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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도 님의 서재입니다.

HUNTER n GATHERER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대체역사

9도
작품등록일 :
2020.05.12 10:30
최근연재일 :
2020.07.03 07:11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4,865
추천수 :
689
글자수 :
289,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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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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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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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17쪽

관찰

존댓말, 존칭 없습니다. 어른과 아이에 대한 구분도 모호한 세상, 위계가 흐릿한 기원전 4만년으로 안내합니다.




DUMMY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늑대들은 천막 근처로는 다가오지 않았다. 고예호에 있을 때도 숲 속에 있다가 아므하가 사냥갈 때면 나타나곤 하던 녀석들이었다.


사리나와 이난나가 나타나자 에르호쪽 사람들이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일행을 향해 걸어 나왔다. 도치는 이리나에게 달려가 포옹했다. 도치는 할머니를 샤리쉬 강에서 처음 본 이후로는 한 동안 못 보고 있었다. 초초이카는 늑대가 없는지 살펴봤으나 눈에 띄지 않는 것을 보고 손에서 창을 내려놨다.


“모두 반가워, 잠깐만, 늑대들 때문에 먼저 할 일이 좀 있어.”


이난나는 여울에게 눈짓을 했다. 여울은 사람들을 모두 데리고 다시 마을 마당으로 걸어갔다. 사리나와 이난나, 이리나와 올간 그리고 도치 다섯 사람은 사슴에게로 갔다. 사슴들은 마을 한 켠에서 누워 있었다.


“어쩜 얘네들은 어디 도망도 안 가고 이렇게 있네”


이리나는 사슴이 신기한 듯 쳐다봤다.


“한동안 천막 안에서 재우고, 사람들이 지켜주고 하니까 어미 녀석이 어디 안 가고 여기 계속 있더라.”


사리나가 이리나를 보며 말했다. 염소들도 사슴과 함께 있는 것이 좋았던 것 같았다. 사슴과 염소들은 사리나가 옆에 오자 반가운 듯 다가왔다. 이리나는 사슴과 사리나를 번갈아 보며 미소지었다.


“엄마, 얘가 사피야?”


이난나는 새끼 사슴 두 마리 중에 좀 더 커 보이는 녀석을 가리키며 물었다. 녀석은 이난나 옆으로 오려다가 멈칫 멈칫 했다.


“응, 좀 더 커 보이는 녀석이 사피고, 좀 작은 녀석이 도티야.”


사리나 대신 도치가 대답했다.


“사피! 나야! 너를 구한 사람!”


이난나는 사피에게 유난히 애착을 보였다. 처음 사피를 구한 그날처럼 사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피는 그제서야 이난나 곁으로 왔다. 이리나는 쭉 지켜보다가 빨리 끝내고 천막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난나, 네 오줌이 좀 필요해.”


“네?”


“사슴과 염소들에게 네 오줌을 뭍힐거야. 그리고 걔네들 가까이에 틈틈히 오줌도 좀 싸라.”


“할머니, 잠깐만. 미안한데 잠깐 멈춰봐. 올간!!! 너 옆에서 다 듣고 있으면 어떡해! 저리 가! 도치 오빠도!”


이난나는 이리나가 계속 말하려는 걸 막았다. 거리낌 없이 말하는 할머니가 야속했다. 얼굴은 이미 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녀석, 성질머리 하고는, 알았다. 알았어. 갑자기 그렇게 크게 말하면 어떡하냐? 사슴들 놀라잖아!”


사슴을 구한 것은 이난나지만 실질적으로 돌본 사람은 도치나 다름없었다.


“이난나, 내가 뭐 도와줄 건 없어?”


이난나는 올간을 째려봤다.


“알았어. 뭘 또 그렇게 쳐다봐. 가면 되잖아.”


올간은 혹시나 오줌 받을 그릇이라도 만들어줄까 하고 물어봤다가 이난나의 따가운 시선에 얼른 도치를 따라 갔다.


***


“여울, 늑대들은 어디에 있어?”


초초이카는 늑대만 있으면 짧은 창이 없어도 된다는 여울의 주장을 온전히 믿지는 않았다. 아므하가 사냥을 쉽게 쉽게 하는 건 늑대보다는 짧은 창 덕이라고 믿었다. 게다가 늑대들은 이난나보다는 아므하를 따르는 것처럼 보였다. 이난나는 짧은 창에 대해 잘 알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늑대가 따라오지 않기를 은근히 기대했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늑대는 보이지 않았다. 늑대는 사자나 호랑이 등과는 달랐다. 어디 숨어 있을 녀석들이 아니다. 따라오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늑대들? 뭐 알아서 오겠지.”


여울은 늑대들이 이난나를 따라올 것이라고 믿었다. 그 동안 여러 차례 느꼈지만, 늑대는 이난나를 쫓아다녔다. 녀석들은 어디에 있는지 몰라도 이난나가 사냥할 때, 혹은 위험할 때 어떻게 알았는지 귀신처럼 나타났다.


‘이 녀석, 웬일이래? 이난나보다 늑대를 더 기다리는 거야?’


“이래서는 사냥하는데 달라지는 게 없잖아? 이난나가 오면 늑대도 올거라며?”


‘늑대보다는 짧은 창이지. 우길 걸 우겨야지.’


초초이카는 사냥의 주도권을 다시 되찾고 싶었다. 발이 다친 이후 사냥의 주도권은 다시 여울에게 넘어갔다. 늑대로는 주도권을 가져올 수 없었다. 이난나 곁에 붙어 있는 올간은 여전히 눈에 가시였다. 더군다나 짧은 창에 대해 알아내려면 올간이 곁에 없는 것이 좋았다. 직접 없애면 이난나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이난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최고가 되어야 했다.


“사냥을 나가 보면 알게 될거야. 걱정마.”


올간은 할머니가 무슨 특별한 약초라도 쓸 줄 알았다. 홀로 길을 나설 때 썼다는 독향을 쓸 줄 알았는데 고작 오줌이라니 조금은 어이가 없었다.


***


사리나와 이난나는 여전히 마을 사람들과 모닥불 앞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리나는 일찍 쉬고 싶다고 천막 안으로 들어갔고, 올간도 할머니와 함께 있겠다고 이리나를 따라 갔다.


“할머니, 그걸로 늑대를 막을 수 있어? 그럼 동굴에 있을 때도 그냥 오줌을 누면 되는 거 아냐?”


“올간, 할머니가 너한테 뭐라고 가르쳤지?”


“응? 할머니가 나한테 가르친 게 한두 개야? 그렇게 두루뭉실하게 물어보면 내가 어떻게 알아?”


“그렇네, 녀석, 그렇게 따박따박 따지는 거 보면, 똑 제 아빠를 닮은 거 같아.”


“또 그 얘기다. 할머니, 빨리 얘기해 줘. 오줌으로 늑대를 막을 수 있는 거면 그냥 오줌 누라고 하면 되지. 왜 안 가르쳐 줬어?”


“할머니라고 처음부터 알았던 건 아니야. 혼자가 됐을 때도 잘 살아남으려면, 누구한테 배워서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깨닫는 것도 중요해. 그런데 가만히 있는다고 저절로 깨닫게 되는 건 아니야. 너 아므하가 대단하다는 생각 안 드니?”


“아므하야 대단하지. 갑자기 뜬금없이 웬 아므하 얘기야?”


“할머니가 어디 사냥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딱히 무슨 일을 하는 것도 아니 잖니, 아므하랑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했지. 그러다가 늑대 얘기도 한 적이 있었어. 그 늑대들을 어떻게 알게 됐냐부터 늑대가 어떻게 아므하를 따르게 됐는지까지 다 들었지. 자기도 야크쉬한테 들었다는 거야. 늑대한테 배우라고. 그래서 늑대를 잘 살펴봤다고 하더라. 아므하한테 들은 얘기도 있고 해서 늑대들을 틈틈이 지켜봤지. 할머니가 너한테 얘기해 주고 싶은 건, 하나를 깊이 살펴보라는 거야. 왜 그럴까 생각해 보고. 기억나? 할머니가 했던 말?”


“응, 기억나, 무엇이든 이유가 없는 것은 없다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으면 잘 살펴보라고 했지. 그 얘기인 거야? 그럼 이난나의 오줌에 뭐가 있어?”


“맞어. 따져보면 이난나의 오줌에 뭐가 있어. 짐승들이 어떻게 사는지 잘 살펴보면, 다른 짐승을 잡아먹고 사는 녀석들은 나무 같은데 제 몸을 문지르거나, 제 오줌이나 똥을 군데 군데 눠서 제 땅이란 걸 다른 녀석들에게 알려. 내 땅에 들어오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뜻이지. 너도 알지?”


“아, 그럼 이난나가 지금 이건 내 꺼니까 건드리지 말라고 늑대들한테 미리 알려주는 거란 말이지?”


“비슷해. 아므하한테 들은 얘기도 있고..., 할머니도 지켜보니까 그 녀석들은 우두머리가 있어.”


“응, 나도 이난나한테 들어본 거 같아.”


“그래? 그럼 그 녀석들 중에 누가 우두머리인 거 같니?”


“그거야 당연히 파호지. 물론 아키도 있긴 한데, 아키는 수컷들한테만 우두머리고, 파호는 암컷들 우두머리이면서 모두의 우두머리이기도 한 것 같아.”


“응, 그건 늑대들만 따져보면 그렇지. 할머니 생각은 달라. 녀석들의 우두머리는 이난나야. 아므하도 아니고, 딱 이난나였어.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마 닐푸르가 죽을 때 했던 말에 실마리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늑대의 우두머리가 이난나야? 우와~! 그럼 나는?”


“넌? 그냥 친구지.”


“큭, 이난나는 우두머리인데 짝인 나는 그냥 친구야? 아키는 파호 짝이라 수컷 우두머리인데. 나도 수컷 우두머리쯤 되는 거 아냐?”


“올간, 이 할머니가 봤을 땐, 너도 친구고, 아므하도 친구더라. 자기들보다 조금 더 쎈 친구지. 그런데 우두머리처럼 따르는 건 아니야. 녀석들은 이상하게도 딱 이난나만 따르더라고.”


“아, 그래서 이난나의 오줌이어야만 하는 거구나.”


“맞어. 그래서 다른 사람 오줌은 별 소용이 없어. 녀석들은 이난나의 오줌냄새만 맡고도 이난나의 것이란 걸 알아. 오줌냄새 뿐만 아니지. 녀석들은 이난나의 모든 냄새를 다 알거야. 늑대들은 코로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잘 찾아. 늑대들은 우리 눈에 안 보이는데, 어떻게든 이난나를 찾아내지 않던?”


“응, 정말 신기했어.”


“녀석들은 언제나 코로 킁킁 대면서 이난나를 찾는 것 같았어.”


“우와~! 할머니, 내가 할머니보다 더 오랫동안 늑대들을 알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나보다 더 많이 아네. 역시 우리 할머니야. 이래서 내가 할머니를 제일 좋아한다니까?”


“정말이냐? 이 할머니가 보기엔 할머니가 첫째가 아닌 것 같던데?”


“아냐. 난 할머니가 제일 좋아.”


“그럼 이난나는 둘째야?”


“아~, 할머니! 그거랑 할머니를 좋아하는 건 다른 거잖아.”


“그게 뭐가 다르냐. 녀석, 할머니가 그냥 널 놀려본 거야.”


“히히, 그럼 이난나만 빼고, 할머니가 제일 좋아!”


올간은 할머니를 꼭 껴안았다.


*


이난나가 돌아오고 처음으로 나가는 사냥이었다.


아쿰, 아크만, 델베르, 마나쉬, 아르체, 지투는 초초이카가 이끌었다. 올간과 무치, 시루, 카라투, 발륵치, 도치, 그리고 이난나는 여울이 이끌었다.


“우리는 모두 세 군데에서 쟤네를 몰꺼야. 초초이카, 너네는 해 지는 쪽을 맡아줘. 우리는 해 뜨는 쪽을 맡을께. 그리고 늑대가 나타나도 놀라지 말고 하던 사냥을 계속해. 이난나는 파호 애들인지 아닌지 휘파람으로 알려줘. 파호 애들이 아니면 휘파람 두 번! 알지? 늑대가 나타나지 않으면, 늘 하던 대로 하자. 올간과 무치는 지친 녀석들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줘.”


여울은 일행에게 손짓으로 이동해야 하는 방향을 가리켰다. 순록 떼가 제법 커 보였다. 순록들은 사람들이 다가가자 한 자리로 뭉쳤다. 조금만 더 다가가면 달아날 것 같았다.


초초이카가 보기에 오늘도 사냥은 호락호락 할 것 같지 않았다. 딱히 가로 막힐 것이 없는 벌판이라 순록들이 달아나기 시작하면 옷을 벗어 던지고 싶을 정도로 달려가야 했다. 가죽을 여러 겹 겹쳐 입으니 여간 거추장스러운 게 아니었다. 뛰지 않을 때나 따뜻해서 좋았다. 땀 차기 시작하면 두 배는 무거웠다. 늑대들은 코빼기도 안 보였다.


‘몇 개 벗고 뛸까?’


여울이 팔을 들어 앞으로 더 가자고 손짓했다. 초초이카는 사냥이 끝나면 다시 입을 생각으로 위에 입은 순록털 파카(어원:툰드라 네네츠족의 전통 겨울외투를 일컬음)를 벗어 던졌다. 말이 파카지 순록 털가죽에 구멍하나 뚤어놓은 것이 전부였다. 남자들 몇 명이 초초이카를 따라 파카를 벗어 던졌다. 뛸 준비를 마친 후 순록떼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가자 순록떼도 더 이상 쳐다만 보지 않았다. 여차하면 뛸 것 같았다. 잠시 후, 카라투와 발륵치 그리고 도치가 함께 순록 떼의 동쪽 측면을 향해 달려 나가는 게 보였다. 거리를 두고 여울과 시루, 이난나가 따라 나갔고, 동시에 올간과 무치는 반대 방향, 즉 초초이카 쪽을 향해 달려왔다. 얼른 순록 떼 왼쪽으로 뛰라고 손을 휘젓고 있었다. 초초이카도 망설임 없이 바로 해 지는 쪽으로 뛰어나갔다. 초초이카 쪽은 뛰면서 각자의 간격을 조금씩 띄웠다.


*


얼마나 뛰었을까? 여울이 있는 쪽과는 거리가 많이 벌어졌다. 정상적이라면 지금쯤 순록들이 겨우 머리통 만하게 보일 정도로 멀리 도망쳤어야 했다. 만약 녀석들이 서있기만 한다면 지금은 한달음에 쫓아갈 수 있을 정도로 멀리 못 갔다. 아니 어쩌면 녀석들이 속도를 줄인 것처럼 보였다.


보통은 녀석들이 지쳐서 쉴 만할 때, 계속 쫓아가다 보면, 더 이상 못 뛰는 녀석들이 생긴다. 그 때까지 쫓아가야 했다. 낙오되는 녀석들을 노려 포위했다가 창으로 던져 마무리하기까지 온 종일이 걸릴 때도 있었다. 한번은 아크만이 넘어져 구르는 바람에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다행히 그저 발등이 좀 까지고 무릎이 긁히는 정도에서 끝났다. 때마침 올간이 에르호에 와 있을 때라 상처를 빨리 치료할 수 있었다.


“어? 어?”


“컹, 컹” “컹!”


초초이카는 갑자기 멈칫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늑대?’


곧이어 휘파람 소리가 들렸다. 한 번 울렸다. 초초이카는 다시 속도를 내어 달리기 시작했다. 순록들이 늑대 소리가 들린 이후로 좀처럼 빨리 못 달렸다. 앞에는 늑대들이 막고 있고, 양 옆으로 사람들이 쫓아가고 있었다. 초초이카 쪽에 사람이 많은 것을 봤는지 발륵치가 있는 쪽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발륵치와 도치, 카라투가 창을 던져 녀석들을 다시 올간과 무치 쪽으로 몰았다. 잠시 후, 좀 더 아래 쪽에 있던 여울이 순록 무리 옆으로 바짝 붙었다. 여울이 멈춰 서서 창을 겨누더니 뒤쳐저 달려오는 녀석 중 한 마리에게 힘차게 던졌다. 이난나도 순록 옆에 따라붙었지만 여울만큼 가까이 가지는 못했다. 이난나가 무리와 조금 떨어져 같이 뛰고 있었다.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창을 들더니 멈추는 동시에 창을 던졌다. 창은 이난나가 달려온 속도가 더해져 빠르게 날아갔다. 창 하나에 한 마리씩 꽂혔다. 두 마리가 각각 창에 맞았다.


‘뭐? 이난나가?’


초초이카는 달리면서도 방금 전에 본 장면을 믿을 수가 없었다. 창을 맞은 녀석들은 무리를 따라 똑같이 뛰는 것 같더니 어느 새 눈에 띄게 지쳐가고 있었다.


“저 녀석들!”


초초이카는 창 맞은 녀석들을 쫓아가면서 소리쳤다. 타겟은 이미 정해졌다. 다른 녀석들이 어디로 도망가든 상관없었다. 초초이카 쪽에 있던 사람들이 두 마리를 향해 전속력으로 뛰었다. 창에 맞은 녀석들은 초초이카쪽으로 향해 뛰다가 사람들이 쫓아오자 다시 올간과 무치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 마리는 올간과 무치가 따라붙었고, 한 마리는 어느새 늑대들이 따라붙었다. 초초이카 일행이 도착했을 무렵에는 올간과 무치가 이미 녀석의 숨통을 끊어 놓은 뒤였다. 나머지 한 마리는 파호가 고기를 뜯고 있었다. 아키와 나머지 녀석들은 파호를 기다리는 듯 보였다.


초초이카 쪽 일행은 전속력으로 뛰었다고는 하지만 숨이 좀 찰 뿐 땀이 날 정도는 아니었다. 여울이 다가왔다.


“오늘은 그냥 들고 가도 되지 않겠어? 다들 아직 힘이 많이 남아 있잖아?”


힘들게 사냥했다면 그 자리에서 목도 축이고 배도 채워야 했다. 마을까지 피가 좀 떨어져도 할 수 없었다. 여울은 그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없이 통째로 들고 가자는 얘기였다.


“매달 나무도 없잖아? 이걸 누가 짊어져?”


“살아 있는 녀석도 아니고 이걸 뭐 하러 매달아? 그냥 끌고 가면 되지.”


“그러면 털가죽이 상하잖아.”


“그럼 다리를 하나씩 들어.”


“아, 그러면 되겠네.”


- 큭큭 -


발륵치는 괜히 말을 꺼냈다가 여울의 핀잔에 머리만 긁었다. 이난나는 둘의 대화에 웃음이 나왔다. 파카를 벗었던 남자들은 옷을 찾으러 갔다. 맨살에 스치는 바람이 서늘하게 느껴졌다.


“늑대는 어디에 있다가 그렇게 나타나는 거니?”


“나도 잘 몰라. 그냥 나를 따라다니는 것 같아. 흐흐 나 늑대의 피가 흐르나봐. 아오~우”


“아오~우”


이난나가 장난으로 늑대 울음 소리를 내자 파호 무리들이 덩달아 울부짖었다.


“어우, 야! 그만해! 팔에 소름 돋는 거 안 보여?”


여울이 이난나의 어깨를 찰싹 때렸다. 카라투나 시루는 이미 너무 익숙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달랐다. 친오빠인 도치조차 이난나가 달리 보였다. 초초이카는 이난나에게 더욱 빠져들고 있었다.


***


이리나와 사리나, 이난나 삼대는 올간과 함께 모두 에르호로 돌아갔다. 아므하는 활과 화살이 있어도 혼자 사냥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점점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눈 밟는 소리, 눈에 띄는 옷은 모두 방해가 됐다. 마을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고, 그들과 함께 사냥할 때면 활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창을 쓰려면 사냥감에 더 가까이 가야 했고, 한동안 사냥을 등한시했던 마을 사람들은 사냥 중에 곧잘 다치거나 실수를 저질렀다. 아므하가 아무리 뛰어나도 사냥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도 사냥에 실패하는 날이 생겼다. 마을 사람들은 활에 대해서는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고, 에르호 쪽 사람들과 함께 사냥하자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아므하 일족은 샤리쉬 강을 건너 모두 에르호로 이동했다.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알 수 없는 소용돌이가 서서히 에르호로 다가가고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 조금 길었죠? 중간에 끊고 싶었는데, 느끼는 바가 있어 다음 회차로 넘기지 않고 쭉 썼습니다. 지루하신 부분은 독자님들이 알아서 스킵하고 보실 것 같더라고요. 쓰고 싶은 거 다 썼습니다. 차츰차츰 다듬어 갈께요.


당초에는 이 글을 일반 소설이라 생각하고 썼습니다. 웹소설 성격하고는 별로 안 맞다고 생각했어요. 아주 우연히 문피아에서 공모전을 한다는 기사를 본 것 같아요. 5월 11일이었습니다.


올릴까 말까 아주 잠깐 고민을 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처녀작인데 출판을 할 수 있을까?란 걱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퇴고도 거치지 않았고, 장르도 안 맞다는 생각은 했지만 일단 지르기로 결정했습니다. 연재를 시작했어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였습니다.

아무래도 글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당히 1부에서 마무리 짓고, 싹다 뜯어 고쳐서 다시 올려볼 생각이었습니다.

바로 직전 회차 ‘작가의 말’을 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일부 작가님들의 응원도 있었고,

서점에 들렸다가 우연히 본 <실패하지 않는 웹소설 연재의 기술>이란 책에서도

한번 플랫폼에 올렸다면 중단하지 말고 완결까지 내야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야 지망생이 아닌 작가로 거듭날 수 있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어요.

저는 어떻게든 작가의 인생을 살고 싶거든요.

첫 작품이라 재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글을 꼭 쓰고 싶었어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주제, 그러나 꼭 하고 싶은 이야기.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하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편견에 대해 얘기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이 글은 상징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제목도 상징적인 것으로 바꾸려고 합니다.

HUNTER & GATHERER

로 이어갈께요.

수렵채집인, 말 그대로 농경인 이전의 우리 조상을 뜻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갈 에정입니다.


나중에 작품이 끝날 무렵, 각각의 등장인물은 무엇을 상징하는지 후기 등을 통해서 적어볼 예정이에요.


여기서 꼭 완결을 내겠습니다!

응원해 주시는 작가님, 독자님께 마음을 담아 감사 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7

  • 작성자
    Lv.39 블랙찰나
    작성일
    20.06.08 07:16
    No. 1

    네 작가님 노력하시는 모습이 참 멋지십니다. 꼭 완결까지 하시길 바랄께요. 오늘 하루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9 9도
    작성일
    20.06.09 00:06
    No. 2

    작가님, 이렇게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 완결까지 화이팅!해요. 작가님도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9 마스티
    작성일
    20.06.08 09:53
    No. 3

    잘 봤습니다. 소설의 재미를 살리기 위한 부분이겠지만, 유인원이 오줌 싸는것에 대해 부끄러워한다는 것은 동의할수 없습니다! ㅋㅋㅋ
    오히려 무덤덤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면 좀더 리얼할 거 같다는 느낌이에요. ㅎ
    잘 봤습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9 9도
    작성일
    20.06.09 00:10
    No. 4

    맞아요. 오줌 싸는 거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죠. 요건 그냥 재미라고 보시는 것이...ㅎㅎ 다 리얼로 채우기엔 제가 많이 부족합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제3의 침팬지라고 하니, 유인원이라고 부르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참 별 걸로 다 부끄러워 하죠? 오줌 싸는 게 뭐라고. 막 이럽니다. ㅎㅎ 이 시대에 미인을 묘사하는 것도 참 힘들어요. 손발은 거칠테고, 잘 씻지도 못하는데 예쁜 건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막 이러고. 하지만 영 방법이 없는 건 아니더라고요 ^^ 이렇게 관심 있게 봐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작가님도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구름맛양갱
    작성일
    20.06.08 10:07
    No. 5

    작가님의 결심 응원합니다 ^^
    꼭! 작가로 거듭나시길 바랄게요.
    충분하시고도 남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옆에서 조용히 응원하겠습니다. 화이팅!!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9 9도
    작성일
    20.06.09 00:11
    No. 6

    다 작가님의 응원 덕분입니다. 우리 모두 꼭 작가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저도 작가님을 응원합니다. 화이팅!^^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비욘드R
    작성일
    20.06.08 10:15
    No. 7

    오랜만에 왔습니다. 작가님 더위조심하시고 완결 응원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9 9도
    작성일
    20.06.09 00:11
    No. 8

    작가님 반가워요. 작가님도 더위 조심하시고, 함께 완결 가요~!^^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정원교
    작성일
    20.06.08 10:26
    No. 9

    추천, 잘 읽었어요. 작가님 오늘 하루도 화이팅^^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9 9도
    작성일
    20.06.09 00:13
    No. 10

    늘 한결같이 읽고 추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도 화이팅!입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6 타티스
    작성일
    20.06.08 12:35
    No. 11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9 9도
    작성일
    20.06.09 00:14
    No. 12

    재밌으셨나요? 좀 더 재밌게 풀어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조금은 아쉬워요. 작가님 글을 보며 에너지를 채워요. 감사합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플레멘
    작성일
    20.06.08 12:42
    No. 13

    건필하시고, 월요병 조심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9 9도
    작성일
    20.06.09 00:15
    No. 14

    작가님, 제 마음과 같나 봅니다. 월요일 오전 힘들었어요~ 작가님도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널향달
    작성일
    20.06.08 12:56
    No. 15

    잼있게 보고 있어요~~
    오늘도 화이팅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9 9도
    작성일
    20.06.09 00:16
    No. 16

    작가님, 재밌게 보셨다니 너무 좋아요! 작가님도 화이팅하시고,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탈퇴계정]
    작성일
    20.06.08 13:06
    No. 17

    추천 꾸욱!
    월요병은 도통 적응이 안 되네요. 일하기 싫네요. 짬짬, 글도 써야 하는데...
    안양시는 벌써부터 쪄요. 오늘 꽤 덥겠는데요? 팥빙수가 당기네요.
    오늘도 힘내시고요. 건필, 깊은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9 9도
    작성일
    20.06.09 00:17
    No. 18

    오늘 팥빙수 드셨나요? 이렇게 응원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내일도 더위 조심하시고,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6 쏠튼
    작성일
    20.06.08 15:24
    No. 19

    아.. 제목 바꾸셨군요 그럼 그대로 응원하고 지지하겠습니다.
    오늘 잘 읽고 갑니다. ㅋㅋ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9 9도
    작성일
    20.06.09 00:19
    No. 20

    네, 제목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했어요. 내일 좀 더 고민해 보려고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고가 떨어지니 하루 종일 글쓰기도 정신 없네요. 작가님도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드래곤육포
    작성일
    20.06.08 16:49
    No. 21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9 9도
    작성일
    20.06.09 00:20
    No. 22

    작가님 글을 읽으러 가야하는데 ㅜㅜ 요즘 재고가 떨어졌어요. 오늘은 하루 종일 글 쓰다가 시간이 다 가버렸네요. 저도 찾아갈께요~ (재고 좀 채우고요~^^;;)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야벼
    작성일
    20.06.08 17:01
    No. 23

    오 제목 잘 고친것 같네요
    전 좋아보여요! 확실히 말하려 하는 것이 보이는 느낌이네요.
    물론 지금 제목은 더 잘 말해주지만 적당한 제목같네요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9 9도
    작성일
    20.06.09 00:23
    No. 24

    이렇게 공감해 주셔서 너무 좋아요! 처음부터 저 제목으로 할껄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두 번째 제목이 좋다는 분도 계시고 해서, 지금 살짝 절충 중입니다. 공모전이 끝나면 바꿔야 하나 이러고 있어요. 늘 이렇게 읽고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 드려요. 저도 곧 답방 갈께요~ (오늘도 재고 채우느라 ㅜ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야벼
    작성일
    20.06.08 17:01
    No. 25

    오 제목 잘 고친것 같네요
    전 좋아보여요! 확실히 말하려 하는 것이 보이는 느낌이네요.
    물론 지금 제목은 더 잘 말해주지만 적당한 제목같네요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7 살찐감자
    작성일
    20.06.08 20:12
    No. 26

    맞는 말씀입니다.
    끝까지 완결을 못내더라도, 1부 2부 이런식으로 분기별로나마 완결을 내는 것이, 아예 미완결보다는 낫다고 생각해요.
    제목도 잘 바꾸신 것 같아요!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9 9도
    작성일
    20.06.09 00:24
    No. 27

    일단 1부는 거의 마무리 단계에요. 2부도 쉬지 않고 바로 달려가기로 했습니다. ^^
    공감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작가님도 건필하시고 내일 하루도 잘 보내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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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서막 (1부 끝) +20 20.06.12 58 13 14쪽
37 사냥4 +24 20.06.11 62 15 12쪽
36 월동 +14 20.06.10 45 12 12쪽
35 자만 +26 20.06.09 52 15 13쪽
» 관찰 +27 20.06.08 56 12 17쪽
33 장애 +26 20.06.06 65 10 12쪽
32 제작 +32 20.06.05 60 13 12쪽
31 탈출 +32 20.06.04 63 12 13쪽
30 재회2 (수정) +36 20.06.03 78 1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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