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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적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로 날아간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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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흉적
작품등록일 :
2022.01.27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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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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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06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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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족보 전쟁 - 1화 (수정)

DUMMY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람.”


거실 앞에 선 헤일리의 입에서 기가 찬 넋두리가 나왔다.


“다들 일어나요! 아침이에요! 지금! 다들 뭐, 뭐하는 거예요!”


그녀는 바닥에 널브러진 VIP들을 흔들어 깨웠다.


그러나 꽐라가 되어 겔겔거리는 생도들은 도무지 일어날 기미가 없었다.


“이진건 생도옷!”


헤일리는 만만한 이진건을 불렀다.


아니, 만만하기 보다는 비교적 생생한 사람이라 불렀다.


“소리, 치지, 마세요. 진동 때문에, 머리가.”


이진건은 쑤시는 머리를 어루만지며 대답했다.


헤일리는 이진건의 앞으로 쪼르르 달려왔다.


“어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보시면 모르겠습니까? 이렇게 될 만큼 마셨습니다.”


이진건의 대답에 헤일리는 세 여인을 돌아보았다. 정확히는 내려다보았다.


언제나 먼저 격추되는 엘라노어는 제외하고라도 술에 안 취하는 멤버 둘까지 인사불성이 된 게 어제의 지옥도가 차마 연상이 안된다.


“루메 양은 왜 저렇게 취했죠?”


알콜에 면역이라 술자리 다음에도 쌩쌩하던 루메는 지금 쇼파에 처박혀 비몽사몽 중이다.


“죽자고 커피 마시더군요. 초콜릿 섞어가며.”


“어머머.”


헤일리는 갈색으로 변한 루메의 옷자락을 보며 놀란 눈이 되었다.


“그걸 안 말리고 뭐했나요!”


헤일리는 방금 루메를 볼 때는 세상 불쌍한 사람 보는 표정이더니, 이진건을 볼 때는 그렇게 표독할 수가 없었다.


이진건은 그 시선을 받으며 이를 북북 갈았다.


“말려서 저 정도입니다.”


그만하자. 이를 가니까 머리가 울린다.


“으으음, 그렇다면. 피오양은요?”


헤일리가 가리킨 곳에는 피오가 만면에 행복한 웃음을 잔뜩 머금고 바닥에 대자로 뻗어서 자고 있었다.


술에 강한 쟤가 저지경이 된 것을 보니 아마 술이 아니라 분위기에 취한 것 같다.


지금까지 말하지 못했던 것을 친구들에게 마음껏 토해내고 잔뜩 위로받았으니까.


피오의 미소에서 어제의 울음이 떠오른 이진건은 헛웃음을 지었다.


“정말 행복하게 자네요.”


“하아아아~.”


헤일리의 폐부 깊숙한 곳에서 영혼의 한숨이 토해져 나오고 있다.


“아아아, 오전 수업은, 아니 시험공부는, 하아아.”


헤일리는 자신이 담당한 생도들의 상태에 좌절했지만 이진건은 마음이 편했다.


‘뭐 어제의 성과에 비하면 수업이나 시험 따윈···.’


이진건은 지난밤의 술판을 기억한다.


처음에 그는 막무가내로 쏟아지는 알콜 속에서도 어떻게든 정신줄을 붙잡으려고 노력했었다.


왜냐하면 피오가 비밀을 털어놓은 것을 계기로 그 자리가 바로 비밀 폭로회가 될까봐 긴장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에게 이진건이란 사람이 단순히 이쪽 세계의 이방인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란 사실이 밝혀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래서 이진건은 나름 각오를 굳혔다.


허나 그의 우려와 달리 그런 일은 없었다.


네 명은 딱히 각자의 비밀을 말하려 하지 않았고, 또한 서로의 비밀을 알고싶어 하지도 않았다.


단지 지금까지 보다 한결 더 진솔한 말이 오가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뿐이다.


‘비밀 따윈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그때부터 네 명은 다들 서로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친구가 비밀을 말하면 들어줄 것이고, 말하지 않으면 굳이 듣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물어보면 대답해 줄텐데 말이지.’


나중에 가서야 이진건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저 세 명은 기다릴 분위기였다.


그가 스스로 밝힐 때 까지를.


“이진건 생돗! 뭘 그렇게 실실 웃고 있나요?”


헤일리가 앙칼진 목소리로 외쳤다.


“어서 씻겨야죠.”


교관이 생도를 어떻게든 씻기려고 파닥인다.


“제가요? 저보고 얘들을 씻기는 거 도우라고요?”

이진건의 어이없다는 반문에 헤일리는 자기가 정신없는 와중에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닫고 머리를 감싸 쥐었다.


“하아아, 이진건 생도는 일단 자기부터 샤워하고 준비하세요. 이 셋은 제가 어떻게든 할테니.”


“걍 오전 강의 째죠.”


이진건이 목이 말라 해장술을 하려들 때 헤일리가 뭔가 집어 들었다.


“아니 지금 중간고사 앞두고 무슨 소리에요!”


발을 동동 구르는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오래간만에 보는 스틱형 주사기다.


“아 씨발, 그건 또 왜 꺼내듭니까! 이번엔 누굴 찌르려고요!”


“앗, 내가 왜 이걸 꺼냈지?”


그런데 헤일리의 주사기를 본 이진건에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근데 교관님. 혹시 술 깨는 주사 같은 거 없나요?”


이진건은 부러진 팔이 하루 만에 붙는 세계니까 그런 것도 있지 않을까 물어본 것이다.


“···의무실에 알콜 분해 효소가 있었던 걸로 아는데, 일단 물어볼게요.”


“카페인 분해 효소도 있는지 한 번 물어보시죠.”


“아, 알았어요.”


헤일리 교관은 서둘러 의무실의 의사에게 연락을 취했고, 이진건은 그녀의 통신창에서 들려오는 의사의 고함소리를 들으며 욕실로 이동했다.


*****


중간고사를 앞둔 식당은 예전과는 약간 다른 분위기였다.


학생들 중 몇몇은 책이나 패드를 앞과 옆에 두고 밥을 먹고 있었다.


“다들 열심이네.”


그렇게 중얼거린 이진건은 치킨 샌드위치를 크게 한입 베어 물었다.


그가 좋아하는 점심 메뉴는 치킨 샌드위치와 커피다.


우물거리는 이진건의 앞에 앉은 루메는 그가 마시는 커피를 약간 꺼림칙한 시선으로 보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나 어제 심했어?”


이진건은 커피로 씹던 것을 삼키며 물었다.


“뭐가?”


“그···에헴, 흐트러진 모습 같은 거?”


이 다소곳한 요조숙녀의 모습에서 어제의 깽판치던 난봉꾼은 그림자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그 갭에 이진건은 어깨를 으쓱했다.


“아이스 커피 원샷 때린 다음 피크찍고 시작하던데. 무섭더라.”


“아아아.”


고개를 숙인 루메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 나온다.


“오, 오해하지 마. 난 원래, 아니, 그게 뭐냐면.”


루메는 횡설수설하고 있지만 이진건은 그녀가 뭐라고 말하는 지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아, 괜찮아. 뭐 친구끼리 진탕 마시다 보면 그럴 때도 있지. 루메 너도 어제 감정이 좀 격해졌구나? 그지?”


이진건은 나름 위로하는 말이었는데 루메는 머쓱해진 표정으로 맥주잔을 들었다.


그녀가 적당히 쌓인 맥주거품을 호록, 삼킨 다음 노란 탄산을 입안으로 넘기자 목이 볼록볼록한다.


반쯤 남은 잔을 내려놓은 루메의 입에선 시원한 한숨이 나왔다.


“응, 그랬어. 좀 격해졌지.”


루메는 맥주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말을 이었다.


“피오도, 엘라노어도 아카데미에선 다들 금이야 옥이야 귀빈이라고 떠받들고 있는데 정작 실제론 겉돌고 있잖아. 좋게 말하면 이방인이나 타인, 나쁘게 말하면 비인간, 괴물. 그래서 난···걔들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본 것 같아. 그래서 조금, 헤헷.”


루메는 이진건을 보면서 멋쩍게 웃었다.


“내가 어제 좀 많이 막나갔었지? 미안해.”


“흠, 네 새로운 모습을 봐서 신선하더라.”


이진건의 대꾸에 루메가 킥킥대며 탁자 아래로 그의 발을 찼다.


“근데, 루메.”


“응?”


이진건은 아까보다 조심스런 말투로 질문했다.


“그···겉돈다는 거 말인데.”


이진건이 그다음 말을 잘 잇지 못하자 루메가 쓰게 웃었다.


“흐음, 진건이 넌 다른 애들하고 잘 안 만나니까 모를 수도 있겠다. 애초에 우리가 너한테는 말안하기도 했고.”


루메는 튀긴 닭다리를 한입 베어 물고 씹다가 맥주와 함께 삼켰다.


“난 호수의 여인에서 같이 사는 친구들이 너무 좋아. 다들 같은 친구로 여겨주니까.”


그 말인즉슨 어제 피오가 겪었던 일을 다들 겪고 있다는 말이다.


“아머드 아카데미 아퀼라엔 좋은 친구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어서.”


아마 그렇지 않은 친구들의 비율이 많을 것이다.


“···누군데.”


낮게 으르렁대는 말에 루메가 이거봐라는 듯이 손가락질을 한다.


“야야, 네가 이럴까봐 우리가 말 안하는 거야. 이진건이가 또 어디 가서 사람 하나 잡겠다 싶어서.”


정확한 지적에 이진건은 머쓱해져서 샌드위치를 내려다 봤다.


“그리고 이 정도는 다 각오하고 온 거니까. 진건이 넌 신경 쓸 필요 없어.”


“쳇, 그런 것들 있으면 모의전 해서 박살내면 되잖아.”


아머드 아카데미 아퀼라에선 생도들끼리의 모의전을 적극 장려한다.


이진건은 그렇게 조지를 조졌고, 요한 카리옷을 밟았다. 그리고 입학식에서 다른 교수와 교관들을 아주 모가지를 날려버렸다.


“그것도 상대방이 빼면 소용없어. 그 애들은 그냥 시비만 걸고 정작 우리가 도전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서 도망칠걸?”


루메의 말대로 모의전은 쌍방 합의하에서만 이뤄진다. 한쪽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진건이 넌 너무 열 내지 마. 만약 나나 우리가 어쩔 수 없는 지경이 되면 너에게 도움을 청할 테니까.”


“약속했다. 너 꼭 도움 청하는 거다.”


“네네, 꼭 저를 구하러 오셔요. 왕자님.”


생글생글 웃는 루메의 모습에 이진건도 어쩔 수 없이 웃었다.


“근데 루메, 피오랑 엘라노어는 어디 갔어?”


수업이 끝나고 대개는 같이 점심을 먹는데 오늘따라 두 사람이 안 보인다.


“피오는 알콜 분해 주사 맞고 속이 안 좋다고 의무실에 갔고, 엘라노어는 족보 구하러 친구들 만나보겠대.”


“족보, 족보라.”


오래간만에 듣는 단어에 이진건은 옛 기억이 떠올랐다.


이틀 후면 중간고사가 시작하는데 참 빨리도 구한다 싶다. 하지만 아예 손을 놓은 이진건 보다는 낫겠지.


이진건은 남은 샌드위치를 입에 털어넣고 대충 씹은 다음 커피와 함께 넘겨버렸다.


“난 이제 도서관에 가볼 건데, 루메 넌 어쩔 거야?”


“오늘 햇살이 너무 좋아서 벤치에 앉아 식후 광합성 좀 하려고. 그다음 도서관에 가볼게.”


“오케이. 그럼 이따 보자.”


이진건은 루메와 헤어진 다음 도서관으로 향했다.


중간고사에 목을 멘 것은 아니지만 아카데미의 생도인 이상 시험을 허투루 칠수는 없는 노릇이다.


“응?”


도서관으로 가던 이진건은 엘라노어를 보았다.


그녀는 도서관 가는 길의 벤치에 앉아 1학년 여자 생도들 몇 명과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서로 웃으며 떠드는 모습이 꽤 화기애애해 보였다.


‘뭐 나름 잘 지내고 있네.’


이진건은 안심했다.


분명히 이곳 아머드 아카데미 아퀼라에는 호수의 여인에 사는 생도들을 멀리하는 부류도 있지만, 그러지 않은 부류도 있다.


엘라노어 주변의 생도들이 아마도 그런 사람들일 것이다.


이진건은 그런 그녀들의 오붓한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그 벤치의 맞은편 길로 걸었다.


이쪽도 도서관으로 가는 길이지만 중간에 사람 키만 한 나무들로 나뉘어 있어서 제대로 신경을 쓰지 않으면 서로 못 본다.


이진건이 거의 벤치 근처에 도착했을 때 쯤, 엘라노어가 일어났다.


“고마워, 잘 쓸게.”


엘라노어는 책이며 서류철들을 한 가득 들고 웃으며 일어났다.


“친구끼리 뭘, 엘라노어 너도 시험 공부 열심히 해.”

“그래, 너희들도 시험 잘 봐.”


엘라노어는 한 무리의 여자 생도들과 인사를 나누고 헤어져 도서관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


‘저거 혹시 족보인가?’


아까 루메 말로는 엘라노어가 족보를 구하러 간다고 했으니 아마 그럴 것이다.


엘라노어를 보며 걸어가던 이진건의 귀로 방금까지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던 여자 생도들의 말이 들려왔다.


“병신 같은 년, 좋다고 웃기는.”


“야야, 그러지 마라. 귀한 물주시다.”


그녀들의 킥킥대는 목소리에 이진건은 뭔가 울컥하는 기분을 느꼈다.


“물주? 헹, 물주치곤 너무 쪼잔한 거 아냐? 엘라노어 쟤 엄청 부자라면서? 교장이 설설길 정도로 기부하고 들어왔다는데 고작 이런 푼돈이야?”


“첫술에 배부르겠니. 이렇게 숟가락 꽂아놓고 살살 뽑아먹어야지.”


이런 씨발년들이.


이진건은 절로 손과 어금니가 악물리는 것을 느끼고는 호흡을 가다듬어 화를 삭혔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자 생도들은 깔깔대며 웃고 있었다.


“그 족보 뒷부분 빼놓은 거 맞지?”


“그럼, 나중에 그거 찾으러 오면 또 사가라고 해야지. 그때는 가격을 좀 더 올려서.”


“행성 연합을 떠난 떠돌이 년이 어디서 친한 척은, 재수 없게.”


도무지 화를 삭힐 수 없게 된 이진건이 나무를 헤치며 나가려는 찰나, 누가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작가의말

으아, 하루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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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족보 전쟁 - 5화 +3 22.04.10 1,608 50 13쪽
70 족보 전쟁 - 4화 +7 22.04.08 1,576 50 13쪽
69 족보 전쟁 - 3화 +5 22.04.08 1,578 51 13쪽
68 족보 전쟁 - 2화 +10 22.04.06 1,601 48 12쪽
» 족보 전쟁 - 1화 (수정) +7 22.04.06 1,686 5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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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중간고사 - 2화 +7 22.04.02 1,688 51 14쪽
63 중간고사 - 1화 +3 22.04.02 1,733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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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불가사리 - 5화 +3 22.03.31 1,799 61 13쪽
60 불가사리 - 4화 +13 22.03.29 1,806 64 13쪽
59 불가사리 - 3화 +14 22.03.29 1,863 62 13쪽
58 불가사리 - 2화 +4 22.03.28 1,822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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