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검마전생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최근연재일 :
2024.06.14 20:10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215,933
추천수 :
3,198
글자수 :
615,038

작성
24.05.23 20:10
조회
842
추천
19
글자
12쪽

검주의 무덤(1)

DUMMY

동창의 대계(大計)에 변화가 생겼다.


원래는 정사(正邪)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전쟁의 막을 열 생각이었으나, 살문이 멸문하면서 불발되었다.


하지만 완전히 끝난 건 아니었다.


비록 중요한 패를 잃어버린 건 아쉽지만, 다른 방도가 없는 건 아니었다.


계기만 주어진다면 심어 둔 간자나 바람잡이를 이용해 전쟁을 부추길 수 있었다.


“비급을 풀어 대체하겠습니다.”


암실(暗室)에 모인 7명의 인영이 저마다 의문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어떻게 말인가?”

“누구의 것으로?”


사내가 이에 답했다.


“검주(劍主).”

“호오.”

“정말 그걸로 할 건가?”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그 정도 미끼라면 필시 무당이 움직이겠지.”


검주는 사백 년 전의 인물로 무당파의 도사이자, 선대 장문인이었다.


그는 무당에서 촉망받은 천재였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우쳤고, 알아서 진의를 깨우쳤다.


무당에선 그를 불세출의 천재라면서 치켜세웠고, 모든 이들의 한 몸을 받던 사내였다.


특히 그가 장문인이 되었을 때, 도가 무공의 최고이자 절세신공인 태극신공(太極神功)을 대성하여 검주라는 별호를 터득했다.


무당은 그날을 기점으로 승승장구했다.


마교가 중원에 쳐들어오기 전까지.


마교의 침공에 검주는 무당의 무당십검(武當十劍)을 이끌고 마교와 맞서 싸웠으나, 마교주와 함께 동귀어진하고 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검주가 가지고 있는 태극신공이 소실된 사태가 벌어졌다.


그 이후 벌어진 일은 무당파 역사상 최악의 치부가 됐다.


무당의 절세신공 태극신공의 소실과 더불어, 무당십검의 대부분이 마교에게 당한 탓이었다.


이후에 무당은 정파 무림에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끝끝내 태극신공의 회수는 실패했다.


“태극신공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면, 필시 무당십검이 나서겠지.”

“사도천 측에선 누가 나올 거 같나?”

“사도천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사도이가(邪道二家)가 나올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겠지.”

“그놈들이라면 탁월한 선택이군.”

“다만 그만큼 변수도 클 수 있으니, 주의하도록. 태극신공은 재능이 있다면 누구나 익힐 수 있는 무공이니까.”


태극신공은 마공(魔功)이나 금공(禁功)이 아니었기에, 정파나 사파도 쉽게 익힐 수 있는 무공이었다.


그렇기에 누군가 태극신공을 배운다면, 한쪽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었다.


동창이 바라는 대계는 정사 무림의 공멸.


이 과정에서 한쪽에 힘이 싣게 되면 대계의 큰 변화가 생길 수도 있었다.


“태극신공이 위치한 곳은 험한 산속이니, 쉬이 쳐들어가지 못합니다.”

“대충 사파와 정파 사이에 위치한 곳이겠지?”


사내는 씩 웃으며 지도를 펼쳐 한 곳을 짚었다.


“강서성(江西省) 감주(赣州) 용남(龙南). 이곳이라면 정사대전의 발원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


무한에 돌아왔을 무렵, 무현은 미래에 대해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살문이 역사보다 빨리 움직였다는 것과 황실 등의 일로 인해 역사의 개변이 신경 쓰였다.


나름대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지만, 확실한 건 아니니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중 하나는 검주의 무덤이다.


검주의 비급을 손에 넣기 위해 시작된 싸움은 점점 규모가 커지다가 결국 정사대전의 시발점이 되었다.


‘앞으로 3개월 정도 남았나.’


싸움은 막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동창이 이번 일에 들인 노력과 시간이 보통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미래를 알고 있다 한들 한계가 명확했다.


하지만 피해는 최소화하고, 놈들의 계획을 무너뜨릴 방법은 있었다.


“나으리, 도착했습니다!”


생각에 잠겨있을 때, 마부가 부르는 목소리에 상념에서 깼다.


“수고했네.”

“아이고, 아닙니다. 쇤네에게 감사하다는 말은···.”


무현은 주머니에서 은화 몇 개를 집어 마부의 손에 쥐여줬다.


“이건 수고비용일세.”

“아이고, 이런 걸다!”


마부는 다급히 품 안으로 은화를 집어넣었다.


“살펴 가십시오!”


마부의 인사를 뒤로 무현은 걸음을 옮겨 무한의 시내를 활보하기 시작했다.


‘일단 수하들부터 불러볼까.’


이번 작전엔 정체를 밝히면 곤란했기에, 무현은 무한 내의 성검련 지부로 은밀히 걸음을 옮겼다.


‘검주의 무덤이 발견되기까지 대략 3개월.’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를 남들에게 밝혀야 하는 사실이 조금 걸리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래도 그들이라면 내 말을 믿겠지.’


무현이 유일한 제자이자, 검의 구도를 걷는 여인 남궁무애.


또한, 동창의 계획을 방해하기 위해서도 그녀와 남궁혁이 필요했다.


‘시간이 촉박하군.’


무현은 경공을 극성으로 펼쳤다.


대해(大海)에 가까운 막대한 내공을 하반신에 쏟아내며 은밀히 달렸다.


이동속도로만 보면 말이 필요 없었다.


실제로 현경의 고수들은 말을 타는 것보다 경공을 쓰는 게 훨씬 빨랐다.


이렇게 쉬지 않고 달린 끝에, 무한의 한 시내에 도착하기까지 고작 이틀이 채 걸리지 않았다.


***


무한의 한양(汉阳)은 장강과 한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해있다.


때문에, 한양은 예로부터 무한의 교통의 요충지였으며, 그만큼 유동 인구도 많고 시내도 컸다.


야심한 밤, 모두가 잠들 시각.


한양의 밤거리는 아직 밝고 시끌벅적했다.


술에 취해 잔뜩 꼴은 취객도 있었고, 창가에 앉아 내려다보며 손짓하는 기녀들도 볼 수 있었다.


한양의 밤거리를 지나쳐 도착한 곳은 한 기루.


기루 안으로 들어서자, 한 기녀가 마중 나오며 눈웃음을 지으며 유혹했다.


“술부터, 아니면 식사부터···.”

“차를 한잔 마시고 싶군.”


무현의 대답에 기녀가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흐음, 잘생긴 사내께서 무슨 차를 원하시는지···.”

“벽라춘(碧螺春)이 마시고 싶군. 물 온도는 미지근한 수준으로.”


기녀의 표정이 한순간 굳었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능숙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위층으로 모시겠습니다.”


기녀의 안내를 따라간 곳은 기루 내의 최상층이자, 루주가 머무는 곳,


기녀가 문을 열자, 그곳엔 아리따운 미모의 여성이 앉아 있었다.


“오랜만이군.”


루주가 멈칫하곤 이내 눈을 번쩍 뜨며 정신을 차렸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련주님. 이곳 루주를 맡고 있는 월매(月梅)라고 합니다.”


성검련은 이제 감숙 뿐만 아니라, 정파와 사파의 세력권을 넘나들며 각지의 지부를 세우고 장사와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이 기루가 성검련의 장사처 중 하나였다.


‘삼매가 제법 공을 쓴 모양이군.’


기루의 역할로서도 충실히 하는 편이고, 무엇보다 기루의 중심인 기녀들 역시 무현이 보기에도 썩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이에 월매는 눈치 빠르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련주님의 실종 이후 무림맹 내에서 이에 대한 의견이 오가던 참이었습니다. 대부분 련주님의 안위와 관련된 소식밖에 없습니다.”

“무한의 지부장을 이곳으로 불러라. 그리고 남궁무애도 함께.”


월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일단 날이 늦었으니, 목욕물을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무현이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식사는 따로 안 해도 되니, 갖고 오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월매가 힐끗하고 눈치를 봤다.


무언가 할 말이 많은 얼굴이었다.


“괜찮으니 한번 말해보거라.”

“아, 예···.”


월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동안 어디 갖다오셨습니까? 많은 이들이 련주님을 걱정했습니다.”

“일이 있었다. 일단 삼매와 그녀가 오면 모두 설명해 주마.”


무현은 일단 시간이 늦었으니 일단 나중에 설명해 주겠다며 말한 뒤, 특실로 향했다.


***


“련주님!”


누군가를 반기는 귀에 익은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리니 그곳엔 삼매가 서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삼매는 그런 무현을 보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표정을 보니 그동안 자신 탓에 마음고생을 얼마나 했는지 대충 예상이 갔다.


“련주께서 갑자기 실종되셨다는 소식에···.”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게 울음을 필사적으로 참는 듯했다.

비록 함께한 시간은 짧았지만, 그래도 무현은 저들의 구원자였으니까.


또한 삼매는 성검련의 지부장으로서 책임감과 죄책감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실종된 줄만 알았던 무현이 돌아왔다.


그 기쁨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일이 있어서 잠시 어디론가로 향했을 뿐이다.”


그런 삼매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어깨를 토닥여 줬다.


“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많은 일이 있었지.”


그렇게 말을 하려던 도중.


“···무현.”


목소리가 들리는 곳엔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새하얀 백의, 바람결에 살랑이는 면사, 급히 달려온 듯 숨을 헐떡였다.


“오랜만.”


남궁무애였다.


“···오랜만?”


남궁무애가 몸을 번개처럼 날렸다.

삼매가 그 기세에 겁먹어 재빨리 자리에서 벗어났다.


카가가가각-!!!


남궁무애의 검이 무현의 검에 맞닿았다.


“제법 날카로워졌군.”


무현은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그게 지금 한 달 가까이 돼서 돌아온 사람이 할 소리입니까?”


남궁무애가 쥔 검의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나이에 비해 성숙해도 정과 친분을 쌓았던 사람의 실종은 그녀에겐 너무나도 무거웠다.


“그래도 수련은 잘했나 보네.”


무현은 검을 내려놓은 뒤 잔뜩 토라진 남궁무애의 등을 열심히 토닥여 줬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군.’


마교 침공에서 생존 불가능 임무를 받고 참전했다가, 운이 좋아 임무를 마치고 생환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누군가가 걱정해 준 적은 없었다.


그때는 침상에 누워 마의에게 진료받거나, 검각에 들어가 수련만 하고 끝냈다.


그때는 전광검귀도, 살마도 모두 죽었기에 무현은 늘 혼자였다.


이후로도 자신은 쭉 혼자였다.


가슴 깊숙한 곳에 간질거리는 감정이 있었다.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일단 화포는 여기서 그만 풀고, 얘기나 좀 하자고.”


케케묵은 감정을 내려놓고, 넷 모두 술상 앞에 앉았다.


“의식에서 깨고 처음 간 곳은 악양의 동정호였다. 그곳에서···.”


그 뒤로 무현은 동정호에서 있었던 일을 모조리 설명했다.


“···해서 작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고, 이렇게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지.”


무현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삼매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혈승과 신주선우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지금쯤이면 아마 표물로 운송 중일 거다. 혈승은 소림사로 가고, 그 망나니는 본가로 가고 있겠지.”


이번엔 남궁무애가 질문을 던졌다.


“무현이 검마 맞죠?”


그 말을 부정할 수 없다는 듯, 무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검마다.”


그러자 모두 경악해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것에 대해서 설명할 게 있다.”


무현은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


“지금부터 하는 말은 전부 대외비이며, 내 허락이 있을 때까지 아무도 입 밖으로 열지 마라. 설령 그게 누구라도 해도.”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무현의 말을 기다렸고.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정보가, 무현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나는 사실 회귀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마전생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는 오후 8시 10분 고정입니다. 24.01.23 3,343 0 -
104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10) +1 24.06.14 342 10 12쪽
103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9) +1 24.06.13 416 10 12쪽
102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8) +1 24.06.12 454 11 12쪽
101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7) +1 24.06.11 509 9 12쪽
100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6) +1 24.06.10 532 14 12쪽
99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5) +1 24.06.07 618 12 14쪽
98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4) +1 24.06.06 571 12 12쪽
97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3) +1 24.06.05 588 13 13쪽
96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2) +1 24.06.04 617 13 12쪽
95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1) +1 24.06.03 675 16 13쪽
94 칼춤(4) +3 24.05.31 796 17 11쪽
93 칼춤(3) +2 24.05.30 683 17 14쪽
92 칼춤(2) +1 24.05.29 705 21 12쪽
91 칼춤(1) +1 24.05.28 738 20 13쪽
90 검주의 무덤(3) +2 24.05.27 737 19 13쪽
89 검주의 무덤(2) +1 24.05.24 838 17 12쪽
» 검주의 무덤(1) +1 24.05.23 843 19 12쪽
87 내면과의 대화(3) +1 24.05.22 835 23 12쪽
86 내면과의 대화(2) +1 24.05.21 866 20 12쪽
85 내면과의 대화(1) +2 24.05.20 944 21 14쪽
84 기연 아닌 기연(3) +1 24.05.17 1,124 22 13쪽
83 기연 아닌 기연(2) +2 24.05.16 1,082 22 12쪽
82 기연 아닌 기연(1) +1 24.05.15 1,114 23 12쪽
81 혼란스러운 기억(2) +2 24.05.14 1,129 22 13쪽
80 혼란스러운 기억(1) +1 24.05.13 1,144 26 13쪽
79 공청석유(6) +3 24.05.10 1,285 27 11쪽
78 공청석유(5) +1 24.05.09 1,166 22 12쪽
77 공청석유(4) +1 24.05.08 1,221 26 12쪽
76 공청석유(3) +1 24.05.07 1,267 25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