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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오르기 님의 서재입니다.

고려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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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오르기
작품등록일 :
2024.07.0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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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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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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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화 두 번째 기회

DUMMY

1화 두 번째 기회



내 이름은 김선, 차기 대권에 가장 근접한 대한민국의 유력 정치인이다. 혼자만의 망상이 아니었다. 벌써 1년 넘게 지지율이 60%를 유지했고,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언론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가장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탄생한다고 떠들었다.


확정된 압도적인 승리를 향해서 여유롭게 걸어가던 어느 날,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남들처럼 정치적 위기가 아니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이제 고작 50대인데 죽음이 다가온 것이다.


“······.”


시한부 판정을 받은 직후 세상은 나를 찾지 않고, 내 이름 석자만 언급했다. 나의 그림자라도 보려고 따라다니던 정치꾼들은 이제 매체에서만 볼 수 있었다. 나를 찾아오지도 않으면서 나를 언급하면서 나의 정치적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서 싸우고 있었다.


비록 시한부였으나 아직 살아 있는데도 아귀처럼 나의 정치적 생명을 차지하고자 설치는 것이었다. 하이에나 같은 무리가 나의 육체적 생존을 언급하는 순간은 모든 정치적 자산을 확보한 뒤가 될 것이다. 그때 나의 마지막 남은 피 한 방울까지 탐하고자 기자들과 함께 올 것이다.


정치는 원래 이러한 것이었고, 그날이 바로 오늘이었다.


“김 의원.”

“······.”


최석일.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서 쉬지 않고 계파를 넘나들었던 사람으로 한 번도 정계에서 주인공으로 살아본 적이 없었다. 공천만 보장하면 개처럼 꼬리를 흔들고 정적을 향해서 칼을 휘두르는 사냥개였다. 물론, 제법 성능이 좋은 개였다.


그러니 최석일이 원래 파리처럼 날아 다니는 걸 알면서도 호위무사로 사용한 것도 나였다. 어차피 나는 곧 죽을 것이니 어떻게든 정치적 후광을 얻어서 나의 지지자들을 흡수하고 싶을 것이다. 정치는 원래 이러한 것이 욕할 것도 아니다.


“김 의원. 나를 도와주게.”


내가 시한부 판정을 받자 최석일은 기자들을 불러서 미친 사람처럼 울었다. 나와의 우정을 언급하면서 국민의 정서를 강력하게 자극하는 꼴을 보니 정말 가소로웠다. 그래도 그동안 정치를 제법 배웠는지 ‘김선의 후계자가 나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정치는 말이 전부인데 나의 이른 죽음을 비통해하는 자리에서 후계자를 언급하는 건 정치적 야욕을 보이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최석일이 오열하는 모습은 정말 웃겼다. 슬픈 게 아니라 좋아 죽겠다는 내면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번에야말로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는 개꿈을 꾸는 게 너무 티가 났다.


물론, 내가 최석일이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기에 행위 자체를 욕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건 내가 하는 거고, 이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내 피를 누가 빨아 먹는 걸 용납할 생각이 없었다.


“박 대통령 시절 친박으로 정치를 시작하고, 정권 말기 지지율이 떨어지자,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며, 당내 유력 후보였던 이신수의 측근이 되었지. 대선 패배 이후 갑자기 박 대통령의 국민적 인기가 높아지고 친박 성골이었던 김대일이 유력 주자가 되니 친박 성공이었고, 이제는 친김으로 탈바꿈하더니 박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며 떠들었지. 그리고······.”


당만 옮기지 않았을 뿐 20년의 세월 간 당내의 모든 계파를 돌아다닌 비루한 파리 인생을 열거하니 최석일의 안색은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과거에는 당을 옮겨야 철새라고 했으나 지금은 계파를 옮겨 다녀도 철새라고 불렀다. 그만큼 국민 의식이 변화하고 발전한 것이다.


“최석일. 정신 차려. 주제 파악해. 내가 죽어도 너는 아니야. 너는 평생 남의 피나 빨아먹는 게 어울려. 알겠어?”

“김 의원. 말이 과하군.”

“과해? 내가 기자들 앞에서 너를 욕해주랴? 내가 아직도 너 같은 기생충의 정치생명쯤은 단 하루 만에 날릴 수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하나?”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내가 비통한 심정으로 몇 마디를 하면 최석일의 정치생명은 마감된다. 아직도 절대다수의 국민은 나의 비참한 운명에 마음 아파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렇지 않을지라도 시한부가 된 내 말은 국민 정서상 거대한 여파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의 권력은 살아 있었다.


내가 권력을 상실하는 순간은 완전히 숨통이 끊어질 때다. 나는 죽는 그 순간까지 절대로 권력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혈관이 도드라진 주먹을 꽉 쥐면서 턱을 치켜올렸다.


“되먹지 않은 욕심부리지 말고 하던 대로 눈알이나 굴려. 지금부터 누구 피를 빨아 먹을지 살피란 말이야. 알겠어?”

“······.”

“나가. 피곤하니까.”

“누구를 생각하나?”


내가 공개적으로 지목하기 전에 줄을 서겠다는 말이었으니 역시 최석일은 파리가 맞다. 그래. 정치는 이렇게 해야지. 어차피 주인공이 될 수 없으면 국회의원을 한 번이라도 더 할 길을 찾아야 하는 법이다.


“내가 장담하는데 너는 10선도 할 거야. 주제 파악이 너무 빠르거든.”

“나도 살아야지. 그러면 말해줘. 누구를 생각하는지.”

“나는 죽기 전에는 죽는 게 아니야. 그래서 죽는 순간까지 권력에서 멀어질 생각이 없지. 그런데 그거 아나? 어차피 내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면 헌정사 가장 강한 킹메이커로 남는 것도 나쁘지 않겠더라고?”

“뭐······? 설마 우리 민국당이 아니라 대한당을 지지할 수도 있다는 건가?”

“물론이지.”

“김 의원. 평생 몸 담아온 당을 버릴 수는 없지.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거야.”

“국민?”


나는 진심으로 웃었다. 모처럼 나를 진심으로 웃겨줬기에 고마울 정도였다.


“대한민국 정치인 중에서 국민을 보고 정치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나? 진보와 보수의 가치로 국회의원을 하는 인간이 있나? 보수라고 말해야만 의원이 될 수 있고, 진보를 표방해야만 공천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뿐이야. 우리나라에서 보수와 진보는 넘나들 수 없는 장벽이 아니라 정치권력을 나눠 먹기 위한 보이지 않는 선에 불과하지. 내 말이 틀렸나?”


정치인을 지켜주는 건 국민이 아니었다. 문서화가 완성된 공천장과 임명장이었다. 그래서 정치인은 국민을 바라보지 않는다. 죄의식을 느끼는 정치인도 없다. 어차피 국민도 안 믿는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혹시 같잖은 역사적 평가를 언급할 생각이면 치워. 난 관심 없으니까.”


정말 관심이 없었다.

그건 어차피 내가 보고 듣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숨을 쉬고 있어야 내가 되는 것이다.


불편한 몸을 일으켜서 다가갔다. 최석일의 넥타이를 당기듯 잡았다. 격하게 흔들리는 그의 눈동자를 지그시 쳐다봤다.


“가서 전해. 나의 지지 선언을 받고 싶으면 내가 숨을 쉬는 동안에는 잘 기어다녀야 할 거라고.”

“······.”


넥타이를 놓으며 한발 물러섰다.


“말이 나왔으니 확실하게 해야지.”


나는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휴대 전화를 들었다. 수신인은 대한당 대선 후보였다.


-김 의원. 안 그래도 한 번 가보려고 했네.

“박 의원. 나의 지지 선언이 필요하면 들리게.”

-저, 정말인가?

“끊지.”


전화 통화를 끝내자, 최석일의 눈동자는 출렁였고 얼굴은 사색이 됐다. 딱 어울리는 표정이라서 기쁘게 웃었다.


“파리라고 해서 대한당까지 날아갈 수는 없겠지. 그러니 머리가 막 복잡할 거야. 그러니까 당에 가서 내 말을 잘 전해. 알겠어? 지금부터 내 말 한마디에 ‘너희’ 당의 기둥까지 뽑힐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해. 네가 나를 도발해서 이런 결과가 생긴 걸로 하지.”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나?”

“우리의 싸움에 이유가 있나? 알아서 잘 처신하게나 해. 알아둬.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나의 정치적 자산은 아무도 가져갈 수 없어. 이제 나가. 또 개기면 내가 나가도록 하지.”

“아, 알겠네.”


결국 최석일은 도망치듯 병실에서 나갔다. 앞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나의 권력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걸 확실하게 느꼈을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씨발······.”


쓰러지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기분은 정말 최악이었다.


-----


딱 하루 만에 여야를 막론하고 거물 정치인들이 과제하듯이 병실을 방문했고, 민국당 대표 이영전도 달려왔다.


“김 의원. 오해가 있더군. 편히 쉬는 데 방해가 될까 봐 오지 않은 거야.”

“나가.”


이영전의 표정은 살짝 굳었으나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평소에도 내게 말을 함부로 하지 못했는데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만 하는 나는 더 감당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남은 건 나의 일방적인 조롱이었다.


“나는 아직 살아 있어. 그래서 나의 힘도 여전히 존재하고. 그런데 감히 너희가 나를 괄시해?”

“그래서 이렇게 사과하는 게 아닌가. 그러니 마음을 풀게.”

“아니지. 내가 대한당과 연락했다는 말을 들었으니 부랴부랴 달려온 거겠지.”

“······.”

“그냥 이대로 죽어도 나의 정치적 자산은 너희 당이 가질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당적을 버리면 상황은 고약해지잖아? 내 말이 틀렸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병실 문이 열렸고, 이영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박 의원······.”

“이 대표도 있었나?”


대한당 유력 대선후보인 박문상은 이영전을 놀리듯 웃은 뒤 내게 다가와 손을 잡았다.


“몸은 좀 괜찮나?”

“괜찮아야지. 하루라도 더 살아야지.”

“암. 그래야지. 자네는 오래 살아야지.”


안부는 여기까지.

어차피 주고받을 것만 있는 사이라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무엇을 가져왔나?”

“생각해봤지. 우리 김 의원이 무엇을 가장 좋아할지.”

“말해봐.”

“권력 없이 백 년을 사느니 권력을 가지고 하루를 사는 게 우리의 신조가 아니겠나?”

“정확한 말이군. 좋아. 꺼내 보게.”

“총괄선대본부장.”

“머리가 몇 개야?”

“이보게. 설마 내가 그렇게 하겠나? 자네 단독일세.”


선거 대책본부의 전권을 주겠다는 의미였다. 턱을 만지작거리며 피식 웃었다.


“치워.”

“이런. 그러면 뭘 원하나?”

“일단 치우라는 말이야. 먹을지 말지 생각해 봐야지. 안 그래?”

“아. 내가 성급했군. 이제 가봐야 하나?”

“아니. 그러면 박 의원이 손해지. 우리 민국당 대표의 말도 듣고 가야 공평하지 안 그래?”

“이런. 역시 시원시원해서 좋군.”


낯빛이 창백해진 이영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야합이야.”

“시한부한테 별말을 다 하는군.”

“평생을 지켜온 당일세. 그런데 이리할 수 있나?”

“너희 당이 나를 죽은 사람 취급해서 그래.”

“오해라고 했어!”

“오해라고 하지.”

“뭐······?”


고개를 들어서 천장을 바라봤다. 시야가 흐렸으나 애써 티 내지 않고 고개를 내리며 병신 문을 가리켰다.


“나가.”

“자네 왜 이러나? 그렇게 서글서글 잘 웃던 사람이 왜 이렇게 독기로 가득해.”

“살려고.”

“뭐······?”

“잘 웃고, 농담 잘하고, 장난 잘 치던 김선은 너희에게 피를 나눠줘야 할 시한부에 불과했거든. 그런데 봐. 지금 나는 다시 살아나고 있어. 안 그래?”


이영전은 눈을 질끈 감았다. 아마 후회가 밀려올 것이다. 그래서 더 조롱하기로 했다.


“이런. 이 대표는 내게 줄 게 없나 보군.”

“우리도 총괄선대위원장을 내주겠네.”

“아니지.”

“뭐?”

“이미 그 자리는 우리 박 의원이 제안했어. 같은 자리면 내가 지목한 후보가 당의 대선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되는 걸 볼 생각이지. 그렇군. 마지막 정치 일정으로 평생 다퉜던 대한당의 후보를 청와대의 주인으로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김 의원!”

“양손 무겁게 다시 와.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


다시 축객령을 내렸다. 그 틈에 박문상이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김 의원. 혹시 나를 배웅해주겠나?”

“사진 한 장 남겨 달라는 거군.”

“나를 선택하지 않더라도 이 정도 답례는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좋지.”


기꺼이 일어섰다. 박문상은 이영전의 어깨를 토닥였다. 볼만했다.


-----


엄청난 수의 기자였다. 숨어서 사진 몇 장 남기는 수준이 아니었다. 박문상이 당황한 듯 말했다.


“김 의원. 이건 내가 한 일이 아니야. 당에서 독단적으로 나선 일이 분명해.”

“그렇겠지. 설마 박 의원 자네가 나를 광대 삼으려고 했겠나?”


대한당에서 제법 판을 잘 짰다. 원래 정치인은 정치적 수사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오늘 내가 할 ‘애매한’ 정치적 수사는 엄청난 파급을 만들어 낼 것이다. 뒷문으로 황급히 나간 민국당 대표와 함께 걸어 나오는 대한당 후보를 비교하면서 말이다.


나쁘지 않다. 그런데 이런 건 내 ‘허락’이 선행되어야 한다. 감히 나를 광대로 세울 수는 없다. 내가 살아 있는 이상은 말이다.


“김 의원.”


박문상의 말을 무시하며 정문을 향해서 걸었다.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기자들의 손은 쉬지 않았다. 귀를 때리는 카메라 작동음은 내 심장에 활력을 주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전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는 바로 이런 곳이었다. 손에 힘을 풀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의원님. 혹시 지지 후보가 있습니까?”

“대한당 후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입니까?”


기자들의 질문은 숨 쉴 틈 없이 이어졌다. 침을 흘리며 미친 듯이 짖어 대는 흥분한 개가 바로 저러하지 않을까? 이럴 때는 먹이를 던져주거나 확실한 위계를 보여줘야 한다.


내가 선택한 건 당연하게도 후자였다. 손바닥을 내밀며 기자들의 흥분을 가라앉히며 천천히 시선을 집중시켰다. 심장의 행복한 박동을 즐겼다.


“저는 지지하는 후보가 있습니다.”

“혹시 함께 계시는 박문상 의원입니까?”

“오늘 여러분의 눈앞에 있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조만간 생각을 정리하여 지지 선언할 생각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요.”

“의원님.”


무시하고 등을 돌렸다.


아. 이게 아니다.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게 어떤지 보여 줘야 한다.


다시 몸을 반쯤 돌리며 제스처를 취했다.


“내일 기자 회견하겠습니다.”


나는 아직 대한민국 최고의 대중 정치인이다. 다시 몸을 돌려서 걸어가니 안색이 하얗게 질린 박문상이 보였다.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한마디를 했다.


“당 지도부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 무슨 대통령인가? 지금의 위치에서 만족해. 어울려.”


계속 걸었다.

차후 이어질 소란은 내 몫이 아니다.


-----


밤이었다.

무표정하게 창밖을 바라보니 기자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저들 역시 내가 살아 있을 때 뭐라도 얻어가려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


손바닥을 통해서 창문의 차가운 온도가 전해졌고 순식간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제길······.”


이 정도 추위도 감당하지 못하는 몸이 너무나도 짜증 났다.


“됐어. 나는 아직 죽지 않았어.”


그래서 아직 끝이 아니었다. 나는 특정 후보의 지지를 천명할 것이고, 병실에서 모든 걸 진행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미래 권력이 바로 이곳에서 시작된다는 걸 명백하게 보여줄 것이다.


이렇게 해야만 내가 단 하루라도 더 살 수 있었으니 오직 나를 위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지독하게 외로웠다.


“결국, 누군가의 대리에 불과하다.”


너무 고통스러웠다.

누군가의 대리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다. 그래서 죽고 싶지 않았다.


“······.”


갑자기 눈가가 따가웠고, 무언가 흘렀다. 볼을 타고 입술을 지났고, 턱에서 떨어지며 손등이 축축해졌다. 스르르 쓰러지며 손바닥으로 얼굴을 부여잡으며 짓눌렀다. 입술이 들썩였다.


“신이 있다면······.”


물기가 가득한 흐느낌이었다.


“내게 기회를 달라.”


간절하게 말하며 고개를 들었고, 허공을 바라보며 악을 쓰듯 외쳤다.


“신이 있다면!”


처절하게.


“내게 기회를 달라!”


진심으로.


“나를 조롱해도 좋다.”


살 수만 있다면.


“나를 비웃어도 좋다.”


다시 꿈을 꿀 수만 있다면.


“나를 이용하여 유희를 즐겨도 좋다.”


권좌를 다시 바라만 볼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좋다. 내게 기회를 달라.”


이때


[허락하지]


괴이한 음성이 들렸고······.


“무, 무슨······.”


나는 쓰러졌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있는 힘껏 손가락에 힘을 주었으나 미동도 없었다. 숨 쉬는 것도 버거웠다. 흐린 시선으로 병실의 문을 쳐다봤으나 이내 눈이 감겼다.


“······.”


나는 이렇게 죽었다.

아니, 김선만 죽었다.


나는 다시 살아났다.


“빌어먹을.”


바로


“공양왕이라니.”


고려의 마지막 왕, 공양왕으로.


작가의말

고려왕이 되었다 마지막 리메이크 버전입니다.

아무쪼록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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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2

  • 작성자
    Lv.99 증오하는자
    작성일
    24.07.03 16:52
    No. 1

    여기는 이전들과 비슷해보이네요. 어찌되든 다시 리메이크 돌아와서 감사드리고 이번에는 꼭 완결갔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인 주인공이 정치력으로 어떻게 고려를 살려내고 주원장까지도 가지고 놀지가 기대포인트죠.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5 날아오르기
    작성일
    24.07.04 11:53
    No. 2

    안녕하세요! 일단 도입부인 1화는 지난번과 내용이 동일합니다. 2화부터 흐름이 바뀝니다!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2 yu****
    작성일
    24.07.03 17:15
    No. 3

    정치실력 하나로 대한민국을 거의 거머쥐었으니..
    재밌겠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aingaing
    작성일
    24.07.04 20:44
    No. 4

    <배우, 고려 왕이 되다>, <고려, 두 번 피어나다>, <고려왕이 되다> 첫번째 제목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배우, 조선 왕이 되다와 음운감이 있어서 느낌이 좋았지만, 두번째 배우에서 ‘정치꾼’으로 바꾼 점도 좋았습니다. 정치가면 공양왕 노인네의 모습에 빙의해도 비슷한 또래라서 주인공이 잘 적응할 것이라 봅니다.
    무력이 없는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인 공양왕으로 제일 궁사 무신 이성계를 숙청하고 고려를 되찾는 건 무리가 있다 생각하는데,
    양면성으로 고려와 조선 둘 다 얻는 건 어떨까요?
    기존 역사에서도 조선과 조선왕을 외부 외교적으로는 꼬레아(고려), 고려천자로 불렸다는 점과 고려 태조가 상인 호족이었다는 것에서 경제적으로 공양왕과 포은 정몽주 세력이 경제적으로 실세를 취해서 잠식해가는 전개는 어떨지… 고조선 때 단군사가가 역사서가 남지 않았지만, 추측상으로는 옛 적부터 국호와 민족명를 따로 써왓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라에도 별호가 있었다고 봅니다. 국호는 고려, 민족명은 조선, 별호는 그때 그때 중화 패권이 바뀔 때 사대하면서 한/ 당/ 금/ 원/ 명/ 청 등으로 바뀌었다고 봅니다(예, 대원고려). 뭐 그저 추측일뿐이지만요. 근거라고 해봐야 말갈과 발해의 후예인 여진족이 자기들을 쥬션(조선)이라 한 점이 조선과 비슷한 발음과 숙신, 읍루, 부여, 동해, 옥저 등 여진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만주벌판 고대 부족들이 단군조선과 고조선과 연관된 이름이었습니다. (신라는 스키타이족). 고려와 조선에서 려와 선 두 한자 모두 고울 려 고울 선으로 같은 뜻을 가진다는 것과 고구려의 고는 큰 대와 같은 한자, 구는 고구려의 힘이 약해져서 두글자국호 2성으로 낮아져서 어쩔 수 없이 붙인 거로 보고요.(대진국->발해국).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김주신02
    작성일
    24.07.04 21:21
    No. 5

    오오 신작 잘보겠습니다 늘 고생 많으시고
    항상 몸 조심 하시고 힘내세요 뽜이팅입니닷 ~^.^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3 마루도령
    작성일
    24.07.05 19:34
    No. 6

    뭐지 기시감이
    분명 본 프롤로그인데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40 늉냠
    작성일
    24.07.06 22:42
    No. 7

    예전에 즐겁게 봤던 작품이네요 돌아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vargr
    작성일
    24.07.07 09:48
    No. 8

    난이도 ㅋㅋㅋㅋㅋ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3 마루도령
    작성일
    24.07.07 22:19
    No. 9

    기시감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그것도 한번이 아니라 두번이상 봤었고 이 것도 가다가 조기연중하는거 아닌가 꺼려져서 못 본 전적이 있었던 것 같음
    이번에도 그럴 것인가 의문이 강하게 들어서 따라가야 하는지 말지 고민하시는 분도 분명 많을 것 같음 나 포함해서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5 날아오르기
    작성일
    24.07.08 10:54
    No. 10

    안녕하세요. 도령님. 해당 소설은 공지에 언급한바와 같이 리메이크 작입니다. 특히 1화의 경우는 지난 번 내용을 재활용한 게 맞습니다. 단 2화부터는 다른 흐름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아무쪼록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3 마루도령
    작성일
    24.07.08 16:39
    No. 11

    필력이야 전혀 의심하지 않는데... 다른 경로로 가보신다니 따라가 보겠습니다
    다 사정이 있으시겠지만은 이번은 그렇지 않았으면...;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5 날아오르기
    작성일
    24.07.08 17:43
    No. 12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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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주기) 매일 정오에 연재됩니다. 24.07.03 31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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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북풍(北風) NEW +2 10시간 전 166 16 12쪽
9 9화 분열의 씨앗(2) +4 24.07.07 248 16 12쪽
8 8화 분열의 씨앗(1) +1 24.07.06 282 16 14쪽
7 7화 본능 +3 24.07.05 342 19 12쪽
6 6화 전주 이씨의 후계자 +3 24.07.04 397 24 12쪽
5 5화 갈라치기(2) +3 24.07.03 405 25 11쪽
4 4화 갈라치기(1) +2 24.07.03 421 20 12쪽
3 3화 뒤바뀌는 역사 +2 24.07.03 487 22 14쪽
2 2화 공양왕이 되었다 +2 24.07.03 574 31 15쪽
» 1화 두 번째 기회 +12 24.07.03 762 2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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