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검마전생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최근연재일 :
2024.06.28 20:10
연재수 :
114 회
조회수 :
239,884
추천수 :
3,577
글자수 :
672,093

작성
24.06.20 20:10
조회
589
추천
15
글자
12쪽

동맹?(1)

DUMMY

이백진의 참전으로 주도권은 성검련 측에게로 넘어갔다.


무림맹의 수뇌부들은 잔뜩 못마땅한 표정이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이백진에게 당했던 과거의 잔재가 의식 속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오랜만이오, 맹주.”

“···오랜만이네.”


맹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무현을 살피던 맹주는 속으로 탄성을 터트렸다.


‘강해졌군,’


무현을 바라보는 맹주의 얼굴엔 놀라움과 감탄, 두 가지만이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나 빨리 강해진 거지?’


맹주는 무현에 대한 관조를 시도했다.

무현은 그걸 막지 않았다.


그럼에도 맹주는 무현이 가진 힘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마지막 만남 때도 정확한 파악은 불가능했지만, 그 수준 정도는 확인이 가능했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맹주, 시작하십시오.”


오른쪽 세 번째 의자에 앉은 비구니가 싸늘한 눈빛을 지었다.


아미파의 원로 중 하나인 해후 사태.


20년 전 무림공적 색마(色魔)를 격살하고, 아미파의 명성을 드높인 초고수 중 한명이었다.


“······.”


무현은 수뇌부들을 바라봤다.


그들은 원탁처럼 둘러앉아, 무현과 성검련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 수는 총 열 다섯 명.


‘몇몇은 오지 않았군.’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지.”


맹주의 묵직한 목소리가 울렸다.


“주제는 자네에 대한 것일세.”

“정확한 이야기를 듣고 싶소.”

“자네에 대한 것은 내가 이들에게 미리 공지해 두었네.”


원로 취걸개가 입을 열었다.

그의 얼굴에는 난감함이 있었다.


“자네의 정체···라고 말하는 편이 옳겠지. 아무래도 입을 다물고 있을 수는 없어서 말일세.”

“이해하오.”


애초에 비밀이 될 수 없는 이야기였기에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지. 중요한 건 앞으로의 일. 자네를 아군으로 받아들여야 할지를 무림맹 내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네.”


맹주의 나른한 목소리가 울린다.

그 눈동자는 무현에게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살문의 멸문, 대룡상단과 당문에 숨어있는 혈교를 없애준 건 고맙게 생각하네.”

“말로만?”

“······.”


무현이 씩 웃는다.

맹주가 ‘뭔 저런 새끼가 다 있지?’라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전 반대합니다.”


꼬장꼬장한 도사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원로 중 하나인 종남파의 운천검(雲川劍) 종리천이었다.


“애초에 저 자의 정체도, 출신 성분도 알 수 없는 마당에 우리가 이렇게까지 저자세로 나아갈 이유가 있습니까?”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이오?”

“저자와 성검련 전체를 심문해 봐야 하오. 촌구석에서 기어오르는 종자들이 세력을 키운 것도 수상쩍은데···.”

“할 말 다 했나?”


무현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종리천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건방진······!”

“건방은 네놈이 떨고 있는 거지.”


무현이 종리천의 말을 부정하고 피식 웃었다.


“지금 이 자리는 한 명의 수장을 맞이하는 자리. 나는 성검련주이자 대표로서 공식적으로 이 자리에 나왔는데, 고작 일개 수뇌부 따위가 건방을 떨어?”

“···뭐, 뭣이!?”


운천검 종리천이 순간 뒷걸음질 쳤다.


무현의 전신에서 살기가 뿜어져나왔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은 그의 살기를 느끼지 못했다.


‘이게 고작 후기지수의 것이라고···?’


마치 맹주의 분노를 마주했을 때와 비슷했다.


살기는 점점 종리천의 사지를 옥죄고, 그는 옴짝달싹도 못 한 채 가만히 서 있었다.


그때.


“···종리천 원로는 방금의 발언은 삼가도록 하시오.”


맹주가 황급히 손을 내저어 종리천에게 향한 무현의 살기를 흩었다.

무현은 딱히 분노하지도 않은, 처음과 같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성검련도 엄연한 정파의 세력이오. 함부로 의심했다면 그 말에 종남파는 책임 질 수 있소?”

“지금 종남을 의심한다고?!”

“그래서 동천 사건 때 성주하고 술이나 마시고 있었소?”

“······!?”


무현의 말에 종리천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동천의 사건은 종남파에게 있어서 큰 치욕 중 하나이자, 잊어버려야 할 흑역사였다.


도가의 문파가, 그것도 성주의 생일에 찾아가 술을 마시고 놀았다고 알려지면, 종남파의 위신은 그야말로 곤두박질칠 것이다.


“감히 지금 대 종남파를 모욕하고도···.”


그때 무현이 말을 끊었다.


“여기서 내가 입 한 번 열면 종남의 위신은 그대로 나락으로 갈 것이오.”

“······!”

“선택 잘하시오. 여기서 목줄을 쥐고 있는 당사자가 누군지를 말이오.”

“정녕 네놈이······!”

“종리천 원로.”


맹주의 싸늘한 말투가 종리천의 이성을 붙들게 했다.


“입 닥치시오.”

“···맹주!”

“한 번만 더 그 입을 놀리면 회의에서 퇴출하겠소.”


종리천이 최대한 표정 관리를 했다.


무림맹의 수장인 무림맹주 앞에선 그럴 수가 없었다.


“후우.”


맹주는 지끈거리는 머리의 고통을 참아냈다.


가뜩이나 혈교에 관해서 논의가 이어져야 하는데, 쓸데없는 자존심만 센 수뇌부들이 회의의 본질을 흐리고 있었다.


“성검련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무림맹 내에서 련주를 의심하는 이들이 있고, 나도 솔직히 성검련을 완전히 믿지 못하오. 그렇기에 비연각과 취걸개 원로에게 성검련을 조사하라고 명했소. 취걸개 원로.”

“예.”

“자네가 보고 들었던 것을 이곳에서 전부 말해 줄 수 있겠나?”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취걸개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저는 비연각주와 함께 성검련의 근원을 조사했습니다. 물론, 상세적인 부분은 얻을 수 없었지만···감숙의 백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전부 한 인물을 이야기하더군요.”


취걸개의 시선은 무현에게 향했다.


“그는 단 한 자루의 검과 패기만을 가지고 감숙을 지배하던 흑도 무리들을 소탕하고, 서서히 세력을 모아 마침내 감숙을 좀먹던 흑도와 사파 무리를 완전히 소탕한 뒤에서야 세력을 만들었다고 일관된 진술을 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련주를 따르던 여러 인물도 있었지만, 아직 조사 중입니다.”


취걸개는 한 차례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수상한 점은 딱히 없었습니다. 판매하는 상품들은 청룡상단이 이용하는 유통망을 이용했으며, 성검련 내에서 자체 제작하는 영약들 또한 밖으로 유통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때 종리천이 트집을 잡았다.


“분명 생긴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출내기 세력이 어떻게 그만한 양의 영약을 가지고 있습니까?”


다른 수뇌부들도 그것이 의문이었는지 무현을 바라보았다.


“그건 제가 대신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때, 옆에 가만히 앉아있던 율백 선생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귀하는 누구시오?”

“성검련 소속 의약당주입니다. 중원에선 생사신의라는 별호로 불리고는 하죠.”

“잠깐, 생사신의라면···?”

“몇 년 전에 감숙에서 실종되었다고 하지 않았나?”


율백 선생이 말을 이었다.


“전 그 당시 흑사방이라는 흑도 세력에 의해 납치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들은 사도천의 간자였으며, 무림맹의 손길이 닿지 않은 감숙의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암암리에 제게 영약을 제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런···!”

“사도천의 간자들이 감숙에?”

“그렇습니다.”


율백 선생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피폐한 나날을 보내다가, 흑사방이 갑작스레 멸문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옆에 계신 련주님의 도움으로 살아남게 되었습니다.”


말을 마친 율백 선생은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취걸개 원로, 보고를 계속하시오.”

“예, 그리고···.”


취걸개는 몇 달 동안 감숙성에 있으면서 성검련의 동태를 살펴본 결과를 보고했다.

요약하자면 대외적인 활동 부분에서 성검련이 의심 가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조사 내용입니다.”

“그래서 취걸개 원로 자네의 의견은 어떠한가?”


수뇌부 중 하나가 물었다.


“사도천과 결탁할 만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그러자 맹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상의 조사는 성검련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 판단하고 있소. 그러니 여기서 끝내도록 합시다. 이의 있는 분 계시오?”


그때, 수뇌부 절반이 손을 들었다.


각각 명문정파의 명숙들이자, 수십 년을 넘게 무림맹의 공직에 앉아있는 노괴들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소.”


그때, 한 인물이 나섰다.


법명대사(法名大師).


소림의 전 나한전주(羅漢殿主)이며, 소림 내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보유했던 무승이였다.


“분명 성검련을 창설할 때 련주의 주위로 인물들이 따랐다고 했는데, 어째서 취걸개 원로는 이 점을 먼저 조사하지 않은 것이오.”

“그건···.”

“그리고, 어떻게 단시간만에 감숙 전역을 제패할 만큼 빠르게 성장한 것도 문제요. 제아무리 투존께서 옆에 계신다고 해도, 이건 비이상적인 성장세요.”


회의실이 소란스러워졌다.

법명대사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성검련은 정상적인 세력이 아니다.


분명히 뒤에 무언가가 있다.


“그대의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소.”


그때, 무현이 입을 열었다.


그 모습에 무림맹의 수뇌부들은 영문을 금치 못했다.


“무림맹이 버린 불모지에서 성검련과도 같은 세력이 등장한 건 말이 안 되지. 음, 음. 개천에 용난다는 말이 있다지만, 아집과 편견으로 뭉친 무림맹 내에서 받아들일 리가 없겠지.”

“지금 무림맹을 조롱하려고 하는 건가?!”

“뚫린 입이라고 감히···!”


무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참을 때까지 참았다.

무림맹은 구더기 소굴에 불과했다.

아집과 편견으로 뭉친 구더기 소굴에서 백날 떠들어 봤자, 소용이 없다.


“뚫린 입이라고 잘도 지껄이는 건 그쪽이겠죠.”


이때, 옆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던 남궁무애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무덤덤했지만, 그녀와 오랜 세월을 함께했던 무현은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어마어마한 화를 억누르고 있다는 것을.


“···자네는 뭔가?”

“이 사태를 누구보다 진정성있게 알고 살핀 당사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뭐라고?”


무림맹의 수뇌부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눈앞의 남궁무애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도통 알 수 없었던 것이다.


“6년 전, 감숙에 있었던 전, 당시 철혈방을 소탕하러 온 그와 마주친 적이 있었습니다.”

“잠깐, 자네가 거기에 있었다고?”

“어째서 말인가?”


남궁무애는 잠시 말을 멈추곤, 이내 충격적인 말을 뱉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습니다.”

“······!”

“······!”


그 말이 충격으로 다가온 건 수뇌부들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와 가장 오랜 만남을 지속해 온 무현으로서도 남궁무애의 발언은 충격적이었다.


“저는 다른 이들의 감정을 살펴볼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지금도 여기 계신 수뇌부들의 감정을 읽을 수 있죠.”

“무, 무슨···?”

“이제 막 지학이 된 저는, 세가의 온갖 멸시와 조롱에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가출했습니다. 그리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죠.”

“······!”

“그렇게 감숙에 도착한 저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자 흑도 무리들을 소탕하러 다녔습니다.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었죠.”


남궁무애는 한 차례 숨을 고르고 말을 이었다.


“솔직히 이상한 사람이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제게 손을 내밀었고, 본인의 지식을 선뜻 제게 건넸죠. 그래서 저는 그를 따라다녔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죠. 내가 너무 편협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는 것을.”


남궁무애는 좌중을 한 번씩 훑어보았다.


“섬서성 동천 학살 사건, 무림공적 음양쌍마와 혈귀비, 호남의 형산파, 호북의 살문 멸문,동정호의 혈승. 이것들이 전부 단 한 사람이 벌인 일이라면 믿겠습니까?”

“······!”

“······!”

“이 모든 과정을 살피고,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본 당사자로서 한 말씀 하겠습니다.”


쿠웅!


남궁무애가 손바닥으로 탁상을 부술 듯 내리쳤다.


“한 사람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을 폄훼하고 질타하는 당신들은, 무인으로서 자격도 없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마전생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는 오후 8시 10분 고정입니다. 24.01.23 3,801 0 -
114 대숙청(4) 24.06.28 364 12 13쪽
113 대숙청(3) +1 24.06.27 435 10 12쪽
112 대숙청(2) +1 24.06.26 465 14 14쪽
111 대숙청(1) +1 24.06.25 517 15 12쪽
110 동맹?(3) +1 24.06.24 547 9 12쪽
109 동맹?(2) +1 24.06.21 622 16 12쪽
» 동맹?(1) +1 24.06.20 590 15 12쪽
107 심문(1) +1 24.06.19 618 16 14쪽
106 집으로(2) +1 24.06.18 629 14 12쪽
105 집으로(1) +1 24.06.17 654 16 12쪽
104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10) +1 24.06.14 746 19 12쪽
103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9) +1 24.06.13 666 17 12쪽
102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8) +1 24.06.12 686 18 12쪽
101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7) +1 24.06.11 723 14 12쪽
100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6) +1 24.06.10 722 19 12쪽
99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5) +1 24.06.07 803 17 14쪽
98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4) +1 24.06.06 752 16 12쪽
97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3) +1 24.06.05 775 17 13쪽
96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2) +1 24.06.04 796 17 12쪽
95 독 발린 비수는 누구를 향할까(1) +1 24.06.03 875 19 13쪽
94 칼춤(4) +3 24.05.31 969 20 11쪽
93 칼춤(3) +2 24.05.30 846 19 14쪽
92 칼춤(2) +1 24.05.29 857 22 12쪽
91 칼춤(1) +1 24.05.28 892 22 13쪽
90 검주의 무덤(3) +2 24.05.27 893 21 13쪽
89 검주의 무덤(2) +1 24.05.24 997 19 12쪽
88 검주의 무덤(1) +1 24.05.23 1,003 21 12쪽
87 내면과의 대화(3) +1 24.05.22 976 25 12쪽
86 내면과의 대화(2) +1 24.05.21 1,005 2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