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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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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최근연재일 :
2024.06.1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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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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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 아닌 기연(2)

DUMMY

“···목적이 무엇이오?”


노인이 웃었다.


“이곳의 진법은 본래 인간의 정혈(精血)을 바치면 열리게 되어 있지. 마침 네놈들이 내가 뿌린 장보도를 발견해 이곳을 온 거고.”

“······!”

“낄낄, 강호에 사는 놈들이 다 그렇지. 탐욕스러운 종자들답게 개처럼 빌빌 기어 와서는 이곳을 탐내려고 하니. 그나저나 표정이 참 볼만하구나.”


노인은 마군삭을 바라보다가, 이어서 신주선우를 주시했다.


“네놈이 이 들개들을 고용한 고용주인가 보구나.”


신주선우는 아무런 말도 내뱉지 못했다.

노인의 풍채에서 느껴지는 모습에 압도되어 할 말을 잃었다.


마군삭이 대신 답했다.


“···그대도 장보도를 따라온 것이면 굳이 우릴 죽일 필요가 있소? 차라리 우리와 협력하여 고인의 유산을 나누고 서로 갈 길 가는 것이 어떻겠소?”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노인이 악의가 깃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낄낄낄, 욕심 많은 들개 주제에 내게 협상을 시도하는 것이냐? 내가 약했다면 네놈은 즉시 날 죽이고 저 애송이도 죽여서 모든 보물을 취했겠지. 욕심만 그득한 들개가 주둥이가 싸구나.”


마군삭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이 밑엔 내 수하들이 잔뜩 있소, 그대라곤 무사하지 못할 터. 그러니 함부로 힘 빼지 말고···.”


마군삭의 말을 가볍게 무시한 노인은 갑자기 표정을 바꿔 말했다.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이는구나.”


노인은 손을 내밀어서 장법을 펼쳤다.


마군삭이 내공을 급격히 끌어올려 보호하려고 하자, 손목을 돌려 자연스럽게 지법으로 전환해서 지풍(指風)을 쏘아냈다.


노인의 손가락이 마군삭의 가슴팍에 닿으려던 찰나네, 검을 쥔 손목을 돌려서 간신히 공격을 막아냈다.


콰아아아앙-!!


충격으로 마군삭이 저만치 날아가 버리고.


노인은 손목을 가볍게 털고 아무렇지 않은 듯 자세를 바로 세웠다.

심장을 뚫어버리겠다는 기세로 공격한 모양인데 그가 막자, 뭔가 석연치 않은 표정이었다.


“콜록, 콜록-!”


벽면에 부딪힌 마군삭이 엉덩이를 털고 일어서며 말했다.


“···네놈 누구냐.”


그러자 노인이 기괴하게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 웃음이 마군삭은 자신이 조롱한다고 여겼는지 살기 어린 눈빛을 빛냈다.


“···그래서 네놈은 누구지?”

“그건 네가 직접 알아내거라.”


노인은 곧장 기수식을 취하더니 땅을 박차며 순식간에 마군삭의 코앞에 도달했다.

이어서 장법을 펼치면서 마군삭에 공격을 퍼부었다.


마군삭은 도를 휘둘러 노인의 장법을 받아쳤다.


“히이익-!!”


옆에서 고수들이 싸우고 있으니 신주우선의 입장에선 두려운 것은 당연할 터.


다행히 낭인들이 그를 끌고 가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킨 것을 확인하고, 재차 방어에 집중했다.


노인의 장법은 순식간에 지법으로 전환되었다가, 이내 권각술(拳脚術)을 섞어가며 마군삭을 압박해 나갔다.


노인의 일격을 받아칠 때마다, 마군삭은 속이 잔뜩 뒤틀리는 충격을 느꼈다.


“이것도 받아보거라!”


노인의 손에서 더욱 강력한 장력이 발출되었다.

마군삭은 도에 내공을 주입하며 노인을 향해 도를 내리그었다.


콰아아아앙-!!


“끄으윽!”


도를 쥔 마군삭의 손이 잔뜩 떨리고 있었다.

거기다 일격을 막아내느라 내공을 급격하게 끌어올린 것이 원인이 되어, 그의 입에서 한 줄기의 선혈이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순간, 마군삭의 오른쪽 옆구리고 노인의 발차기가 공기를 찢으며 날아왔다.


화들짝 놀란 마군삭이 급히 도를 회수하여 어떻게든 막아냈지만, 노인이 갑자기 자세를 바꾸고는 손가락을 튕겨 마군삭의 혈도를 정확하게 찍었다.


파파파팍-!


혈도를 점한 것을 알자, 마군삭은 그제야 노인이 자신을 가지고 놀았음을 깨달았다.


“아해야, 그제야 내가 누군지 알겠느냐?”


노인이 냉소를 머금은 다음에 목석처럼 서있는 마군삭에게 말했다.


“···소림사 출신이었소?”


소림사(小林寺).


무림의 태산북두(泰山北斗)라 불리며 무당과 함께 무림을 양분하는 거대 세력 중 하나.

천 년이 넘은 세월의 풍파를 견뎌오며 정파 무림의 최고라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세력 중 하나였다.


그리고 소림의 무공은 중원 무공의 발원지라고도 불리는 성지였다.


마군삭은 노인의 무공에서 얼핏 소림사의 특징이 돋보이는 무공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소림 무공의 특징은 병장기나 냉병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때문에, 그들은 튼튼한 육체를 기반으로 만든 장법과 지법, 그리고 권각술을 체계적인 수련법을 개척했다.


“낄낄, 그래도 어느 정도 머리가 굴러가는 모양이구나.”


그제야 눈치챘냐며 노인은 사악한 웃음을 흘렸다.


노인의 풍채와 행동양식, 그리고 소림사의 무공을 사용했다는 것을 특정하여, 마군삭은 한 가지 사실에 도달할 수 있었으니.


“···혈승(血僧).”


50년 전 소림의 속가 제자들을 학살하고 도망친 마두이자, 무림공적에 오른 자.

그리고 수많은 무인과 민간인을 살해하고, 식인(食人)한 것으로 알려진 괴물이었다.


마군삭은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을 질타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아귀의 덫에 걸려들었구나.’


초절정인 자신을 압도하는 것도 모자라, 가지고 놀 정도로 뛰어난 무위라면 분명 화경의 고수일 터.


자신과 쾌랑단 전원이 달려들어도, 노인의 몸에 상처 하나 낼 수 없다.


노인이 작은 눈으로 마군삭을 보며 입이 찢어진 입으로 웃었다.


“이- 히히히! 이히히히히!”


노인, 혈승의 입에서 나온 귀곡성이 공동에 울려퍼지며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모습이 너무 두려운 나머지 그 누구도 감히 혈승에게 말을 걸려는 자들이 없었다.


이에,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더니 노인은 낭인의 앞으로 발을 굴렸다.


공포에 잔뜩 질린 낭인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이 악몽의 시작이었다.


혈승은 바로 이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먹이사슬 꼭대기에 위치한 포식자에 의해서 실제로 육체에 가해지는 공포, 초조, 불안함.

산채로 포식당해 죽는 것에 직면할 때 발생하는 강세(强勢).


눈앞의 낭인들은 혈승에게 그저 먹잇감에 지나지 않았다.


육식을 했을 때의 경험을 통해 혈승은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생물이 가장 최고의 맛을 발산하는 것은 다름 아닌 죽을 때라는 것을.

먹잇감을 포착했을 때 정신적, 육체적 압박감을 줘 가며 계속해서 쫓아가되 절대로 건드리지 않는다.


극한의 공포 속에서 숙성되기만을 기다리며, 그 어떤 먹잇감도 혈승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었다.


그렇게 먹잇감이 마침내 공포의 정점에서 최고점에 이르면, 비로소 혈승의 악랄하기 짝이 없는 악취미가 시작된다.


그것은 바로···.


‘식사’였다.


콰드드득-!!!


혈승의 누런 이빨들이 낭인의 목덜미를 깊게 파고들었다.


그 순간 낭인이 느낀 고통은 지금까지의 것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수십 개의 이빨들이 담은 공포라는 고통이 동시에 전신으로 퍼지며 머릿속이 새하얗게 물들어졌다.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이, 고통에만 정신이 집중되어 더욱 고통을 생생하게 느꼈다.


“끄아아아아아아-!!!”


산 채로 뜯어먹힌 고통으로 몸을 비트는 낭인의 비명이 처절하게 울려 퍼졌다.


콰득-!


다시 한번 혈승의 이빨이 낭인의 목덜미를 찢어발겼다.


낭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 피와 살점들이 그대로 혈승의 입에 잠시 머무는가 싶고는, 목구멍을 타고 식도에 흘러내려 위에 도착했다.


낭인은 단말마의 비명을 내질렀다.


산 채로 뜯어 먹히고 있음에도, 포식자 앞에서 아무런 행동도 취할 수가 없었다.


무림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쾌랑대도, 그를 이끄는 마군삭조차도.

감히 혈승의 ‘식사’를 방해할 수 없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동료가 산채로 뜯어 먹히는 것만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


낭인의 단말마가 점차 멎어져만 가고.

낭인의 목덜미가 분리되는 데에는 고작 눈 몇 번 깜빡일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철퍽-낭인이었던 것은 금세 형체도 찾아볼 수 없이 한낱 고기 조각으로 변했다.


그렇게 모두가 보는 앞에서 혈승의 ‘식사’가 이내 마무리되었다.


“이히히히히-!!”


‘식사’를 마친 혈승의 입에서 나온 기괴한 웃음소리가 그들의 공포심을 더욱 자극했다.


마군삭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혈승은 귀기 어린 눈빛으로 다음 먹잇감을 탐색하고 있었다.


차라리···.


“자결하려고?”


혈승이 귀밑까지 입꼬리를 걸치며 마군삭의 코앞에 다가왔다.

그 모습에 마군삭은 저도 모르게 헉-하고 숨을 내뱉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저 밑에 네 수하들이 있었지?”


그 말에 마군삭은 안된다면 소리쳤다.

허나, 혈승을 불렀을 때 그는 이미 입구 밖으로 사라진 뒤였다.



소리 없는


애초부터 이 의뢰를 받지 말았어야 했다.


그놈의 돈이 뭐가 중요하다고, 수하들의 애꿎은 목숨만 잃게 만들었단 말인가.


혈승은 다시 공동안으로 돌아왔다.

봉우리 아래에서 대기했던 수하들의 수급도 함께였다.


“아, 아아···아아아.”


마군삭은 결국 마음이 천천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는 이미 발악이라는 감정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


사흘이 지났다.


하루가 지날 때마다 수하들의 수는 점차 줄어들었고, 현재는 마군삭과 신주우선, 그리고 한 놈만이 남은 상황.


모두 혈승의 먹잇감이 되어 죽은 지 오래였다.


도망치고 싶어도 이미 마혈과 아혈을 제압당했기에, 그들의 눈빛은 썩은 동태눈깔처럼 까맣게 죽은 것처럼 보였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얌전히 뜯어먹히는 것밖에 없었다.


“이제 너희 셋만 남았구나.”


혈승은 귀기 어린 광소를 지으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그때 새하얀 무엇인가가 마군삭의 발치에 굴러왔다.


눈을 굴려보니 새하얀 뼛조각들이 잔뜩 널브러져 있었다.


전부 수하들의 뼈였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더니, 이렇게 괴물에게 산 채로 뜯어먹히게 될 줄은 상상치도 못했다.


마군삭은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을 후회했다.


애초에 의뢰를 받지 않았었더라면.

아니, 애초에 저놈의 선민의식으로 가득 찬 저 신주우선을 죽였었더라면.


수하 사후에 후회해도 소용없다.

혈승은 마군삭을 지나쳐 뒤에 서 있는 낭인의 양쪽 팔을 붙잡았다.


혈승의 먹잇감으로 낙인이 찍힌 것이다.

혈도가 제압당한 마군삭은 고갯짓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참담한 심정으로 이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혈승이 마지막 남은 낭인의 목덜미에 이빨을 가져다 댄 순간이었다.


터벅, 터벅.


묵직한 걸음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타악!


입구에서 날아온 무엇인가가 공동 중앙에 날아오르듯 떨어져 내렸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


소란의 중심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공동 한가운데에 잔뜩 쌓인 금은보화를 한참이나 쳐다보고 있었다.

얼굴을 가린 죽립과 무저갱처럼 새까만 도복을 입고 있어 정체가 불분명했다.


혈승은 이내 낭인에게 가져다 댄 이빨을 거두곤 시선을 돌렸다.


모두가 쳐다보는 가운데 금은보화를 발로 치우며 다가오는 사내가 말했다.


“혈교의 잔당이 아직도 남아있었나.”


아무런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말을 뇌까리며 사내는 허리춤에서 검을 뽑았다.


“···누구냐.”


사내가 대꾸했다.


“네놈이 알 건 없다.”

“건방진!”


혈승이 분노를 토해내며 좌장을 뻗었다.

수많은 식인으로 다져진 중후한 내공이 담긴 일격이었다.


스윽.


불현듯 사내가 검을 비틀었다.


순간 앞서 휘둘러진 검격이 선명한 궤적을 남기고, 어둠을 휘감은 검에서 새까만 어둠을 흩뿌렸다.


사악.


사내가 출수한 검은색의 무언가가 장법에 맞닿았다.


그리고, 혈승의 왼팔이 날아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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