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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노래 님의 서재입니다.

사슬의 학살자와 오두막의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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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공의노래
작품등록일 :
2021.04.09 16:55
최근연재일 :
2021.08.02 07:50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8,012
추천수 :
231
글자수 :
613,867

작성
21.07.26 07:50
조회
46
추천
2
글자
12쪽

110화

+와 +사이의 글은 외국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DUMMY

말에서 내린 위즈가 여유롭게 말을 쓰다듬자

말이 몸을 돌려 이미 사라진 마구간으로 돌아간다.

오히려 리나가 당장에라도 싸울 것처럼 더 긴장하고 있다.


“위자드리아누스!”


프레그가 절규한다.


“숲은 어쩌고 여기까지 왔나!”


근처에 있던 병사들이 몰려들지만,

이미 대부분이 성을 포위하러 갔기에 전투 가능 인원은 얼마 되지 않아서

위즈는 우습다는 듯 신경도 쓰지 않고 혼자 중얼거린다.


“방어가 형편없구먼.”


팔을 가볍게 휘젓자 박혀있던 말뚝이 그대로 날아간다.


“아주 그냥 뒤는 안전하다고 생각했나 봐?”

“본진은? 우리 본진은 어떻게 된 거냐!”

“적에게 그걸 물어봐?”


위즈가 조롱하듯 큰 목소리로 답한다.

손이 심하게 떨리는 걸 보고 리나가 꼭 붙잡는다.


“아.”


살짝 놀라나 고개를 돌리지 않고 계속 적을 노려본다.


맘 같아서는 당장 성을 공격하던 부대를 다시 불러와

위즈를 상대하라고 명령하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포위망이 무너져 적에게 반격의 기회만 줄 뿐이다.


“암살병을 보내라.”

“암살병 말입니까? 이렇게 탁 트인 곳에서 암살병을 보내봤자······.”

“잔말 말고 당장 보내!”


프레그가 쉭쉭 거리며 화낸다.


“이 상황에서 싸울 수 있는 병사가 그러면 누가 있냔 말이야!”


프레그가 겪었던 두려움을 모르는 참모들은

그저 프레그가 쓸데없이 겁먹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위즈에 대해 익히 들었고 조사도 많이 했지만,


‘그래 봤자 마법사 한 명일 뿐인데.’


글로만 접했을 뿐이니까.

그래도 군단장의 명령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

시킨 대로 허허벌판에 살수를 내보낸다.


암살병들은 이렇게 된 거 빠르게 다가가

위즈가 마법을 쓰기도 전에 해치우기로 한다.


“병력 낭비하는 건 여전하네.”


정작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마법이 날아온다.


갑자기 날아온 물대포에 하늘에서 그대로 처박히는 살수 몇.

그리고 그대로 땅속에서 솟은 사슬에 목숨을 잃는다.


“마법?”

“황녀가 마법을 쓴다고?”


참모들이 놀라 자신들끼리 수군댄다.

어떤 자료에도 아에리나 황녀가 마법을 쓴다는 얘기는 없었다.


“그렇다면 여기에 와서 배운 건가?”

“그렇다고 해도 아무 자료에도 나와 있지 않다는 건 이상하오.”

“그거야 변수가 모두 죽였으니 그런 것 아니겠소.”


프레그는 참모들처럼 느긋하게 의견을 나눌 여유가 없다.


‘요정이 변수의 발목을 붙잡길 바랐는데, 이건 호랑이가 날개를 단 꼴이 아닌가.’


그 와중에 죽이는 장면은 안 보이고 싶은지 위즈가 재깍재깍 리나의 눈을 가린다.

저걸 이용하면 어떨까 싶다가도,


‘변수가 요정의 눈을 가리지 못하게 할 방법이······.’


가망이 없어 포기한다.


“군단장님. 일단 요정을 우선으로 노리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렇습니다. 최대한 변수의 정신을 흐트러뜨려야 합니다.”


그래도 싸움을 포기할 수는 없으니 팔을 펼치고 하늘을 향해 중얼거린다.


“위대하신 분이시여, 부디 이 미천한 것에게 은총을.”


그리고 다시 눈을 앞으로 돌려 명령한다.


“요정을 변수 곁에서 떨어뜨려라! 굳이 멀쩡하게 살려둘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런다고 뭐가 달라질까.


“리나. 네가 진로를 방해해줘.”


아무 소용없다는 걸 보여주려고 일부러 리나에게 부탁한다.


“응!”


위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리나는 방어막을 펼치고

다가오는 적에게 물대포를 뿌린다.

땅을 밟고 있던 적은 물대포를 맞고도 버티지만,


“어어?”


이내 땅에서 솟은 넝쿨에 발이 묶여 그대로 넘어지고

리나가 넘어진 적 얼굴에 불을 붙인다.


“어서,”


오히려 위즈와 리나가 말뚝만으로 만들어진 방어선을 지나

급조한 초소를 향해 걸어간다.


“어서 더 병사를 보내!”

“더는 싸울 수 있는 병사가 없습니다!”


지켜야 할 사람이 바로 옆에 있는 한 위즈는 주저앉지 않는다.

그리고 리나 역시 위즈가 무너질까 봐 끝까지 의연한 태도로 걸어간다.


“그럼 빨리 물러나라! 일단 아군이 있는 곳으로 도망쳐야 한다!”

“누구 맘대로.”


위즈가 사슬 뭉텅이를 휘둘러 초소 지붕을 날린다.

프레그와 참모들이 머리를 감싸며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가고

애꿎은 병사들만 위즈에게 달려들다 갈려 나간다.


“빨리, 빨리 놈을 막아!”


참모들이 도망치며 병사들에게 외쳐도 위즈의 발은 느려지지 않는다.

그러다 참모 하나가 사슬에 발이 묶여 넘어지자 다른 참모들은 모두 먼저 도망가고,

넘어진 참모는 바닥에 떨어진 칼을 주워 휘두르다 허망히 숨을 거둔다.


“위대하신 분이시여, 저를 버리지 마시옵소서, 미천한 이를 구원해 주소서.”


프레그가 기도하며 진지를 벗어나기 직전에 위즈가 답한다.


“절멸.”


거대한 사슬뱀이 땅에서 튀어나와 적을 겁주고는 모두의 주위를 돈다.

그 바깥에 아무도 나가지 못하도록 방어막까지 설치하니,

부하들과 함께 바닥에 웅크린 프레그가 기도하다 말고 위즈에게 소리친다.


“어리석은 것! 이런 마법을 쓰면 아군이 알고 여기로 달려올 텐데!”

“알아. 그래서 일부러 한 거야.”


위즈가 담담하게 답한다.


“그리고 이 마법은 너희 병사들뿐만 아니라 엘렌 성에서도 보이겠지.”

“뭐?”


갑자기 군단장의 천막 근처에서 이변이 발생한다면

적군은 우왕좌왕하며 포위망을 풀어야 할지

아니면 계속 자리를 지켜야 할지 고민할 테고,


“엘렌 성에는, 내 동생에게는 반격을 시작할 신호탄이 될 거야.”


프레그의 얼굴이 사색으로 질린다.


“자, 꿈은 끝났어.”


뱀의 몸통이 조금씩 부풀더니 그 안에서 사슬늑대가 튀어나와 참모들을 공격한다.

다들 주위에 떨어진 무기나 품에 숨겨둔 무기를 들고 최대한 저항해 봐도

마법으로 만든 늑대는 쓰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얕은 상처만 계속 입어가다가 고통에 주저앉고

그대로 늑대에게 머리를 잡아먹힌다.


“위대하신 분을 위하여!”


그 와중에도 프레그는 그 짧은 칼을 갖고 늑대를 상대한다.

아무리 피해를 못 줘도 프레그 역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재빨리 몸을 피하며 적어도 자기 부하들처럼 꼴사납게 쓰러지지는 않는다.


“왜 버티지? 네 부하들이 오길 바라는 건가?”

“위대하신 분은 나를 버리지 않으신다.”

“내가 봤을 땐 너희 이미 버려진 것 같은데.”


떨리는 왼손은 최대한 리나의 시야를 가리고,

오른손은 늑대들을 움직이며 조롱한다.


“그렇지 않다. 위대하신 분께서는 나를 구원하셨고,”

“어?”


한참 늑대를 조종하는데 주위를 둘러싼 뱀이 이상하다.

겉으로는 멀쩡하나 마법을 쓴 당사자만 느낄 수 있는 그 묘한 기분.


“앞으로도 나를 구원하시리라!”


그 말과 함께 방어막에서 빛이 나더니 곧 큰 구멍 너머에서 수많은 병사가 달려온다.


“군단장님!”

“군단장님! 괜찮으십니까?”


한참 싸우다 온 건지 만신창이인 병사들.


“뭐야? 포위망은 어쩌고 여기로 온 건가!”

“지금 포위망이 중요합니까?”

“마침 적의 공세도 갑자기 약해졌습니다.”


끝까지 버티고 싸워도 이기기 힘든 이 상황에서

군단장을 지키겠다고 병사들이 달려왔다.


“아아, 이 모든 게 위대하신 분의 영광이다.”


프레그가 눈물을 흘리며 허공에 대고 감사를 표하고는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위즈를 가리킨다.


“저기 적이 있다! 위대하신 분을 위해 적을 잡아라!”


허나 절멸 마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짓밟아.”


위즈가 눈썹 하나 꿈쩍하지 않고 조용히 말하자 사슬뱀까지 늑대로 변하며 적들에게 달려들고, 리나도 옆에서 넝쿨로 적의 발을 묶으며 거든다.


저들에게 질 리 없다.

위즈 곁에는 리나가 있고 마력도 충분하다.

하지만,


“위즈. 이거,”

“응.”


원래 쓰기로 한 마법은 자잘한 걸 제외하고 절멸 마법 두 번에 방어막.

계획한 것보다 싸움이 더 길어진다.


“상당히 힘들겠어.”



******



적 군단장이 잘 보이는 동쪽 지휘소에 앉은 블라스투스 테 살베니움.

병사들이 오가며 지원요청과 명령을 옮긴다.


‘역시나 오늘도 어김없이 쳐들어오네.’


매일 비슷한 시간마다 쳐들어오는 적.

이제 안 오면 오히려 왜 안 오나 궁금할 지경이다.

물론 안 오는 게 더 좋지만.


“성주님!”


병사가 급히 달려온다.


“북문 앞에 투석기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북문으로 총공격을 가할 생각인가?”


풀어뒀던 칼을 칼집 채 들고 일어나며 명령한다.


“당장 동쪽과 서쪽의 마법병을 1/3씩 데려가서 투석기를 부숴라.”

“그랬다가는 서쪽의 방비가 너무 약해집니다. 지금 성문도 제대로 보수하지 못했잖습니까.”

“그만큼의 궁병을 일단 서쪽으로 보내라. 그리고 마법병은 투석기를 부수자마자 곧바로 복귀하라고 해.”


어차피 지키기만 하면 전투는 승리한다.


“성주님! 북동쪽 성벽에 적들이 달라붙었습니다! 기름이 필요하답니다!”

“남은 기름은 얼마나 있지?”


참모를 돌아보며 묻자 참모가 고개를 젓는다.


“이제 거의 떨어졌습니다. 이번 전투가 분명 마지막일 겁니다.”

“그런가.”


우선 기름을 가져가라고 명령하고 고개를 가볍게 흔든다.

화살이 조금 전까지 머리가 있던 곳을 빠르게 지나가 지휘소 천장에 박힌다.


“남문은 이상 없나?”

“얼마 전 케마에르 부대가 휩쓴 터라 힘이 많이 약해진 모양입니다.”


마 엘구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상태에서 케마에르 부대원들은

적이 물러나 쉬는 틈에 적진을 휩쓸고 돌아왔다.


“적어도 남쪽의 위협만큼은 줄어들었으니 오늘 공격도 충분히 막을 겁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당장 내일부터가 문제지만.’


이제 진짜로 피와 살을 깎아서 전쟁해야 한다.

항복은 없다. 어차피 항복하나 저항하나 결과는 같은 만큼,

살아남은 백성들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버텨야 한다.


‘곧 약속한 때가 될 텐데.’


헤즈라 중 하나인 토루마가 매를 보내 약속했다.


- 네 피와 살을 깎기 전에 도와주겠다.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하늘을 보며 탄식한다.


“예?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니, 아니오. 혼잣말이오.”


부디 성안에서 싸우는 날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


“이제 정말로 우리가 무너지거나, 적들이 무너지겠구나.”


그렇게 한탄하자 곁에 있던 병사가 나지막이 말한다.


“토루마께서 도와주시겠다고 하셨으니 당연히 우리는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그 말에 토루마가 고개를 돌려 병사를 본다.

검은 머리칼에 보랏빛 눈동자. 전형적인 테 살베니움 집안사람이다.


“그대는 처음 본 것 같은데?”

“전 계속 성주님 곁에 있었는데, 어찌 못 알아보십니까?”

“그렇소? 아, 그······.”


괜히 머쓱해져 머리만 긁적인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잠깐. 어떻게 토루마께서······.”


추궁하려는데 병사가 없다.

마치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이.


“성주님! 저길 보십시오!”


주위를 더 살피려 했으나 참모가 성주를 부른다.


“저기, 적장의 천막 근처에 이변이 일어난 모양입니다!”

“이변?”


일단 병사 생각은 나중에 하고 성벽 너머를 본다.

참모 말대로 이변이 일어났다.


“당장 기병대를 불러라.”

“예?”

“기병대! 케마에르든 기병대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을 모두 불러!”


병사가 달려가고 라스는 남아있던 다른 병사에게 명령한다.


“그리고 각 지휘소에 알려라. 성문을 방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병력과 무기만 두고 모두 동쪽으로 모인다. 빨리!”

“성주님! 무슨 말씀입니까? 그러다가 우리 모두 죽습니다!”

“빨리!”


병사가 참모와 성주를 번갈아 보다가,


“아, 알겠습니다!”


라스의 얼굴을 보고 곧장 달려간다.


“성주님. 무슨 생각이십니까?”


참모가 걱정스레 묻지만, 라스는 전에 없이 희열에 가득 찬 얼굴로 중얼거린다.


“이길 수 있어. 아니, 우리가 이겼어.”

“예?”


처음 보는 마법으로 적과 싸우는 마법사.


“토루마께서 승리의 징표를 내리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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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6화 21.07.22 32 2 12쪽
106 105화 21.07.21 33 2 11쪽
105 104화 21.07.20 35 2 12쪽
104 103화 21.07.19 3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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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94화 21.07.10 35 2 11쪽
94 93화 21.07.09 3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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