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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 님의 서재입니다.

그랜드 마스터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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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moos_
작품등록일 :
2024.05.11 14:13
최근연재일 :
2024.06.25 16:3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28,029
추천수 :
513
글자수 :
240,136

작성
24.05.22 16:30
조회
843
추천
15
글자
13쪽

그랜드 마스터는 베어냈다.

DUMMY

예준은 쓰러진 김소라에게 다가갔다.

여럿 헌터들이 그녀의 상처 부위를 지혈하며 최대한 살려보려고 노력했지만,

그녀가 입은 부상은 보통의 것이 아니었다.


복부에는 피는 있는 대로 고여있었고, 목 부위에는 자상이 심각하게 나 있었다.


일반인이었다면 충분히 쇼크사로 죽을 수 있는 치명적인 상흔이었지만,

각성자 특유의 단단한 신체와 정신력으로 어떻게 해서든 버티고 있었다.


“쫌!”


한 헌터는 짜증을 있는 대로 내며 주변에 치료할 것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이미 붕대는 있는 대로 썼는지 주변에는 거즈를 비롯한 압박 붕대가 널브러져 있었다.


“포션 필요하십니까.”


예준은 그들의 뒤편에서 물어보았다.

갑작스레 나타난 그에게 헌터들은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뭐야? 언제...”


기척이 없는 발걸음,

방금 예준이 아니라 몬스터였다면 자신들 역시 죽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필요하십니까?”


예준은 되물었다.

이에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필요하지! 지금 사람이 죽어가는데!”


그들의 다급한 대답에 예준은 품속에 있던 포션 하나를 끄집어내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한 손으로 소라의 턱을 잡아 입을 벌렸다.

그리고는 포션을 들이부으며 얘기했다.


“고급 포션이라 금방 괜찮아질 겁니다.”


창백해졌던 소라의 얼굴이 잠시나마 안색을 되찾고,

상처가 점점 아물어가는 것이 눈에 띄게 보이기 시작하자.


헌터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뒤로 몸을 뉘었다.


“시발 죽는 줄 알았네.”


욕설을 내뱉으며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한 헌터들.

그리고 소라는 나무에 기댄 채로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습격받은 것 같은데.’


예준은 빈 포션병을 자신의 품속으로 집어넣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각종 고블린의 시체와 더불어 몇몇 헌터들의 결손 부위.


그리고 가끔 보이는 공포에 질린 사람의 얼굴까지.

아주 처참한 광경이었다.


다만 궁금한 점이 하나 있었다.

이곳은 거점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고는 해도, 위험구역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거점 내의 민간인.

즉 판매원이 있으면 안 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이 참혹한 풍경 속에 판매원처럼 보이는 시신이 여럿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예준은 뒤로 자빠져 누워버린 헌터에게 말했다.

그나마 등급이 높아 보이고 경험이 있어 보이는 헌터에게 얘기를 건 것이다.


“응 있지, 저 숲 너머에 9등급 헌터들은 감당하지 못할 몬스터가 하나 있었거든.”


“퇴치했습니까?”


“일단 공격대가 공략에 나서긴 했는데 여의치는 않을 거야.”


“그쪽은?”


“우리는 재보급을 위해서 거점으로 복귀하고 보급 물품을 공격대에게 가져다줄 예정이었지,

근데 시발 갑자기...”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기습을 당하고 만 것이었다.


“저 판매원들은...”


예준은 목만 덩그러니 놓여 공포에 질린 시신을 가리켰다.


이에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랍시고 따라나선 녀석들이야, 헌터들의 동행이 있다면 어느 정도 안전구역에서 벗어나는 건 용납해주니깐.”


‘욕심이 부른 참사.’


예준은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공격대에게 물품을 판매한다면 오늘 가져온 재고를 모두 소진할 수 있을 것이었다.


다만 안전 구역을 벗어야 했기에 목숨을 걸어야만 했다.

아무리 헌터들이 안전을 지켜준다고는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예준은 김소라가 잠들어버린 나무를 바라보았다.

그곳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빈 포션 병.


그 포션 병이 너무나 거슬렸다.

아무리 하급 포션이라고 할지라도 목에 남긴 자상 정도는 손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목이 완전히 잘려 나간 것도 아니고 동맥이 그어져 피를 쏟아내는 것뿐이었다.

빠르게 포션을 마시고 대처한다면 몸 안의 피를 다 쏟아내기 전에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다.


“포션이 듣질 않았습니까?”


“어떤 거 그쪽 포션?”


“전에 마셨던 포션 말입니다.”


예준은 저 소라의 옆에 눕혀있는 포션 병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에 그는 있는 대로 인상을 쓰며 대답했다.


“몰라, 애초에 우리 포션은 이미 다 썼고, 소라가 마지막에 마신 것 같은데.”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예준은 포션 병의 근처로 다가가 그것을 주웠다.

미세하게나마 남아있는 포션의 한 방울.


보통 사람이라면 이것으로 무언가를 알아내기 어렵겠지만,

예준은 마나에 대해서 예민한 편이었다.


지금 이 포션의 한 방울에 어느 정도의 마나가 담겨있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었다.


“...”


대충 감식을 마친 예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예상했던 대로였다.


‘배합이 이상해.’


회복용 포션치고는 배합이 매우 이상한 것이었다.

마나보다는 정제수와 각종 약초의 비율이 더 많았고,

무엇보다 예준의 마법을 가로막는 그 기묘한 ‘기운’이 희미했다.


“누가 팔았습니까?”


“왜 그러는데?”


“이 포션 싸구려입니다.”


일반적인 경상이나 자상은 치료할 수 있겠지만,

빈사 상태의 사람을 안정시킬 만큼의 포션은 아니었다.


‘강소라 헌터가 바로 즉사했다면 아무도 이 포션의 정체를 몰랐겠어.’


소라는 끈질기게 자기 목과 복부를 누르며 죽음을 버텨냈고 품 안에 있던 포션을 마셨다.


다만 그 포션은 배합식이 이상한 싸구려였기 때문에,

그녀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죽음 직전까지 몰렸던 것이었다.


“이 포션의 판매자가...”


예준은 병을 유심하게 돌려보았다.

그러자 미세하게 남은 마력의 잔향과 함께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오늘 아침에 슬며시 지나갔던 악연.

그것이 곧바로 느껴진 것이었다.


“혹시 엄석한 판매원이 있었습니까?”


포션의 잔향을 맡으니 서서히 이 풍경에 대한 마나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피 냄새와 잿더미의 향기에 가려졌던 그의 윤곽이 드러난 것이었다.


“그 얇실하게 생기고 주근깨 많은 사람?”


헌터의 말에 예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없어졌네, 자기 제품 판매한답시고 우리와 같이 따라나섰는데.”


“알았습니다.”


예준은 그 말을 뒤로한 채로 발걸음을 옮겼다.

포션에 남은 마력을 역 추적 하면 그를 볼 수 있을 것이었다.


‘목 닦고 기다려라.’


점점 요동치는 마음속을 잠잠하게 부여잡으면서 말이다.


*


“시발 여긴 어디야.”


석한은 인상을 찌푸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몬스터의 기습에서 어떻게 해서든 몸을 피했지만, 길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거기서 거기인 풍경.

잿더미의 숲의 단점 중 하나였다.

닦여진 길이 아니라면 회색빛의 풍경이 어디를 보아도 반겨주었다.


정신이 나갈 것만 같은 그 풍경에 석한은 있는 대로 욕설을 퍼부으며 길을 찾아 나섰다.


“괜히 따라나섰네. 이게 뭔 꼴이야.”


그는 배낭 한가득 담겨있는 포션을 내치며 말했다.


“병신 같은 헌터 놈들 그까짓 몬스터에게 당하기나 하고.”


고작 고블린 아니야?

라는 생각이 석한의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왜 헌터들이 기습을 받고는 압도적으로 지고 있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의 생각대로 고블린과 헌터들 사이에는 실력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

잘만 싸운다면 기스 하나 없이 사냥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다만 그가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기습의 효과였다.

바로 뒤편에서 다가오는 흉기에는 대처하기 어렵다.

그것도 등급이 낮은 초보 헌터들이 알아차리기에는 더더욱.


헌터들 역시 몬스터의 공격에 상처를 입고 죽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 다수의 기습을 받게 된다면 순간적으로 밀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기습은 아주 효과적인 전술이지.”


예준은 그의 의문에 대답해주었다.

잿더미가 가득한 수풀을 헤치며 나온 그의 눈빛은 예사롭지 않았다.

살기가 넘실거리는, 마치 죽음에서 돌아온 사신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뭐... 뭐야?”


석한은 예준의 등장에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다.

방금까지는 인기척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물음에 예준은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그에게 물었다.


“이 포션 그쪽이 만들고 유통했지?”


예준은 품속에서 빈 포션 병을 하나 꺼냈다.

소라의 곁에 덩그러니 놓여있던 병.

석한이 그녀에게 팔아치운 포션인 것이다.


“무슨 소리야? 대뜸?”


“물었어. 네 거냐고.”

그의 되물음에 예준은 싸늘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잠시 머리를 굴리고는 교활하게 웃으면서 얘기했다.


“아 너도 알고 싶었구나?”


“...?”


“돈 버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지, 들키지만 않는다면 말이야.”


자기 입을 떠벌리기 시작한 석한.


“일반적인 포션을 고급 포션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 혹은 싸구려 포션을 일반적인 포션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


석한은 예준이 동업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포션을 만들고 레시피를 알고 있는 동업자.


예준이 자신의 레시피를 노리고 왔다는 생각에

석한은 한몫 챙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엄청난 착각이었다.


“내가 제조 방법을 알려줄 수 있어, 대신에 돈을...”


“네가 만들었다는 거지?”


예준은 그 말을 들을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단지 이 포션의 제조자가 누구인지 알기만 하면 되었다.


“그래. 나야.”


부욱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들어오는 참격.

목을 베어내다 만 것 같은, 김소라가 입은 자상과 똑같은 상처를 남긴 것이었다.


“커허헉!”


목이 그어지며 숨이 가빠졌다.

석한의 눈이 시뻘게지며 있는 힘껏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무슨 짓을.”


“당신이 오늘 김소라에게 한 것과 같은 짓.”


예준은 그의 물음에 싸늘하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석한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 얘기를 이었다.


“장사 오래 했지?”


“...”


“이런 식으로 죽은 사람들이 있었을 것 아니야?”


그가 팔아치운 포션으로 죽은 사람들이 있었다.

오늘의 김소라와 같이 피를 흘리며 천천히 죽어간 사람들이,

효과가 없는 포션에 절망하며 죽어간 샛별 들이 말이다.


그걸 알면서도 그는 자신의 욕심을 위해 계속해서 싸구려를 팔아넘겼다.


‘신병은 죽지 말아라 살아라 살아남아라.’


예준은 문득 옛 동료인 카타린느의 말이 떠올랐다.


석한이 활동하는 곳은 주로 하위 게이트.

즉 초보 헌터가 득실거리는 곳이었다.


동료에 죽음에 패닉에 빠져 손도 쓰지 못하고 죽어갈 사람들,

자신의 부상에 어찌할 줄 모르고 아드레날린을 뿜어대면서 죽어갈 사람들.

몬스터의 일격 한 번에 절명하며 포션조차 쓰지 못할 사람들.


그리고 그 지옥에서 살아난다면.


‘살아남아서 경험을 축적해라, 축적해서 적들을 무찔러라.’


세계의 미래가 되어줄 인재들이었다.

비극적인 추억이 되살아나는 느낌.

그 느낌에 예준은 큰 후회를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그곳에 있었다면 아끼던 사람이 죽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작은 바람이 마음속 한편에 남아있었다.


“초보들은 뭐가 잘못되었는지 몰라, 대부분 포션을 사용하기도 전에 죽어 버릴 테니까.”


“...”


“조그마한 상처에 포션을 사용하면 효과가 있는 줄 알겠지.”


“...”


“확실히 들키기는 힘들어, 그 혼란 속에서 포션이 잘못된 걸 알아차리는 건 ‘초보 헌터’들에게는 아주 어려운 일이거든.”


석한은 그 점을 노린 것이었다.

자신이 싸구려 포션을 팔더라도 경험이 없는 헌터들은 포션을 제대로 써먹을 수 없었다.

그전에 죽어버리니깐.


그럼에도 포션은 필요했다, 살기 위해서라면 써야 할 필수품이니깐.

살아남아 위로 올라가는 데 필요한 물건이니깐.


예준은 그를 내려다보았다.

석한은 절망적인 눈빛으로 예준을 노려보았다.


“살고 싶어?”


그의 말에 석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간절하게 살고 싶었다.


자신이 돈을 번 이유가 남에게 떵떵거리며 살기 위해서였다.

남의 인생을 망쳐가면서, 그리고 죽음으로 인도하면서 얻은 돈이었다.


죽고 싶을 리가 없었다.


그의 처절한 끄덕임에 예준은 그가 내려놓은 배낭을 발로 한번 걷어찼다.

그러자 그가 만들었던 싸구려 포션들이 이리저리 깨지며 굴러떨어졌다.


“마시면 살 수 있을지도 몰라, 모든 포션을 싸구려로 만들지는 않았을 거 아니야.”


예준의 냉담한 대답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지금 배낭에 들어있는 포션은 공격대를 위해 마련한 재고였으니 말이다.

즉 지금 땅바닥에 스며들고 있는 것은 싸구려가 아닌 가치가 있는 일반적인 포션이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땅에 스며든 포션을 핥는다고 하더라도.

목에 남겨진 상처를 치료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전에 마나 중독으로 죽겠지만.’


포션은 각성자가 마실 것을 상정하고 만든 것이다.


비각성자가 복용하는 순간 아무리 싸구려 포션이라고 하더라도 중독으로 죽을 수도 있었다.

심지어 일반 포션이라면 더더욱 그 중독효과가 심할 것이었다.


“으으으.”


전신에 느껴지는 한기에 그는 몸부림치더니

눈의 초점을 아예 잃어버렸다.


“...”


예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게 볼일은 이제 없어졌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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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마스터가 돌아왔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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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그랜드 마스터는 잠시 이탈했다. 24.05.27 608 12 11쪽
18 그랜드 마스터는 조언을 건넸다. 24.05.26 692 11 10쪽
17 그랜드 마스터는 재능을 감지했다. 24.05.25 764 14 13쪽
16 그랜드 마스터는 참여했다. 24.05.24 786 14 11쪽
15 그랜드마스터는 알아차렸다. 24.05.23 837 14 12쪽
» 그랜드 마스터는 베어냈다. 24.05.22 844 15 13쪽
13 그랜드 마스터는 개시했다. 24.05.21 862 15 12쪽
12 그랜드 마스터는 도착했다. 24.05.20 951 14 12쪽
11 그랜드 마스터는 시작했다. 24.05.19 1,005 13 11쪽
10 그랜드 마스터는 심판했다. 24.05.18 1,031 13 11쪽
9 그랜드 마스터는 대화를 시도했다. 24.05.17 1,034 15 12쪽
8 그랜드 마스터는 결심했다. +2 24.05.16 1,071 15 11쪽
7 그랜드 마스터가 사역마를 불러왔다. +2 24.05.15 1,090 15 11쪽
6 그랜드 마스터가 요리했다. 24.05.14 1,137 15 13쪽
5 그랜드 마스터가 교육했다. 24.05.13 1,209 16 14쪽
4 그랜드 마스터는 재회했다. +2 24.05.12 1,332 18 11쪽
3 그랜드 마스터가 달려갔다! +1 24.05.11 1,422 15 12쪽
2 그랜드 마스터가 나타났다! +2 24.05.11 1,703 17 12쪽
1 그랜드 마스터가 귀환했다! +1 24.05.11 1,963 2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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