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안녕하세요?

적월미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새글

이춘배
작품등록일 :
2022.12.01 19:17
최근연재일 :
2024.06.24 19:23
연재수 :
586 회
조회수 :
121,469
추천수 :
296
글자수 :
3,631,654

작성
23.09.13 19:22
조회
249
추천
0
글자
12쪽

293. 급할수록 돌아가자

DUMMY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과도 같은 고래의 핵.

처음 마주했던 고래보다 조금 더 큰 크기였지만

그런 고래에게서 나온 핵은 마치 거대한 육체를 떠받들기 위해 힘을 주고 있었던 것처럼 점차 줄어들더니 어느새 자동차 네 대를 잘 겹쳐놓은 것 같은 크기가 되었다.

물론 줄어든 만큼 에너지는 응축된 것인지 훨씬 더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런 핵을 빤히 마주 보던 춘향은 핵을 강하게 발로 차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쾅!!

“ 이대로는 안 돼!! “

“ 야! 이거 터지면 어쩌려고 발로 차는 거야!!! “

이미 카린은 거대한 방패를 만들어내 그 안에서 눈을 꼭 감고 있었지만

다행히 카린이 우려하는 핵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 그래. 발로 차는 건 잘못하기는 했지만.. 춘향의 말대로야. 고래를 한 마리 잡을 때마다 계속 함선을 새로 만들기도 힘들고, 미야도 죽어갈 만큼 다치는 것도 보기 좋지 않아. “

“ 어? 다시 생각해보니 괜찮을지도? 카린의 창조도, 미야의 검술 실력도 늘릴 기회잖아? “

“ ...그건 너무 극단적이잖아. 목숨을 위협받으면서 실력을 늘리고 싶지는 않아. “

상처는 다 치유했으며, 솔직히 죽더라도 시체와 마나만 남아있다면 앨리스가 살릴 수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전투 중간에 계속 죽음과 부활을 반복해대며, 함선이 점점 온갖 광물들로 뒤덮여 거의 온갖 광물이 모인 광산이 되어버리는 것은 원치 않았다.

무식한 방법으로 고래를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지금 잡은 고래가 소형일지, 중형일지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대형은 아닐 것이며, 네이렌이 노리는 가장 큰 고래 또한 절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목표로 하는 가장 큰 고래와 전투를 펼친다면 승산이 있는가?

절대 없다고 말할 수 있겠다.

어쩌면 앨리스조차도 죽어서 더이상 부활하지도 못하고 진짜로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 그리고 이건.. 알비스가 있다고 해도 변함없는 결과라고 생각해. “

아리나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런 아리나의 볼에 시원한 음료수가 담긴 병이 닿는다.

“ 미리 작은 고래들로 연습해보길 잘했네. 우리의 문제점이 정확히 어떤지 파악했어. “

“ 고마워 아디나. 그래. 아디나 말대로 우리는 지금 어떤 상태인지 너무 잘 알아버렸어.. 그래서 앨리스가 핵을 옮기는 동안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할지 생각해봤는데 한번 들어볼래? “

급할수록 침착하게 돌아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아리나는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첫 번째로는 지금 우리와 함께할 길잡이를 구해서 이런 무모한 방식으로 계속 고래를 사냥해 경험치를 쌓고, 익숙해질 때마다 조금씩 더 큰 고래들을 사냥해 나가서 결국 최종 목표인 이 은하의 가장 큰 고래를 사냥한다.

“ 으음.. 불가능하지 않을까? 알비스가 아니고서야 이런 무모한 사냥에 끼어들 길잡이는 없을 것 같은데. “

물론 다른 길잡이들을 본 적 없기에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미 성운 바깥으로 고래를 끌고 가 사냥한다는 방식이 정착된 이곳에서 길잡이들도 그러한 사냥 방식에 이미 익숙해져 있을 테니 네이렌이 원하는 근접 사냥을 함께해줄 길잡이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 맞아... 사실 우리도 고래에 대한 지식도 없어서 길잡이들이 미심쩍어할 테고 말이지... 우리의 비밀도 최소한의 사람만 알고 있었으면 좋겠어. 그래서 생각해본 두 번째 방법인데.. “

두 번째는 네이렌이 직접 신전이라는 곳에 가서 정식으로 성운 추적자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 것이다.

그렇게 이들의 방법을 배우고, 익히고, 적용해서 원거리에서 고래의 힘을 충분히 빼둔 이후에 네이렌이 잘하는 근접 공격으로 마무리를 짓는다는 느낌으로 가는 것이다.

“ 흐음..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을까? “

“ 애초에 우리는 전투능력이 상당하니까 금방 통과하지 않을까 싶은데? “

“ 에.. 저희가 간다고 해서 받아줄까요..? 딱 봐도 외계인인데... “

“ 큭큭.. 세상엔 돈이면 안 될 건 없지! 마침 비싸게 팔린다는 고래의 핵이 우리 손에 있네? “

춘향은 이미 아리나의 두 번째 의견에 찬성인지 핵을 톡톡 건드리며 아리나의 의견에 합세한다.

“ 다만 이 두 번째 작전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그 신전이라는 곳에 가서 우리가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최대한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야. “

게다가 만약 그 신전이라는 곳이 은하의 인도자들과 연결된 곳이라면 네이렌의 얼굴을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소 분장을 통해 모습을 숨길 필요도 있겠지...

상당히 까다롭지만.

“ 그래도 안전한 방법이라는 거지? “

“ 그래. 나는 최대한 빠르게 이 은하에서 볼일을 끝마치고 돌아갈 생각을 했는데.. 우리는 결국, 이 은하에 들어왔고 이 은하의 규칙에 따라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어. “

아리나는 이렇게 판단해서 모두에게 말했지만

아마 모두 아리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 그런데.. 그 신전? 이란 거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 “

엇.

순간 라티안의 질문에 아리나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 어~... 그.. 글쎄..? 어느 행성의 교육 기관 같은 게 아닐까..? “

“ 그럼 그 행성은 어디에 있는데? “

“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

왠지.. 하나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다른 일을 만들고

그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또 다른 일을 만들고..

끊임없이 산을 넘어가야 하는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뭐 지금으로써는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 그럼 우선.. 근처의 행성에 내려서 함선도 다시 만들 겸 거기서 신전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 보자. 너희들은 전부 지쳤을 테니까 첫 번째 키는 내가 잡을게. 괜찮지? “

괜찮은 수준이 아니라 너무나도 감사한 아디나의 제안에 모두 고맙다는 말과 함께 온갖 광물들로 인해 좁아져 버린 갑판 위에 대자로 뻗었다.

“ 그럼 다들 쉬고 있어.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천천히 날아갈게. “







태양처럼 아주 붉은 행성.

우주를 대충 훑어봤다면 분명 놓쳐버렸을 만큼 붉게 타들어 가는 느낌에 마치 도시의 불빛처럼 푸른 빛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빛나는 행성을 우연히 발견한 덕분에 아디나는 천천히 함선을 가져다 대본다.

너무나도 붉게 타오르고 있어서 실제로 사람이 살 수 있을지 의심은 되지만...

사람이 살고 있다고 말하듯 조금 먼 곳에 우주선 몇 대가 행성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이는 바람에 아디나도 이 행성에 착륙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천천히.. 천천히 내려가는데..

“ 자.. 잠깐만 아디나!! 위로! 위로!! 멈춰!! “

발소리가 들리지도 않았는데 급하게 달려온 주인공은 역시나 날개가 있어 공중으로 날아온 카린이었다.

너무나도 급하게 말하는 바람에 아디나가 급하게 멈췄다가 다시 함선을 위로 조종하고 난 뒤에 물어본다.

“ 왜? 무슨 문제라도 있어? “

“ 당연하지..! 지금 바닥이 어떤 곳인데 함선을 계속 내리는 거야..! “

정말.. 조타실의 유일한 단점인 아래를 못 본다는 것 때문에 카린이 급하게 아디나를 찾아와 더 내려가기 전에 멈추러 온 것이다.

사실 어느 정도는 보완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카린이 덕지덕지 붙여버린 광물 때문에 그 보완된 부분이 가려져 버리는 바람에 아디나는 지금 감각으로 지상에 착륙하고 있다고 봐도 무관했다.

“ 아하하 미안... 그래서 어떤 상황인데? “

“ 휴우.. 우리도 자세히는 모르는데... 겉으로 봤을 때는 그냥 붉은 행성이었잖아? 그런데 점차 내려가고 보니까 알겠더라고...! 저기 완전 뜨거운 에.. 너지? 집합체야! 내려가면 그대로 녹아내려 버릴 거야! “

“ ...음? “

“ 아잇 참..! 직접 봐봐! “

카린이 키를 빼앗아 함선의 마나를 제어하고 조금 더 안전하게 살며시 위로 움직인다.

아디나는 조금 얼떨떨했지만, 카린이 말한 대로 앞으로 걸어가 바닥을 본다.

“ 으아.. 뭐야. 나 다 죽일뻔했네? “

“ 그래!! 정말 위험했다고!! 무전기를 찾아봤는데 보이지도 않아서.. 아마 싸우다 우주로 날아가 버렸나 봐. 일단 급하게 날아왔는데 늦지 않아서 다행이지..! “

마치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어떻게 보면 지옥과도 같은 땅이다.

정말.. 카린의 말대로 내려가는 순간 함선이 녹아내려 죽을 것 같다고 느껴졌다.

“ 흐음.. 이러면 착륙할 만한 곳은... “

아디나는 시선을 뜨거운 지면에서 공중으로 옮겼다.

공중에는..

마치 푸른 빛들이 움직이는 것만 같은 느낌의 다양한 무언가가 주위로 떠다니고 있었다.

원기둥 형태에.. 네모난 틈으로 푸른 빛들이 새어 나오고 있으며 모든 원기둥 밑에는 전부 푸른 빛들이 나는 것으로 보아 저 빛에너지로 공중을 날아다니고 있다고밖에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이 거리에서도 저만한 크기로 보인다는 건..

“ 저거.. 이 행성만의 특징적인 도시라는 거겠지? “

수많은 원기둥 형태의 집들이 모여 특정한 모양을 잡고 있다기보다는 자유롭게 퍼져있는,

사방으로 벗어나는 건물도 있으며, 집단에 모여드는 건물들도 있었다.

“ 신기하네.. “

“ 그치? 위에서도 난리야. 조그마한 원기둥은 사람 한 가구가 살고 있다고 추측하고 있고, 조금 큰 원기둥은 주요 건물이라고 추측하고 있어. “

평소라면 새로운 행성에 온 것에 대해 겁먹었을 카린도 요즘 따라 새로운 것들을 보면 눈을 빛내는 것이 이런 특이한 행성의 특이한 문명이 재미있게 느껴졌나 보다.

“ 신기한데.. 이제 어떻게 해? “

아디나도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

저 하나하나의 원기둥에 사람이 살고 있다고 한다면 멋대로 함선을 저 집들 위에 올려버릴 수는 없었다.

“ 흐흐흐 뭐 방법 있겠어?! 줘봐! “

“ 우왓! “

어느새 달려온 춘향이 아주 신난 얼굴로 카린을 밀치고 함선의 키를 가져간다.

“ 어떻게 할 거야? 위에서 정한 거라도 있어? “

“ 아니! 아리나는 답 없다고 하길래 그럼 내 답으로 가자고 밀어붙이고 멋대로 왔어! “

그거참.. 위에서는 난리 났을 것 같네.

뭐 사실 네이렌 길드원들과 함께 진득하게 지내지는 않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은하의 온갖 다양한 인간들을 상대해 봤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디나는 춘향이 그렇게까지 문제아라고 보이지도 않았다.

“ 그래서? 너의 계획은 뭔지 말해줄래? 어디에 함선을 내려놓을 거야? “

“ 크큭... 주변에서 저 바글바글한 벌집을 향해 날아가는 쪼끄마한 원기둥에 그냥 얹어버리게! “

...음..

“ ....그래서? “

“ 분명 혼자 사는 집이거나 한 가족이 사는 집이겠지?! 쓱싹 처리해버리고 언어를 얻자구! 와! 언어를 얻었는데 집도 공짜래! 캬~ 이런 완벽한 행성이 다 있나! “

아무래도 문제아가 맞는 모양이다.

“ 역시.. 다수가 그렇게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건가.. “

그렇게 자신의 이마를 탁 치며 잠깐이라도 춘향을 믿어볼까 싶었던 자신을 반성하고 있자 춘향이 재밌다는 듯 웃는다.

“ 흐흐.. 이런 곳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투자할 수는 없다고? 우린 어차피 침략자야. 수많은 행성 중에서 딱 한곳. 그 한곳에서 딱 한 가정만 무너뜨리면 쉽게 언어를 얻고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어! 괜찮아 괜찮아~ “

효율을 따지자면 반박할 수도 없는 말에 아주 잠깐 망설인다.

확실히.. 지금 이곳은 잠깐 지나가는 행성이다.

똑같은 인간을 공격한다는 행위 자체는 좋지 않지만, 카린의 창조를 활용해 이들에게 도움 되는 것들을 주고 언어와 정보 및 비밀 엄수를 시킨다면 이보다 나은 상황은 없어 보인다.

게다가 어떻게 이 많은 사람 중에서 네이렌이 다녀온 사람을 콕 찍어서 네이렌이 어디로 갔냐고 물어볼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이다.

“ 음.. 사람들을 죽이지는 말고.. 정보를 얻는 느낌으로 가보자. “

-쿠쿵...!!!

“ 뭐가 됐든 이미 도착했어~! 가자구! 이곳 외계인들은 어떻게 생겼을까나~!!! “


-빨리 죽이러 가자..!!! 기대돼!!!!


아디나가 고민하는 사이에 함선은..

조금 떨어져 있는 어느 한 원기둥 형태의 집 옥상에 내려앉았다.


작가의말

죽이면 안된다고..

왜이렇게 사람을 죽이는걸 좋아할까요?
..
배고픈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적월미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8 320. 아니 벌써 왔다고? 23.10.10 244 0 13쪽
327 319. 이제는 떠날 때 23.10.09 246 0 13쪽
326 318. 진지한 수업 23.10.08 247 0 16쪽
325 317. 우리는 한배를 탄 거야 23.10.07 244 0 12쪽
324 316. 이 녀석 대체 뭐야 23.10.06 245 0 12쪽
323 315. 찾았다 범인 23.10.05 246 0 14쪽
322 314. 다른 사람 아니 기계 아니 사람 23.10.04 247 0 13쪽
321 313. 붉은 눈 23.10.03 245 0 13쪽
320 312. 나한테서 제발 신경 꺼 23.10.02 246 0 15쪽
319 311. 의외의 수확 23.10.01 249 0 14쪽
318 310. 누가 이런 짓을 저지른 거냐 23.09.30 247 0 13쪽
317 309. 이 나이에 공부를 23.09.29 246 0 13쪽
316 308. 일류 길잡이 23.09.28 245 0 13쪽
315 307. 맞춤 수업 23.09.27 246 0 12쪽
314 306. 시험의 결과 23.09.26 246 0 15쪽
313 305. 낯선 세상에서 만난 익숙한 물건 23.09.25 246 0 14쪽
312 304. 계약하지 않은 신입생 23.09.24 248 0 13쪽
311 303. 오해로 시작된 첫 만남 23.09.23 245 0 13쪽
310 302. 오점을 처리하는 간단한 방법 23.09.22 245 0 15쪽
309 301. 진짜 살인자는 23.09.21 247 0 16쪽
308 300. 외계인 토벌 23.09.20 246 0 15쪽
307 299. 찝찝함밖에 남지 않은 23.09.19 247 0 13쪽
306 298. 일생일대의 도박 23.09.18 246 0 14쪽
305 297. 윌의 인형 23.09.17 248 0 13쪽
304 296. 어디계세요 정보상씨 23.09.16 246 0 14쪽
303 295. 정보수집이라는 이름의 관광 23.09.15 247 1 13쪽
302 294. 실패를 통한 연습의 결과 23.09.14 248 0 13쪽
» 293. 급할수록 돌아가자 23.09.13 250 0 12쪽
300 292. 벌써 그리운 그 사람 23.09.12 249 0 14쪽
299 291. ..으음.. 23.09.11 247 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