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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의노래 님의 서재입니다.

사슬의 학살자와 오두막의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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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공의노래
작품등록일 :
2021.04.09 16:55
최근연재일 :
2021.08.02 07:50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8,232
추천수 :
231
글자수 :
613,867

작성
21.07.24 07:50
조회
37
추천
2
글자
11쪽

108화

+와 +사이의 글은 외국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DUMMY

“이제 작전 얘기하자.”


숲의 끝.

슬슬 적과 아군 모두가 활발해질 시간이다.


“그건 뭐야?”

“적한테서 탈취한 가장 최근 일자 작전명령서. 여기에 각 부대의 현재 상황도 적혀있어.”


위즈가 품에서 종이를 꺼내 바닥에 펼친다.


“그런데 보통 작전을 싸우기 직전에 정해? 그러면 늦지 않나?”

“맘 같아서는 그냥 밀고 싶은데 리나 너도 있고 또 적을 보니까 혼자서 날뛸 자신은 없더라.”


아무리 많이 사라졌어도 적은 여전히 많다.


“일단 예전 문서를 보면 적의 포위선이 이 숲까지 다다랐다는데 지금은 저 멀리에 있는 걸 보면 수가 많이 줄어든 모양이야.”

“그러면 포위선도 얇겠네.”

“맞아. 우린 그걸 노릴 거야.”


어차피 둘만으로는 적을 무찌를 수 없고 리나를 성에 데려다줄 수도 없다.

그러니 아군이 호응하기 쉽게 성문 맞은편에서 공격을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엘렌 성에서 도와줄 거라는 보장이 있어?”

“응. 있어.”


엘렌 성은 호라 동부의 가장 큰 지역이고 동시에 최고의 요충지다.

그런 만큼 군사적 방비는 이미 충분하고 케마에르 부대도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루미, 아니 토루마도 가만히 있지는 않겠지.”

“차라리 그냥 위즈도 루미라고 부르는 게 어때?”

“싫어. 방금 불러놓고도 기분 나빴는걸.”


단호하게 말한다.


“계속 그러는데 루미가 도와줄까?”

“그자는 날 도울 수밖에 없어. 여기서 리나 네가 잘못되면 분명 그자의 계획은 틀어질 테니까.”


어제 루미와 얘기하고 나니 확실히 감이 온다.

거기에 리나는 아라가 가장 아끼는 존재라는데 이런 곳에서 죽게 둘까.


“토루마는 분명 라스한테도 신호를 보냈을 거야. 날짜까지는 알렸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대충 어떤 공격을 할 건지 말은 했겠지.”

“그런데 헤즈라가 이렇게 개입해도 되는 걸까?”

“뭐, 어때. 상대가 지프메를 참칭하는 집단인데.”

“어쨌든 우리는 적의 뒤를 공격하는 거지?”

“응. 적이 성을 공격하려고 본진에서 사라지면, 우리는 성의 동문(東門) 쪽으로 갈 거야.”


적의 계획서에는 프레그의 위치가 성의 동문 건너편으로 나와 있다.


“첫 번째 목표는 적의 보급품을 모두 불태우는 것. 적병은 내가 상대할 테니 리나 너는 식량과 무기 등에 불을 질러.”

“그리고 만약 프레그가 거기 있으면 프레그도 같이 해치운다?”

“그렇지. 적장을 해치우면 사기는 일단 한 꺼풀 꺾일 테니까.”


만약 프레그가 그 자리에 없어도 지휘관이라는 입장 때문에 근처에 있으리라.


“그러고 나면 어떻게 할 거야?”

“일단 동문을 향해 뛰어야 해.”

“본진이 불타면 적이 돌아올 텐데 차라리 본진의 적을 해치우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그랬다가 뒤에서도 적이 오면 널 지키기 힘들어.”


솔직히 앞에만 있다면 질 리 없다.

차고 넘치는 마력으로 몰아붙이니.


“그렇게 우리가 적의 포위선을 흔들 거야. 전체가 흔들리지는 않아도 동문 앞은 적들이 우왕좌왕하겠지.”

“이제 거기를 케마에르 부대가 노리길 바라는 거구나.”

“응.”

“위험한 작전이네.”


만약 케마에르 부대가 조금이라도 늦으면 둘은 적에게 둘러싸여 비참한 최후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게 유일한 방법이야. 우리한테도, 엘렌 성에도.”


솔직히 보급 없이 지금까지 버틴 것도 용하다.


“또 포위망을 뚫고 우리한테 다다를 때 병사를 더 보내서 엘렌에 들어오려는 황군을 지원할 수도 있겠지.”

“그 정도로 군사가 많이 올 수 있을까?”

“얼마 없어도 돼. 엘렌 변방의 성을 점령하고 있는 아사르군더니움 군이 엘렌 성에서 온 병사 몇을 본다고 생각하자. 어떨까?”

“어······, 엘렌 성을 포위하던 아군이 졌다고 생각하겠지?”

“맞아. 또 얼마 안 되는 병력을 선봉대로 생각하기도 하고, 그렇게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어. 반면에 억압받던 호라 백성들은 오히려 사기가 올라서 아사르군더니움을 몰아낼 수도 있을 거야..”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바로 위즈와 리나가 포위망을 흔드는 것.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을까가 아니야. 해야 해.”


실패하면 엘렌 지역은 적의 손에 넘어간다.

물론 아사르군더니움이 이겨도 엘렌 지역을 다시 돌려주는 대신 안전하게 후퇴를 보장받는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 안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일까?


“나도,”


리나가 침을 삼키고 다시 이어 말한다.


“나도 힘낼게. 안 떨고 잘 싸울게.”

“응. 등 뒤는 리나 너한테 맡길게.”


출발은 북소리와 함께 적이 빠져나간 뒤.

둘 다 나무에 등을 기대고 그때까지 기다린다.


‘실수하면 안 될 텐데. 위즈 발목을 잡기라도 하면 그때는······.’


속으로 계속 중얼거리며 해야 할 일을 정리한다.


‘보급품에 불 지르기, 다가오는 적 넝쿨로 발 걸기, 위험할 때는 얼굴에 난 털에 불붙이기, 위즈가 싸우기 편하게 적의 시야 가리기······.’


그러다 곧 북이 울리기 시작한다.

심장 소리가 웅장한 북보다 더 빠르게 울리고 리나는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위즈를 보는데,


“위즈?”


위즈가 움직이질 않는다.


“위즈? 괜찮아?”


온몸을 심하게 떨고 식은땀을 흘린다.

많이 본 증상이다.

다가가서 어깨에 손을 올리자 위즈의 몸이 크게 요동친다.


“어, 어?”

“위즈. 왜 그래? 무서워?”

“아, 아니야. 괜찮아.”


전혀 괜찮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적진을 본다.


“아, 북 울리고 있구나. 빨리 가자.”


비틀거리며 일어나는데 리나가 위즈의 손을 붙잡는다.


“어?”

“저기, 위즈. 그······.”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다가 내뱉는다.


“그, 만약에 위즈가 사람을 함부로 죽이면 내가 막아줄게.”


무슨 말인지 몰라 가만히 바라본다.


“그러니까, 그, 만약에 위즈가 죽일 필요 없는 사람까지 죽이려고 하면 내가 어떻게든 위즈 앞을 막아설게.”


적어도 살기 위해서 그랬다는 변명이 통하도록.

그 말에 슬프게 미소 짓는다.


“고마워, 리나.”


어떻게 이런 아이를 죄의 온상으로 삼아 제물로 바치려 했을까.


“난 이렇게 힘들게 싸우는 게 고통스럽긴 해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여겨.”

“사람으로 남아있다는 느낌이라서?”

“응.”


사슬이 왼팔과 손을 덮더니 기괴한 모양의 장갑이 된다.

그 팔을 적진을 향해 뻗자 사슬 두 가닥이 튀어 나가 땅속에 박혀 들어간다.


“그리고 너를 바래다준 뒤에도 사람으로 남아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리나.”

“너무 무리하려고 하지 마.”

“괜찮아.”


멀쩡한 오른팔로 리나의 손을 잡더니 기사 맹세를 하듯 손가락에 입을 맞추고는 연극 투로 말한다.


“마마를 위해 싸우니까요.”


리나가 웃으면서도 손을 팍 빼며 질색한다.


“그런 거 하지 마.”


그래도 위즈는 웃기만 한다.

적이 모두 빠져나가고 위즈는 심호흡한다.


“자, 리나 네 덕에 긴장도 다 풀렸네.”

“이제 출발하는 거야?”

“응. 가자.”


후, 하고 손에 바람을 불자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저 멀리 적의 꼬리가 먼지 속으로 사라지고

초소와 벽으로 둘러싸인 적진은 고요함만 남는다.


“가까이 가자마자 내가 통신 끊을 테니까 바로 시작이야. 알았지?”

“응!”


심호흡하고 2년 만에 숲 바깥에 발을 내민다.

왠지 디디자마자 땅이 꺼지면서 위즈 손에 죽은 이들이 발을 끌어당길 것 같다.

진정한 줄 알았는데 식은땀이 흐른다.


“먼저 간다!”


그리고 위즈가 망설이는 걸 아는 리나가 먼저 나간다.


“잠깐만!”


예상했던 대로 위즈는 리나를 지키기 위해 생각도 않고 숲에서 튀어나온다.

자기 자신에게 놀랄 겨를도 없다.


“리나! 위험하······.”

“위험하면 위즈가 지켜주니까.”


장난스레 웃자 위즈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같이 웃고 달린다.


“그런데 이대로 뛰면 적이 눈치채지 않아?”

“해치워 뒀어. 지금은 적이 죽은 초병을 눈치채지 않길 바라야 해.”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위즈가 곧바로 마력을 흩뿌려 통신을 차단한다.


‘처음에는 혼선이라고 착각.’


어차피 위즈와 리나 쪽을 보던 초병도 죽었겠다,

발밑에 사슬을 불러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오른편 저 멀리에서 외침이 들린다.


‘이렇게 나와서 보니까 엄청나게 먼 것 같은데.’


지도에서나 가까웠지, 만약 뛰어갔다면 적진까지도, 적진에서 성까지도 한나절은 걸렸을지 모른다.


“너무 빠르니까 저기 도착하면 숨어서 조금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아, 위즈.”

“응. 그러자.”


도착해서 보니 초병이 사슬에 꿰뚫려 쓰러지지 못하고 있다.

적이지만 괜히 마음이 좋지 않다.


“얼굴 보지 마. 그러면 절대 못 싸워.”


위즈가 억지로 냉정하게 말한다.

죽은 사람 다음으로 가장 힘든 건 본인이면서.


“자, 들어가서 기다리자.”


위즈가 초소 아래 높은 나무 벽에 마법으로 구멍을 낸다.

적진 안은 분주하긴 하지만, 이쪽에 신경을 쓰진 않는다.


‘그다음에는 자신의 역량 부족이라고 착각.’


“우와.”


영내에 처음 들어와 본 리나는 주위를 둘러본다.

나무로 만든 건물들과 용도를 알 수 없는 도구들,

그리고 저쪽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적들.


“리나, 이쪽.”


속삭임에 정신 차리고 위즈가 있는 곳으로 간다.

잔뜩 긴장한 채 몸을 낮추고 걸어가던 위즈는

혼자서 돌아다니던 병사 하나를 발견하고 사슬을 날려 허리를 묶는다.


“억!”


그리고 끌려온 병사의 입을 막고 얼굴을 가까이한다.

리나도 위즈처럼 얼굴을 가까이하고, 병사는 둘의 정체를 눈치채자 눈이 커진다.


“변······!”

“그래. 나도 내가 누군지 알아.”


소리를 못 내게 입을 더 틀어막고 말한다.


“그러니까 내가 묻는 말에만 답해. 알았어?”


그래도 병사가 계속 저항하자 위즈는 왼손으로 입을 막고

오른손을 병사의 허리에 대더니 힘을 준다.


“읍! 읍! 으읍!”


사슬이 허리 부근을 꿰뚫자 고통에 몸부림치지만,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우리 둘과 너뿐이니까 그만하고 대답해. 안 그러면,”


이번에는 피 묻은 오른손을 목에 가져다 댄다.

병사는 눈물을 흘리고 떨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첫 번째 질문. 너희 군단장은 여기 진영에서 지내나?”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성문 쪽 진영 중에서 가장 큰 곳을 찾아오길 잘했다.


“그럼 두 번째 질문. 지금 군단장은 전장에 나갔나?”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왕이면 여기서 끝내고 싶었는데.”


놈을 해치우려면 결국 전장에 나가서 찾아야 한다.

전부 실토한 병사는 위즈가 죽이려는 기색을 비치지 않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 리나. 저쪽 봐봐.”


위즈가 입을 막던 손으로 한쪽을 가리킨다.


“응? 왜?”


고개를 돌렸으나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다시 위즈를 쳐다볼 때,


“아니, 여기 보지 마.”


위즈가 하는 일을 눈치채고 재빨리 고개를 돌리지만 이미 봣다.

턱부터 정수리까지 사슬에 꿰뚫려 흰자만 드러낸 적병의 얼굴을.


“후.”


가볍게 숨을 내쉬며 피 묻은 손을 옷에 닦는 위즈.

저 평온한 표정은 일부러 태연한 척하려는 연기인 걸까, 아니면 본심인 걸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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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105화 21.07.21 3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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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94화 21.07.10 38 2 11쪽
94 93화 21.07.09 3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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