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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적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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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흉적
작품등록일 :
2022.01.27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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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03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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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중간고사 - 3화

DUMMY

이진건은 조심스레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 밤중에 피오가 일어나 대체 어디로 갈까, 싶었더니 주방 쪽이다.


‘네 이년, 설마.’


이진건은 대충 옷을 걸쳐 입고 일어나 문을 살짝 열었다. 그리고 살금살금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주방에서 계속해서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나더니만 뭔가 무거운 것을 꺼내는 소리가 들렸다.


“찾았다.”


그 다음 피오의 발자국 소리가 도로 이리로 다가오자 이진건은 재빨리 거실 소파 뒤로 몸을 숨겼다.


이윽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는 발자국 소리가 바깥으로 달려갔다.


‘얘 왜 이래?’


이진건은 소파에서 나와 창문으로 다가갔다.


거기엔 밤의 저택 뜰을 잠옷 바람으로 가로질러 달리는 피오가 보였다.


그 허리에는 자기 몸만한 20리터짜리 맥주통을 끼고서.


“쟤 진짜 왜 저런데···.”


이진건은 기가 막혀서 문을 열고 나갔다.


그리고 피오를 부르려고 했지만 이미 그녀는 저 멀리까지 달려가고 있었다.


“얘가 술 마시려고 대체 어디까지 가는 거야?”


이진건은 기막혀 하면서도 피오의 뒤를 쫒았다.


‘어디 숨어서 몰래 술을 마실 모양인데···.’


그런데 계속 따라가자 피오가 달려가는 곳이 조금 이상했다.


‘여기는 격납고 가는 길인데?’


지금 피오는 격납고쪽으로 가고 있었다.


가다가 중간에 어디 딴 길로 가나 싶었지만 역시나 목적지는 격납고였다.


“어어? 진짜 격납고네?”


피오는 격납고 문 앞에서 본인 인증을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진건도 잠시 뜸을 들인 다음 뒤따라 들어갔다.


‘나도 참 이 밤중에 뭐하는 짓이냐.’


그냥 달려가는 피오에게 ‘너 왜 숨어서 술 처먹냐.’ 라고 소리만 지르면 될 일인데 이진건은 지금 몰래 미행하고 있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가끔씩 뒤를 보는 피오의 얼굴이 꽤 다급해 보였기 때문이다.


‘뭐지, 알콜 중독 뭐 이런 거나 설마 금단증상은 아니겠지?’


이제까지 피오는 술을 먹고도 숙취나 그런 뒤끝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술은 좋아했지만 술에 휘둘리거나 그런 스타일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지금 그녀가 보여주는 행동은 뭔가 굉장히 수상쩍은 것이다.


피오는 맥주통을 끼고 무기고로 갔고, 이진건은 이리저리 숨어가며 그녀의 뒤를 밟았다.


‘여긴 무기고인데?’


피오는 예전에 골드 스푼 레퀴엠이 쓰던 88mm 권총이 있는 곳으로 가더니 크레인을 조작해 권총을 기울였다.


“허이차!”


그리고 리볼버 약실을 옆으로 밀어 열었다.


‘오메 힘 좀 보소, 저걸 한 손으로···.’


이진건이 그 괴력에 질린 사이 피오는 약실쪽 포구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다.


“흠~흐흥.”


그리고는 콧노래를 부르며 흐뭇하게 웃는데, 이진건은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


‘뭔가···무섭다!’


다음 피오는 앞쪽 포구로 쪼르르 올라가더니 맥주통을 까서 그냥 거기다 부어버렸다.


이어서 다시 잽싸게 약실로 돌아가 포구에 입을 댔다.


“저, 저···.”


너무도 어이없는 광경에 이진건은 입만 떡 벌어졌지 아무소리도 못 내었다.


잠시 후 포구를 타고 맥주가 흘러내려왔고, 피오는 그것을 꿀꺽꿀꺽 마셨다.


정말 맛있게, 그리고 행복한 표정으로 마셨다.


멀리서 봐도 천하제일의 미주를 마시는 느낌이다.


‘거참 희한하게도 마신다.’


저 황홀한 피오의 표정을 보니 세상에 이런 맥주는 없다는 것 같다.


‘혹시 체리 피클에선 저렇게 마시나?’


그런데 갑자기 이진건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나 마지막에 저거 쓰고 총기손질 했던가?’


보통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면 아머드 기어와 무장은 자동적으로 정비를 거친다.


하지만 이진건이 커스텀한 기체와 무기들은 현용 장비들과 규격이 상당히 달라서 자동정비가 안 된다.


즉 하나하나 수제로 돌려야 하는데, 이진건은 마지막으로 저거 쏜 다음에 할 일이 많아서 그대로 처박아 뒀다.



‘아이고! 포구에 탄매가 그대로 있을 건데.’


그렇다면 저 술에는 재와 금속 쪼가리들이 그대로 흘러들어가 피오의 입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야! 피오! 너 그거 마시면 안돼!”


이진건이 놀라서 일어나 소리쳤다.


그러자 피오도 놀라서 이진건 쪽을 봤다.


“어? 에? 헤?”


피오는 갑자기 이진건이 나타나자 순간 상황파악을 못하고 멍하니 있었다.


포구에서 맥주가 콸콸 쏟아져 온몸을 적시는데도 말이다.


“아, 아아아-!”


피오는 갑자기 뛰어내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얌마! 어딜 가! 너 빨리 토해!”


이진건은 서둘러 피오의 뒤를 따라 달렸다.


포구에는 탄과 포신이 마찰할 때 생기는 금속 찌꺼기들이 많고, 그걸 마셨다가는 속이 뒤집어진다.


“미안해! 미안, 미안!”


피오는 맥주에 젖은 채 달리고 있었다.


“아니, 나 화내는 거 아냐, 술 마셔도 돼! 그러니까!”


이진건은 빨리 피오를 잡아 토하게 하려고 서둘렀다.


마신지 얼마 안 되는 지금이라면 위세척 안하고 그냥 토하게만 해도 될 것이다.


“미안, 죄송, 사과!”


하지만 피오는 이진건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지 막무가내로 달리며 근처에 있는 것을 잡히는 대로 뒤로 던지고 있었다.


부품, 공구, 의자, 책상 자꾸 부피가 큰 게 날아오고 있다.


“야이씨! 화 내는 거 아니라니 시발 뭐야이거.”


이진건은 날아오는 물건들을 피하며 달리다가 자신의 눈앞으로 떠있는 배터리를 보았다.


그것도 휴대용이 아니고 기계에 장착하는 대형으로 얼추 40kg는 되어 보이는 놈이다.


‘하이고 저게 저렇게 가볍게 날아올 수가-.’


이진건은 반사적으로 팔을 교차시켜 막았고, 후회했다.


*****


“정신이 좀 들어?”


이진건이 배터리를 막았다고 생각한 다음에 본 것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의사의 얼굴이었다.


그의 뒤로는 익숙한 천장이 보인다.


“흠, 꼬라지 보니 괜찮은 것 같네.”


이진건은 퉁명스런 의사의 말과 깁스가 붙은 자신의 양팔을 돌아보고는 대충 전후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얼굴은 타박상만 들었어. 연고 발랐으니 됐고. 팔은 깁스해놨으니까 24시간 지날 때 까지는 풀지 마.”


박사의 말을 들어보면 자신은 그 무식한 배터리를 잡던가 막던가 하다가 팔이 부러지고 머리를 맞고 기절한 것 같다.


“저기, 선생님. 피오가 저를 데려왔습니까?”


“그래, 저기 옆에 있다. 술 먹였어? 그리고 이상한 짓 하다가 처 맞았냐?”


술이란 말에 이진건은 정신이 퍼뜩 들었다.


“선생님! 피오가 술을 마셨는데, 근데 그게, 아니 지금 걔 괜찮습니까? 빨리 토하게 해야 합니다!”


이진건이 서둘러서 횡설수설하자 의사가 퉁명스레 대답했다.


“괜찮을 리가 있냐.”


딱 잘라 말하는 의사의 말에 이진건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걔 지금 텅스텐 부족이야.”


“네?”


이진건은 병실에 누워서 반문했다.


그의 머리 위에는 오밤중에 잠에서 깨어나 이진건의 팔 수술을 해준 의사가 패드를 보면서 궁시렁거리고 있었다.


“귀 먹었나. 피오 사른양은 지금 텅스텐 부족이라고. 몸에 필수 미네랄이 부족하단 말이다. 심각한 수준이야.”


“아, 네에.”


이진건은 의사의 기세에 눌려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마그네슘이나 철분이 부족하단 얘기는 들어본 적이 있는데 텅스텐이 부족하단 얘기는 처음 듣는다.


‘근데 텅스텐이···부족할 수 있나?’


그때 이진건은 텅스텐이란 말에 뭔가 짐작가는 게 있다.


골드 스푼 레퀴엠이 썼던 88mm탄두는 주로 텅스텐으로 되어있다.


라이플을 활강식이지만 리볼버 권총은 강선식이어서 손질을 안 한 포구 안에는 텅스텐 가루가 잔뜩 묻어있을 것이다.


거기에 맥주를 부었으니 흘러나오는 맥주에는 탄매와 텅스텐 가루가 잔뜩 묻어있을 것이고···.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이진건은 깁스한 양팔을 휘둘렀다.


“선생님, 선생님. 저 좀 보십쇼.”


“보고 있어. 이 새끼야.”


이진건은 격납고에 있었던 자초지종을 의사에게 설명했다.


그의 말을 다 들은 의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끄응. 이 아둔한 것 같으니.”


그는 휙 하고 몸을 돌리더니 저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곤 침대 커튼을 거칠게 젖히고선 고함을 질렀다.


“야이 등신같은 년아! 내가 분명히 텅스텐 보충제 줬잖아! 왜 그걸 안 먹고 이딴 식으로 하냐고!”


“와아아~.”


놀란 피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내가 체리 피클에서 보내준 니 건강기록부 보고 그거대로 뭐빠지게 필수 영양제 조제해줬더니만! 왜 안 먹어!”


다그치는 의사의 말에 피오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치, 친구들이 자꾸, 뭐라고···해서.”


“뭐가 어쩌고 어째?”


의사의 목소리가 말하는 도중에 이쪽으로 다가온다.


“야 이 새끼야! 너어는 왜-.”


분기탱천한 의사의 뒤로 피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니에요! 진건이는 아니에요! 루메도, 엘라노어도 아니고요.”


의사와 이진건의 시선이 피오쪽을 보자 그녀는 우물쭈물하다가 입을 열었다.


“···공부 하다가···애들이 그거 무슨 약이냐고 하길래···말했는데···괴물같다고···.”


더듬더듬 말하는 피오의 목소리는 뒤로 갈수록 점차 물기가 짙어졌다.


그걸 본 의사는 또 한숨을 쉬더니 휴지를 뽑아서 그녀에게 던져주었다.


“허이그, 그렇게 강한 육체에 왜 그리 약한 정신이냐 그래.”


피오는 서둘러 휴지로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그모습을 보던 의사는 이진건을 돌아보았다.


“야.”


“네?”


어째 살벌한 의사의 분위기에 이진건은 압도되었다.


“너 몰랐냐?”


“뭐를···요?”


기어들어가는 이진건을 의사가 매섭게 쏘아보았다.


“뭐를요? 이새끼 봐라? 체리 피클에서 온 피오 사른은 이쪽의 식생활로는 영양 불균형이 일어나기 때문에 반드시 필수 영양제를 먹어야 하는 거! 그거 몰랐냐고!”


“모, 몰랐습니다.”


“자랑이다! 이 새끼야! 같은 집에서 같이 먹고 살면서 그딴 것도 모르냐! 앙!”


단언컨대 이진건이 부상이 없었다면 저 의사는 부상을 만들어 줬을 기세다.


“아니에요! 제가 말 안했어요!”


그렇게 소리친 피오는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진건이한테 그러지 마세요. 진건이는 아무것도 몰라요. 제가 말 안했어요. 흐어엉.”


피오는 참았던 울음을 꺼이꺼이 토해내기 시작했다.


“이거, 저 아무한테도 말, 안했어요. 호수의 여인에서 같이 살면서, 말, 하려고 했는데. 다른 친구들이 그러니까···.”


울면서 드문드문 끊기는 피오의 말과 중간중간 보충해주는 의사의 말을 들어보면, 체리 피클 출신인 사람들은 꽤 강도 높은 인체개조 때문에 기존의 인류와는 상당히 다른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른 신체구조 때문에 먹는 것 또한 다르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었다.


예를 들어 체리 피클 사람들의 뼈를 구성하는 물질 중엔 일반인이 먹었다간 병원으로 직행할 금속들이 득시글거려서 체리 피클의 음식은 일반인들은 절대 못 먹는다.


반대로 체리 피클의 사람들은 이쪽 일반 인간들의 음식을 무리 없이 먹을 수 있지만, 이런 식생활이 계속되면 필수 미네랄 결핍으로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피오는 아카데미의 의사에게 영양제를 처방받은 것인데, 밖에서 생각 없이 그 약을 먹을 때 옆에 있던 학교 친구들이 물어봤고, 그 성분이 뭔지 대답하자 그것들은 피오를 이상한 괴물 취급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날 피오는 그 영양제들을 버렸고, 약 없이 버티다가 텅스텐 부족이 와서 헤롱거릴 때 격납고에서 리볼버의 포신 냄새를 맡고는 앞뒤 안보고 일을 저질렀다는 게 지금까지의 줄거리다.


“하아아.”


이진건과 의사는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이진건은 침대에서 일어나 피오쪽으로 걸어갔다.


“야, 피오. 그런 거라면 우리한테 말하면 되잖아. 왜 그랬어.”


“으어엉, 무서웠어어.”


피오는 계속 울고 있었다.


“뭐가 무서운데.”


“니들이, 니들도 나를 괴물이라고 부를까봐아아-.”


이야기를 들어보니 약을 먹다가 트러블이 발생한 것은 학기초의 일이었다.


그렇다면 이진건과 RGB삼총사들이 아직 제대로 친해지기 전이다.


피오는 그날부터 이 일을 주변에 하소연도 못하고 속앓이만 하다가 오늘까지 온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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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족보 전쟁 - 2화 +10 22.04.06 1,601 48 12쪽
67 족보 전쟁 - 1화 (수정) +7 22.04.06 1,685 5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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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고사 - 3화 +3 22.04.03 1,642 57 12쪽
64 중간고사 - 2화 +7 22.04.02 1,688 51 14쪽
63 중간고사 - 1화 +3 22.04.02 1,733 56 13쪽
62 불가사리 - 6화 +6 22.03.31 1,781 60 14쪽
61 불가사리 - 5화 +3 22.03.31 1,799 6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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