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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난청 님의 서재입니다.

그 세계에서 소설 내용으로 살아가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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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난청
작품등록일 :
2022.12.12 00:01
최근연재일 :
2023.03.16 06:0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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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79
추천수 :
49
글자수 :
484,003

작성
22.12.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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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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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화. 기사단

DUMMY

그 뒤에는 그저 헤나와 같이 집무실에 있었다.


헤나는 쌓인 서류를 읽고는 사인과 도장을 찍어댔고, 서류를 다 치울 때가 되면 계속해서 들어오는 기사들이 그녀의 테이블 위에 서류을 다시 채웠다.


계속되는 서류 결재에 난 보기만 해도 지쳤으나 헤나는 그것을 묵묵히 해냈다.



"혹시 라넬. 조금 도와줄 수 있는가?"

"네, 그럼요. 뭘 도와 드릴까요?"



딱 담백한 대답. 내 대답에 그녀는 구석에 있는 나무통 하나를 가리켰다.



"그렇군. 그러면 저 옆쪽에 담겨 있는 서류들의 촛농 중에···"



그녀는 현재 들고 있는 서류를 봉하는 촛농을 떼서 나에게 주었다.



"이런 촛농의 문양만 따로 분류해 줄 수 있나?"



촛농에 찍힌 도장의 문양은 드래곤 한 마리가 날개를 펼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한 나무통이 있었고, 나무통 속에는 촛농으로 봉해져 있는 두루마리 서류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난 통으로 다가가 그녀가 건네준 촛농과 같은 도장이 찍힌 서류들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서류가 엄청 많네···맨날 이런일을 하는 건가?



갑자기 방금 전까지 수상했던 그녀가 왠지 모르게 불쌍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도 대충 3시간은 지난 것 같은데 말이지..



내가 이곳에 떨어진 시간대는 오전이었는지 아직까지도 해는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사락, 사락

- 사각, 사각



분류 작업을 하기 시작하자 헤나의 깃펜 소리만 들리던 집무실에 두루마리를 옮기는 소리가 추가되었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녀에게서 정보나 좀 뜯어볼까나..



"저기 헤나."



헤나는 서류에 사인을 하며 대답했다.



"음. 무슨 일이지."

"헤나는 매일 이런 일을 하는 거에요?"


"매일은 아니다만···대부분 이렇다고 볼 수 있지. 기사단장은 기사단의 대표이니 그만큼 행정 업무를 처리할 게 많으니까 말이야."


"그럼 다른 업무로는 뭘 하나요?"

"훈련 받는 기사들을 가르치거나, 마물이나 도적의 토벌 명령이 내려오면 그런 일들을 하러 나가기도 한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보통 그럴 일이 아니라면 이곳에서 이런 일을 하지. 어떤가? 기사단장은?"



그녀는 나른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예상외로 재미가 없지?"

"음···뭐, 그래 보이긴 하네요."



난 그렇게 대답하고 그녀의 표정을 힐끔보았다.


내가 본 헤나의 얼굴은 조금 침울해 보였다.



'음···저렇게 할 목적은 아니었는데..'



"그래도 멋지네요."

"이렇게 서류에 사인하는 게 말인가?"


"그래도 헤나가 그렇게 서류에 사인을 안 하면 헬리오스 기사단은 돌아가지 않을 거잖아요."



헤나의 얼굴은 라넬의 대답에 조금 밝아졌다.



"헤나가 고생하면서 결재를 해주는 덕분에 헬리오스 기사단의 모두가 업무를 하고, 훈련을 하고, 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헤나는 이내 라넬의 대답에 미소를 지었다.



"흣, 맞다. 네 말이. 잠시 푸념하는 것처럼 되었었군. 고맙다."

"별말씀을요. 아, 서류 전부 구분했어요. 가져갈까요?"

"그래. 나도 방금 전부 서명을 마쳤으니 가져오거라."

"네엡!"



그 이후부터는 헤나가 얘기하는 잡무를 조금씩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그녀와 대화도 하고, 이쪽 세계의 정보를 모으다 보니 어느새 해가 떨어져 밖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흐아앗···!!"



헤나는 기지개를 피며 작은 신음 소리를 내다 이내 내가 있는 것을 눈치채고는 얼굴을 붉혔다.



"아. 미, 미안하군..! 평소 혼자 있어가지고, 추태를 보였다."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고생도 많이 하셨는데, 그 정도로 뭘 그러십니까."



헤나는 내 대답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가. 고맙다.."



그리고는 테이블을 정리하며 말했다.



"이곳의 사람들은 나에게 많은 격식을 요구한다. 하넬리 단장처럼 이 젊은 나이에 기사단장이라는 높은 직위를 부여받았으니 그만큼 더 철저해야 한다고 하면서 말이지."



헤나는 못마땅한 듯 얘기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솔직히 조금 지친다. 어찌 보면 전투만 하던 내가 이런 행정 업무를 한다는 것은 생활자체를 개선하는 것이니까 말이야."


"그래서 방금 같은 행동에도 사과를 하신 겁니까?"

"그렇지. 여인이자 기사단장인 내가 이런 행동을 하는 걸 이곳 사람들은 많이 꺼려하니까 말이야.."



어이가 없어서···



"그럼 제 앞에서는 앞으로 그런 모습을 많이 보이세요."

"음?"


"저는 크게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 오히려 저와 있을 때 조금 편한 모습들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헤나는 내 말을 듣고는 쿡쿡대며 웃었다.



"큽···아하하하, 그렇군. 너는 다른 세계에서 왔으니 큰 상관이 없다 이건가?"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늘 하루는 고마웠다. 덕분에 서류 결재만 했음에도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군."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가지. 나도 네게 보답으로 헬리오스 기사단의 건물 내부를 안내해주겠다."



- 덜컥.



그녀는 집무실의 문을 열고 나가며 내게 말했다.



"따라와라."



난 그녀를 따라 나가 기사단의 건물 내부를 안내 받았다.


화장실부터 시작해 헬리오스 기사단 부단장의 집무실, 훈련소, 샤워실 등 많은 장소를 안내 받았다.


헤나가 이동할 때마다 그녀를 마주친 기사들은 모두 다리를 모아 벽 쪽으로 붙어 갑주의 가슴 부분을 주먹으로 쳤고.



- 철컥. 캉!



난 그에 의문이 들어 그녀에게 질문했다.



"헤나. 저건 혹시 경례인가요?"

"음? 아, 기사들이 하는 행동 말인가?"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일종의 경례라고 할 수 있지. 저건 상관에게 하는 경례고, 국왕 폐하께 하는 경례는 저기에 무릎을 꿇지."



그렇게 걷던 도중 헤나가 어떤 방 앞에 멈추었다.



"이곳이 라넬, 네가 앞으로 생활할 곳이다."



올 것이 왔구만..


현재 난 기대 반 걱정 반을 가지고 있다.


왜냐면 현재 이곳은 중세다. 아직 마법의 존재 유무도 모르나, 현재까지 본 것을 총합했을 때 현재의 기술력은 중세, 혹은 그보다 조금 더 높은 급이다.


그렇기에 침실의 상태는 나에게 매우 궁금한 사항이었다.


평소 현대의 매트리스에서만 자던 내가 중세의 잠자리에서 잠을 잘 청할 수 있을까가 달려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나는 긴장하며 헤나가 문을 연 방의 내부를 둘러보았다.



- 덜컥



"오..!"



순간 방 안의 내부를 본 나의 입에서 육성으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왜냐면 내가 본 방 안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마치 내가 상상한 이상적인 중세의 방이었기 때문이다.


옆의 창문을 통해서 비춰 들어오는 은은한 푸른 달빛과 적당한 크기의 침대 하나, 그리고 여러 가구들과 양초.



'이 정도면 충분하지···'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매트리스가 중세에도 있었다는 것이다!


상태가 현대만큼 좋아 보이지는 않지만, 있다는 게 어딘가?


아니다. 애초에 매트리스가 아닌가..?



"앞으로 이곳이 네가 헬리오스 기사단의 거점에 머물면서 지낼 장소다. 지령이 내려오기 전까지 이곳에서 기본적인 생활과 숙면을 취하면 된다."


"고마워요. 헤나."

"뭘, 이 정도로. 아무튼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이따 알려 준 샤워실에서 씻고, 이곳에서 쉬도록. 난 가보도록 하지."


"네! 오늘 감사했습니다."



헤나는 내 말을 듣고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띄더니 이내 문을 닫고 나갔다.


그녀가 나가자 난 침대에 누웠다.



"하아···피곤하다.."



사실 여태 잘 적응해 놓고 할 얘기는 아니지만 아직도 이곳이 다른 세계라는 게 헷갈린다.



'전이···인가···'



난 아까 옷 속에 숨겨 놓은 노트와 만년필을 꺼내며 바라보았다.



- 촤라락!



노트를 펼치며 쭉 넘겼다.



"하하.."



정말 어딜 보나 다 익숙한 이름들 뿐이었다.



"미친..이스칼리오테···얘도 있네···"



곳곳에는 내가 넣어놓은 사기적인 능력을 가진 인물들의 이름도 보였다.



하지만 반면에···



"쿠카? 아니 얘는 애초에 마물 아닌가···?"



심지어 이놈은 분명 능력도 먼지밖에 못 만들어내는 잡몹 중에 잡몹으로 만들어 놨다.



'차라리 슬라임이 더 쓸 만하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이름을 쭉 둘러보던 나는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이참에 쓸모없는 능력들을 사용하면서 실험이나 해 보자.'



"음···케답···쿠카···리루···"



난 페이지를 몇 장씩 넘기며 이름들을 찾아 댔다.



'아, 죽겠네···'



하지만 책갈피도 없는데 몇백 장이나 되는 페이지에서 필요 없는 능력을 가진 이름을 골라내려니 답답해 죽을 것 같았다.



"이름들을 내가 직접 정리할 수는 없나?"



내가 그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리자 내가 여태 읽었던 이름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응? 뭐야?!"



아까 찾아놨던 쓸모없는 능력을 가진 인물들이었다.


난 노트를 의식하며 그 이름들을 머릿속으로 옮겨보았다.



'빛나는 이름은 전부 1페이지로..'



그러자 빛나는 이름들은 알아서 페이지를 넘어가 1페이지로 들어갔다.



"와, 이게 되네.."



역시 판타지라는 말밖에 안 나올 정도로 신기한 광경이었다.



"그럼 이참에 정리도 해볼까?"



- 촤라라락!!



난 앞으로 내 생활에서 중요도가 높고, 위험성이 높은 능력들을 뒷 페이지에 몰아넣고, 중요도와 위험성이 낮은 능력들은 앞 페이지로 배치하였다.


그리고 맨 뒷 장에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될 능력들을 가진 인물들의 이름을 배치했다.


아마 이 이름들 중 하나라도 최대의 능력을 발산한다면 왕국 하나 정도를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음, 그럼 한 번 시작해볼까?"



나는 첫 페이지를 열며 두 개의 이름을 나란히 두었다.



"우선 능력의 동시 발동부터.."



내가 나란히 놓은 이름은 렐터와 웨투. 렐터의 능력은 재채기고, 웨투는 근육 성장이다.


렐터 능력은 그냥 쓸모가 없어서 썼고, 웨투는 능력의 동시 사용이 가능한지 볼 겸 지속 시간을 다시 체크하려고 사용했다.


사실 웨투 능력도 재채기 만큼은 아니지만 별로 쓸모없다.


난 어차피 운동을 꾸준히 했어서 체격이 평균 이상이라 크게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말이다.


생각해보니 재채기 능력같은 걸 왜 만들었더라? 기억이 안 나네. 심지어 이거 공격 능력으로 사용한 거 같았는데···



'뭐, 상관없겠지.'



난 그렇게 생각하며 두 이름을 동시에 그었다.



- 지이익



그러자 렐터와 웨투의 기억의 파편과 능력이 나에게 동시에 흘러들어왔다.



"응? 가능하네?"



[재채기] [근육성장]



난 두 능력을 동시에 사용해 보았다.



"에엣취!!!"


- 구궁!



그러자 재채기와 동시에 내 온몸의 근육이 성장하여 내 몸이 한 층 비대해졌다.



'생각보다 근육이 성장을 안 하네···'



아무튼 능력 두 개는 확인했고···혹시나 하니까 하나 더 해볼까?


나는 첫페이지로 옮겨둔 쿠카의 이름도 지웠다.



- 지익



[먼지 생성]



내가 손을 뻗고 능력을 사용하자, 내가 생각한 장소에 손톱만한 먼지 덩어리가 생겨났다.



"오, 3개도 되네."



그렇게 이것저것을 실험해 보다 또다시 약 5분이 지나자 능력들이 내 몸에서 사라졌다.



- 구궁..



자그마하게 비대해졌던 근육도 다시 줄어들어 내 몸은 다시 평소대로 돌아왔다.



"생각보다 커졌었던 거네···"



아무튼 이걸로 확실해졌다.


3개의 능력 동시 발동까지는 가능.

능력의 발동 후 지속시간은 약 5분. 정확히는 5분 10초 정도.


또 능력의 지속 시간이 끝나면 내 몸에 적용된 능력은 사라지지만 능력이 저질러 놓은 건 안 사라짐.


그 증거로 근육은 빠져나갔지만 재채기를 하며 바닥에 묻은 침방울과 먼지 생성으로 만든 먼지 덩어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게 왜 중요한 지는 딱히 설명 안 해도 될 것 같다.



아님 말고..



아무튼 그날, 그렇게 실험을 끝낸 뒤 샤워실로 가 씻고 난 잠에 들었다.



다음날 무슨 일이 일어날 지는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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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89화. 교주 : 크레아티누스 23.03.13 27 0 16쪽
88 88화. 교주 : 크레아티누스 23.03.12 27 0 10쪽
87 87화. 교주 : 크레아티누스 23.03.11 27 0 13쪽
86 86화. 제로 : 메누아이시스 23.03.10 24 0 12쪽
85 85화. 제로 : 메누아이시스 23.03.09 30 0 14쪽
84 84화. 제로 : 메누아이시스 23.03.08 26 0 14쪽
83 83화. 제로 : 메누아이시스 23.03.07 34 0 14쪽
82 82화. 제로 : 테르테룬 23.03.06 33 0 10쪽
81 81화. 제로 : 테르테룬 23.03.05 31 0 12쪽
80 80화. 제로 : 테르테룬 23.03.04 3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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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8화. 제로 : 포네타인 23.03.02 41 0 12쪽
77 77화. 제로 : 시아렌 23.03.01 40 0 10쪽
76 76화. 제로 : 시아렌 23.02.28 38 0 13쪽
75 75화. 제로 : 시아렌 23.02.27 46 0 11쪽
74 74화. 제로 : 시아렌 23.02.26 42 0 11쪽
73 73화. 퍼스트 원 : 아라크네 23.02.25 45 0 13쪽
72 72화. 퍼스트 원 : 아라크네 23.02.24 39 0 13쪽
71 71화. 바알제붑 숭배교 제1지구 습격 23.02.23 41 0 10쪽
70 70화. 바알제붑 숭배교 제1지구 습격 23.02.22 39 0 14쪽
69 69화. 바알제붑 숭배교 제1지구 습격 23.02.21 38 0 11쪽
68 68화. 재수색 개시 23.02.20 41 0 10쪽
67 67화. 재수색 개시 23.02.19 38 0 11쪽
66 66화. 목숨 제조사 길티라스 23.02.18 41 0 10쪽
65 65화. 목숨 제조사 길티라스 23.02.17 40 0 10쪽
64 64화. 재수색 계획 23.02.16 40 0 10쪽
63 63화. 재수색 계획 23.02.15 3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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