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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노래 님의 서재입니다.

사슬의 학살자와 오두막의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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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공의노래
작품등록일 :
2021.04.09 16:55
최근연재일 :
2021.08.02 07:50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8,226
추천수 :
231
글자수 :
613,867

작성
21.07.17 07:50
조회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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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101화

+와 +사이의 글은 외국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DUMMY

“아에리나. 어둠이, 토루마가 널 노리고 있어.”

“어?”


숲에서 어둠을 만난 뒤 계속 생각했다.

만약 위즈 자신이 리나한테 했던 말을 그대로 듣는다면

고개를 끄덕이고 시키는 대로 할까.


“토루마, 그러니까 토오루마에가 날 노린다고? 위즈한테 마법을 가르쳐줬다는?”

“응. 전에 토루마가 어떤 ‘계획’에 대해 얘기한 적 있어.”


- 전부 계획이거든.


“계획? 무슨 계획인데?”

“나도 몰라.”

“뭐야. 그럼 모르는 것 때문에 날 그렇게 보내려고 했던 거야?”


리나가 핀잔을 주는데 위즈는 손으로 양팔을 잡고 무섭다는 듯이 떤다.


“왜 그렇게 떨어, 위즈?”

“리나. 내가 세상에서 제일 두려워하는 게 있다면,”


리나를 보고 심호흡한 뒤 이어 말한다.


“바로 그자야. 토루마만큼 두려운 존재도 없어.”

“왜?”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몰라. 네가 아이라서 모른다거나 그런 게 아니야.”

“말로 적당히 설명······.”

“못해.”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공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대체 무슨 일을 당했던 거야? 마법 배울 때 힘들었어?”


위즈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쭉 내린 뒤 한숨을 내쉰다.


“일단 확실한 건 엮여서 좋을 게 없다는 거야.”


그렇게 말하면 토루마는,


- 어둠은 어느 곳에나 공평하게 내려.


같은 얘기나 하겠지만.


“그자가 하는 일이라면 아무리 좋아 보여도 끝이 안 좋을 테니까.”


이것도 크레센타로 보내기 위한 거짓말인가 싶었으나

위즈 표정을 보면 연기는 아니다.


“그러니까 그, 무슨 계획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그 계획에 들어가 버렸다는 거지?”

“들어간 수준이 아니야. 지금 리나 너도 계획 일부야.”

“그럼 그건 어떻게 알았어?”

“전에 적이 정원의 방어막을 뚫고 들어온 적 있었잖아?”


그때 적을 쫓다가 누군가가 방어막을 뚫고 정원에 들어오는 방법을

화살에 쪽지를 매달아 알려줬다고 했다.

그다음에는 토루마의 마력이 남아있는 어느 적진에서 끔찍한 쪽지도 발견했다.


“방어막을 뚫는 게 아니라, 그냥 정원에 들어오는 방법 그 자체였어.”


다행히 그걸 다른 부대에 알리기 전에 위즈가 도착했지만,

쪽지 뒷내용 때문에라도 리나를 여기에 둘 수 없었다.

위즈를 제압할 방법과 함께 적혀있던,


- 요정을 변수 앞에서 죽일 것.


이라는 요구 사항.

물론 리나가 호라와 크레센타, 아사르군더니움 사이의 외교적 열쇠가 될 수 있는 만큼 정말 행했을지는 확실치 않으나,


“토루마가 리나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건 확실해.”

“나, 나를 죽인다고? 왜?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리나 네게 죄가 있다거나 하는 게 아니야. 분명 나 때문에 널 죽이라고 하는 거겠지.”


그렇지 않다면 굳이 위즈 앞에서 죽일 이유가 없으니까.

어쩌면 죄는 위즈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다가 숲에서 토루마가 인정하는 투로 말하더라. 어차피 도망쳐도 어둠이 내려앉지 않는 곳은 없다고.”

“위즈는 이미 계획에 들어가 있고?”


고개를 끄덕인다.


“저, 그런데, 그 토오루마에가 세운 계획이 그렇게 나쁜 건 아닐지도······.”

“토루마는 내게 마법을 가르칠 때 일부러 내 트라우마를 건드렸어.”


아무것도 못 하고 부모와 떨어지고 나중에 비석으로밖에 볼 수 없었던 현실.

아무것도 못 하고 저항을 포기한 채 동생에게만 의지했던 현실.

아무것도 못 하고 이겨내지도 못한 채 그저 다 부정하고 부수기만 했던 현실.


“그래야 강해질 수 있다고. 고통에 몸부림쳐야 강해질 수 있다고.”


- 절망이 널 강하게 할 거야.


“당장 보이는 결과만 따지면 좋은 일이지. 덕분에 난 강해졌고 이렇게 리나 널 구해서 같이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살짝 들어 떨어지는 나뭇잎을 사슬로 꿰뚫는다.


“그런데 그게 정말 완벽하게 좋은 일일까? 참고로 트라우마를 건드렸다는 건 토루마가 한 일 중 가장 약한 거야. 그런 짓을 겪어서라도 더 강해질 필요가 있었을까?”

“위즈를 위해서 그런 게 아닐까?”

“아니야. 절대 아니야.”


위즈가 단호하게 말한다.


“상대는 헤즈라야. 토루마에게 우린 그저 장기 말 중 하나일 뿐이지.”


목적이 무엇인지 모른다.

어디로 이끌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난 그 안 좋은 면을 이미 겪었기에 리나 너를 어떻게든 계획에서 빼려고 했던 거야.”

“내가 크레센타로 돌아가면 계획이 틀어지기는 해? 토오루마에가 어둠이 내리지 않는 곳은 없다고 했다면서.”

“계획을 포기하게는 못 해도 조금 비틀 수는 있으니까.”


분명 토루마는 리나를 보내지 말라는 투로 말했다.

그렇다면 리나를 크레센타로 보내는 것만으로도 계획을 망칠 수 있지 않을까.

잘하면 리나를 계획에서 뺄 수도 있다.


“토루마가 계획에 날 집어넣고 더 확실하게 하려고 너까지 계획에 넣었다면, 리나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도 괜찮을 거야.”

“토오루마에의 계획이 그렇게 위험한 거라면 나 말고 다른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거잖아?”

“다른 사람 걱정하기 전에 제발 네 걱정부터 해줄래? 아니, 차라리 나쁜 사람이 피해자가 되길 바라줘.”

“그런데 그렇게 하면 토오루마에가 위즈를 괴롭힐 수도 있는데? 위즈가 지금까지 겪었던 것보다 더 심한 짓을 할 수도 있고.”

“괜찮아. 이미 한 번 겪었어. 그리고 나한테 희귀한 마법까지 가르쳐준 이상 날 버릴 가능성도 작고.”


손을 쥐었다가 펴다가 리나를 본다.


“오히려 가장 걱정되는 거라면 토루마가 자신을 따르라고 협박하면서 널 인질로 삼는 거야.”


지금까지 위즈가 리나를 떠나보내지 않도록 만들었다면,

아마 이제 리나를 직접 붙잡아두고 명령을 내리지 않을까.


“나한테 그럴 가치가 있어?”

“당연하지.”

“그럼 만약에 그······,”


조금 머뭇거리다가 묻는다.


“내가 정말로 붙잡히면 어떻게 할 거야? 아, 물론 나도 안 잡히게 노력하겠지만.”


진짜 혼자 멋대로 돌아다니다가 잡힌 전과가 있어서 그런 걸까.

그 말에 위즈는 고민도 않고 답한다.


“내 목에 칼을 들이밀 거야.”

“어? 왜?”

“내가 필요하면 내가 죽도록 두지 않을 테고, 나한테 그럴 가치가 없다면 애초에 리나 널 붙잡지 않을 테니까.”

“내가 크레센타로 돌아가다가 잡힐 수도 있잖아. 위즈 모르게.”

“물론 그러면 나도 모르고 계속 따르겠지만, 적어도 리나 네가 돌아가다가 죽었다는 말을 들었으면 당장 내 심장을 찌를걸?”


어차피 리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죽지 못해서 살던 삶이었다.


“그게 정말 통할까.”

“주위를 봐.”


위즈가 나무 그림자를, 오두막 그림자를, 숲 그림자를 가리킨다.


“어둠은 어디에나 내리잖아. 지금 내 말도 듣고 있을 거야.”

“그게 아니라, 위즈의 협박이 통할까? 상대는 헤즈라잖아.”

“뭐······.”


정말 위즈한테 이상한 장치를 해뒀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리나 네가 토루마를 피했으면 해서 크레센타로 보내려고 했어.”

“그럼 왜 사실대로 말 안 한 거야?”

“그때 리나 네게 말하려고 할 때는 토루마가 막았어. 아무리 노력해도 소리가 안 나오고, 생각도 않던 말이 입에서 나가고.”


그때 심한 말 했던 건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그리고 만약 토루마가 막지 않았더라도 말해야 할지 고민은 했을 거야. 리나 네가 좋다고 그 계획에 들어가고 싶다고 할까 봐.”


헤즈라의 계획.

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읽은 리나한테는 충분히 혹할 이야기다.


“어때? 헤즈라의 계획이라는 말을 들으면?”

“솔직히······, 좋긴 하지.”


리나가 몸을 배배 꼰다.


“신화에서나 보던 헤즈라가 나를 보고 있다니. 위즈 때문이라고는 해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아.”

“그럴까 봐 막은 거야, 내가.”


우려가 현실이 되자 위즈가 한숨을 쉰다.


“어떻게든 토루마의 손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으니까.”

“그럼 지금은 왜 말해준 거야? 말 안 하고 그냥 보냈어도 됐을 텐데.”


위즈가 오두막에서 살지 말라고 하면 리나는 거부할 권한이 없다.


“숲에서 싸우다가 생각해봤는데, 역시 이렇게 끝내고 싶지는 않아서.”


리나와 만나서 좋은 기억을 잔뜩 얻었다.

리나도 그랬으면 싶고 그런 만큼 나쁜 기억은 없었으면 한다.


“그리고 네가 돌아가고 싶지 않은 이유도 뻔히 아는데 억지로 보낼 수 없고.”

“이유?”

“응. 이러니저러니 말해도, 결국 네 삶은 너 스스로 선택하고 싶다는 거잖아?”


타인의 의견을 무시하겠다는 게 아니다.

조언은 조언대로 잔뜩 듣고 마지막에 선택은 직접 하고 싶다.


“토루마가 위험하다는 조언이야 실컷 해줄 수 있어. 원하면 며칠 동안 밤을 새울 수도 있지. 하지만 결국 네 선택을 존중할 거야.”

“내가 토루마의 계획에 들어가더라도 여기에 살고 싶다고 말하면 그렇게 해줄 거야?”

“응. 어떻게든 토루마가 널 해치지 않도록 아등바등하며 지내겠지만.”

“그럼 만약 내가 토루마의 계획에 들어가고 싶다고 말하면?”

“어······.”


위즈가 잠시 멈췄다가 말한다.


“그러면 적어도 네 편은 안 들지 않을까? 널 존중한다고는 했지만, 네 인형이 되겠다고 한 건 아니니까.”

“내가 신분으로 누르면?”

“황녀로 대접하지 말아달라던 게 누구더라? 뭐, 네가 신분으로 누를 리도 없고.”


그러다 리나를 확 돌아본다.


“혹시 정말로 토루마의 계획에 들어갈 생각이야?”


그 말에 리나가 살짝 웃는다.

그리고 불안한 표정을 짓는 위즈에게 말한다.


“크레센타로 돌아갈게.”

“······어?”


뜻밖의 대답.

잘못 들었나 해서 다시 묻는다.


“크레센타로 돌아간다고?”

“응. 그게 내 선택이야.”


‘헤즈라의 계획’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는 다시 여기 남고 싶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물론 그 계획에 들어가는 것도 흥미롭기는 한데 위즈가 계속 반대하잖아. 무서운 얘기도 하고. 거기다가,”


품에서 작은 쪽지를 꺼낸다.


“이것도 읽었고.”


4일째에 읽으라고 남겨뒀던 위즈의 편지.


“위즈, 편지 진짜 못 쓰더라. 이상한 꾸밈말만 가득하고, 무슨 얘기하는지도 모르겠고. 가라고 하면서 이유도 안 적었고.”

“이리 내놔.”


위즈가 빨개진 얼굴로 손을 뻗자 리나가 깔깔 웃으며 편지를 뒤로 당긴다.


“그래도 결국, 나를 생각해준다는 말이지? 날 생각해서 조언한 거지?”


환한 웃음에 눈이 멀 것 같다.


“그러니까 난 그 조언을 받아들일게. 위즈의 조언을 선택할게.”


가슴 한편에 아쉬움이 남다가 안도감이 이내 그 아쉬움을 완전히 쓸고 간다.


“다행이다.”

“그렇게 날 이 오두막에서 쫓아내고 싶었어?”


리나가 짓궂게 묻자 위즈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보내기 싫어. 토루마만 아니었으면 네가 가고 싶다고 말해도 안 보냈을 거야.”

“정말?”

“응. 이제 절대 거짓말 안 할 거야.”


그 말에 활짝 웃으며 위즈에게 죽 한 숟갈 더 떠 준다.

위즈는 그걸 받아먹고 등받이에 완전히 몸을 맡긴다.


“크레센타로 돌아가도 여길 절대 잊지 못할 거야.”

“나도 리나 네가 크레센타로 돌아가도 절대 널 못 잊겠지.”


가족이니까.

위즈가 잠겨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리나는 쟁반을 옆으로 치운 뒤

위즈처럼 편하게 앉아 숲을 본다.


“맞다, 위즈. 쌀이 거의 떨어지······.”


툭.

위즈의 머리가 리나의 어깨에 떨어진다.

편한 표정으로 눈 감고 있다.


“아까는 더러우니까 가까이 안 오려고 했으면서.”


리나가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체 못 하며 위즈를 본다.

피와 땀이 엉겨 붙어 냄새나는 머리카락을 조심히 쓸어본다.


“수고했어, 위즈.”


햇살이 바람에 흔들리고 토끼가 무덤 위를 뛰어다니는 어느 한낮.

리나는 더러운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위즈의 머리에 자기 머리를 갖다 댄다.


“정말, 돌아가기 싫다.”


반쯤 감은 눈으로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위즈처럼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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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95화 21.07.11 43 2 11쪽
95 94화 21.07.10 38 2 11쪽
94 93화 21.07.09 3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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