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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한스그레텔 님의 서재입니다.

검마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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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최근연재일 :
2024.06.1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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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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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공청석유(6)

DUMMY

치료를 도울 몇 명만 남긴 채 의약당 전체를 폐쇄했다.


이중의 삼중, 그 이상을 덧대어 문을 걸어 잠그고 아예 진법까지 펼쳐 내부 자체를 원천 봉쇄했다.


짐독은 중원사를 통틀어서 몇 번 등장하지 않은 최흉의 독.

당가의 무형지독은 가볍게 압살할 정도의 독함을 지녔으니, 율백의 걱정은 과한 것이 아니었다.


의원으로서 미지의 독을 치료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해내야만 한다.’


자신의 손에 중원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것을 직감한 채.


사활을 걸고 치료에 임하려 자세를 잡았다.


***


한편 율백이 은침을 공청석유에 담그고 다른 도구들을 소독하는 사이.


“···그보다 아까 저 친구를 련주라고 불렀던데, 그건 뭡니까?”


옆에서 구경 중이던 취걸개가 물었다.


“예전 흑사방에 납치되었을 때 구명지은을 입은 적이 있었습니다.”

“흑사방?”

“사도천의 간자가 세운 감숙 제일 흑도 세력이었습니다.”

“과거형이라는 건···?”

“련주의 손에 전부 죽었습니다.”


그 말에 취걸개와 제갈천은 마른침을 삼켰다.


“련주께선 흑도 말살이라는 신념을 안고 사람을 모아 대항하셨죠. 100명으로 시작했던 수가 점점 늘어나 이젠 감숙 전체를 호령하는 거대 세력이 되기까지 수많은 죽음이 련주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전부 흑도의 말살과 백성들의 안위를 위해서였죠.”

“······.”

“그렇게 감숙을 호령하는 세력으로 자라, 이젠 새로운 감숙의 지배자가 되셨습니다. 흑도와 사도천의 간자, 그리고 무림공적이 득실거리는 감숙이 혜성같이 등장한 한 인물로 인해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

“전부 단 한 사람에 의해. 그것도 한낱 삼류 낭인에 불과했던 사내가 만든 길이었습니다.”


두 사내는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허면···.”

“만약 무림맹 지부를 설립하겠다고 하시면 전 말리고 싶군요.”


율백이 단호하게 말했다.


“감숙은 현재 무림맹을 원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감숙의 백성들에게 있어서, 철천지원수나 다름없으니까요.”

“어찌 그런 말을 하는 것이오?”

“정말 몰라서 그러십니까?”


그걸 몰라서 묻냐.


무언의 압박과도 같은 율백의 시선에, 취걸개와 제갈천의 몸을 움찔 떨었다.

율백은 한숨을 내쉬며 친절히 설명했다.


“무림맹이 감숙을 저버린 후, 감숙은 흑도와 사도천의 소굴로 전락해 버린 지 오래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고, 그 수만 해도 족히 수만 명은 족히 넘었습니다. 물론, 여기에 납치된 아녀자와 사내들을 포함하면 족히 수십만은 넘었습니다.”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숫자에 놀란 건 제갈천과 취걸개 뿐만 아니었다.

남궁혁과 남궁무애도 눈을 휘둥그레 뜬 채로 율백의 말에 집중했다.


“그러니 감숙에 무림맹 지부를 설립하겠다는 소리는 웬만하면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무림맹이 감숙을 저버렸으니, 감숙도 무림맹을 저버리는 건 당연합니다.”


신의인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자, 좌중의 공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지금 율백의 발언은 간접적으로 명문정파에게 향하는 경고와도 같았으니.

취걸개와 제갈천의 입장에선 그의 발언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율백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그의 발언은 마땅한 정당성을 가지고 있었다.


작금의 무림맹은 300년 전 과거를 끝으로 의협심을 저버린 지 오래며, 감숙은 그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피해를 오랫동안 감수해야만 했다.

감숙 전역에 아사자가 속출했으며, 인신매매로 인한 피해로 인해 인구의 4할이 날아갔다.


그런 불모지와도 같은 감숙을 구한 자가 바로 무현이다.

흑도와 백도.

그리고 사도와 마도.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내는 외로이 늑대와도 같은 길을 걷게 되었다.


율백은 그의 삶을 이렇게 정리했다.

.

.

.

명부마도(冥府魔道)라고.


***


공청석유에서 은침을 꺼낸 율백은 이내 치료 도구를 늘어놓았다.

그리곤 은병에 넣어둔 은침들을 꺼내 중요 혈도 부위에 꽂아 넣고서는.


“이제부터 치료를 시작하겠습니다.”


마침 날이 환하게 동이 트기 시작한다.

이에 율백이 은침에 내공을 집어넣어 혈도를 인위적으로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무현의 혈도가 마치 토룡(土龍)이 꿈틀거리는 것처럼 잔뜩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날뛰는 기운을 진정시키기 위해 율백이 은침에 더욱 내공을 불어넣었다.


“후우-.”


침을 놓는 율백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가히 초인적인 인내심이라 무방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기혈을 따라 은침을 꽂아 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총 108개의 은침을 꼽고서는.


“이제부터 여러분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뒤를 돌아 시선을 응시한 곳엔 네 명의 무인들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남궁혁이 물었다.


“무엇을 하면 되겠소?”

“가주께선 기혈에 꽂은 은침에 벼락의 내공을 흘려주십시오.”


제갈천과 취걸개가 동시에 물었다.


“저희는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여러분은 짐독이 한 곳으로 흐르게, 진기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꿔주십시오.”

“진기를 말입니까?”


진기를 인위적으로 흘리는 일은 위험성을 동반하는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자칫 잘못했다간 기혈이 뒤틀리는 것을 넘어서, 주화입마까지 찾아올 수 있었다.


“저는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이제부터 소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율백이 무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혹여나, 련주께서 폭주하실 수 있으니 이를 막아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율백은 잠시 눈을 감으며 침음을 삼키더니 말했다.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율백은 잔뜩 마른침을 삼킨 채 마지막 은침을 혈도에 꽂아 넣자.


“······!”


전신이 기괴하게 비틀리면서 혈맥들이 일제히 폭주하기 시작했다.


“지금입니다!”


신호에 맞춰 남궁혁이 뇌기를 흘려보내 독기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볏짚 따위를 태우는 소리와 함께, 꿈틀거리는 혈도가 간신히 진정을 되찾았다.


그 뒤로 제갈천과 취걸개가 진기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바꾸기 시작하면서, 고비는 이제 시작되었다.


덜컹-!

덜커엉-!!


갑작스러운 진기의 흐름으로 인해 무현의 육체가 발작하듯 날뛰기 시작했다.

율백은 양손으로 무현의 몸을 눌러 육체가 흔들리는 걸 막았다.

허나, 현경의 육체를 상대로 미련한 짓이었다.


“끄으으으-!!”


율백인 잔뜩 신음을 토하며 간신히 진기의 흐름을 오른팔로 집중시켜 흘려보냈다.

거대한 두더지가 땅을 파고 지나가는 것처럼, 오른팔의 혈도는 기괴하게 꿈틀거렸다.


꿀렁, 꿀렁-!!


“소저!”


그 즉시 남궁무애는 내공을 일으키며 무현의 날뛰는 육체를 간신히 붙들어 맸다.

침대가 잔뜩 삐걱거리고, 매케한 악취가 코를 찌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율백은 은침을 꺼내 검지에 자그마하게 상처를 냈다.

그러자 코를 찌르는 악취와 함께, 점성 가득한 거무죽죽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모두 숨 참으십시오!”


율백의 신호에 맞춰 모두가 숨을 참았다.

점성 가득한 혈독(血毒)이 옥병에 아주 천천히 떨어지면서, 일대에 형용할 수 없는 악취를 내뿜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모두가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며 살펴보았다.


혈독은 옥병에 천천히 떨어지면서, 시간은 점차 흘러갔다.

아무리 초인적인 인내심을 가진 이들이라 해도, 오랜 시간 동안 한계 이상으로 내공을 운용하는 건 힘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을까.


전신에 식은땀이 잔뜩 맺히고 단내가 입안에서 풀풀 풍길 정도로, 오랜 인내심을 요구하는 작업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허나, 그 끝도 이제 머지않았으니.


공청석유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무현의 육식 곳곳에 스며든 짐독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땅속에 깊이 내장된 역청(瀝靑)이 뽑혀 나오듯 몸에서 뽑혀 나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한순간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율백은 온정신을 집중했다.


그렇게 은침이 완전히 검게 물들어지는 순간, 율백은 108개의 은침을 한꺼번에 뽑아 옥병 속에 모조리 집어넣었다.


그러자 꽂아 넣은 부분에서 나무가 뿌리 채 뽑히듯 쑥하고 검붉은 액체가 뽑혀 나왔다.

마저 뽑히지 못한 짐독이었다.


율백이 삼매진화를 일으키자, 짐독은 화르르 타오르며 사라졌다.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모두가 털썩 쓰러졌다.


“후우우.”


율백이 숨을 고르며 내뻗은 손을 천천히 거둬들었다.

그의 손에 피어올랐던 삼매진화가 점차 사그라들었다.


일단 고비를 넘긴 것이다.


잠시 후 쓰러져 있던 남궁무애가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것으로 고비는 넘겼습니다.”

“아···.”


율백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의원으로서 수많은 환자를 치료했으나, 이렇게까지 심력 소모가 심한 치료는 난생처음이었다.


“이제 괜찮은 겁니까?”

“언제 의식을 회복할지 스스로 달린 일입니다.”

“그럼···.”

“지금으로서는 련주께서 스스로 딛고 일어나시길 빌 수밖에 없습니다.”


율백은 혈독이 담긴 옥병과 은침들을 모조리 회수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 분께선 이곳을 당분간 봉쇄해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율백의 시선이 무현을 향했다.

귀밑까지 번진 짐독이 완전히 제거된 피부는 본래의 색을 되찾을 수 있었다.


율백이 자리를 털고 일어서, 문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남궁혁과 남궁무애가 따라나섰다.

이때, 느닷없이 율백이 남궁무애에게 질문은 던졌다.


“혹, 련주님을 마지막으로 만나신 날이 언제 셨습니까?”

“···적어도 보름 정도 된 거 같습니다.”

“혹, 그때도 련주께선 의식이 없으셨습니까?”

“그렇습니다만, 그걸 왜···?”

“···아닙니다. 못 들은 걸로 해주십시오.”


그 모습에 영문을 몰라 질문을 던지려던 찰나.


“가주님, 아가씨.”


이때, 멀리서 남궁학무가 창천검대를 대동한 채 다가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무한에서 사파들이 날뛰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창천검대만으로는 부족하여···.”

“알겠다. 나도 함께 가지.”

“저도 가겠습니다.”


두 부녀가 창천검대와 걸음을 옮겼다.


그 사이, 홀로 남은 율백은 남몰래 식은땀을 닦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설마 아니겠지,”


율백은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내뱉자 흠칫 놀랬다.

무사히 치료했음에도,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의문점이 율백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분명 련주님의 눈동자가···.’


보통 의식이 없는 환자는 눈 주변의 근육들이 목석처럼 굳는 게 보통이었다.

헌데···.


‘분명 눈 주변의 근육들이 움직였어.’


의식이 없어야 할 환자가 의식이 있다?

그것도 사경을 헤매는 환자가?


‘···내가 잘못 본 거겠지.’


치료 도중에 혈도가 꿈틀거렸으니, 그저 주변에 영향이 갔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의문은 여전히 율백의 머릿속을 계속해서 맴돌았고.


그 기시감은 아직도 진행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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