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화. 재수색 개시
계약.
그것은 내 소설 속에서 악마들이 절대적으로 지켜야했던 사항이었다.
뭐, 사실 이 계약은 코탄프링에게도 그닥 나쁘지만은 않았다.
룰렛에서 상품을 빼 버리고 죽음을 넣는 순간, 코탄프링의 돈이 날아갈 일은 없고, 소원에 걸릴 확률도 적으니 말이다.
그리고 코탄프링이 내가 계속 살아나는 기이한 현상을 보여서 화가 난 거지 실제로는 꽤 짭짤한 수입을 벌고 있을 거다.
길티라스의 능력으로 연장한 목숨도 어엿한 죽음으로 카운트되니까 말이다.
"그럼 속행하자고.."
난 그렇게 룰렛을 계속해서 돌렸다.
- 띠리리릭!
[죽음]
"하핳!"
[죽음]
"아쉽게..됐습니다! 손님!!"
코탄프링은 계속해서 룰렛을 돌리는 내게 죽음이 나올 때마다 미소와 함께 내 목숨을 거둬갔고, 그렇게 반복하길 약 9번.
{01 : 00}
어느덧 시간은 딱 1분을 남겨두었고,
[남은 목숨 : 2개]
길티라스의 능력으로 얻은 목숨은 총 2개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때.
"그나저나 손님. 이제 와서 묻기도 좀 그렇지만, 어째서 그렇게 소원에 열연하시는 겁니까..?"
코탄프링이 내게 질문을 해 왔다.
"시간 끌 생각 말고, 빨리 룰렛이나 돌려."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니라요. 진짜 궁금해서 그렇다니까요!"
{00 : 50}
난 그에 작게 한숨을 내쉬었고, 코탄프링의 질문에 답했다.
"이전에 위치를 알려달라한 그 여자애있잖아. 구한 줄 알았는데, 다시 놓쳐서 말이야..그 애 위치를 알아낼 방법이 네 도박 속 상품인 소원밖에 없어서 그랬어."
그에 코탄프링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흠···그렇군요. 안타까운 일이셨군요."
하지만 뭐, 이변은 없었다.
"그럼 이제 돌리시죠! 그런 일이 있다면 좀 더 힘차게 룰렛을 돌려야 하지 않겠나용?"
코탄프링의 뻔뻔한 대답에 나는 헛웃음과 함께 룰렛을 돌렸다.
'어쩔 수 없겠구만..'
딱 두 번 남은 기회.
그 안에 무조건 뽑는다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 턱.
{00 : 40}
그렇게 나는 룰렛을 잡고는 아래를 향해 팔을 휘둘렀고.
- 띠리리릭!
내 운명은 담은 룰렛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쫄렸냐고?
솔직히 조온나게 쫄렸다.
이제 뒤지는 건 아무래도 좋다.
어차피 즉사고, 즉사가 아니어도 아프긴 하지만.. 어차피 하도 많이 죽어서 별 감흥없이 느껴진다.
다만 문제는 이번 기회가 날아가면 남은 기회는 한 번.
그것만큼은 최대한 피하고 싶다.
마지막은 쓸 곳이 있으니까 말이다.
- 띠..리..릭..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자 룰렛이 서서히 멈췄고, 얼마 지나지 않아 룰렛은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걸린 곳은 정말 우연히도..
[소원]
{00 : 30}
소원이었다.
난 그에 코탄프링을 올려다보았고, 코탄프링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 짝! 짝!
"오..축하드립니다! 원하시던 대로 소원이라니..이번에는 안 뒤져 봐도 되겠지요?"
난 너무나도 어설픈 녀석의 연기에 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흫..네가 한 짓이냐?"
"무슨 말씀을 하시는 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당첨되셨으니 소원을 하나 들어드리겠습니다. 뭐..뭘 말씀하실지는 뻔하시지만요."
갑작스럽게 막무가내로 치고가는 코탄프링의 행동에 난 더 캐묻지 않기로 정했고, 이내 지도를 펼치며 소원을 말했다.
"그래. 그러면 이 지도에서 일레니아 리젤이라는 여기사가 어디에 있는지 표시해 줘."
"예, 예. 검은 단발에 예쁘고, 중갑하고 대검을 가지고 있는데, 지금은 아마 뺏겼을 것 같은 여기사 말이죠?"
그에 코탄프링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일레니아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읊더니..
"찾았다."
작은 중얼거림과 함께 나이프를 꺼내어 지도의 한 부분에 찍어내렸다.
- 콱!
{00 : 10}
"일레니아 리젤은 거기 있습니다. 이전이랑 위치가 좀 많이 다르네용? 아무튼, 그러면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이 다 돼서 말이죠?"
{00 : 05}
"그럼..다음에도 이 코탄프링이 관리하는 죽음의 룰렛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만 안녕!"
- 펑!
{00 : 00}
그렇게 코탄프링은 허공에서 터지며 사라졌고, 난 능력이 끝나자 다시 제정신으로 돌아오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킁킁..으엑..피비린내.."
주변과 내 몸에는 온통 내가 흘린 피로 물들어 있었다.
진짜 뭐..거의 피로 만든 폭탄이 터진 것마냥 내 방 전체와 내 몸이 전부가 내 피로 물들어 있었던 것이다.
하긴, 코탄프링한테 몇십 번을 죽었는데 피가 안 묻어 있었으면 그게 더 이상했을 것이다.
아무튼 난 그렇게 몸에 묻은 피 중 눈 부분만을 삶작 닦아고는 핏방울이 묻어있는 지도에 꽂힌 나이프의 위치를 보았다.
그렇게 나이프의 위치를 본 나는 잠시 멍때리다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잠깐만···여기는···"
그리고 그 순간.
- 쾅!!!
내 방의 문이 붉은 철퇴에 의해 부서지며 열렸고, 그곳에서 나타난 사람과 난 눈을 마주쳤다.
붉은 눈동자에 긴 흑발을 가진 아름다운 여성.
세리엘이었다.
"라..넬..?"
세리엘은 당황과 공포가 섞인 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고, 난 그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세리엘을 바라보았다.
"세리엘..?"
그리고 그제서야 난 내 몸이 전부 피칠갑이 되어 있는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고, 난 그렇게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세리엘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아하하, 아..세리엘, 이, 이건 말이지.."
- 또각, 또각.
하지만 세리엘은 고개를 푹 숙이고는 내게 거침없이 걸음 소리를 내며 걸어왔고..
- 폭.
이내 내 품에 안기듯 머리를 들이밀었다.
"라넬."
"으..응?"
"너가 강하다는 거 알아. 너가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고. 너가 어쩌면..나나 동료들보다도 강한 존재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아.."
고개를 숙인 채 말하던 세리엘의 말에 난 묵묵히 그녀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가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많았으나, 이렇게까지 당돌하게 얘기하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으니 말이다.
"근데 라넬. 강함과 별개로 죽음은 어떻게든 찾아와..나도 심판자로서 지내며 수십 번 죽을 뻔한 적이 있어. 당장 저주받은 검을 쓰던 녀석과 싸울 때도 조금 위험했고 말이야."
"응.."
"그러니까···제발 혼자 무모한 짓은 이제 그만하기로해.."
"..그래."
세리엘은 그렇게 내 대답에 고개를 들어 올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세리엘은 눈시울이 조금 붉어지고는 화가 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이내 그녀의 입이 벌어졌다.
"약속..해줄 거지..?"
난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그런 낭만 있는 시간도 잠시.
- 터벅, 터벅.
몇 초 뒤, 그런 그녀의 뒤를 따라 기사들과 베나토르가 찾아왔고..
난 내가 피투성이가 된 이유를 그들에게 설명해 줘야만 했다.
***
뭐 설명이야 대충 얼버무렸다.
능력 중에 이렇게 피가 많이 나올 만한 이유가 있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모두는 그것을 믿어줬고 말이다.
뭐..사실은 안 믿었을 것이다.
믿은 게 아니라..더 캐묻지 않은 거겠지.
내가 물어보길 바라지 않았으니까.
그래···아무튼 그거다.
잘 넘어갔다 이 얘기다.
그리고 우리는 나와 내 방이 피칠갑이 된 거에 대해서 해결한 뒤 메인 주제로 넘어갔다.
"그래서, 이렇게까지 피를 흘리면서 얻은 게 뭔데?"
메파레든의 삐딱한 물음에 난 코탄프링이 나이프로 찍어놓은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저 지도."
그리고 모두는 그 지도의 익숙한 광경을 보며 침을 한 번 삼켰다.
"설마.."
"그래, 일레니아의 위치. 알아냈거든."
"어디..! 거기는 어디지?!"
헤나가 다급하게 내게 묻자 나는 지도에서 나이프를 뽑고는 핏방울이 튀긴 지도를 헤나에게 보여 주었다.
"여기야."
그리고 모두는 궁금하다는 듯 내가 들어 올린 지도를 보았고, 이내 나는 헤나에게 지도를 건네주었다.
- 차락..
헤나는 지도를 받고는 다시 펼친 뒤 유심히 보았다.
하지만 헤나의 표정이 이상했다.
"음..? 라넬, 위치가 정말 여기가 맞는가..?"
마치 말이 안 되는 것을 본 듯한 느낌.
누가 봐도 이상한 결론이 도출된 것을 보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다른 동료들의 반응도 그러하였다.
"여긴.."
"라넬, 혹시 이 위치 잘못 나온 거 아니야?"
에실과 메파레든도 그리 말하였고.
"이상..하다···있을 수···없는..일.."
데르포나도 당황한 듯 말을 평소보다 더 더듬었다.
그리고 세리엘은..
"라넬. 이거 잘못된 거 아니지..? 정말 네가 말한 대로 여기에 일레니아가 있다면.."
내가 찍어놓은 위치를 보고는 주먹을 꽉쥐었다.
"정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큰일이 될 것 같은데 말이지.."
그리고 그런 세리엘의 무시무시한 얘기에 헤나마저도 동의했다.
"그래, 라넬. 이 정보대로라면, 이 이후부터는 상당히 위험한 일로 퍼질 거야.."
하지만..이변은 없다.
코탄프링이 아무리 약아빠져도 결국은 그도 죽음의 룰렛이라는 게임을 맡기로 한 악마.
내 소원을 능력이 부족해 못들어줄 수는 있을 망정, 그가 거짓을 얘기했을 확률은 없다.
난 그에 고개를 저으며 그들에게 말했다.
"이 정보가 틀렸을 확률은 없어."
그러자 모두가 조금 움찔거리며 놀랐고, 이내 세리엘은 내 말이 사실임을 믿고 베나토르의 모두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베나토르 전원 습격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그리고 동시에 헤나도 기사단에게 명령했다.
"헬리오스 기사단 전원도 습격할 준비를 하도록."
그래서 그 위치가 어디냐고..?
"습격할 목적지는.."
"습격해야 할 목적지는.."
""카덴 왕국의 수도. 네리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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