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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님의 서재입니다.

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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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글

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최근연재일 :
2024.09.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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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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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글자수 :
408,293

작성
24.08.0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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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1. 돼지 껍데기 남자 (2)

DUMMY

여자는 강아지를 품에 안고 제일 가까운 동물병원으로 들어갔다.


몸을 투명하게 만들어 안으로 따라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나는 밖에서 여자를 기다리는 선택을 했다.


그냥, 이 상황에서는 그게 예의인 것 같았다.


‘언제쯤 나오려나?’


동물병원 앞 벽에 등을 기대 서서 여자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



여자는 20분쯤 뒤에 병원에서 나왔다.


나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여자를 슬쩍 보았다.


울었는지 여자의 눈가가 조금 빨갰는데, 그 모습만 보고서 개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알 수 없어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슬퍼서 울었을 수도 있고, 안도감에 기뻐서 울었을 수도 있지.’


살았을 수도 있고, 죽었을 수도 있다.


병원을 나온 여자가 핸드폰을 꺼냈다.


그 타이밍에 나도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인터넷을 하는 척 화면을 응시했다.


여자가 나를 경계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반응을 보이게끔 유도할 생각이었다.


‘옆에서 모르는 사람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면 불편할 테니까.’


여자는 자기 옆에 서 있는 나를 힐끔 보았다.


핸드폰을 보고 있지만, 여자가 쳐다보는 시선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러나 내가 핸드폰을 하고 있자 금세 관심을 껐다.


여자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그 순간에는 그 전화 연결음이 무척이나 길게 들렸다.


딸깍.


상대방이 전화를 받자마자 여자가 입을 열었다.


“······엄마.”


놀라고 두려운 상황에서 여자는 제일 먼저 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건 거면······.’


바로 안 좋은 생각이 들었는데, 아직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어 여자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뽀삐가 죽었어.”


개가 죽었다.


여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엄마에게 말했다.


“어떤 미친 놈이 우리 뽀삐한테 돼지 껍데기를 먹였어. 그거 먹고 뽀삐가 죽었어.”

“뭐? 무슨 말이니, 그게······?”


신의 귀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거리가 멀지 않았던지라 여자의 엄마가 하는 말이 그대로 나에게 들렸다.


여자의 엄마도 여자와 똑같이, 놀라고 당혹스러우면서 동시에 분노가 묻어 나오는 목소리였다.


“정말이야? 정말로 뽀삐가 죽었어?”

“어, 죽었어. 심장이 멈췄어.”


여자는 그 말을 덤덤하게 했다.


그래서 내 눈에는 더 슬퍼 보였다.


“어떻게 그러니?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했잖아······.”


여자의 엄마가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를 냈다.


“돼지 껍데기 때문에 그래. 그거 먹어서 죽었다고.”


여자는 화가 나오려는 걸 억제하듯 감정을 꾹꾹 눌러서 말했다.


“그 새끼―.”


엄마와 몇 마디 더 나누던 여자는 갑자기 눈을 무섭게 뜨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내 눈에 띄기만 해 봐, 죽여 버릴 거야.”


그 말을 하고 여자는 울기 시작했다.


“죽여 버릴 거야······.”


그러나 말뿐인 각오였는지, 여자는 손에서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나는 핸드폰이 바닥에 떨어져 깨지지 않도록 투명 손으로 조용히 받은 다음, 바닥에 조심히 내려놓았다.


키우던 반려견이 죽어서 슬픈데, 핸드폰 액정까지 나가면 더 우울해질 테니까.


‘결국 죽었구나.’


내 개가 죽은 건 아니지만, 나는 내가 사랑하는 위시가 죽은 것처럼 슬픈 감정을 느꼈다.


나는 여자를 잘 모른다.


그렇지만 여자가 자기 개를 무척 사랑했다는 것은 아이처럼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위시가 죽었다면 나도 다른 사람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그렇게 울었을 것이다.


눈앞에서 사람이 울고 있었다.


‘화가 나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우는데, 어째서인지 내가 화를 내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역시 이대로 두면 안 되겠어.’


나는 남자를 가만히 놔두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불쾌감을 준 것도 모자라 여자 견주의 개를 죽음에 이르게까지 만든 남자는, 오늘 이 세상에서 사라져야 했다.


‘네가 잘못한 거야. 네가 죄인인 거야.’


나는 조용히 여자의 곁을 떠났다.


그리고 신의 능력, 노란색 실을 이용해 남자가 현재 있는 위치를 알아냈다.


더 기다릴 것도 없이, 바로 남자를 보러 갔다.



***



‘여기가 그 새끼 집인가?’


순간이동을 해 도착한 곳은 사람이 지내는 집이라고 하기에는 무척이나 초라한 폐가였다.


나는 남자를 볼 때 옷차림이 말끔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기분 탓이라고 생각하며 넘어갔다.


그런데 남자는 정말로 제대로 된 집 없이 폐가에서 사는 노숙자였다.


‘사지가 멀쩡한데, 노숙자라니. 참 한심한 새끼네.’


남자는 폐가 안에 있는 듯했다.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나를 향해 컹컹 짖는 개들을 발견했다.


“응?”


남자가 왜 길을 지나가는 개들을 보면 돼지 껍데기를 줬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는 장면이었다.


남자의 집 앞에 세워진 연두색 울타리에는 개 수십 마리가 갇혀 있었다.


나는 순간 남자가 개장수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개들의 상태는 나쁘지 않았다.


씻지 않아 조금 꼬질꼬질한 것만 빼면, 살이 포동포동 올라 있고 눈도 학대를 당하는 개의 눈빛이 아니었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있지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게 보였다.


‘저건 사랑을 받는 개들의 눈이야.’


위시를 사랑으로 키우다 보니, 길을 가다가 위시와 비슷한 눈을 가진 개를 보면 주인이 잘 보살펴 주는구나를 알 수 있었다.


‘울타리가 좁네.’


개의 수의 비해 울타리가 많이 작았다.


울타리 곳곳에 물과 사료 통이 부족함 없이 놓아져 있는 것으로 보아 저 개들은 남자가 사랑으로 키우는 개들이 맞았다.


단지 환경이 좋지 않을 뿐.


‘자기 개 소중한 건 알면서, 왜 남의 개 소중한 줄은 몰라?’


이 개들에게는 잘못이 없었다.


나는 개의 복수를 위해 죄 없는 개들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를 향해 시끄럽게 짖는 개들을 잠시 재웠다.


내가 소환한 수면 가스에 의해 작은 개와 큰 개가 동시에 천천히 잠들었다.


‘자고 있어라. 곧 새 주인을 찾아줄 테니까.’


좁은 울타리 안에서 생을 마감하는 인생은 너무 시시했다.


개도 그걸 원하지 않을 것이다.


남자를 처리한 후에는 남자의 개들을 유기견 보호 센터에 보내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곳보다는 훨씬 나을 거야.’


나는 남자가 있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



남자의 집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안이 더 허름했다.


벽에 곰팡이와 거미줄은 기본이고, 바닥에 발을 디딜 때마다 바퀴벌레로 보이는 벌레 여러 마리가 샤샥 소리를 내며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로 남자에게 다가갔다.


남자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야.”


남자를 불렀다.


하지만 남자는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내가 죽인 게 아니야, 내가 죽인 게 아니야······.”


남자는 손을 덜덜 떨면서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그 말만 되풀이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더 화가 났다.


‘이제 와서 후회를 해 봤자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거든.’


개가 죽었다.


주인이 울었다.


지금 이 사실보다 더 정확한 것은 세상에 없다.


남자는 벌을 받아야 했고, 남자에게 벌을 내릴 사람은 나였다.


“야!”


나는 남자의 한심한 모습을 더 보고 싶지 않아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내 목소리에 그제야 남자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마지막에는 내가 있는 뒤쪽을 돌아보았다.


“으아악·····!”


인기척을 내지 않고 들어와서 그런지, 남자는 꼴사나울 정도로 놀라며 의자에서 넘어졌다.


나는 남자가 의자에 앉은 자세로 뒤로 넘어지는 모습을 보고 웃기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웃겨서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너, 너 뭐야! 여기는 어떻게 들어온 거야?”

“집에 문이 없던데?”


남자의 집에는 문이 없었다.


원래부터 없었는지, 아니면 누가 몰래 떼어간 건지, 나는 몰랐다.


그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게 싫으면 밖에 문을 만들어. 아, 거지라서 만들 돈이 없으려나?”


내 얼굴에 떠오른 비웃음을 보고, 남자는 내가 자기가 무시하고 있음을 확신했다.


“······죽고 싶은 거냐?”


그 말을 하면서 남자는 책상 옆에 세워 두었던 쇠망치를 잡았다.


‘와우!’


나는 집에 왜 저런 게 궁금했다.


도둑이나 강도가 들어오면 때려잡기 위한 걸까.


‘요즘 시대에 참 무식하네. 저걸로 사람을 잘못 때리면 바로 살인자가 될 것 같은데.’


나는 믿는 구석이 있는지라 남자가 쇠망치를 든 모습을 보고도 겁을 먹지 않았다.


나의 그런 반응에 남자는 내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을 했다.


“좋은 말로 할 때 당장 여기서 나가. 안 그러면―.”


나는 남자의 다음 말을 예상했다.


남자는 쇠망치를 번쩍 들어서 나를 위협했다.


“―이걸로 네 머리를 부숴주지.”


내가 신이 아니었다면 당연히 저 협박에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신이라 이 세상에서 무서운 게 하나도 없었다.


남자의 말은, 이강현이 나에게 한 가소로운 협박 같이 한없이 가볍고 우스울 뿐이었다.


“그런 비슷한 말을 한 놈이 있어. 그 새끼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아?”


남자는 궁금하다거나 관심 없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손에 쇠망치를 든 채로 나를 노려볼 뿐이었다.


“사지가 절단되어서 병원에 입원 중이야. 치료를 받는 중이지. 하지만 치료를 받는다고 해서 상태가 좋아지지는 않을 거야. 이미 잘라진 손과 발이, 원래 상태로 돌아올 리가 없잖아?”


양손과 양다리가 잘린 이강현은 정말 애벌레 같았다.


애벌레가 움직인다.


꿈틀꿈틀.


열심히.


“그 잘난 놈이 그렇게 되어서 얼마나 속 시원하던지!”


나는 병원에 가서 본 이강현의 상태가 눈앞에 떠올라 혼자 키득키득 웃었다.


모든 걸 기억하고 웃는 나와는 달리,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남자는 당연히 똥을 씹은 표정이었다.


그러니 남자의 입장에서는 내가 미친놈인 것이었다.


“······젊은 놈이 제정신이 아니군.”


남자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보는 눈도 없으니, 그냥 여기서 널 죽이고 뒤처리를 해야겠어.”


그러면서 남자는 나에게 조금씩 다가왔다.


“다 네가 자초한 일이다. 나를 원망하지 마라.”


나는 남자가 그런 반응을 보여 너무 고마웠다.


“그건 내가 할 말이지.”


덕분에 남자를 죽여도 죄책감이 들지 않을 것 같았다.


나를 죽이려고 하는 사람을 내가 죽이는 것은 정당방위이기 때문에.


“나야말로 고마워, 마음 편히 널 죽일 기회를 주어서. 이제 나는 네가 죽어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거야.”


웃으며 말하자 남자는 불쾌해했다.


남자는 대꾸 없이 양손으로 쇠망치를 휘둘렀다.


타이밍에 맞춰, 허상 세계를 열었다.


갑자기 눈앞에서 장소가 바뀌자 남자가 멈칫했다.


“안 그래도 널 어떻게 죽이면 좋을지 고민이 되어서 계속 생각을 해 봤는데, 지금 드디어 답을 알게 됐어.”


남자의 얼굴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역시 너에게는 돼지 껍데기 형벌이 어울려.”


돼지 껍데기 형벌.


내가 이번에 새로 고안한 형벌의 이름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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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시즌2 1. 이상한 애 24.08.10 42 1 14쪽
30 시즌2 0. 전학생 24.08.10 45 1 3쪽
29 28. 휴식 24.08.09 48 1 13쪽
28 27.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벌어지는 일 (3) 24.08.08 51 1 12쪽
27 26.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벌어지는 일 (2) 24.08.07 51 1 13쪽
26 25.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벌어지는 일 (1) 24.08.06 54 1 11쪽
25 24. 초대형견과 가출견 24.08.05 57 1 12쪽
24 23. 목줄 사건 24.08.04 67 1 12쪽
23 22. 돼지 껍데기 남자 (3) 24.08.03 70 1 15쪽
» 21. 돼지 껍데기 남자 (2) 24.08.02 73 1 11쪽
21 20. 돼지 껍데기 남자 (1) 24.08.01 78 2 11쪽
20 19. 이강현의 협박 24.07.31 86 0 19쪽
19 18. 일진 사냥3 -이강현3- 24.07.30 81 1 11쪽
18 17. 일진 사냥3 -이강현2- 24.07.29 87 1 11쪽
17 16. 일진 사냥3 -이강현1- 24.07.28 93 2 13쪽
16 15. 일진 사냥2 -안재호3- 24.07.27 97 2 13쪽
15 14. 일진 사냥2 -안재호2- 24.07.26 96 2 11쪽
14 13. 일진 사냥2 -안재호1- 24.07.25 93 1 11쪽
13 12. 일진 사냥1 -신민철3- 24.07.24 10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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