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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안녕하세요?

어째서 나만 로그아웃이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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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4.02.05 18:10
최근연재일 :
2024.06.1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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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0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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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나만의 공간

DUMMY





문어빵과의 숨 막히는 사냥이 끝나고

내일 또 하자는 것을 일단 메인 퀘스트 먼저 다 밀자고 제안하자 얼굴을 찌푸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레이드가 끝난 시점에서 메인 퀘스트는 끝이 날 거라고 예상하기에 문어빵도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덕분에 사냥의 지옥에서 벗어난 나는..(아니.. 지옥이 맞긴 한가? 어쨌든 나도 사냥을 해야 하기는 하지만..) 메인 퀘스트를 끝내기 위해 오랜만에 포라드 항구로 돌아왔다.


“ 아. 춘배님! 어서 오세요! 오랜만에 뵙네요. “


정말 오랜만이기는 했기에 아리아가 나를 반기는 것도 당연하다.

아. 이거 말 안 했구나.

지금은 점검 시간.

문어빵이 나를 놓아준 것에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점검 시간이 다가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녀석도 참 징하지..

어떻게 점검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가야만 풀어주는 건지..


“ 잘 지내셨어요? “


솔직히 잘 지내지는 못했겠지.

결국, 파리안은 죽었으며 신수 엘크가 사라지는 바람에 풍요의 대륙은 악마에게서 안전한 대륙이 아니게 되었다.


실제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쯤은 눈앞의 아리아가 원래 말랐음에도 불구하고 더 말라 보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 솔직히.. 좋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네요.

하지만 언제까지 울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악마의 피가 수로에 퍼졌을 때도 우리는 이겨냈던 것처럼 이번에도 이겨나갈 수 있을 거예요..! “


처음 봤을 때는 수녀님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모든 것을 다 짊어지고 나니 씩씩한 소녀 같은 느낌이랄까.

뭔가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하면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 들었다.

절대 예뻐서 그런 건 아니다.


“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언제든 도와드릴게요. “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 정도뿐인가.


“ 아녜요! 괜찮아요! 지금까지도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았는걸요.

분명... 파리안님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을 거예요. 제가 대신해서 인사드릴게요. 정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춘배님. “


와 진짜 얼굴도 예쁘고 싹싹하고 예의 바르고 남을 위해 고개 숙일 줄도 아는 이런 예쁜 여자가 너무나도 좋지만..

뭐.

메인 스토리 상 모험가가 풍요의 대륙을 위해 일할 일은 남아있지 않았기에 이렇게 잘라서 말하는 것이겠지.


“ 물론 악마들을 막을 힘이 약해져서 풍요의 대륙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영토는 줄었지만...

대신 다른 대륙에서도 저희를 도와주시기로 했거든요. “


순간.

악마들과 다른 대륙을 생각하자마자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 다른.. 대륙이라고 한다면..? “

“ 기사의 대륙에서는 기사분들을 더 많이 파견해주신다고 하고. .. .. 후훗. 춘배님! “


어.

갑자기 왜 이렇게 예쁘게 웃는 거람.

NPC만 아니었어도 고백으로 공격할 뻔했잖아.


“ 네? “

“ 잠깐 여기서 기다려보세요! “


에잉?

갑자기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내고 집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밖으로 나와 유리 방울 안에 들어있는 꽃 한 송이를 나에게 내밀어 준다.


“ 이건..? “

“ 후후후.. 마법의 대륙에서 저희 풍요의 대륙에 지원하는 마도구에요!

이것만 있으면 사람들이 농사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을 일은 없죠!

물론... 흙 자체는 풍요의 대륙이 훨씬 좋아서 품질은 조금 떨어지지만요.. 헤헤.. “


아니 그래서 이게 뭔데.

설명해 줘야지.


“ 이거는.. 원래 풍요의 대륙 사람들에게만 주는 건데...

춘배님을 위해 하나 만들어 두었어요! 물론.. 제일 좋은 거랍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비밀이에요. 후훗. “


아리아가 이렇게까지 활발하고 애교 많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나.

뭔가 인격도 바뀐 느낌이 드는데..


“ 어 음.. 날 위해서 남겨놨다니 고맙기는 한데.. 이.. 이거.. 뭐야? “

“ 마도구요! “

“ 그러니까.. 무슨 마도구? “

“ 히히~ 바닥에 한 번 심어보시겠어요? “


시.. 심어?

뭐.. 풍요의 대륙이니까.. 이게 씨앗이라도 되나?


“ 이.. 이렇게? “


조금은 어색하게

이게 맞나 싶은 느낌으로

흙을 발로 살짝 파서 방금 받은 특이한 마도구를 구멍 사이로 집어 넣어본다.


그러자 갑자기 두 갈래의 나무뿌리가 자라나더니..

타원형 거울처럼 하나로 이어지며 마치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초록색 빛들이 예쁘게 빛나고 있었다.


“ 히히 차원 이동 마도구에요! 얼른 들어와 봐요! “


내가 문을 열고

아리아가 신나게 안쪽으로 뛰어 들어간다.


솔직히 이게 뭔가 싶었지만..

수많은 게임 경험상 이건 안쪽에 들어가면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그런 느낌인 건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들어가려니까 살짝 겁이 났었는데 저렇게 아리아가 먼저 들어가 준다면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무언가 빨아들이는 느낌.

어딘가로 떨어지는 느낌... 같은 건 전혀 없고..


그냥 평범하게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으로 안쪽으로 들어가 보자 아주 예쁜 금빛 들판과 함께 졸졸 흐르는 계곡과 시원하게 느껴지는 바람이 나를 맞이해주었다.


“ 우와... “


힐 링.

그냥 두 글자를 숟가락으로 듬뿍 퍼서 내 입을 강제로 벌린 다음에 억지로 쑤셔 넣는듯한 느낌이랄까.


저 금빛 들판에 예쁜 여캐가 기분 좋다는 듯이 뛰어다니는 것을 보니 내 입에 억지로 쑤셔 넣은 힐링이라는 두 글자가 식도를 타고 위를 거쳐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 뭐. 지금은 아무것도 없지만! 모두가 이곳에 각자의 논밭을 만들어서 생활하고 있어요!

다른 분들은 집에 설치하는 형식이지만.. 지금 드린 건 들고 다닐 수 있게 특별 제작한 거예요!

춘배님만을 위한 거! 아 참! 그래도 안쪽이 너무 편하다고 오래 있지는 마세요!

마도구 안에 갇혀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

“ ...어.. 그거.. 괜찮은 건가요? “

“ 헤헤 그럼요! 말이 그런 거지 괜찮아요! 아! 하지만.. 여기 있다 보면 바람이 너무 좋아서 영원히 지내게 되어버릴지도..? 그것도 갇히는 게 아닐까요? “

“ ..그건 좋지만 사양할게요. “


마법의 대륙이라..

물론 게임이기에 뭐든 가능한 것이긴 하겠지만

대체 거긴 뭐 하는 곳이길래 이런 다른 공간까지 만드는 기술이 있는 걸까.


“ 혹시 농사하는 법은 알고 계시나요? “


하하. 그 정도는 뭐.

이미 배워서 알고 있...

...

...잠깐만.

여기서 알고 있다고 말하는 게 맞나?

아니 맞긴 한데.

정답은 정답인데.

가끔은 모르는 게 더 이득일 때도 있는 거 아니겠어?


“ 아뇨. 잘 모르는데요. 혹시 가르쳐주실 수 있나요? “

“ 좋아요! 이리 와봐요. 제가 하나하나 알려줄게요! 일단 흙을..! “


허허

좋다.

분명 알고 있다고 한다면 ‘ 와 모험가님! 역시 다재다능하시네요! ‘ 하고 넘어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겠지만


NPC의 정해진 대화가 아닌 이런 자연스러운 대화를 예쁜 여캐와 주고받으며 알고 있던 내용을 한 번 더 배우는 거라면 수백 번은 더 배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와.. 모험가님은 처음 하는데도 잘하시네요? “

“ 잘 가르쳐주시니까요. 더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 이다음엔 [성장의 가루]를 뿌리면 곧바로 자라나요? “

“ 어.. 어어.. 네! 맞아요! 응용력이 뛰어나시네요! “


허허허허.

허허.

허.

살짝 현타가 오긴 하는데.

좋은 건 어쩔 수 없는걸.


“ 휴우.. 그럼 이쯤이면 된 것 같네요! 궁금한 게 더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저는 사실.. 일할 게 좀 많아서요.. 헤헤.. 그럼 이만 가볼게요. 다음에 또 봬요! “


행복한 두 사람의 힐링 라이프 데이트는 여기가 끝인 건가.

너무 짧았지만 어쩌겠는가.

나한테도 사실 기분만 좋을 뿐 큰 이득은 없는 시간이었다.


“ 자 그럼... 생활이라.. “


어차피 생활을 잘 하지는 않지만..

이왕 온 김에 밭을 싹 만들어 두고 한동안 잊어버리고 나면 나중에 돌아왔을 때 소소한 비자금이 되어줄 것이다.

게다가..

사실.

내 집 마련은 언제나 좋지 않은가.


“ 물론 벌목은 안 할 거지만 말이지. “


나무는 대충 돈 많이 벌어서 경매장에서 사서 집을 만들면 그만이다.

게임 하는 데 있어서 단순히 건물을 짓는데 사용하는 나무는 분명 값이 쌀 테니 상관없겠지.


우선 나는 포라드 항구와 나만의 농원을 오가며 밭일에 필요한 삽, 갈퀴, 씨앗, 드론(여기 드론은 물 뿌리는 기능까지 있는데 엄청 싸네..)을 먼저 구매해서 아주 크게 밭을 갈았다.


-콱!


“ 읏차..!! “


-콱!


삽질할 때마다 황금빛 잔디가 잘려나가며 무언가를 심을 수 있는 땅이 되어간다.


그렇게 멍하니 땅을 갈며 생각해본다.

우리가 현재 게임을 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이 무엇일까?


당연히 첫 번째는 무기이지만 레벨 차이가 크게 나는 적이거나 [무기 파괴] 스킬을 가진 적을 상대로 오랫동안 싸우지만 않으면 그렇게까지 내구도가 닳아 없어지는 경우는 없었으며


굳이 수리 키트의 비용이 부담되지 않는데 자체 제작할 필요가 없다고 느껴진다.


그렇다면 짧은 간격으로 많이 쓰는 소모품을 만드는 것이 제일 나았으며

그중에서 가장 많이 쓰는 건 당연히 회복 포션이었다.


LLF는 다른 게임들과는 다르게 딸깍 한 번에 포션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직접 병을 열고 꼴깍꼴깍 마셔야지만 HP가 차는데도 불구하고


유저들은 어떻게든 빠르게 포션을 먹기 위해 뚜껑을 딴 채로 입에 물고 달려가며 마셔버리면서 물약 소모가 꽤 많이 늘어났다.


나 역시 레이드를 통해 땀을 흘려도 체력 포션이 흐를 정도로 많이 마셔댔기 때문에 슬슬 물약도 부족해지는 만큼 생활로 포션을 충당하는 건 아주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 포션이.. 연금술이었나? 그럼 채집 재료도 사야 하나? “


채집 덤불이랑 꽃도 좀 심어야 할 테고..

버섯이면 나무도 몇 개는 조금 필요하고..

여기에 생활용 동물들도 돌아다니려나?

물은 구할 수 있는데..

아. 연금술 테이블이랑 솥도 필요하구나.

...잠깐.

생각보다 지출이 큰데?


“ 어.. 음.. 어.. 뭐.. 어쩌겠어. 이미 시작했는데. 여기서 더 안 하면 손해잖아? “


끝까지 가서 포션 뽑아 먹으면 어쨌든 이득이겠지.

음음.

나는 게이트를 통해 포라드 항구로 다시 돌아가서 다시 필요한 물품을 사기 위해..


“ 아리아님..!! 아리아님!! 큰일.. 큰일 났어요..!!! “


아리아님?

왜 날 보고?

아.

아아 여기 파리안님의 집.. 아니. 이젠 아리아의 집이지.


“ 무슨 일이죠? “


분명 아직 점검 시간인데도 나는 완전히 스토리를 지켜보는 카메라맨이 된 것처럼 기사가 나를 완벽하게 무시하고 아리아에게 달려가 한 장의 편지를 건넨다.


“ 에.. 엘.. 엘리시안느 교단 녀석들이..! 편지를..! “

“ ...네? “


...

혹시나 싶었다.

기사의 대륙에서도 결국 마지막에는 벨하르 왕자가 죽고 엘리시안느라는 무슨 종교 집단 같은 녀석들이 악마들을 몰아내겠다며 대륙을 집어 삼켜버렸었다.


물론 아직 리엔 왕자가 남아있기에 왕국 자체는 남아있기는 하지만..

분명 힘은 많이 약해졌었겠지.

그런데..

이 풍요의 대륙까지도 손을 뻗겠다고..?


“ 아리아님 저도. 잠깐 보여주시겠어요? “


내가 손을 뻗자

아리아는 편지를 주려다가.. 다시 가져간다.


“ ..아뇨. 아뇨아뇨.. .. .. 저희의 은인과 엮여서는 안 돼요... 절대.. 절대 엘리시안느와 관여되지 마세요... “


...

대체 그 녀석들이 뭐길래.. 리안 왕자도 그렇고 아리아까지 이러는 걸까?

일단.

확실한 건..

기사의 대륙에 몰려오는 악마들을 막을 수 있는 힘이 있으며

동시에 풍요의 대륙까지도 악마들의 접근을 막아낼 수 있는 녀석들이다.


악마를 막아낸다.

이것만 보면 그들은 좋은 존재들이다.

물론 직접 본 엘리시안느 녀석들은 보기만 해도 비속어가 쏟아져 나와 필터링으로 뒤덮어버릴 만한 성격의 소유자들이 많았지만

그들이 악마를 정말 잘 막고 있다면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를 좋아해 주는 리엔 왕자도, 아리아도 제발 엘리시안느와 연관되지 않기를 바란다.


“ ...적어도.. 당장은 보호받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고 생각해야겠죠... “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리아의 표정은 상당히 좋지 않았다.






작가의말

캐릭터 키우는데에는 돈을 안 써도

내 영지에 집 만드는 데는 현질 많이하는 편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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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80. 인원 선별 24.05.24 7 0 13쪽
79 79. 벽 위의 벽 24.05.23 7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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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76. 스토리 진행 24.05.20 9 0 14쪽
75 75. 유저의 불만 24.05.17 7 0 13쪽
74 74. 잘못된 설계 24.05.16 8 0 13쪽
73 73. 피로도 24.05.15 7 0 14쪽
72 72. 죽음보다 더한 공포 24.05.14 8 0 14쪽
71 71. 벨크리아 탈환 작전 24.05.13 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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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9. 또 사냥이야 24.05.09 8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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