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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그레텔
작품등록일 :
2024.01.2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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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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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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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공청석유(5)

DUMMY

‘새, 생사신의라면···?’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그 의원?’

‘근데 그가 대체 왜 여기에?’


생사신의의 등장으로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는 도중.


"오랜만에 만난 선배한테 의자도 안 갖다 놓고 뭐하냐?"

"드, 드리겠습니다."


취걸개는 다급히 의자를 가지고 와 둘의 앞에 갖다 놓았다.


‘대체 저 사람이 누구길래···?’

‘태상장로님이 꼼짝도 못 하잖아?’


개방의 태상장로이자, 무림맹의 원로직에 서 있는 취걸개를 하대하는 저 사람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얼굴에 개기름도 잔뜩 껴서 반들반들하니, 아주 팔자가 펴졌네?"

"하, 하하. 요새 무림맹에서 밥을 잘 줘서···."

"이 선배가 지금 중원에서 개고생하는 동안에 너는 팔자 좋게 살고 있었다?"


그렇게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서는,


의자에 앉아 가자미눈으로 핀잔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어이구, 이 썩을 놈이 아주 그냥 배가 불러서. 선배는 개처럼 뛰어다니면서 일하고 있는데, 이놈은 검은 물을 먹더니 아주 나태해졌어, 응?”


이백진이 일장 연설을 늘어놓을수록, 취걸개의 표정은 시시각각으로 변해갔다.


“투존 형님. 장난은 이만하시죠.”

“에잉, 한참 재미있으려고 했는데.”


못내 아쉽다며 취걸개에게 마지막 핀잔을 남기고 자리에 앉았다.


‘투, 투존?!’

‘저 노인이 상천십삼좌 투존이라고?’


투존의 영향은 개방을 넘어서 개방주(丐幇主)까지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개방주의 무공은 투존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으니.


"크, 크흠. 선생께서 생사신의시라고요?"


취걸개의 예상보다 너무 젊고, 잘 쳐도 40대 언저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막말로, 이백진을 제외하곤 회의장 내에서 가장 연장자라는 소리다.


"혹, 실례지만, 연세가···?"

"올해로 일흔하나입니다."

"예?"


개방과 무림맹의 무인들 역시 놀란 눈치였다.

중원이 엄격히 항렬을 따지는 만큼, 취걸개와 제갈천은 눈앞의 율백에게 함부로 하대할 수조차 없었다.


"현재 련주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독이 귀밑에까지 침범한 상태입니다. 은침으로도 어떻게든 억눌려 보려 노력했으나···."

"은침 정도는 가볍게 녹아내리고도 남겠죠."

"혹, 신의께선 그 독에 대해 알고 계시는 거라도 있으신지?"


제갈천의 말에 율백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대외비라 쉽게 말씀을 못 드리겠습니다."

"그렇습니까···."

"일단 련주의 상태를 살펴봐야 하니, 안내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제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취걸개가 율백을 안내하려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순간.


- 선배, 죄송하지만 기막을 좀 펼쳐주실 수 있겠습니까?"

- 지금 말하려고?

- 아무래도 대외비로 유지하는 만큼 지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말입니다.

- 알겠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율백의 말에 진이 손가락을 튕겨 기막을 만들었다.


제갈천, 취걸개는 자신들 앞으로 기의 막이 생성되자 놀란 눈치를 자아냈다.

율백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먼저 독의 정체는 상고시대의 짐조라는 마물의 독입니다."

"짐조라고요?"

"그 새가 실존하는 것이었습니까?"


중원사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던 취걸개와 제갈천은 짐조가 무엇인지 대략 적으로 알고 있었다.


"짐조가 발견되었다고 알려진 마지막 기록에선 광동성(廣東省) 일대에 짐조의 서식지가 있다고 전달받았습니다."

"광동성이라면···?"

"지금은 사도천의 영역입니다.“


제갈천은 신음을 삼키며 되물었다.


"허면, 신의께선 사도천이 이번 사건의 배후라고 말씀하고 싶으신 겁니까?"

"차라리 사도천이었으면 다행이지만···."

"나머진 내가 설명하겠네."


율백 대신 이백진이 말을 이었다.


"이 사건의 배후엔 동창이 있다."


갑작스러운 동창의 등장에 취걸개와 제갈천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살문의 배후에 동창이 있다니···."

"그럼 지금까지의 일련의 모든 사건도?"

"그건 아닐 거다. 만약 동창이 마음먹고 나섰다면, 지금쯤 정사대전이 일어나고도 남았겠지."


과거 10년 전 정사대전은 전대 사도천주 패군(覇君)의 습격으로 벌어진 전쟁이었다.

이 과정에서 무림맹 측의 손해도 막심했지만, 사도천은 병력의 4할을 잃는 참패를 겪었다.


"그럼 10년 전의 정사전쟁도 동창의 수작이라는 소리입니까?"

"패군 녀석이 미치지 않고서야, 무림맹에 대놓고 쳐들어오는 건 미친 짓이긴 했지."


일련의 사건들을 재조합하여 네 명의 사내들은 한 가지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이미 사도천도 동창의 손아귀에 넘어갔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 무제 그 녀석도?"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


무제 혁련무위.

전대 사도천주 패군을 죽이고, 갑작스럽게 등장한 불세출의 강자.

그의 등장으로 사도천의 대대적인 세력 구도가 뒤바뀌었으며, 뿔뿔이 흩어졌던 사파를 규합하는 데 성공했다.

신주사패 또한 그의 손에서 만들어진 동맹 체제라고 볼 수 있었다.


"과거의 악몽이 다시금 벌어지려고 하는 것인가."


정사전쟁의 악몽을 몸소 느껴본 취걸개와 이백진도 찝찝한 건 매한가지였다.

무림맹도 이 과정에서 잃은 무인들의 수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사건의 유일한 실마리를 쥐고 있는 무현의 생사에 따라, 정사대전의 양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었다.


살왕이라는 절대 강자를 죽였으며, 이번 사건의 배후에 동창이 있다는 사실을 알린 장본인.

만약 그가 영영 깨어나지 않는다면,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었다.


"일단 련주의 상태부터 확인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백진이 손가락을 튕기자, 기막이 해체되었다.


개방과 무림맹의 무인들은 저들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따라오십시오."


취걸개가 앞으로 나서 그들을 직접 안내했다.

그러고는 무현이 머무는 귀빈실로 막 도착했을 때쯤.


“오셨습니까.”


문밖을 지키고 있는 무인들이 경례했다.


"헌데 뒤에 두 분은···?"

"치료를 위해 부른 지인들이다. 특이 사항 같은 건 없었나?"

"늘 찾아오시던 남궁 여협께서 오시지 않은 것만 제외하곤 없었습니다."

"끄응, 그건 내가 알아서 찾으마."

"예, 들어가십시오."


무인이 문을 열자, 네 명의 사내가 안으로 들어섰다.


"여기에 있습니다."


장막을 걷고 안을 들추자, 그곳엔 의식을 잃고 쓰러진 무현이 누워있었다.

귀밑 부분까지 진행되었던 부분이 이젠 눈 밑까지 잠식된 상태였다.


"가능성이 있겠습니까?"

"확신은 없습니다. 극양의 영약이라면 일말의 가능성은 있겠지만···."

"자하신단이나 태양신단은 어떻습니까?"

"짐조의 음독을 태우기엔 한참 부족합니다. 적어도 희귀형 영약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짐독을 치료할 수준의 영약이면 무림맹의 입장에선 쉽지 않았다.

부르는 게 값인 희귀형 영약은 대부분 황실의 손으로 넘어가고, 그마저도 오대세가나 구파일방의 손으로 넘어가는 게 고작이었으니.


"어떻게든 구해보겠습니다."

"그 욕심 많은 새끼들이 내어주긴 하겠냐?"

"······."

"그리고 이미 독이 한참이나 진행된 상태다. 공청석유같은 절세의 영약이라도 있지 않은 이상···."

"지금 공청석유라고 하셨습니까?"


만년산삼이 만인지상이라 할 수 있는 자리에 있으면, 공청석유는 가장 놓은 곳의 극양의 영약의 왕이었다.

극음의 무공을 익히는 자에겐 미타성수(彌陀聖水)나 다름없었다.


공청석유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건 수십 년 전 형산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 말고도 전해진 부분이 없었다.


취걸개가 물었다.


"혹, 신의께선 공청석유가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형산파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허어-!"

"이 자식이 뭘 잘못 먹었나? 왜 그래?"

“그것이···.”


처음엔 말을 하다 말다가, 어차피 밝혀질 거 그냥 말하기로 했다.


"남궁의 여식이 일주일 전에 사라졌습니다."

"근데?"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남궁의 여식이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이 호남의 국경지대라고 합니다."

"···호남?"


빠르게 이해했다가 이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되물었으니.


"···설마 훔치러 간 거야?"


취걸개가 식은땀을 잔뜩 흘리며 대꾸했다.


"···아마도 그런 거 같습니다."


남궁의 여식이, 그것도 역대 최고의 후기지수 중 하나가 도둑질을 했다?

그것도 구파일방의 일원 형산파에?


문득 취걸개가 고개를 돌려서 문을 주시했다.

이때, 이제 막 무림맹에서 돌아온 남궁혁이 뒷짐을 진 채로 다가오다가 다짜고짜 물었다.


"···취 원로, 그게 사실인가?"


심장이 쿵 내려앉을 것만 같은 위압감에 취걸개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잔뜩 삼켰다.


"취 원로."

"예···."

"그게 사실이냐고 물었소."

"그것이···."

"사실이냐고 물었네."


제갈천이 대신 대꾸했다.


"정황상 그럴 것으로 추측됩니다."

"······."


남궁혁이 이번에는 제갈천을 바라봤다.


"가세."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남궁혁이 침착한 표정으로 제갈천과 취걸개를 번갈아 보다가 대꾸했다.


"호남으로 가는 길은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럴 필요 없습니다."


이때, 문밖으로 남궁무애와 한 무리의 검은 인영들이 안으로 들어섰다.


“···어딜 갖다가 이제 오는 것이냐?”

“원하는 물건은 찾느라 이리 늦었습니다.”


안으로 들어선 그녀는 품에서 새끼손가락 크기의 옥병을 꺼내 들었다.

티 하나 없이 맑고 순수한 청옥으로 만든 옥병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안에 내용물이 들어있었다.


남궁무애가 말했다.


"가지고 왔습니다."


남궁혁이 대꾸했다.


"훔쳤느냐?"

"당사자로부터 정중하게 받아왔습니다."


남궁혁과 나머지 사내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남궁무애를 바라보았다.


"······."


솔직히 어떻게 공청석유를 받아왔는지 궁금하긴 했으나, 그녀의 뒤에 서 있는 한 무리의 인영들이 더 궁금했다.


남궁혁이 말했다.


"저들은 누구냐?"

"제게 큰 도움을 준 성검련의 무인들입니다."

"···너희들이 도와줬다고?"


이백진이 놀라며 물었다.

삼매가 다급히 손짓하며 대꾸했다.


"저도 억울합니다. 갑자기 절 끌고 가서는···."

"저분들이 이목을 끌지 않았으면 제가 공청석유를 얻을 수 없었을 겁니다."


그 말에 이백진이 더욱 놀란 표정으로 대꾸했다.


"련주가 너희들보고 도둑질이나 하라고 시켰니?"

"아닙니다! 저희는···."

“저분들의 도움으로 빠르게 형산파 내부로 침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발 조용히 좀 해주십시오!”


그 말에 삼매는 속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도 이에 가담했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는 게 미칠 지경이었다.


남궁혁이 물었다.


"어떻게 침입했느냐."

"살문 습격 이전 스승님이 제게 가르쳐준 경공 덕분이었습니다."

"그 무공의 이름은?"

"무영보였습니다."


남궁혁은 무영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암향신살(暗響神殺)의 무공을 어떻게···?"

"저는 스승님이 가르치시는 걸 배운 죄밖에 없습니다."


그리고는 공청석유를 율백에게 내밀었다.


"이거면 충분하겠습니까?"


율백은 공청석유를 만지작거리며 내용물을 살폈다.


"···충분할 거 같습니다."

"지금 가능합니까?"


율백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음기(陰氣)가 치미는 날이니, 동이 트는 이내로 치료를 속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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