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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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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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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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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공청석유(4)

DUMMY

보름달이 뜬 밤하늘 아래.


호남으로 가는 길목에 한 무리의 인영이 검은 궤적을 남기며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거 맞겠지?'


성검련 호북 지부장은 마주 앉은 남궁무애를 보자마자 저도 모르게 침부터 삼켰다.

무공 실력도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 일이 너무도 빨리 벌어져 말문이 막힌 상황.


'지부장으로서 첫 임무가 신물을 탈취하는 거라니.'


남궁무애는 지부장이 긴장한 것을 보고 입을 열었다.


"너무 긴장하실 필요는 없어요."

"예, 예?"

"저도 도둑질은 처음이니, 최선을 다해보도록 하죠."


그래서 더 불안하단 말입니다!


‘···라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게 속으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도중.


"그나저나 뭐라고 불러드려야 하나요?"

"···그냥 삼매라고 불러주십시오."

"그래요, 삼매. 일단 형산파의 내부 구조는 아시죠?"


삼매가 대꾸했다.


"대략적인 구조는 파악했습니다만, 신물이 보관된 위치는 저희도 모릅니다."

"그럼 직접적으로 부딪치는 수밖에 없겠군요."


남궁무애가 한숨을 내쉬었다가 말했다.


"무영보는 어디까지 익히셨죠?"

"아직 6성 초입입니다."

"6성이면 암양(暗揚)의 경지일 테고, 그럼 어둠 속에 잠입하는 건 익숙하시겠네요?"

"아, 그게···."


삼매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렸다.

눈앞의 남궁무애는 자신보다 한참이나 앞선 9성을 눈앞에 바라보는 강자.

스스로 판단하기에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격이었다.


"그럼 삼매만 믿고 가겠습니다."

"예? 갑자기 이야기가 왜···?"

"그야 저는 형산파의 구조를 모르니까요?"


답은 정해졌으니, 네가 가서 훔쳐라.


마치 그렇게 들리는 것 같아, 삼매는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괜히 입을 함부로 놀려 가지고!'


허나, 이미 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노릇이었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당신만 믿고 함께 할게요."


남궁무애의 대답에 삼매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때, 그 옆에서 함께 출발한 수하가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형산의 영역입니다."

"지금부터 무영보를 펼치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러자 순식간에 어둠에 동화되어 모습을 감춘 일행들.

형산의 영역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들은 빠르게 수풀을 가로질러 형산파에 도달할 수 있었다.


- 1조 3조는 나와 함께 간다.

- 존명.

- 2조는 남궁 여협과 함께 중앙으로 나아가라.

- 명 받들겠습니다.


전음으로 신호를 주자, 인영의 무리가 세 갈래로 갈라지며 형산파 내부로 침입했다.

어둠 속에 완전히 동화된 그들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부분이 초절정.

더구나 은신과 빠른 은밀한 경공에 특화된 무영보까지 익혔으니, 형산의 제자들이 보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 1조, 3조 짐입 성공했습니다.

- 2조도 집입 성공했습니다.

- 전원 형산파 내부를 뒤져 신물의 위치를 찾도록.

- 존명.

- 존명.


세 무리로 갈라진 인영은 다시 한번 또 갈라져 이번에는 형산파를 쥐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도, 형산파는 자신들의 영역에 침입자가 들이닥쳤다는 것도 모른 채 세상 팔자 늘어지게 졸고 있었으니.


그렇게 한참이나 내부에서 씨름을 이어나가던 도중.


- 이쪽엔 없습니다.

- 이쪽도 마찬가지입니다.

- 전부 뒤져봤나?

- 제자들이 머무는 숙소까지 전부 뒤져봤지만 없습니다.


아무리 이 잡듯이 뒤져도 신물은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도 달을 점점 기울고 있었으니.


-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다음을 기약하시는 게···.

- 이대로 머뭇거릴 시간에 더 뒤지십시오.

- 허나···.

- 이대로 기회를 놓쳐버리면 두 번 다시 찾아올 일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


졸지에 할 말이 없어진 삼매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 ···전원 장문인의 처소를 뒤져라.

- 존명.

- 존명.


명령을 받음과 동시에 순식간에 장문인의 처소로 진입한 수하들.

남궁무애 역시 처소를 이 잡듯이 뒤져가며 전음을 보냈다.


그렇게 한참을 뒤지던 와중.


- 이쪽은 없어요.

- 서쪽도 마찬가지입니다.

- 동쪽도···.

- 그럼 남은 건···.


"으으음···."


이때,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놀라 모든 이들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아직 잠에서 덜 깬 한 청년이 남궁무애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 어찌할까요?


전음을 보내봤으나, 돌아온 대답은 없었다.

여기서 기절을 시킨다면 잠시나마 시간을 벌 수 있으나, 그 뒤에 다가올 후폭풍은 어림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인질로 잡고 나서자니, 정체가 탄로 날 가능성이 높았다.


- ···기다리십시오.


남궁무애가 손짓하며 그들의 결정을 막아섰다.

여기서 함부로 움직였다간 모든 일이 수포가 될 수도 있는 상황.

남궁무애는 은신을 풀고 청년의 앞으로 걸어 나갔다.


"거기 누구 십니까?"


인기척에 놀란 청년이 놀라 물었다.

검은 면사에 검은 옷까지 두르고 있어, 수상하다는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 되었다.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형산의 신물을 찾으러 오셨습니까?"


마치 이 상황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청년은 침착한 자세를 이어나가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아······."


설마 침입자가 여성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청년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긴 사람이 많으니, 안으로 들어가서 마저 나누시겠습니까?“


***


청년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서고선, 남은 의자를 끌어 남궁무애에게 내어주었다.


"형산파의 일대 제자 현수라고 합니다. 부득이하게 장문인의 명령으로 이곳에 있게 되었습니다. 아, 신분을 밝히기가 곤란하시다면 안 하셔도 됩니다."

"······."

"무현 대협 때문에 오셨습니까?"

“···어떻게 아셨습니까?”

"백후에게 고문받던 절 구해주신 분이 대협이셨습니다."


현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신물의 위치는 저만 알고 있습니다. 장문인께서 제게만 알려주셨기 때문이죠."

"...어째서죠?"

"신물의 존재 자체가 형산파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판단하셨기 때문입니다."


구파일방이라는 무인 단체로 손꼽히는 형산파지만, 그들의 근본은 엄연히 도가다.

도가의 가르침은 재물에 연연하지 않고, 백성이 자연스럽게 살아가도록 인도할 뿐이다.


장문인 태산검의 입장에선 신물은 도가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존재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장문인께선 혹여나, 신물이 필요한 이가 직접 올 것을 대비해 절 이곳에 앉히시게 된 겁니다."

"제가 사파의 간자였거나, 다른 세력이었으면 어쩌시려고 했습니까?"

"그랬으면 대놓고 쳐들어오셨지 않았겠습니까."

"······."

"그럼 신물부터 보시겠습니까?"


현수가 묻자, 남궁무애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현수가 자리에서 일어서곤, 바닥을 이리저리 두들겨 이내 바닥의 판자 한 곳을 들춰 안에서 자그마한 상자를 꺼내 들었다.


"이것이 형산파의 신물입니다."


상자를 열자, 안에서 낡은 서책과 새끼손가락만 한 크기의 옥병이 자리하고 있었다.

남궁무애는 상자 안의 내용물을 살피고서는···.


"아, 옥병만 가져가시는 겁니까?"


옥병을 집어 든 남궁무애를 바라보다, 이내 상자를 다시 닫아 원래 있던 곳으로 집어넣었다.


"이렇게 쉽게 내줘도 되나 되려 묻고 싶군요."


사실 형산파가 신물을 내어주지 않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문인의 올바른 마음가짐이 통했는지, 남궁무애는 무림인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하게 되었다.


'이래서 세상을 널리 보라고 하신 건가.'


- 편협된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이해하려는 자세는 스스로를 망치는 안 좋은 습관이다.


문득 과거의 무현이 자신을 가르쳤을 때 말했던 내용을 떠올린 남궁무애는, 품 안으로 옥병을 집어넣었다.


목표물을 회수하고 돌아가려던 찰나에.


“그리고···.”


할 말이 있는 현수가 잠시 일어서곤.


“···무현 대협께 감사하다고 말씀 전달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이른 시간인지라, 배웅은 못 해 드리는 점 이해해주십시오."


현수가 그녀가 떠날 때까지 숙이다가, 이내 고개를 들었을 땐 이미 그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부디 무사하시기를."


마음의 짐을 한차례 벗어던진 현수의 모습은 가볍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일주일의 시간이 더 흘렀다.


***


"···남궁 여협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제갈천의 다급함이 뒤섞인 물음에, 취걸개는 고개를 저었다.


“취랑(取狼)을 풀었는데,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취랑(取狼)은 개방 내에서 목표물을 추적하기 위해 길러진 짐승으로, 일반적인 개에 비해 후각이 수십 배 이상 뛰어나다.


“허어, 대체 왜 그런 짓을?”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취걸개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어도, 제갈천은 쓴웃음만 짓기 바빴다.


"형산파에겐 따로 연락해 봤나?"

"전서구를 보냈으나, 돌아온 답변은 없습니다."

"자신들 신물이 탈취당할 위기에도 꿈쩍도 하지 않을 줄이야."

“어찌할까요?”


취걸개가 머리를 싸매며 중얼거렸다.


"아오, 나도 모르겠다. 검마 건도 머리 터질 거 같은데, 하필이면 신물을 훔치겠다고 직접 형산파로 쳐들어갈 줄은.“

"과정이 어떻든, 저 같아도 그랬을 겁니다."

"···하긴, 자그마치 살왕을 죽인 영웅호걸인데."


단순히 한 명의 후기지수라기엔, 그는 이미 자신들의 영역을 아득히 뛰어넘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젠 무림의 절대 강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 누가 무현을 한낱 무림 초출에, 후기지수라고 판단할 수 있겠는가?


"이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소문이긴 한데···그가 남궁 여협의 스승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창천검대가 직접 증명해 줬으니, 소문은 아마 사실일 겁니다."

"창천검대 정도 되는 자들이라면 믿을만하지."


무림에서 남궁세가의 위치는 가히 절대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들의 행보와 더불어, 남궁혁이라는 절대 강자의 존재는 남궁세가의 상징이자 대변인이라 할 수 있기에, 그의 행보가 곧 남궁세가의 평판으로까지 이어졌다.


"가주님, 어느 두 고인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이때, 열리는 회의장 안으로 제연각의 일원이 조심스럽게 알렸다.


“손님이라고?”


허나, 이 사실을 들어본 적도, 약속을 잡은 적이 없었던 제갈천의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혹, 그 고인분들이 누구라고 하셨느냐?"

"그것이···."

"뭘 굳이 소개하고 그러냐?"


이때, 문밖으로 두 노인이 갑자기 안으로 들어섰다.

한 명은 말끔한 백의의 중년인이고, 다른 하나는 남루하기 그지없는 복장의 노인이었다.


"오랜만이다, 걸개야.“


개방의 태상장로이자, 무림맹의 원로를 아랫사람처럼 하대했음에도 취걸개는 잔뜩 벙찐 얼굴이었다.


“아니, 형님은 왜···?”

“뭐긴 뭐야. 볼일이 있으니까 왔지.”

“그럼 뒤에 저분은?”


중년인은 포권지례를 하며 예를 표했다.


"율백이라고 합니다. 부끄럽게도 중원에서 생사신의라는 별호로 잠시 활동한 적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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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청석유(4) +1 24.05.08 1,115 25 12쪽
76 공청석유(3) +1 24.05.07 1,164 2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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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중독(3) +3 24.05.02 1,364 22 12쪽
72 중독(2) +3 24.05.01 1,358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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