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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님의 서재입니다.

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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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글

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최근연재일 :
2024.09.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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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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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글자수 :
408,293

작성
24.08.0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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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7.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벌어지는 일 (3)

DUMMY

“······어?”

“이거 뭐야······?”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검은색 불꽃 옷을 입은 남자들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그들은 곧 사무소 전체를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몸에 불을 붙인 상태로.


“뜨거워!”

“누가 이 불 좀 꺼줘!”

“소화기 어디에 있어, 소화기······!”

“물, 물······!”


일곱 명의 남자가 각자 자기 할 말만 하면서 뛰어다니자 사무실 안은 정신이 없었다.


‘시끄럽네. 역시 인간은 죽음의 공포 속에서 제일 목소리가 커진다니까.’


나는 남자들은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바닥에 몸을 뒹굴어 불을 끄려고 시도하고, 정수기에 있는 물통을 뽑아서 물로 샤워도 했다.


또 어떤 사람은 정말로 소화기를 꺼내서 불이 난 자기 몸과 동료들의 몸에 뿌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불은 꺼지지 않았다.


잠잠해질 기세 없이 여전히 활활 타올랐다.


‘바보야. 그게 되겠냐, 안 되지! 어휴······.’


나는 남자들의 바보짓에 휘말리지 않도록 책상 위에 올라갔다.


아직 그들을 죽일 생각이 없었기에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래, 실컷 고통스러워해라.’


남자들은 자기 몸에 붙은 불을 끄는 것에 집중하느라 나에게 관심을 줄 여유조차 없었다.


그래서 나는 책상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남자들이 언제쯤 나에게 관심을 줄까 느긋하게 기다렸다.



***



전신에 불이 붙었지만 남자들은 금방 죽지 않았다.


그들을 잡아 먹힐 기세로 타오르는 검은색 불꽃은, 실제로는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뜨겁지 않았다.


내가 다 지켜보면서 적절한 온도로 불을 조절했다.


그래서 겉보기에는 무척 뜨거워 보이지만, 사실은 약간 뜨겁고 아프다는 느낌만 주는 정도의 세기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들은 자기가 죽는다고 생각해 불 좀 꺼 달라고, 죽을 것 같다고 애타게 소리를 질렀다.


나는 비소를 머금은 채, 다 큰 남자들이 엄살을 부리는 광경을 어이없게 지켜 보았다.


‘엄살이 심하네. 인간은 고작 그 정도로 죽지 않는다고. 내가 너희를 그렇게 편하게 죽일 것 같냐?’


물론 나는 내가 아는 사실을 남자들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나는 내 엄마를 무시한 사람들에게 최고의 복수를 하고 싶었다.


그 최고의 복수는 남자들이 천천히, 고통스럽게, 불에 온몸이 타 죽어가는 것이었다.


‘난 너희를 절대로 쉽게 죽이지 않을 거야.’


신민철, 안재호, 이강현에게 복수를 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나를 건드린 놈들에게 복수는 하고 싶은데, 그렇다고 마냥 쉽게 끝내고 쉽지는 않은.


재기하지 못할 정도의 치명상을 입히고 싶은, 그런 마음.


대체 뭐 때문에 내 엄마가 그런 치욕스러운 일을 당해야 했는데. 다 너희 때문이잖아.’


나는 엄마를 때린 남자나 남자가 엄마를 때리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은 남자들이나 다 똑같은 존재라고 보았다.


‘방관도 결국에는 죄야.’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은 힘이 없는 약자를 괴롭히는 사람이었다.


나는 눈앞에 남자들이 바로 그 나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나쁜 놈들은 죽어야지. 너희 같은 놈들을 죽이려고 내가 이 몸으로 다시 태어났는데. 너희를 그냥 놔두면 내가 신이 아니지.’


나는 오늘, 내가 신임을 확실하게 할 생각이었다.



***



“끄아아악······!”


남자들은 바닥에 몸을 뒹굴어 불을 끄려고 시도했다.


이미 실패한 일을 하고 또 하고 반복했다.


하지만 내가 저들의 몸에 붙인 불은 이 세상의 그 어떤 것으로도 끄지 못하는 지옥의 불이었다.


절대 꺼지지 않는 불.


저 불을 끌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오직 나뿐이다.


그리고 나는 불을 끌 생각이 없었다.


남자들이 고통스러워서 몸부림을 치는 모습을 봐도 불쌍하다거나 죽이고 싶지 않다거나 하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얼른 죽어 버려, 이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래도 이대로 죽이기에는 뭔가 아쉬워.’


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다.


“돈이 그렇게 좋아?”


바닥에 누워 애벌레처럼 꿈틀대는 남자들에게 물었다.


“으윽······.”

“아아······.”

“허억······!”


그들 중 아무도 내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나는 혼자서 말을 이었다.


“너희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돈, 내가 줄게.”


돈을 소환했다.


만 원짜리가 아니라 오만 원짜리로.


아무것도 없는 사무소 천장에서 돈이 떨어졌다.


돈의 비가 내렸다.


“도, 돈······.”

“돈이다······!”

“······돈이야!”


불 때문에 다 죽어가던 남자들이 돈을 보더니 기운을 되찾기 시작했다.


나는 돈의 비를 내리는 것을 멈추었다.


남자들은 내 예상대로의 반응을 보였다.


“내 거야, 건들지 마!”

“무슨 소리야! 이건 내 거야!”

“둘 다 꺼져! 이건 내 돈이야! 전부 다 내 거라고!”


사장이 제일 기운이 팔팔했다.


사장은 아까 보였던 점잖은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돈에 미친 사람처럼 바닥에 떨어지는 돈을 긁어모았다.


“돈이다, 돈······.”


몸에 불이 붙은 상황인데, 이제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사장은 바닥에 쌓인 돈을 자기 품으로 끌어당겼다.


“치사하게 혼자만 다 가지시려고?”


퍽!


고참 한 명이 쇠파이프로 사장의 등을 쳤다.


“네가 그동안 안 준 월급에 이자까지 붙여서, 이건 다 내 돈이다!”


사장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고꾸라지자 고참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사장의 돈을 자기가 가져갔다.


“이익······!”


사장이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눈에 작은 철제 금고가 눈에 띄었다.


사장은 무거운 철제 금고를 비틀거리며 겨우 들더니, 그대로 고참의 머리를 내려쳤다.


“죽어! 죽으라고!”


사장은 많이 흥분한 상태였다.


몸이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는데도 계속해서 고참의 머리를 내리쳤다.


쾅!


콰앙!


콰아앙!


고참의 머리가 금고 모서리에 짓눌려서 깨졌다.


사장은 고참의 머리가 산산조각이 날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다 내 돈이다. 다 내 돈이야······.”


고참을 잔인하게 죽인 사장은 음흉하게 흐흐 웃었다.


사람을 죽인 것에 대한 죄책감보다 자기 돈을 지켜냈다는 안도감이 더 큰 듯했다.


“너희들도 죽고 싶으면 덤벼!”


사장이 남은 다섯 명에게 소리를 질렀다.


두 명은 움직이지 못했는데, 다른 세 명은 그 말에 벌떡 일어났다.


사장처럼 몸에 불이 붙은 것을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였다.


“죽는 건 너야!”


세 명이 사장에게 달려들었다.


처음에는 모두 한마음으로 사장을 노리는 줄 알았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개싸움으로 변모했다.


그들은 누구를 노리고 할 것도 없이 그냥 눈에 보이는 사람을 공격했다.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고, 그것도 안 되면 무기를 사용했다.


‘오······.’


나는 영화관 맨 앞 자리에서 현실성 있는 액션 영화를 감상했다.


불에 몸이 타는데도 오로지 돈에 정신이 쏠린 사람들.


불이 활활 타올라도 그들은 돈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돈이 목숨보다 비싼 것은 아닌데, 한심하게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구나. 지금 중요한 게 돈이 아닌데, 제일 중요한 건 자기 목숨인데.’


돈도, 결국 살아 있어야 쓸 수 있는 거다.


돈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그 당연한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우매한 사람들을 보며 나는 한숨을 쉬었다.


‘내가 저들과 같은 인간이라니, 구역질이 나와. 정말 혐오스럽고, 증오스럽다. 나는 저렇게 되고 싶지 않아.’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저번에 봤던 건 라스트 댄스가 아니었어.’


이강현이 경기장에서 나에게 보여줬던 모습은 바로 잊혀졌다.


그건 이것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은 시시한 장면이었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


불에 타는 사람들.


그들의 손에 들린 돈.


돈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


나는 이 영화의 제목을 정했다.


‘제목. 돈에 미친 인간들.’


영화를 보았다.


죽어가면서도 열심히 춤을 추는 존재들.


이게 바로 진정한 라스트 댄스다.



***



돈에 눈이 먼 사람들은 싸움으로 금세 체력을 탕진하고 바닥에 쓰러졌다.


죽었나, 하고 보니 숨은 붙어 있었다.


목숨이 간당간당한 채, 간신히 숨만 쉬고 있었다.


‘저 상태라면 내가 손을 쓰지 않아도 알아서 곧 죽겠구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벌어지는 일을 나는 사채업자들에게 똑똑히 알려 주었다.


이제 마무리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살려줘······.”


한참 동안 고통에 몸부림을 치던, 돈 싸움에 참가하지 않은 남자 한 명이 나에게 말했다.


그 남자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았지만 내가 앉아 있는 책상 바로 아래까지 와서 바닥에 가슴을 붙인 채로 말했다.


그러니, 그건 누가 봐도 나에게 하는 말이었다.


“살고 싶어?”


내가 묻자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살고 싶어······. 죽고 싶지 않아······.”


남자는 숨을 쉬는 게 힘든지, 말하는 중간중간 숨을 헐떡였다.


나는 남자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도 별로 감정의 변화가 없었다.


“근데 나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남자는 뭐든지 답할 테니 제발 자기를 살려 달라는 얼굴로 나를 간절히 올려다보았다.


나는 비굴한 남자를 보면서 웃는 얼굴로 물었다.


“너는 가해자잖아. 가해자가 왜 피해자 흉내를 내는 거냐?”

“······뭐?”


남자는 그게 무슨 말이냐고 두 눈으로 물었다.


“아, 미안. 넌 이해력이 달리지? 내가 너무 어렵게 말을 했네.”


나는 책상 아래로 고개를 숙여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왜 널 살려줘야 해? 네가 살아 있으면 이 세상에 이로운 점 세 가지를 말해 봐.”


너무 갑작스러웠는지, 남자는 내 물음에 대답하지 못하고 입만 벙긋거렸다.


“그······.”


그 점을 노렸던 나는 최대한 얄밉게 웃어 보였다.


“네가 살아 있어서 이로운 점보다 네가 죽어서 이로운 점이 더 많으니까 말을 하지 못하는 거잖아, 그렇지?”

“아니! 아니야! 나는 충분히 이 세상에 이로운 사람―.”


갑자기 남자의 변명이 구차하게 느껴졌다.


“―됐어. 그냥 죽어.”


남자의 몸에 붙은 불의 세기를 올렸다.


“허어억······!”


남자는 순식간에 불에 타 죽었다.


나는 남자가 남기고 간 것들을 바라보았다.


“······.”


그걸 보고 있자니 속이 안 좋아져서 빨리 끝내고 집에 가기로 결정을 했다.


“너희도 그만 죽어.”


나는 바닥에 누워 고통스러워하는 남자들을 단번에 보내 주었다.


그들은 자기가 죽는다는 사실도 모른 채, 뜨거운 불길에 먹혀 사라졌다.


‘정리하고 집에 가자.’


나는 휘발유를 소환해 사무소 전체에 부었다.


양이 조금 부족한 듯해 휘발유를 총 세 통 써서 사무소가 휘발유 강이 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건물을 나왔을 때, 사채업자 사무소에 불을 질렀다.


“염화.”


불의 이미지를 상상하자 그 불이 내 눈앞에서 현실화했다.


처음에는 수줍은 듯 천천히 영역을 늘려가던 불은, 어느 순간부터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화르륵!


이내 건물 전체가 불의 먹이가 되었다.


주황색 불이 어두운 하늘을 밝혔고, 건물이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건물을 집어삼킨 불은 악마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악마가 웃었다.


나를 보면서.



***



‘냄새.’


지독한 냄새와 매캐한 연기가 내 코와 눈을 찔렀다.


나는 사건 현장에서 멀어졌다.


왜인지 오늘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기분이 조금, 많이 이상했다.


김남운으로 살면서 여태 한 번도 느껴보지 않았던 기분.


그 기분을 오늘 처음으로 느꼈다.


“이제 더는······.”


나는 말을 아꼈다.


그렇지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미 정답을 알고 있었다.


‘······그만하자.’


나는 살인에서 손을 떼기로 결심했다.


이제 슬슬 멈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이 세상의 누구도 나를 멈추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는 위험해.’


나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괴물이 되어 가고 있었다.


다행히도 더 늦기 전에 그 사실을 인지했다.


‘더는 안 돼.’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살인을 한 후에 뒤늦게 찾아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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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시즌2 1. 이상한 애 24.08.10 42 1 14쪽
30 시즌2 0. 전학생 24.08.10 45 1 3쪽
29 28. 휴식 24.08.09 48 1 13쪽
» 27.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벌어지는 일 (3) 24.08.08 52 1 12쪽
27 26.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벌어지는 일 (2) 24.08.07 51 1 13쪽
26 25.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벌어지는 일 (1) 24.08.06 54 1 11쪽
25 24. 초대형견과 가출견 24.08.05 57 1 12쪽
24 23. 목줄 사건 24.08.04 67 1 12쪽
23 22. 돼지 껍데기 남자 (3) 24.08.03 70 1 15쪽
22 21. 돼지 껍데기 남자 (2) 24.08.02 73 1 11쪽
21 20. 돼지 껍데기 남자 (1) 24.08.01 78 2 11쪽
20 19. 이강현의 협박 24.07.31 86 0 19쪽
19 18. 일진 사냥3 -이강현3- 24.07.30 81 1 11쪽
18 17. 일진 사냥3 -이강현2- 24.07.29 87 1 11쪽
17 16. 일진 사냥3 -이강현1- 24.07.28 93 2 13쪽
16 15. 일진 사냥2 -안재호3- 24.07.27 97 2 13쪽
15 14. 일진 사냥2 -안재호2- 24.07.26 97 2 11쪽
14 13. 일진 사냥2 -안재호1- 24.07.25 93 1 11쪽
13 12. 일진 사냥1 -신민철3- 24.07.24 10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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