게 정식으로 허락을 받고서.


‘계약서도 확인했으니, 슬슬 정리하자.’


나는 내 손에 들어온 사채 계약서를 찢었다.


내가 찢은 종이 쪼가리는 사무소 바닥에 천천히 떨어졌다.


하늘에서 눈이 떨어지듯이.


부하들은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보았다.


고참 한 명이 나에게 말했다.


“갈 때 그거 치우고 가라.”

“왜요?”

“더럽잖아.”


나는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진짜로 더러운 건 너희들이지.”


이제 더는 연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내 말을 들은 남자들의 얼굴이 굳었다.


“······뭐?”


그들은 나를 금방이라도 때릴 것처럼 한 발자국 거리를 두고 바짝 다가와 위협했다.


“너 지금 우리를 보고 너희, 라고 한 거냐?”

“이 애새끼가 버르장머리를 국에 말아 처먹었나!”

“부모가 가정 교육을 안 가르치던?”


앞에서 한두 마디는 괜찮았는데, 마지막 말이 심히 거슬렸다.


나는 그 말을 한 고참에게로 걸어갔다.


“아니. 엄마는 나를 잘 가르쳤어. 내가 버릇없게 큰 거야.”


고참을 바라보며 똑똑히 말했다.


그러나 고참은 계속해서 나를 도발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지. 네 엄마가 형편없는 사람인 건 아니고?”


아.


이건 확실히 선을 넘었다.


“······내 엄마가 형편없다고?”


나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않았다.


“이상하네. 내 눈에는 네가 더 형편없어 보이거든.”

“버릇장머리 없는 애새끼가······!”


남자가 나를 때리려고 손을 번쩍 들었다.


나는 염력을 사용해 남자의 손을 허공에 찰싹 붙였다.


남자는 손을 움직일 수 없자 당황하여 나를 보았다.


“뭐야? 너 나한테 무슨 짓 한 거야?”

“별 거 안 했어. 그냥 네 버르장머리 없는 손을 고정시킨 것뿐이야.”


나는 신의 검을 꺼냈다.


원래는 내 눈에만 보이게 하는데, 이번에는 남자의 눈에도 보이도록 투명화를 해제했다.


“저 검은 어디서 튀어나온―.”


누군가가 말을 할 때, 나는 검으로 남자의 손을 잘랐다.


나를 잘라주세요 말하며 유혹하는 손을 도저히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었다.


“크아아아악······!”


손이 잘린 남자는 끔찍한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사채업자들은 잠시 상황을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미친 새끼가······!”


쓰레기라도 동료애는 있는지, 사채업자들이 연장을 들고 내 주위를 에워쌌다.


나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웃으며 말했다.


“돈 말이야. 아까 내가 너희에게 준 거.”


사장을 보았다.


사장도 의자에 앉아 나를 보고 있었다.


“한번 다시 확인해 봐.”

“왜지?”

“묻지 말고 확인해 봐.”


돈을 세고 다시 자루에 집어넣었는데, 자루는 사장의 책상 위에 올려져 있었다.


사장은 귀찮다는 듯 뜸을 들이다가 자기 앞에 놓인 자루 쪽으로 손을 뻗었다.


“대체 뭘 확인해 보라는 건지―.”


사장은 말을 하면서 자루 입구를 열었다.


“······.”


자루 안을 확인한 사장이 말을 잃었다.


“뭐가 보여?”


나는 계속해서 사장의 성질을 긁었다.


“뭐가 보이냐니까, 왜 말이 없어?”

“······애들아.”


가까스로 이성을 유지하고 있던 사장의 얼굴이 토마토처럼 붉어졌다.


“그 새끼 잡아라. 내가 직접 죽인다.”

“왜요, 무슨 일입니까?”

“자루 안에 든 돈이 없어졌다. 아마 저놈이 무언가 속임수를 쓴 거겠지. 우리는 속은 거다, 저놈에게.”


신의 능력으로 만든 돈은 내가 원하는 때에 사라지게 만들 수 있었다.


나의 그런 행동으로 전보다 더 분노하는 남자들이었다.사채업자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로 쏠렸다.


생명의 위협을 받을 만큼의 살기.


그러나 나에게는 가소로운 느낌을 주는 살기.


“으아아······.”


손이 잘린 남자는 아직도 내 발 아래에서 신음을 내고 있었다.


나는 어떤 말을 할까 고민하다가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얄미운 한 방을 선사했다.


“네, 지금까지 마술사 김남운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신사처럼 공손하게 허리를 굽혔다.


그다음에 고개를 드니, 사채업자들이 나를 향해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죽여 버린다······!”

“사실 마술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마지막 마술은 불 마술이야.”


그 말을 하며, 나는 사무소에 있는 모든 사채업자의 몸에 불을 붙였다.


“잇츠, 쇼타임~”


어쩌면 나, 이번 생에 마술사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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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시즌2 0. 전학생 24.08.10 45 1 3쪽
29 28. 휴식 24.08.09 48 1 13쪽
28 27.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벌어지는 일 (3) 24.08.08 51 1 12쪽
» 26.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벌어지는 일 (2) 24.08.07 51 1 13쪽
26 25.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벌어지는 일 (1) 24.08.06 54 1 11쪽
25 24. 초대형견과 가출견 24.08.05 57 1 12쪽
24 23. 목줄 사건 24.08.04 67 1 12쪽
23 22. 돼지 껍데기 남자 (3) 24.08.03 70 1 15쪽
22 21. 돼지 껍데기 남자 (2) 24.08.02 72 1 11쪽
21 20. 돼지 껍데기 남자 (1) 24.08.01 78 2 11쪽
20 19. 이강현의 협박 24.07.31 86 0 19쪽
19 18. 일진 사냥3 -이강현3- 24.07.30 81 1 11쪽
18 17. 일진 사냥3 -이강현2- 24.07.29 87 1 11쪽
17 16. 일진 사냥3 -이강현1- 24.07.28 93 2 13쪽
16 15. 일진 사냥2 -안재호3- 24.07.27 97 2 13쪽
15 14. 일진 사냥2 -안재호2- 24.07.26 96 2 11쪽
14 13. 일진 사냥2 -안재호1- 24.07.25 93 1 11쪽
13 12. 일진 사냥1 -신민철3- 24.07.24 10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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