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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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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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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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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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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동맹?(3)

DUMMY

도려(道侶).


도를 닦는 도사나, 승려를 지칭하며, 지금에 이르러 그 의미가 조금 바뀐 단어다.


현재에 이르러.


도려는 스승과 제자의 신뢰성을 지칭하는 단어로 정립되었다.


하나, 단순한 사제지간(師弟之間)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신뢰.


스승과 제자.

고용주와 직원.

부모와 자식.


상하 관계를 포함해서 신뢰는 매우 중요한 요소고, 이는 무림이 스스로 던져버린 단어이기도 했다.


여제자가 스승에게 비녀를 건네는 행위는.


단순히 사제지간을 넘어서, 제자가 스승에게 보내는 무한한 신뢰를 뜻한다.


“중원사를 통틀어서 도려의 연을 맺은 이는 거의 없었네. 애초에 무림에서 신뢰는 이미 옛적에 사라진 구시대의 산물과도 같은 것이니까.”


선동과 날조, 그리고 배신이 난무한 중원 무림에서 신뢰라는 건, 맹주의 말마따나 구시대의 산물로 전락해 버린 지 오래다.


강해질 수만 있다면.

보다 높은 경지로 올라설 수 있다면, 제 부모도 팔아넘기고 언제든지 배신할 수 있는 게 바로 무인이다.


그런 악습이 중원 무림에 깊숙이 뿌리내린 현재, 무현과 남궁무애가 맺은 도려의 연은 맹주에게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분명 연을 맺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나?”

“···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 놀란 건 무현도 매한가지였다.


단순히 우정의 표시인 줄 알고 받았지만, 설마 도려의 연이었을 줄은 몰랐다.


아니, 애초에 그런 의미로 자신에게 비녀를 건넸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다.


‘설마?’


무현은 회의실에서 남궁무애가 이야기했던 대화 내용을 되새겼다.


‘사람의 감정을 볼 수 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무슨 의미로 한 말이었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과 관련된 거라면?


무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아올랐다.


사람의 감정을 엿볼 수 있는 눈이라니?


만약 이 점을 이용해 악용한다면, 필시 중원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원해서 본 건 아니겠지.’


일종의 방어기제도 작용한 탓도 있을 테지만, 어찌 되었든 그녀가 일부러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세가 내에서 온갖 핍박과 모멸을 견디며 살았다고 했지.’


그 어린 나이에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졌을 테니.


더구나, 그녀는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눈을 가졌다.


원하지 않아도 상대의 감정이 눈에 보이고, 감정 중엔 자신을 향한 온갖 부정적인 것들도 포함되어 있으니···.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게 이상할 정도네.’


안쓰러웠다.


그 어린 것이 심신이 걸레짝이 되도록 놔둔 남궁세가도 문제고, 그녀를 방관한 남궁혁도 문제였다.


‘나중에 한 번 이야기를 해봐야겠군.’


물론 마음의 문을 완전히 여는 건 매우 힘들 것이다.


육체의 고통은 손쉽게 아물 수 있어도, 정신의 고통은 평생을 갈 수도 있으니까.


‘일단 나중에.’


지금은 눈앞의 상황에 집중해야 할 때다.


다시 상황으로 돌아와서.


“···맹주는 우리와 동맹을 맺고 싶습니까?”


초청장에도 소검성이 아닌, 성검련주라고 적혀있었던 걸 보면 맹주는 두 세력 간에 동맹이라도 맺고 싶었던 걸까?


“동맹이라도 맺으면 좋겠지만···이 상황으로선 아무래도 무리라고 생각하네.”


현실을 자각한 맹주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부터 성검련과 무림맹의 창설 이념과 신념은 정반대였다.


현재의 무림맹은 의협심(義俠心)이 거의 사라진 수구 꼴통들의 모임으로 전락해 버린 지 오래.


반면, 성검련은 가난하고 버림받은 자들이 모여서 만들어졌기에, 신분의 고하와 풍요로움으로 따져도 무림맹과 압도적인 차이가 존재했다.


물론, 각 세력의 수뇌부들은 이를 받아들일 리가 없을 것이다.


비록 원인은 종리천을 포함한 수뇌부들의 잘못이 컸지만, 그들의 머릿속엔 이미 성검련은 적대해야 할 세력으로 단단히 각인된 지 오래다.


때문에, 맹주는 성검련과의 동맹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설령 동맹 관계가 성립된다고 해도, 저 꼴통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걸세. 평생을 제 사문의 명예를 위한 소모품들에 불과하니.”

“그럼, 맹주께선 어떻게 하셨으면 좋겠습니까?”


맹주는 그 말에 잠시 고민에 잠긴 듯하다가···.


“나는···.”


***


맹주와 대화를 마치고, 무현은 무림맹에서 머물다가 두 장의 서신을 받았다.


발신지는 둘 다 성검련이었다.


『남만야수궁과 오독문 동맹 체결』

『일련의 무리가 국경을 넘었음. 현재 뒤를 쫓는 중.』


“슬슬 조급해지기 시작한 모양이군.”


위 내용을 상의하기 위해서 따로 마련된 귀빈실을 찾았다.


“무슨 일이냐?”


이백진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상의할 게 있습니다. 간부들을 전원 소집해 주십시오.”

“···알았다.”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잠시 후.


무현이 기막을 펼치고, 간부들을 한 자리에 불러다 앉혀 설명을 나열했다.


“정보부에서 연락이 왔다. 동창의 무인들이 현재 남만으로 가는 국경을 넘었다.”

“······!”

“······!”


모두의 안색이 굳어졌다.


“사천의 일이 실패했으니, 차선책으로 놈들을 끌어들이려는가 보군요.”


율백 선생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서신에 뭐라고 적혀있냐?”

“남만야수궁하고 오독문이 동맹을 체결, 비밀리에 국경을 넘은 동창의 무리가 있다고만 적혀있습니다.”

“남만야수궁하고 오독문까지?”

“이젠 남만의 오랑캐 놈들하고 손을 잡겠다는 건가?”


같은 정파끼리 제 영역을 두고 다투는 것처럼, 남만야수궁과 오독문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견원지간(犬猿之間)처럼 서로 으르렁거리며 다투기 바쁜 녀석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동맹을 체결했다?


“동창이 이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은?”

“십중팔구.”


동창의 개입이 없었다면, 애초부터 남만야수궁은 사천을 침공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거다.


“근데 무슨 깡으로 그 둘만으로 사천을 침공한다는 건지. 독존이 사천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무현은 소매를 걷어 흉터 가득한 팔을 들어 올렸다.


“···아!”

“설마···?”


이들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단어가 가득했다.


“···짐독 말이냐?”


이백진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황실이라면 몇 개 정도는 지니고 남았죠.”

“그 거지 같은 마물(魔物)을?”

“···가능성이 충분하겠군요.”


율백 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련주께선 동창이 그들에게 짐독을 건넬 거라고 짐작하십니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는 본다.”

“어째서냐?”

“중원을 빠르게 침공할 수 있는 길이 바로 사천이기 때문입니다.”


남만야수궁과 오독문이 있는 위치는 운남성 방향으로 동남쪽.


“그럼, 운남으로 바로 가면 되는 거 아니냐? 굳이 사천을 쳐들어갈 수고로움을 들일 필요가 없을 텐데?”

“사도천 때문입니다.”

“정파 무림만 쏙 빼서 공략하겠다?”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추측할 수밖에 없습니다.”


귀빈실 내부는 침묵에 휩싸였다.


아직 정보도 부족한 마당에, 섣부른 추측은 금물이었다.


“···놈들이 황실 비고를 열 가능성은요?”


침묵을 깨고 입을 연 남궁무애가 질문을 던졌다.


“확실히 가능성은 없진 않지.”

“사례감태감 정도면 황실 비고에 들락날락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럼, 태극신공과 같은 사례가 다시 한번 일어날 수 있단 소리겠군요.”

“그렇겠지.”


무현은 곰곰이 생각을 하다, 이내 입을 열었다.


“어르신.”

“응?”

“혹시 고금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무공에 대해 알고 계신 거라도 있습니까?”

“···갑자기 그건 왜?”

“놈들이라면 충분히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서요.”


오대금공 중 무려 두 개가 동창의 손에 있는 것으로 밝혀진 이상, 놈들은 언제든 비고를 열어 무림의 혼란을 줄 가능성은 충분했다.


“···알았다.”


이백진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일단 오대금공으론 혈교에 두 개, 사도천에 하나, 그리고 마교에 두 개가 있다. 전부 끔찍하기 짝이 없는 마공 중의 마공들이지. 혈교는 모두 알고 있을 테니, 일단 사도천부터 설명하면···.”


이백진은 설명을 나열했다.


“사도천엔 이백 년 전에 활동했던 수라마제(修羅魔帝)의 아수라신공(阿修羅神功)이, 마교엔 구천마라신공(九天魔羅神功)과 일원소마공(一元消魔功)이 있다. 아수라신공은 이미 현 사도천주가 가지고 있지만, 나머지는 잘 모르겠구나.”

“무현은 알고 있어요?”


남궁무애가 무현을 쳐다보았다.


전생에 마교 출신인 무현이 알고 있나 물어보는 것이다.


“···구천마라신공은 교주만이 익힐 수 있는 무공이다. 일원소마공도 교주만 들어갈 수 있는 천마서고(天魔書庫)에 있다는 것만 들었지, 실제론 본 적은 없어.”

“그렇군요.”

“그리고···.”


무현은 말을 하다 말고, 입술을 질겅질겅 씹었다.


“뭔데요?”

“···아니다.”


무현은 고개를 저으며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을 떨쳐냈다.


“아무튼 무림오대금공은 이렇고, 천하오대신공도 소개해 주랴?”

“예, 해주십시오.”

“알았다. 일단 소림부터 이야기하면···.”


소림의 여래신장(如來神掌).

마교의 독고구검(獨孤九劍).

서장의 구양신공(九陽神功).

무당의 태극혜검(太極慧劍).

화산의 자하신공(紫霞神功).


“···이렇게 총 다섯 개가 있다.”

“전부 한 번쯤은 들어 본 신공절학들이네요.”

“다른 세 개는 각 문파의 장문인들만 익힐 수 있는 신공절학이지만, 마교와 서장의 신공절학은 죽기 전에 한 번쯤은 구경해 보고 싶네.”


이백진이 입맛을 다셨다.


신공절학이라는 건 모든 무림인이 꿈꾸는 이상향이자, 손에 넣을 수 없는 허상과도 같은 것이었다.


한편.


‘독고구검이라···.’


무현은 눈을 감은 채 독고구검에 대해 생각했다.


‘과거 공을 세우고 우연히 천마서고에 들어간 적이 있었지.’


마교의 교주만이 들어갈 수 있는 천마서고.


전생에서 무현은 대호법으로서 첫 임무에 성공한 기념으로, 천마서고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을 얻은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독고구검을 봤지.’


이후로 천마서고 내의 수많은 검술 서적을 머릿속에 쑤셔 박아 넣었고, 지금에 이르러 대부분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돌아가면 복기해 봐야겠군.’


그리고 성검련의 무력도 정비해 볼 필요가 있었다.


‘전쟁까지 머지않았다.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무력을 끌어올려야 해.’


죽음은 두 번만으로 족하다.


약자를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성검련을 창설한 순간부터, 무현은 함부로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무현?”


한참이나 말이 없는 무현이 걱정된 남궁무애가 다가왔다.


‘너도 정진해라.’


과거부터 현재까지.


무현이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었던 제자.


“그나저나 맹주하곤 무슨 이야기를 나눴냐?”


무현이 대꾸했다.


“처음엔 동맹을 제의했지만, 중간에 말을 바꾸더군요.”

“하긴 맹주도 생각이 있으면, 동맹은 통하지 않을 테니까.”

“예, 그래서 동맹은 거절하려고 합니다.”


무현의 대답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돌아가기만 하면 되냐?”

“아직 남은 게 있습니다.”

“뭡니까?”


율백 선생의 물음에, 무현이 대꾸했다.


“곧 있을 무림맹주 은퇴식에 개입하려고 합니다.”

“···거기서 무슨 깽판을 치려고?”

“깽판이라니. 제가 무슨 뒷골목 왈패인 줄 아십니까?”

“네가 들쑤시는 곳마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벌어진 건 모르냐?”


이백진이 어림없다며 잔뜩 코웃음 쳤다.


“크흠···이번엔 얌전히 있을 겁니다.”

“어이구. 퍽이나 그러시겠습니다, 련주님?”


이백진이 낄낄거리며 웃음을 지었다.


“아무튼, 그래서 계획이 뭐냐? 우리도 한 번 들어 보자.”


모두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제 계획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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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10) +1 24.06.14 768 20 12쪽
103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9) +1 24.06.13 686 18 12쪽
102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8) +1 24.06.12 708 19 12쪽
101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7) +2 24.06.11 745 15 12쪽
100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6) +2 24.06.10 743 20 12쪽
99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5) +1 24.06.07 826 18 14쪽
98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4) +2 24.06.06 776 17 12쪽
97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3) +1 24.06.05 803 18 13쪽
96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2) +1 24.06.04 819 18 12쪽
95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1) +2 24.06.03 897 20 13쪽
94 칼춤(4) +3 24.05.31 991 20 11쪽
93 칼춤(3) +2 24.05.30 865 19 14쪽
92 칼춤(2) +1 24.05.29 878 22 12쪽
91 칼춤(1) +1 24.05.28 916 23 13쪽
90 검주의 무덤(3) +2 24.05.27 917 22 13쪽
89 검주의 무덤(2) +1 24.05.24 1,021 20 12쪽
88 검주의 무덤(1) +1 24.05.23 1,025 2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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