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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노래 님의 서재입니다.

사슬의 학살자와 오두막의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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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공의노래
작품등록일 :
2021.04.09 16:55
최근연재일 :
2021.08.02 07:50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8,015
추천수 :
231
글자수 :
613,867

작성
21.07.27 07:50
조회
28
추천
2
글자
11쪽

111화

+와 +사이의 글은 외국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DUMMY

아에리나 황녀를 지키고 있는 건 마법사 한 명.

당장 보면 마법사는 수많은 적을 상대하면서도 밀리지 않는다.


“위즈!”


적이 올려친 도끼를 막으며 공중에 뜬 위즈는 가볍게 착지한 뒤,

박멸 마법으로 주위의 적을 모두 없앤다.


“위즈! 빨리 이거 풀어! 나도 같이 싸울 테니까!”


방어막을 뚫고 적병이 몰려오자 위즈는 급히 사슬로 고치를 만들어 리나를 가뒀다.


“안 돼. 가만히 있어.”


위즈의 얼굴에서 여유가 완전히 사라졌다.


“소꿉놀이는 여기까지야.”


사람 수가 많을수록 위즈의 사각을 노릴 적도 많아지고,

리나가 위험에 빠질 가능성도 커진다.

같이 싸우더라도 이렇게 꽁꽁 싸매고 지켜야만 한다.


‘그래도 전쟁은 이겼네.’


안 그래도 부족한 병력인데 이 만큼이나 위즈를 상대하려고 모였다.

이대로 라스가 동쪽을, 위즈가 있는 방향을 거세게 공격하고

그사이에 병력 일부를 엘렌 다른 지역에 보내기만 하면 전쟁은 끝난다.


‘내가 무사하지 못할 것 같은 게 문제지만.’


원래 절멸 마법 두 번과 방어막 마법 한 번 안에 프레그를 끝내야 했다.

하지만 오히려 적이 프레그를 감싸는 바람에 전투가 길어져 여기까지 왔다.

안 그래도 숲을 나와 불안한 상태인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프레그 역시 초조하기는 마찬가지다.


“공격! 더 놈을 몰아붙여라!”


수많은 병력을 쏟아부어도 놈이 쓰러지지 않는다.

심지어 사슬로 요정을 둘러싸 보호하기며 싸우는 놈을.


“놈에게 숨 쉴 시간조차 주지 마라! 위대하신 분께 승리를!”


하지만 위즈는 사슬로 적의 진로를 방해하며 속도를 늦추고,

사슬로 만든 무기와 짐승으로 적을 일일이 상대하다가,


“박멸.”


적에게 파묻히겠다 싶으면 구멍을 내어 빠져나온다.


“공격! 공격! 위대하신 분을 위해 목숨을 바쳐라!”


이 정도 되니 나름대로 의리를 갖고 구하러 왔던 장수들과 병사들도

질리기 마련이다.

정작 본인은 제대로 싸우려 하지도 않았으면서 변수에게 달려가 죽으라니.


물론 프레그도 그걸 모를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지만,

변수가 멀쩡한 상태에서 비장의 수를 쓸 수는 없다.


‘조금만, 조금만 더.’


“도와주지 않아도 되나?”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두 헤즈라.


“굳이 내가 한 말을 마음에 담을 필요 없네.”

“그건 그냥 잊어버렸어. 그저 굳이 나설 필요 없어서 그래.”


위즈가 여기서 죽으면 내 눈이 잘못된 거였다고 단언하는 루미.

그 말에 결말을 알고 있는 라에는 그저 나뭇가지 위에 서더니 서쪽으로 걸어간다.


전장 구석에서 끝없이 이어지던 전투.

전투가 길어질수록 아사르군더니움 병사들은 죽어 나가고

위즈도 리나를 감싼 채 싸운 만큼 손을 가만두지 못할 정도로 지쳤다.


슬슬 프레그가 원하는 상태, 이제 쐐기만 박으면 된다.


“이봐, 변수.”


부하의 배가 뚫리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말한다.


“이렇게 의미 없는 소모전만 할 바에 제안 하나 하지.”

“제안?”

“그래. 당신과 나 둘이서만 싸우는 거야.”


병사 하나가 빈틈을 노리고 위즈의 뒤에서 칼을 휘두르지만,

땅에서 솟아 나온 사슬에 꿰뚫린다.


“난 계속 싸워도 마력이 충분한데, 당신이 훨씬 불리하지 않나?”

“여기 있는 모든 이들이 내게 마력을 주면 된다.”


어차피 명령하면 아무도 싫다고 할 수 없고,

목숨은 잃지 않으니 마법병들이 싫다고 할 이유도 없다.

변수와 잠깐 싸운 거로 자신의 명예를, 그리고 입지를 드높일 수도 있다.

위즈 역시 한 사람만 상대하면 되니 손해는 아니다.


“당신과 내 목숨에 이 전쟁의 운명을 걸겠다는 건가?”

“그 정도 가치는 있지. 특히 당신에게는 말이야.”


어차피 위즈가 제안을 거절하면 여기 있는 병사들 대다수가 곱게 돌아가지 못한다.


“만약 당신이 이긴다면 적어도 여기 있는 병사들은 당신을 막지 않을 것이다. 그 이후의 일은 위대하신 분의 손에 맡기는 수밖에.”

“당신이 이기면 뭐가 좋지?”

“요정을 얻지 않나. 대신 요정 역시 내가 이기면 순순히 따라와야 한다고 약조해야 한다.”


위즈 역시 자신이 질 일 없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난 그 제안을 수락하겠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모두가 위즈 뒤의 고치를 보자

고치의 윗부분이 열리더니 리나의 얼굴이 나온다.


“나는······.”


어차피 위즈도 동의했고 여기서 반대를 해봤자 얻을 게 없다.

어차피 이길 위즈가 덜 싸워도 되는 만큼 오히려 득이 되는 이야기다.

그걸 적이 제안했다는 게 문제일 뿐.


“······나도 동의할게.”


그렇게 말하면서도 혹여나 위즈가 위기에 빠질까 작은 준비를 하기로 한다.


마법병들이 나눠주는 마력을 팔을 벌리고 하늘을 바라보며 받는 프레그.


“이 모든 게 위대하신 분의 은총이다.”


속에 뭘 숨겨둔 건지 그 불리한 조건에도 기뻐하는 프레그를 두고

위즈는 뒤로 물러나 사슬고치에 등을 기댄다.


“저런 마법도 있어? 다른 사람의 마력이 몸에 남아있으면 위험하다면서?”

“응. 저건 마력에서 속성을 없앤 순수 마력을 넘기는 마법이야.”

“위즈도 쓸 줄 알아?”

“그런데 위즈. 정말로 괜찮겠어? 적이 저렇게 당당하게 불리한 조건을 내걸고 있잖아.”


아무리 지쳤다 한들 위즈는 진 적 없었다.

특히 리나가 곁에 있으면 더더욱.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아무리 함정이라고 해도 피할 수 없으니, 함정 채로 부수는 수밖에.”

“차라리 큰 마법으로 적을 한 번에······,”

“싫어.”


위즈가 딱 자른다.


“어차피 우두머리만 해치우면 적은 와해될 건데 굳이 그런 짓까지 하고 싶진 않아. 적이 더 달려들 최악의 상황도 생각해야 하고.”

“아니면 위즈. 그······.”


리나가 사슬 너머로 위즈에게 귓속말하는데 다 듣기도 전에 기겁한다.


“리나! 무슨······.”

“그렇지만 이거 전쟁이잖아.”


물론 리나 말도 맞다.

아니, 리나가 옳고 위즈의 반응이 그르다.

그렇다고 리나의 말을 그대로 따를 수도 없다.


“안 돼. 절대 안 돼. 다른 건 몰라도 그건 절대 안 돼.”

“위즈.”

“됐어. 이제 슬슬 나가봐야겠다.”


그렇게 말하고 리나가 더 말하기 전에 일부러 자리를 뜬다.


“작전이라도 짰나?”


프레그는 눈도 뜨지 않고 넘치는 마력을 만끽하며 묻는다.

위즈는 어깨를 으쓱이기만 한다.


‘마력이 저리 차고 넘치는 건 처음 겪어보는 일이겠지.’


“그나저나 내 마력 한계를 곧 넘어설 것 같은데, 전투 중에도 마력을 받을 수 있도록 허락해주겠나?”

“그래, 그래. 어차피 얘기 들을 때부터 그러라고 할 생각이었어.”


귀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대충 답한다.


“그런가.”


힘이 생겨서 그런지 말투가 상당히 오만해졌다.

위즈와 똑같이 마력에 제한이 없는 상황이고 경험은 오히려 우위에 있는 상태.


전쟁을 계속했으면 모두 파멸했을 텐데 이렇게 친절히 살길을 열어주니

감사할 뿐이다.


“그럼 시작하지.”


드디어 눈을 뜬다.


“이 승리를 위대하신 분께.”


벌써 이겼다는 말투.

들뜬 병사들이 알아서 싸울 자리를 넓히고 리나는 사슬고치 채로 뒤로 물러난다.


성을 떠나는 날 했던 그 대결이 묘하게 떠오른다.

그때는 서로 대신 죽을 각오까지 했는데, 이젠 상대를 죽이기 위해 싸울 줄이야.

단검에 독을 묻히는 프레그를 보고 똑같이 사슬로 칼을 만든다.


싸움은 아무 신호 없이 알아서 시작된다.

부딪히는 사슬검과 독이 묻은 단검.

서로 품은 마력량이 비슷해 위즈가 마법으로 독을 소멸시킬 수 없다.


“함정이라는 생각은 안 했나?”


프레그가 덩치에 맞지 않게 날렵히 움직이며 말한다.


“했어.”

“그럼 왜 수락했지?”

“사람을 죽이는 게 싫어서.”


무인이라 그런지 직접 맞부딪히기에는 영 벅차,

살짝 물러나 사슬로 짐승을 만들어 상대한다.


“다른 이유가 있을 텐데.”


단검을 크게 휘두르자 칼에 묻어있던 독이 튄다.

손으로 막는데,


“어?”


손에서 연기가 나더니 피부가 살짝 벗겨진다.


“이거구나! 마력이 넘친다는 게!”


기뻐하며 단검을 쳐들자 손에서 독이 나오는 건지 단검이 다시 흥건해진다.


“독성을 아무리 강하게 해도 마력이 부족하지 않아.”


대신 뒤에 있는 마법병들의 안색이 나빠진다.

그나저나 독성 조정하는 데 마력 걱정을 했다면 대체 얼마나 부족한 걸까.


‘거기다 강하게 해도 피부가 벗겨지는 정도고.’


마력의 양도 비슷하여 위즈가 독을 쉽게 없앨 수도 없는 상황이고,

쓰라림 때문에 신경 쓰이니 효과가 있긴 하다.


“그러면 그 마법도 정말로······.”

“그만 중얼거리고 공격하지?”


손바닥을 앞으로 뻗자 가늘고 검은 빛줄기가 프레그의 어깨를 통과한다.

비명을 지르는 프레그와 놀라는 병사들.


“그런 거 중얼거리면 안 부끄럽나.”


나름대로 기회를 준 건데 적은 그걸 쉽게 차버렸다.

이 이상 자비를 베풀 필요는 없다 싶어서 끝내려고 다가간다.

그런데 갑자기 프레그가 하늘을 향해 팔을 뻗는다.


“위대하신 분이시여!”


그리고 프레그의 상처 주위에 검은 문신이 징그럽게 퍼지더니

아사르군더니움의 상징으로 변한다.


“이 미천한 것을 구해주소서!”

“그래 봤자 재생 안 돼. 그냥 통째로 없어진 거라서······.”


재생했다.


“어?”


분명 재생도 아니고, 구멍이 난 걸 보면 위즈의 마법도 제대로 통했다.


“······새로 만들어진 건가?”

“위대하신 분께서,”


프레그가 숨을 고르며 일어난다.


“내게 하사하신 마법이다. 네놈 따위의 마법이 통할 리 없지!”

“그래?”


이번에는 반대쪽 어깨에 구멍을 뚫는다.


“그러면 다시 해봐. 구경이나 좀 하자.”


한참 수괴를 찬양하던 프레그가 다시 비명을 지르며 엎드린다.

그리고 위즈가 가까이 다가가자 고통스러운 얼굴로 단검을 휘둘러 독을 뿌린다.

아까보다 강한 독성에 아까보다 많은 양에

옷은 물론 독을 맞은 배와 허리와 손목 부분에 연기가 나며 녹는다.


강렬한 통증, 딱 봐도 심각해 보이는 상태.

그 고통까지 참고 이를 악문 채 말한다.


“방금, 물어봤지? 너와 1대1로 싸우는 다른 이유가 있지 않냐고.”


피부에 튄 독 자체는 못 없애도 흙으로 독을 닦은 뒤에 남은 상처는 없앨 수 있다.

고통은 여전하지만.


“호라를, 엘렌을 침공하고 내 고향을 공격하고 내 동생을 공격하고,”


눈살을 찌푸리는 게 분노 때문인가 고통 때문인가 했는데,


“숲을 공격하고 시조의 정원을 짓밟고 시조의 마법을 부수고,”


눈에서 빛이 나는 걸 보아하니 분노 쪽이 맞는 모양이다.


“리나를, 아무 죄도 없는 아이를 해치려고 한 널,”


엎드린 프레그 앞에 당당히 서서 손을 뻗는다.


“직접 없애고 싶다는 게 이유다.”


끝이다.

다만 결국 프레그를 죽여야 한다는 사실에 마냥 위즈의 승리를 기뻐할 수만도 없다.


‘어?’


그런데 프레그가 웃는다.


“위대하신 분께서 내게 빛을 주셨고 믿음을 주셨으며 내게 희망을 주셨다.”


무시하고 프레그에게 마법을 쓰려는데

갑자기 땅에서 풀이 솟아 위즈의 팔을 감고 당긴다.


‘풀? 독초?’


“그분께서 내게 승리를 명하셨고 명령을 완수하기 전까지 무너지지 말라 하셨으니,”


빠르게 팔을 사슬로 만들고 빠져나오려 하나

단검에 흐르는 독이 불길한 푸른빛으로 빛난다.

그리고 망설이지 않고,


“난 무너지지 않는다!”


멀쩡한 팔로 단검을 위즈의 어깻죽지에 찔러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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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94화 21.07.10 35 2 11쪽
94 93화 21.07.09 3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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