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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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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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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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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기연 아닌 기연(1)

DUMMY

신주우선은 망나니다.


그것도 망나니 중에서도 개망나니다.


툭하면 사고를 치는 것도 모자라, 세가의 시녀를 희롱하기까지 하여 세가의 눈 밖에 날 뻔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외척, 그러니까 어머니의 뒷배로 세가 내의 망나니로만 그칠 수 있었다.


삼남이지만, 그 역시 엄연한 세가의 직계였으며, 감히 자신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평탄한 삶을 살다가 성년이 될 무렵.


자신도 어느덧 후계자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신주우선은 걱정하지 않았다.


자신의 두 형들은 세가의 가주로서 능력도 형편이 없었기 때문이다.


첫째는 무인으로서 완벽했지만 멍청했고,

둘째는 머리가 비상하지만, 첩의 자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후계자 경쟁은 자연스레 첫째와 삼남의 대결 구도로 양상이 두드러졌다.


허나, 신주우선의 앞으로 청천벽력과 같은 선고가 떨어졌다.


- 세가의 자리를 둘째에게 넘기겠다.


신주우선의 외척은 이런 가주의 선언에 크게 반발했지만, 돌아온 것은 차디찬 냉대뿐이었다.


알고 보니, 이미 세가 내에서 저들끼리 비밀리에 합의를 맺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전부 가주와 원로원이 만든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이후, 끈 떨어진 신세로 전락한 신주우선을 좋게 볼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인과 시녀들은 그를 무시로 일관하고, 어머니는 충격으로 쓰러지고, 자신의 외척들은 전부 등을 돌렸다.


그때부터 신주우선의 마음엔 뒤틀린 신념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감히 서출 주제에 내걸 뺏어?’


끈 떨어진 신세로 전락한 처지 또한 구린내 나는 자기 현시욕이요, 치사한 우월감이며 돼먹지 않은 선민의식이 조금이나마 남은 그의 이성을 좀먹고, 그는 장기간의 옥고로 심신이 피폐해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 그대를 가주 자리에 올려주겠소.


자신을 가주 자리에 올려주겠다며 접근해 온 무리가 있었다.


그들의 정체는 살문.


신주세가가 가지고 있는 상권을 집어삼키기 위해, 신주우선에게 접근한 것이다.


이를 몰랐던 신주우선은 기회다 싶어서 살문과 손을 잡고, 빠르게 밑 작업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차남 신주선우를 돕는 외척 세력들을 암살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상권을 무한상단이 흡수하도록 유도했다.


갑작스러운 상권의 붕괴에 신주세가 측은 대비했지만, 살문의 앞에선 한낱 발악이나 다름없었다.


이 과정에서 신주세가는 상권의 3할을 그대로 빼앗기게 되었으니.

그렇게 세가의 가주 자리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살문이 갑작스럽게 멸문하기 전까지.


이에 위기감을 느낀 신주우선은 홀로 급히 신주세가에서 빠져나왔다.


신주우선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동안 모아둔 비자금으로 낭인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들어가는 자금은 많았지만, 이 정도 출혈 따윈 감수할 만큼 신주선우의 정신은 잔뜩 비틀려 있었다.


모든 것은 전부 신주세가를 빼앗기 위해서.


그렇게 악양의 유명 낭인 집단 ‘쾌랑단(快狼團)’을 고용한 뒤, 어떤 목적을 위해 잠시 이곳에 들른 것이었다.


“그나저나 시킨 지가 언젠데 언제 나오는 거야?”


도망치는 과정에서 물 하나 제대로 먹지 못했기에, 그는 현재 매우 민감한 상태였다.


낭인 중 하나가 대꾸했다.


“아직 시킨 지 얼마 되지 않았소.”


신주우선이 대꾸했다.


“그걸 몰라서 물어? 그리고 한낱 낭인 주제에 내게 반말하지 마.”

“···알겠습니다.”


여전히 똥 씹은 표정이지만, 상대는 자신들의 고용주.

돈 앞에선 낭인들도 설설 기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음식 나왔습니다!”


점소이가 양손 가득히 음식을 가지고 나와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후루룩-!


“이대로 악양을 나갈 것이오?”


쾌랑단의 당주이자, 초절정의 고수 쾌랑도(快狼刀) 마군삭이 물었다.


신주우선이 대꾸했다.


“먼저 들를 곳이 있다.”


신주우선은 자신의 품 안의 상자를 만지작거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것만 있으며 다시 재기할 수 있어.’


가문의 비고에서 훔친 상자 안엔 낡은 종이 쪼가리만 들어있지만, 신주우선은 이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장보도(藏宝图).


과거 무림에서 활약했던 고수들이 자신의 후학을 남기는 목적으로 제작된 지도.


‘멍청한 세가의 늙은이들.’


이것만 있으면 자신을 무시한 신주세가를 없애고 자신만의 가문을 새로 만들 수 있었다.


‘특히 그 첩의 자식은 내 손으로 죽여버리겠다.’


둘째 신주선우에 대한 분노를 되새기며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선 일행.


그런 일행의 모습을 위에서 지켜보는 이가 있었으니.


“흐음···.”


아까부터 품 안을 만지작거리며 불안에 떨고는, 히죽 웃는 것이 아닌가.


‘미친놈인가.’


근데 어디서 본 거 같은데?


‘분명 기억 속에···.’


눈을 감고 기억을 뒤져가며 찾다가.


‘신주세가···.’


뒤죽박죽 한 머릿속에서 간신히 끄집어낸 기억엔 분명 적혀 있었던 이름.


‘삼남이라고 했나?’


살문과 손을 잡고 신주세가를 손에 넣기 위해 반란을 꿈꾸는 머저리.


‘···죽일까?’


녀석을 죽이는 건 쉽다.


느껴지는 기운으로 봐선 이제 막 이류에 접어든 애송이 수준이었으니.


자신이 손만 까딱거려도 놈은 한 줌의 핏물이 되어 산화될 것이다.


허나, 본능은 저자를 따라가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대체 저것이 뭐길래?


‘···가자.’


자리를 털고 일어선 무현.


본능적으로 경공을 펼쳐 신주우선 일행을 뒤쫓기 시작했다.


***


무정한 달빛이 흩날리는 야심한 밤.


동정호 안쪽.

신주우선 일행이 깊숙이 어디론가로 바삐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워낙 오지 중의 오지라 인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며, 우거진 수풀을 헤쳐 나가느라 진이 다 빠질 지경이었다.


‘시발, 이런 곳에 보물이 있다고?’

‘이거 순 구라 아니야?’

‘없기만 해봐 시발. 고용주고 나발이고 입 싹 닫고 죽여버릴 거니까.’


낭인들의 표정엔 불만이 한가득했지만, 이들을 고용한 신주우선은 반대로 기대심이 가득했다.


‘분명 이곳일 텐데?’


장보도에 적힌 대로 따라가 봤지만, 보이는 것은 우거진 수풀뿐.

이내, 인내심을 다잡고 일대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뒤지던 도중.


“···우리는 당신을 지켜주기 위해서 고용되었지, 이런 잡일이나 하라고 돈을 받은 줄 아시오?”


하다 못한 마군삭이 불만 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낭인들 입장에선 계약은 고용주와의 신뢰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며, 동시에 서로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파기할 수 있었다.


헌데, 저 신주우선이라는 자는 계약 내용에 적히지 않은 행동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가 당신 심부름꾼인 줄 아시오? 이런 잡일이나 시킬 거였으면 애초부터 계약서 작성을 똑바로 하던가.”


신주우선이 대꾸했다.


“···뭘 원하는데?”

“계약서 내용을 수정해야겠소.”

“추가 요금을 요구하겠다는 소리냐?”

“그렇소.”

“얼마나?”


마군삭이 손가락을 세 개 폈다.


“기존 의뢰금에 3할.”

“···2할.”

“3할. 이 이상 버틸 거면 계약을 파기하겠소.”


아예 윽박지르며 단호하게 대꾸하자.


‘이 돈 만 처먹는 개돼지 새끼들이!’


그는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분노를 꾹 참았다.


장보도의 내용을 찾기 위해선 저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

여기서 일이 틀어진다면 여기서 객사할 팔자였기에, 화를 삭일 수밖에 없었다.


“···2할 5푼, 그 이상은 나도 안 돼.”

“···알겠소.”


그렇게 서로 타협점을 되찾고는, 다시 수색 작업에 몰두했다.


“찾았습니다!”


이때, 낭인 중 하나가 손을 흔들며 가리켰다.

그의 말대로 정말 그곳에 매 모양의 바위가 있었다.


마군삭이 물었다.


“···이곳에 대체 뭐가 있길래 그러시오?”


신주우선이 대꾸했다.


“내 미래가 시작될 곳이지.”


신주우선 일행은 경공을 펼쳐서 수풀을 넘은 다음에 언덕 아래로 드넓게 깔린 다양한 크기의 봉우리들을 지나쳤다.


“저곳이다.”


신주우선이 앞장서 낭인 발견한 매 모양의 봉우리로 향했다.


“으음!”


언덕에서 봤을 땐 적당히 높아 보였던 봉우리지만, 언덕을 달리면서 올려다봤을 때는 엄청난 높이였다.


“높이를 보니 이곳은 한 번에 올라가야 하오. 여기서 머뭇거리다가 떨어져 죽을 수도 있소.”


신주선우가 잔뜩 코웃음 쳤다.


“나는 걱정 말고 네놈이나 신경 써라.”


신주선우는 선두를 치고 나갔다.

발끝에 내공을 집중시켜 종아리, 허벅지 순으로 부풀어 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벽을 박차고 오르기를 십여 차례나 반복해서 정상에 도착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낭인 중 몇 명만 거의 비슷하게 정상에 도착했다.


“밧줄을 내려보내겠소.”

“필요 없다. 우리만 있으면 충분해.”


더 이상의 발언은 허락하지 않겠다며 일갈하고는, 앞장서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신주선우와 마군삭 그리고 낭인 네 명은 천천히 동굴 내부를 향해 걸어갔다.


마치 약속이라도 잡은 것처럼 매우 조심스러운 발걸음이었다.


마군삭이 목소리를 낮췄다.


“···정말 있군.”


신주우선이 경고의 한 마디를 던졌다.


“장보도대로 하려면 협력이 필요하니까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그러면 약속대로 대금을 주지.”


마군삭이 물었다.


“여기에 뭐가 있소?”

“장보도에 적힌 대로라면, 금은보화는 있겠지. 이제부터 입 닥치고 내 말에 집중해라. 이제 장보도에 적힌 구역에 도착했다.”


신주우선은 마군삭과 눈빛을 교환했다.

동시에 기관진식을 작동해야 해서 합을 맞출 필요가 있었다.


‘이것만 통과하면 내 것이다.’


신주우선과 마군삭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여서 찰나의 순간을 맞춘 다음, 기둥에 내공을 불어넣자마자 재빨리 경공을 펼쳐 기관진식에서 멀어졌다.


구르르르릉-!!!


진동과 함께 허공이 쩍-하고 갈라져 숨겨진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자.”


마지막 낭인이 도착하고 나서 뒤를 돌아서서 넓은 크기의 공동 중앙을 바라봤다.

옆에 있는 마군삭이 헉-하고 숨을 내뱉었다.


“···당신 말대로군.”


공동의 중앙엔 금은보화가 군데군데 있었다.


신주선우 일행은 천천히 금은보화를 향해 걸어갔다.


금은보화를 마주 보니 저절로 경건한 자세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 잠들어 있었음에도 금은보화는 빛을 잃지 않고 반짝이고 있었고, 사이사이에 각종 귀금속과 질 좋은 병장기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신주선우가 탐욕 어린 웃음을 내뱉었다.


“흐흐흐흐.”


신주선우를 포함한 낭인들이 금은보화에 다가가는 상황.


그때, 마군삭이 갑자기 고대를 획 돌렸다.


“···전원 무기를 뽑아라!”


당주의 명령에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허리춤에서 도를 뽑아 치켜들었다.

금은보화에 정신 팔린 신주선우도 변고를 알아차렸는지 검을 뽑아 들었다.


마군삭이 신주선우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말하기 전까지 움직이지 마시오.”


마군삭이 앞에 서서 전방을 주시했다.

공동에 드리운 어둠 속에서 일정하게 울리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붉은 승복을 입은 노인이 천천히 이곳으로 걸어왔다.


족히 쉰은 넘어 보이는 노인이었는데, 입은 쏙독새처럼 기괴하게 쭉 찢어져 있고, 머리는 빡빡 밀려있었다.


노인이 말했다.


“저절로 먹잇감이 찾아왔구나.”


마군삭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질문을 던졌다.


“···귀하께선 누구시오?”

“도둑놈들에게 말해봤자 무얼 말하겠느냐?”


마군삭이 대꾸했다.


“···이게 귀하의 보물이 맞소?”


노인이 한번 껄껄 웃더니 품에서 양피지를 마군삭 앞에 던졌다.

신주선우는 양피지의 내용을 보자마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보도와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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