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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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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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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5.1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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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혼란스러운 기억(1)

DUMMY

깊은 심연으로 잠식되어 가는 세계를 걸었다.


자신의 세계가 무너지고 있음에도, 무현은 무언가를 찾기 위해 계속해서 주변을 탐색하고 있었다.


찾아도, 찾아도 보이지 않는 무언가.


오랜 세월 동안 잠들어 있는 케케묵은 기억 속을 끄집어내려 노력했으나, 모래폭풍처럼 한 치의 앞도 보이지 않았다.


서서히 짜증이 물밀려 올 때쯤.


‘···이건?’


무저갱의 중심, 그곳엔 한 자루의 새하얀 검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동안 낡고 바스러지려는 검만 봐와서 그런가, 한편으로는 색다른 기분이 들기도 했으니.


무현이 새하얀 검을 뽑아 들자.


무저갱과 반대되는 새하얀 섬광이 무현의 눈을 어지럽혔다.


중심에서 시작된 새하얀 빛은 시야를 가득 메우며 세계 전체를 빛으로 물들였다.


***


눈을 깜빡이며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익숙한 실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이 만든 유일한 휴식 공간이자, 대호법 자리에 오르기까지 지냈던 장소.


‘···검각(劍閣).’


그렇다면···.


“검마,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이때, 문밖으로 옥구슬 굴러가듯 아리따운 목소리가 들려오고.

안으로 백의의 여인이 들어섰다.

면사로 얼굴을 가려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도 비슷했다.


“···대호법께서 이곳에 무슨 볼일이오?”


저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었지만, 본인의 의지가 아닌 기억대로 흘러가는 대화 내용이었다.


“교주님의 명령입니다.”

“명령?”


20년 넘게 마교에서 지내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교주가?

그리고 굳이 왜 대호법을 보내면서?


“···말해보시오.”

“검마 무현에게 대호법의 자리를 넘기고, 이것을 주라고 하셨습니다.”


대호법의 손에는 손가락 두 마디만 한 크기의 구슬이 있었다.

특이하게도 무당의 태극처럼 어디 하나 섞이지 않고, 오직 흑과 백이 공존하여 회전하는 구슬이었다.


혼천옥.


무현을 과거로 회귀시켜 준 물건이자, 마교의 신물.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왜 이걸 자신에게 넘겼을까?

그것도 마교의 신물씩이나 되는 물건을?

그리고 눈앞의 천산신녀는 왜 갑자기 대호법의 자리에서 물러나 자신에게 넘긴다는 것일까?


“많은 이들이 탐탁지 않아 할 것이오.”

“알고 있습니다.”


무현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걸 알고도 내게 대호법의 자리를 넘기고 싶소?”

“전부 필요한 일입니다.”

“···미치겠군.”


대화를 거듭할수록 평행선만 달리는 흐름이니, 조금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나저나···교주가 내게 이걸 넘겼다고?”


무현의 시선에는 혼천옥이 있었다.


‘대체 이걸 왜 내게 넘겼지?’


혼천옥은 마교 내에서도 정보가 없는 신물이었다.

마교의 수많은 학자들이 혼천옥의 기원을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렇다고 할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단지···.


『혼천옥의 기원은 천마(天魔)에게 있다.』


중원을 멸망 직전까지 몰아붙인 마교의 절대자이자, 최흉(最凶), 최악(最惡), 최강(最强)의 고금제일인.

그리고 무신과 함께 동귀어진했다고 알려진 의문의 강자.


그런 그가 만들었다고 알려진 혼천옥을 왜 자신에게 넘긴단 말인가?


의문의 제기하고 싶어도 교주를 만나봐야 할 수나 있지.

눈앞의 대호법만이 교주를 만날 수 있는 권한이 있기에, 함부로 입을 놀리지도 못했다.


“대호법. 내가 일자무식하여 교주의 뜻을 몰라서 그런데, 정말로 교주의 명령이 맞소?”

“그렇습니다.”

“그대가 조작한 것은 아니고?”

“······.”


노골적으로 찔러봤음에도, 그녀는 찰나의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해 보라는 듯, 자세를 고쳐 앉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신물의 외부 유출은 교주라도 신중해야 할 문제요. 거기다 천마가 만들었다고 알려진 혼천옥을 고작 나 같은 일개 무인에게 넘긴다? 그걸 장로회나 간부들이 허락할 거 같소?”

“······.”

“그리고 왜 다른 이도 아니고 굳이 나여야 하오? 굳이 나여야만 하는 이유라도 있소?”


굳이 자신이 아니라 해도, 후보자들은 차고 넘쳤다.


광명좌사(光明左使) 광마(狂魔).

광명우사(光明右使) 적마(赤魔).

그리고 장로회까지.


그런 이들을 제치고 자신이 대호법의 자리에 오른다면, 기를 쓰며 반대할 것이다.


광신도 단체라고 해도 엄연히 인간이 만든 조직이었기에, 당연히 출생 신분도 엄격히 따졌다.


그 이유는 마교의 역사가 천 년 이상이나 지속되었기 때문.


당연히 외부에서 유입된 사람들도 있었고, 그중엔 고관대작 출신이었거나 태생부터 고귀했던 신분도 종종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모이고 모여 만들어진 게 바로 장로회였고, 대다수의 간부 역시 이런 장로회의 입김이 많이 들어갔다.


반면 무현은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지금의 자리에 오른 특이한 사례였다.

당연히 장로회의 입장에선 어떻게든 무현을 끌어내리기 위해 기를 쓰고 덤벼들 것이다.


“···우선 몇 가지 정정해야 할 사항이 있다는 점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입니다.”

“···말해봐.”

“혼천옥은 오직 교주님의 소유라는 점. 제아무리 장로회가 왈가왈부해도 교주의 명령을 무시하는 권한은 없습니다.”

“그럼 대호법의 자리에서 왜 내려오려는 것이오?”

“그건···.”


처음으로 머뭇거리는 그녀의 모습은 무현이 보기에도 수상쩍었다.


“할 말이 있으면 해보시오. 아니면 내게 밝힐 수 없는 문제라도 있는 것이오?”

“······.”


몇 번이고 되물었음에도 대호법은 끝끝내 입을 열지 못했으니.

그렇게 무현이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그때.


“···□■□□■■■.”


“끄으윽-!”


골을 울리는 엄청난 잡음과 함께, 이후로부터는 대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 이상의 대화는 허락하지 않겠다는 건가?

아니면 들어서는 안 될 내용인 건가?


“□□■□■■□■.”

“■□□■□□■■”


잡음으로 점철된 대화 속에서 무현은 어떻게든 해답을 찾고자, 입 모양을 봐가며 갈구했다.


대체 그녀가 마교를 떠났어야만 했던 이유.

그리고 왜 혼천옥을 자신에게 넘겼는지.


꼬리에 꼬리를 문 의문은 계속해서 머리를 맴돌았고.


“···끄으윽-!!”


결국 뇌를 울리는 잡음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의식을 잃고 마는데···.


***


남궁혁을 필두로 무림맹 세력들이 교구의 모든 혼란을 수습한 뒤 돌아서려고 할 때였다.


“여기 있습니다!”


바깥에서 들려온 창천검대의 외침에 고개를 내밀었다.


그곳엔 수많은 흑도와 사파들이 죽어있었다.

마치 형용할 수 없는 미지의 공포를 맛본 사람들처럼 전부 기괴하게 죽어있었다.


남궁혁이 물었다.


“···이게 전부 검마의 짓이라고?”

“그렇습니다.”

“놈의 무력은 어떻소?”


취걸개가 이에 대꾸했다.


“최소 화경 극. 혹은 그 이상으로 추측됩니다.”


남궁혁이 의문형으로 물었다.


“추측된다?”


취걸개가 대꾸했다.


“놈에게 당한 사파들 가운데 화경의 고수가 여럿 섞여 있었습니다. 그중엔 무림공적으로 지정 예정이었던 고수도 있었습니다.”

“놈들은 어떻게 되었소?”

“죽었습니다. 특히 그들의 수장은 산 채로 사지가 뜯긴 채로 살해당했습니다.”


검마라는 별호에 어울리지 않은 행보에 남궁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혹, 놈의 목적은 무엇인지 알 수 없고?”

“아마도 개인적인 원한으로 추측됩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했소?”

“그···.”


대답하기 곤란해하는 모습에, 남궁혁은 약간의 노기를 띤 목소리로 물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했냐 물었소.”

“···민간인의 피해가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취걸개는 있었던 일을 모조리 설명하기 시작했다.


“···해서 검마 그자가 구한 아이가 자네를 막아섰다는 건가?”

“부끄럽게도 그렇습니다.”


취걸개는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지 못한 채 하염없이 땅만 쳐다볼 뿐이었다.

그 뒤에 나란히 서 있던 개방도 역시 그와 마찬가지였으니.


남궁혁이 노기를 가라앉히고 말했다.


“일어나시오. 그대들은 해야 할 일만 했을 뿐이니.”

“···면목 없습니다.”

“후우, 일단 검마에 대한 수색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신출귀몰한 그를 쫓자니, 많은 심력이 소모될 것을 예상한 남궁혁.

차라리 사파 하나를 인질 삼아 대화를 시도해 보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린 찰나에.


“이쪽도 처리했습니다.”


이때, 흑도 무리를 소탕하고 돌아온 남궁무애가 피를 잔뜩 묻힌 채 돌아왔다.


남궁무애가 말했다.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남궁혁이 대꾸했다.


“뭐지?”

“검마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검마의 흔적?”


계속해 보라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남궁혁.

그리고 잠시 뒤, 창천검대의 대원이 뒤로 거죽대기를 두른 한 중년인을 끌고 오는 것이었다.


“이자는 누구지?”

“흑룡파의 말단 일원 중 하나라고 합니다.”

“근데 왜 여기로 끌고 왔지?”

“이자가 검마를 직접 봤다고 해서 끌고 왔습니다.”


그러곤 발로 차 흑도 녀석을 강제로 꿇렸다.


“으윽!”

“네가 봤던 것을 모조리 설명해라.”

“예, 예!”


흑도는 겁에 잔뜩 질린 채로 설명했다.


“다, 당시에 문주가 놈에게 덤벼들었을 때 잠시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자의 생김새가 어땠지?”

“···마치 잠을 자지 않은 사람처럼 눈이 푹 꺼졌고, 새까만 눈동자에 머리를 산발이고···.”


설명을 해나가던 흑도는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아! 하며 소리쳤다.


“···머리! 그자의 머리에 비녀가 있었습니다!”

“비녀라고?”

“어떻게 생겼지?”

“그냥 철로 만든 거 같았는데, 이상한 형태의 무늬가 새겨진 것이었습니다. 마치 격자처럼 말입니다.”

“격자무늬 비녀라···.”


남궁무애가 말했다.


“만약 검마를 발견하신다면 어찌하시겠습니까?”


그러자 남궁혁이 대꾸했다.


“직접 대화를 나눠봐야 알겠지.”


개인적인 원한이라기엔 너무 손속이 잔혹하고, 그렇다고 민간인을 건드리지 않은 그의 이중적인 낯짝을 보고 싶었다.


혹, 사도천의 간자인지.

아니면···.


‘황실의 수작일지.’


사도천의 배후에 동창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남궁혁의 입장에선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문제였다.


“놈은 어땠지?”


검마의 품평을 남긴 흑도의 표정에서 심상찮음이 느껴졌다.


“그, 그자는 마귀입니다.”


흑도는 검마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사람을 찢어 죽이고, 베어 갈라 그 피를 취하고선 이내···.”


중년인이 공포에 잔뜩 질린 얼굴로 덜덜 떨고는.


“그자는···으으윽···!!”

“어, 어?! 야, 야! 정신 차려!”


중년인이 거품을 물고 쓰러지자, 취걸개가 얼른 혈도를 짚었다.


“이 미친놈이 왜 이래?”

“야, 야! 숨 쉬어, 숨!”


뺨을 치고 흔들어도, 중년인의 얼굴에 피어난 공포는 끝끝내 그가 기절할 때까지 피어났다.

그 모습에 산전수전을 다 겪은 취걸개도 질린다는 일색을 표할 정도였으니.


“···대체 검마가 어쨌다는 건지.”


어느 정도 일면식이 있었던 취걸개였기에, 검마가 이렇게까지 잔혹했나? 라고 다시 한번 고민할 정도였다.


남궁혁이 말했다.


“···일단 이 부분은 내일 다시 논의해 보는 걸로 하겠소.”

“알겠습니다.”


취걸개가 의식을 잃고 쓰러진 중년인을 끌고 간 사이.


“···피곤하군.”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창천검대의 호위를 받으며 남궁혁은 자신의 침실로 걸음을 옮겼다.


“저는 볼일이 있어서 나중에 가겠습니다.”

“···늦지 말고 오도록 하여라.”


다정 어린 목소리와 함께 창천검대와 돌아간 남궁혁을 바라보며.


그녀는 늘 그랬듯이 무현이 있는 의약당으로 향했다.


‘격자무늬 비녀라고?’


의약당으로 향하는 내내 남궁무애의 머릿속에선 미약한 불안감이 스쳐 지나갔다.


‘···세상에 그런 비녀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애써 머릿속에 든 생각을 무시하며 의약당 문 앞에 도착한 남궁무애.

그곳엔 호위무사들이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특이 사항 같은 건 있었나요?”

“오전에 생사신의께서 잠시 왔다 가신 거 빼면 없었습니다.”

“···알겠습니다.”


호위무사가 문을 열어주자, 안으로 들어선 남궁무애.


그런 그녀를 맞이한 것은···.


“······어?”


남궁무애가 바라본 곳.

무현이 누워있어야 할 자리에는 피 묻은 옷가지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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