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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님의 서재입니다.

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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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최근연재일 :
2024.09.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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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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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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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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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4. 초대형견과 가출견

DUMMY

“물어.”


내 명령에, 방 문짝보다 훨씬 커다란 초대형견이 여자 견주의 허벅지를 물었다.


“꺄아아악······!”


여자 견주가 두려움에 빠진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여자 견주는 초대형견을 떼어 내려고 손으로 때리고 발로 차기도 했지만, 초대형견은 여자 견주를 꽉 물고 놓지 않았다.


나는 여자 견주를 사람이 아닌 한 마리의 개로 보았다.


‘개가 개를 무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아무 문제없었다.


개들끼리는 원래, 싸우다가 한 마리 죽을 수도 있고 그러니까.


그건 개들의 세계에서 무척 흔한 일이니까.


“살려 주세요, 살려―.”


여자 견주가 나를 보며 다급히 말을 할 때, 초대형견은 그새를 참지 못하고 여자의 다리 뼈를 부러뜨렸다.


빠드득!


사람 뼈 부러지는 소리가 그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 생생하게 들렸다.


“아아, 아······.”


너무 아파서 소리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입만 뻐끔거리는 여자 견주였다.


나는 초대형견이 너무 착하다고 생각했다.


물라고 하니까 정말 물기만 하고 죽이지 않았다.


내가 원했던 건 여자 견주가 초대형견에게 물려 죽는 결말이었기에 나는 지금 소환된 초대형견과 똑같은 크기의 초대형견을 두 마리 더 소환했다.


“물어 죽여.”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소리 내어 말했다.


내 말을 들은 초대형견 두 마리는 곧장 여자 견주에게로 달려갔다.


“안 돼, 안 돼······!”


여자 견주는 자기를 향해 달려오는 초대형견 두 마리를 보고, 마지막 수단으로 다른 견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저 좀 도와주세요! 저 개들이 저를―.”


여자를 말을 하던 중 입을 다물었다.


그녀의 주변에는 사람이 없었다.


자기가 다칠까 염려되었던 견주들은 여자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는 것으로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만든 공간을 나가지 못했다.


나는 내 눈에만 보이는 네모난 투명 벽에 견주들을 가둬 놓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견주들은 보이지 않는 벽을 쾅쾅 두들기며 당혹스러움을 표출하고 있었다.


“뭐야? 이거 왜 안 나가져?”

“어떤 새끼가 감히 이딴 장난을 치는 거야? 당장 이거 치워!”

“앞에 뭐가 있어요, 여기서 안 나가져요. 어떡해요······!”


남자 두 명과 여자 한 명.


나는 세 명의 견주가 각자 자기 할 말만 하는 모습을 한심하게 보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또 한 명이 있었다.


여자 견주는 누구도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아무도 자기를 도와줄 생각이 없다는 것도.


곧 그녀는 침을 흘리며, 자기에게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초대형견을 보고 넋이 나가 버렸다.


“······아.”


그게 여자의 마지막 말이었다.


맨 처음 소환된 기존의 초대형견은 여자의 다리를 물어서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했고, 새로운 초대형견 두 마리는 각각 여자의 머리와 왼쪽 팔을 물었다.


콰드드득!


이번에 여자는 소리도 지르지 못했다.


두 번째 초대형견이 여자의 머리를 아그작 씹어 먹었다.


세 번째 초대형견은 여자를 맛있는 간식이라고 생각하는지, 몸에서 팔을 뜯어내 오도독오도독 씹었다.


그렇게 한 마리는 하체를, 다른 개는 머리를, 또 다른 개는 팔을 뜯어 먹었다.


여자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초대형견 세 마리는 여자의 뼈까지 다 씹어 먹었다.


그리하여 남은 것은 여자의 마지막 흔적이 남긴 피 웅덩이와 얼굴에 피가 잔뜩 묻은 개 세 마리뿐이었다.


개들은 임무를 완수하고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다.


나는 한 마리씩 정성을 다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잘했어.”


내 칭찬을 받은 개들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며 기분이 좋은지 헥헥거렸다.


그 개들은 웃고 있었고, 나 또한 웃고 있었다.


‘진작 이랬어야 했어.’


나는 내가 정말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여자 견주를 죽임으로써 쓰레기로 가득한 이 세상이 아주 조금은 아름다워졌다.


신민철과 안재호, 이강현을 처리했을 때 느꼈던 기분을 나는 다시금 새롭게 느꼈다.


‘나는 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존재야.’


그렇게 생각하니, 이 나라를 위해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어졌다.



***



여자 견주의 죽음을 지켜본 견주들은 다들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부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명하게 남은 피 웅덩이가 이것이 현실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바로 죽이면 너무 싱겁잖아.’


나는 초대형견의 두 번째 목표물을 견주가 아닌 개로 정했다.


“저것들 보이지?”


내 목소리에 초대형견들의 시선이 일제히 개들에게로 향했다.


초대형견과 비교하자 소형견은 거인족 앞에 선 소인족 같이 보였다.


“가지고 놀아. 죽여도 좋고.”


두 번째 명령을 하달 받은 개들이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갔다.


나는 초대형견의 소형견 사냥을 의자에 앉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견주들은 연신 안 돼, 라고 중얼거렸다.


하지만 나를 보고 누구도 초대형견을 말리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들은 무서운 것이었다.


내가 자기네들도 저렇게 죽여 버릴까 봐.


‘자기 개가 죽어가는데도 말 한 마디 못하는 거 봐. 너희들은 반려견을 키운 게 아니라 애완견을 키운 거야. 개를 장난감 취급한 거라고!’


나는 개를 남에게 자랑하는 목적으로 키우는 사람들을 싫어했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개를 키운다.


사랑을 받지 못하고 전시용으로 전시되는 개들.


나는 그런 개들이 불쌍했다.


하지만 버릇없는 개들은 불쌍하지 않았다.


‘개 같은 견주가 키웠더니, 개가 버릇이 없잖아. 버릇 없는 개는 죽어야지.’


나는 개를 좋아하지만, 사람을 공격하는 사나운 개에게는 도저히 정이 가지 않았다.


그런 개들은 단호하게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위시는 사람을 안 무니까 괜찮아. 하지만 저것들은 안 괜찮아.’


초대형견은 장난감을 가지고 장난을 치듯 소형견을 물고 허공에서 흔들었다.


뚜두둑!


초대형견에게 목을 물린 소형견의 목에서 피가 아름답게 뿜어져 나왔다.


나는 잔디밭에 소형견의 피가 튈 때마다 알 수 없는 쾌감을 느꼈다.


1년 전에 위시를 보고 가장 심하게 짖은 개였기에 미안한 마음은 하나도 들지 않았다.


‘위시를 건든 벌이야.’


목을 물려 죽어가는 개 외에도, 내가 만든 공간에는 개 네 마리가 더 남아 있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초대형견이 그 개들을 사냥했다.


개들은 자기를 향해 달려오는 초대형견을 보고 꽁지 빠져라 도망갔는데, 쪼끄만 게 도망가 봤자 거기서 거기였다.


소형견은 초대형견의 간식거리였다.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멍청하긴!’


초대형견은 다리가 길고 움직임이 재빨랐다.


소형견들은 초대형견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죽어갔다.


소형견들이 한 마리씩 죽어갈 때마다 나의 흐뭇함은 깊어져 갔다.


마침내 투명 벽 안에 있는 모든 개가 죽었다.


잔디밭에는 소형견들이 흘린 피만이 남아, 살아 있는 견주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



이제 남은 녀석들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던 때, 견주 한 명이 나에게 다가왔다.


제일 젊은 남자 견주였다.


“저기······.”


나는 의자에 앉아서 나에게 무릎을 꿇는 남자를 무신경하게 내려다보았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뭐를?”

“앞으로는 개 목줄을 잘하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피해를 주지 않을게요!”


남은 세 명 중에서 그나마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이었다.


남자는 내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눈치챘다.


눈치채고, 잘못했다고 빌었다.


“그러니까 한 번만 용서해 주신다면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세요······.”


남자는 제법 간곡하고 호소력 있게 빌며, 내 발 밑에 납작 엎드렸다.


“흐음.”


나는 고민하는 척을 했다.


그러나 사실은 감정의 동요가 없었다.


남자를 봐주고 싶은 마음도, 살려서 보내주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남자의 애원과는 달리,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과거의 나였다면 용서했을 거야.”


말하고 나서 설명이 조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견주가 나를 의아하게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 그러니까. 내가 이 모습이 되기 전에 그렇게 무릎을 꿇고 빌었으면 용서했을 거라는 말이야.”


그 말은 사실이었다.


내가 위상우였다면 이런 상황에서 고민 없이 바로 남자를 용서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는 김남운이었다.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용서 따위는 하지 않아도 되는 김남운.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네가 뭐라고 해도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 나에게 남은 건 그때의 분노와 지금의 분노뿐이야. 오히려 난 그때보다 지금이 더 화가 나.”


나는 잔잔한 목소리로 남자의 희망을 뭉개 버렸다.


일말의 희망조차 남기지 않았다.


“그러니까 포기해. 난 널 죽이기로 결정했고, 때문에 네가 무슨 말을 해도 그 결정이 바뀔 일은 없어.”


내 말을 들은 남자의 얼굴이 절망의 색으로 물들어 갔다.


나는 나를 따르는 충성스러운 초대형견들에게 마지막 명령을 했다.


“물어. 실컷 가지고 놀다가 질릴 때쯤 죽여라.”


그 말만을 기다렸다는 듯 초대형견들은 견주들을 각각 한 명씩 맡아 재밌게 놀기 시작했다.


“안 돼······! 살려줘······!”

“제발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초대형견들은 견주들을 쉽게 죽이지 않았다.


양다리를 물어 걷지 못하게 만들고, 자기들로부터 도망치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그리고 나는 한 편의 영화 같은 그 광경을 감상했다.


아주 오랫동안.


질릴 정도로.



***



“개 목줄을 안 하면 그렇게 되는 거야. 잘 알겠지?”


내가 그 말을 할 즈음에는 모든 견주가 초대형견에게 물려 죽은 후였다.


나는 초대형견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하며 소환을 풀었다.


초대형견들이 사라졌다.


‘슬슬 집에 가 볼까.’


나는 견주들의 앞을 막고 있던 투명 벽을 해제했다.


중랑천은 여느 때와 같이 평화로웠다.


한 사람이, 피로 물든 잔디밭을 보기 전까지는.


“꺄아아아악······!”


여자 한 명이 잔디밭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여자의 비명을 들은 사람들이 한두 명씩 모였다.


“저, 저기에······.”


여자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잔디밭을 가리켰다.


그들은 개에 물린 채 잔인하게 죽은 사람들을 보고,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한참 후에야 그들의 입이 열렸다.


“······이게 뭐야.”

“사람이 죽었어······.”

“경찰, 경찰을 불러!”

“아니. 일단 구급차부터······!”

“진짜 죽은 거야? 이거 연기 아니야?”

“죽었어! 사람이 죽었다고!”


피의 잔디밭을 본 사람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모두 비명을 질렀다.


어떤 사람을 눈물을 흘리며 범죄 현장에서 도망을 쳤고, 또 어떤 사람은 제자리에 주저앉아 몸을 떨었으며, 몇몇은 그 상황에서도 핸드폰을 꺼냈다.


찰칵! 사진 찍는 소리와 띠링! 영상을 찍는 소리가 넓은 중랑천에 고요히 울렸다.


나는 끊이지 않는 비명 소리를 들으며 만족한 상태로 걸음을 뗐다.


‘오늘은 저녁 먹고 뉴스를 꼭 봐야지.’


피로 물든 중랑천에서, 조용한 나의 집으로 돌아갔다.



***



‘응?’


문 앞에 무언가가 있었다.


‘저건······.’


어째서일까.


현관문 앞에는 위시가 앉아 있었다.


“······도와줘.”


그 작은 푸들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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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시즌2 1. 이상한 애 24.08.10 42 1 14쪽
30 시즌2 0. 전학생 24.08.10 45 1 3쪽
29 28. 휴식 24.08.09 49 1 13쪽
28 27.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벌어지는 일 (3) 24.08.08 52 1 12쪽
27 26.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벌어지는 일 (2) 24.08.07 51 1 13쪽
26 25.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벌어지는 일 (1) 24.08.06 54 1 11쪽
» 24. 초대형견과 가출견 24.08.05 58 1 12쪽
24 23. 목줄 사건 24.08.04 67 1 12쪽
23 22. 돼지 껍데기 남자 (3) 24.08.03 70 1 15쪽
22 21. 돼지 껍데기 남자 (2) 24.08.02 73 1 11쪽
21 20. 돼지 껍데기 남자 (1) 24.08.01 78 2 11쪽
20 19. 이강현의 협박 24.07.31 86 0 19쪽
19 18. 일진 사냥3 -이강현3- 24.07.30 81 1 11쪽
18 17. 일진 사냥3 -이강현2- 24.07.29 87 1 11쪽
17 16. 일진 사냥3 -이강현1- 24.07.28 93 2 13쪽
16 15. 일진 사냥2 -안재호3- 24.07.27 97 2 13쪽
15 14. 일진 사냥2 -안재호2- 24.07.26 97 2 11쪽
14 13. 일진 사냥2 -안재호1- 24.07.25 93 1 11쪽
13 12. 일진 사냥1 -신민철3- 24.07.24 10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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