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하꼬 작가 무정호의 서재입니다.

천재 살수가 살아남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공모전참가작 새글

무정호
작품등록일 :
2024.06.03 01:06
최근연재일 :
2024.06.26 18:44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17,245
추천수 :
310
글자수 :
168,631

작성
24.06.03 01:10
조회
1,644
추천
24
글자
10쪽

001. 살문(殺門).

DUMMY

툭-


“어이쿠. 죄송합니다.”


번잡한 시장통에서 몸이 부딪힌 남자는 상대를 보곤 과할 정도로 몸을 굽신거렸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몸이 부딪힌 남자가 검을 차고 있는 무림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죄송합니다. 한눈팔고 움직이다 보니 제가 큰 실수를...”


“붐비는 시장통이니 어쩔 수 없지. 그냥 가보거라.”


“가, 감사합니다. 대협.”


무림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부딪힌 사람을 보내었다.


하지만, 몇 걸음을 걸으며 느껴지는 품 안의 이질감에 몸을 멈추었다.

급하게 품속으로 손을 넣어보니 있어야 할 전낭이 없었다.


“이 놈이!”


급하게 고갤 돌려보니 그자가 붐비는 시장통 사이를 빠져나가 골목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감히 내 주머니를 훔쳐!?”

시장통 같은 곳에서는 웬만해서는 신법을 쓰지 않았지만, 지금은 쓸 수밖에 없었다.


무림인은 사람들을 한달음에 뛰어넘었고, 놈이 사라진 골목으로 접어 들었다.


“응?”

사람이 붐비는 시장통과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바로 옆 골목이었음에도 사람의 인적이 없었다.


골목 좌우로 놓인 잡동사니들과 양옆 집의 지붕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가 골목을 더 어둡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겁을 먹는다면 그는 무림인이 아닌 것이었다.


“나와라! 전낭을 그대로 돌려준다면 손가락 다섯 개로 사과를 받아 주겠다.”


공명정대(公明正大)하게 울리는 무림인의 목소리에도 골목 안은 조용했다.


“더 들어오라는 말인가? 여기서 내가 더 들어가게 되면 손가락 정도로 끝이 나지 않을 덴데.”


“...”


그래도 응답이 없자 무림인은 검을 뽑아 들었다.


“손목, 팔목을 넘어 네놈들의 목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터벅...터벅...


무림인이 골목의 절반 정도를 들어가자 앞에서 몸을 부딪혔던 이가 나왔다.


“이름에 비해 생각보다 돈이 얼마 없더군.”


“나를 아는가? 나 인걸 알고도 이렇게 한다고?”


“잘 알고 있소이다. 현검문 현검대의 부대주 민강희. 현현소검(顯現小劍)이라는 별호가 더 유명한 고수.”


“허어. 그렇게 잘 알면서도 내 주머니를 노리다니...이유가 있겠군. 누가 사주한 건가?”


저벅...저벅...


민강희의 뒤로 두 사람이 나와 섰다.


“그건 이야기 해줄 수 없고, 염라대왕 앞에 가면 자연스레 알게 될 것이오.”


뒤에서 나타난 두 명이 검을 뽑자 앞에 있던 자도 검을 들었다.


그리고 골목 담벼락 좌우로 두 사람이 더 나타났다.


하지만 민강희는 긴장하지 않았다.

놈들의 수준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분명 무공을 익히긴 한 거 같은데...다른 이가 더 있는 건가.’


민강희 자신이 느끼는 다섯 명의 무위는 분명 자신보다 한참이나 아래였다.


자신을 포위해 앞뒤 좌우로 합공을 당한다고 해도 충분히 다섯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당당하게 나타나서 죽이겠다고 하는 살수는 그도 처음 겪어보는 것이었다.


지금도 암기 같은 것을 던지지 않고, 정직하게 다섯이 다가들고 있었다.


‘의뢰가 잘못 전달 된 것인가? 이런 삼류 놈들에게 나를 죽이라고 의뢰를 하다니.’


“놈을 죽여라!”


민강희는 불나방처럼 뒤에서 찔러 들어오는 검을 막으며 놈의 손목을 날려 버렸다.


“끄아악!”


합공이나 합벽(合壁)진 같은 연계도 없이 마구잡이로 들어오는 놈들의 공격을 막으며 민강희는 이게 맞는가 싶었다.


하지만, 자신을 죽이기 위해 검을 든 이들이라면 살려둘 이유가 없었다.


검에 검기(劍氣)를 뿜어내며 놈들의 검과 머리통을 같이 날려 버렸다.


콰악- 콰악-


손쉽게 한 놈의 손목을 자르고, 두 놈의 목을 잘라내니 남은 두 놈은 겁을 먹고 주춤했다.


“천지 분간을 못하는 파락호들에게는 죽음이 알맞을 것이다.”


민강희는 주춤 거리며 도망치려는 두 놈도 그대로 목을 잘라버렸다.


“끄으윽...”

처음 공격에 팔목이 잘린 이는 고통을 참으며 주저 앉아 있었다.


“팔이나 다리가 잘리면 아주 큰 고통이지. 하지만, 죽는 거보다는 나을 터. 살고 싶다면 나를 죽이라고 의뢰한 이를 밝혀라.”


“진짜 살려주는 거요? 끄읍...”


“살려주지. 누가 나를 죽이라고 의뢰한 거지?”


민강희는 전문 살수가 아닌 놈들이라 의뢰를 넣은 놈도 쉽게 찾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그대의 형수가 의뢰했소.”


“뭐? 형수가? 형수가 나를 죽이라고 의뢰했다고?”


“그, 그렇소.”


“거짓말을 하는거 아니냐?”


“아니오! 나는 분명 사실을 이야기 하는 거요. 그대의 형수가 의뢰 했소이다. 약속대로 살려주시오.”


팔이 잘린 이는 벽에 기대어 일어나 도망치려고 했으나, 그는 도망치지 못했다.


민강희가 무릎 아래 두 다리를 잘라 버렸기 때문이었다.


“형수가 의뢰했다는걸 믿지 못하겠군. 네가 직접 형수가 의뢰 하는 것을 봤나?”


“크으으...나는 그렇게 듣고 일을 받은 것이오. 살려준다고 하지 않았소?”


“지금 살아 있지 않은가. 그럼 네 녀석에게 일을 준 곳은 어디지?”


“사..살문이오.”


“살문? 흐음. 왜 형수가 살문에 나를 죽이라고 의뢰했을까. 그리고, 살문은 왜 너희 같은 파락호들에게 일을 맡긴 것일까? 엇? 이봐! 죽으면 안된다고.”


민강희는 급하게 남자를 깨우려 했으나 팔목과 양 무릎이 잘려 나간 이는 피를 너무 쏟았기에 숨이 넘어가 버렸다.


“이런, 다리를 자르지 않았어야 했군.”


민강희는 죽은 놈의 말 중에서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고민을 했다.


뜬금없는 형수의 의뢰와 나름 중원에서 잘나가는 살문이라는 전문 살수들이 이런 파락호들에게 의뢰를 맡겼다는 것을 쉽게 이해 할 수 없었다.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대해 고민하는 민강희의 귀에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 내 탕후루가 더 맛있거든. 크기도 더 크잖아!”

“여기 얼룩 있잖아. 네 탕후루는 안 씻고 만든걸 거야.”

“아니라니까! 내 것도 씻었을 거야”

“탕후루 꿀맛! 매일 먹었으면 좋겠어.”

“그럼 제가 형님 맘에 탕탕! 후루후루- 탕탕 후루루루- 탕탕탕-”


대여섯 명의 어린애들이 탕후루 꼬치를 들고 골목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애들에게 살인 현장을 보이는 건 아니다 싶어 상념을 접고 급히 아이들 앞을 막아섰다.


“애들아. 여기 골목은 당분간 출입 금지다.”


“네? 왜요? 뭐가 있어요?”

“어? 저기 누가 누워있는데.”

“어디, 어디?”


어린 녀석은 9살 정도고 나이가 많은 아이도 12살 남짓으로 보였기에 그 나이 때 특유의 호기심으로 아이들은 골목으로 들어서려 했다.


민강희는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골목의 참상을 보여주기 싫어 몸으로 아이들을 막아가며 밀어내었다.


따끔.


처음 허리춤 근처에서 따끔거리는 느낌이 났을 때 민강희는 아이들이 들고 있는 탕후루 꼬치에 찔린 것인가 싶었다.


고갤 숙여 보니 골목 안이 궁금해 비집고 움직이는 아이의 탕후루가 자신을 찌른 게 맞았다.


“이놈. 나무꼬챙이라 할지라도, 그 끝은 나가로워 우험하니...외에 혀가...마리 꼬이지...”


뭔가 이상했다.

머리가 어지럽고, 하늘이 빙빙 도는 것 같았다.


그리고, 골목을 보기 위해 몸을 비집고 하던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뒤로 물러나 자신을 멀뚱스레 보고 있었다.


“도...독이...”

독에 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났고, 분했다.


당장 검을 뽑아 아이들을 죽여 버리고 싶었지만, 이미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너...너이들이었꾸나...사알문의 살수가 너희여꾸나...나난 그거도 모르고...”


민강희는 제대로 된 무사의 검이 아닌 아이들이 빨아먹는 탕후루 꼬치에 찔려 죽는다는 것이 억울했다.


하지만,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왜 형수는 나를 죽이라고...’


민강희는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더는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다.


툭...


그렇게 기주에서 현현소검(顯現小劍)이라 이름을 날리던 현검문의 민강희는 이름 없는 골목에서 아이들에게 죽었다.



“다들 잘해주었다. 첫 살인인데 어떠냐?”


암행복을 입은 두 명이 나타나 아이들에게 말을 하며 골목의 시체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목이나 신체 부위를 잘라가지 않고, 그의 품속에 든 물건들을 증거로 챙기는 것이었다.


“문에서 늘 훈련을 받았기에 아무렇지 않습니다. 그럼 저희는 주루로 가 있겠습니다.”


개중에서 가장 큰 아이가 아이들을 이끌고 가자 암행인들은 고갤 끄덕였다.


“2년 전에 급하게 아이들을 모아서 양성 한다고 했을 때는 걱정했는데, 괜찮군.”


“그게 아니야. 저 아이들이 특별한 거야. 정확히는 대답하고 아이들을 이끄는 저 1-071이란 아이가 특별한 거야.”


“그래? 비범한 아이들은 저 나이에도 낭중지추(囊中之錐)란 말이 적용되는 거로군. 한 5년 후에는 우리가 저 애들 지시를 받으며 움직일 수도 있겠어.”


“하하하. 그럴지도. 사람들이 오니 어서 움직이세.”


**


홀로 짙은 안개가 휘몰아치는 계곡을 내려다 보던 노인은 혼잣말처럼 이야길 했다.


“1기 아이들의 귀환율은 어찌 되나?”


그러자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이 암행복을 입은 이가 떨어져 내리더니 무릎을 꿇고 포권을 했다.


“3할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처음 200여 아이들이 이제는 채 100명이 되지 않는군. 3년 후에는 과연 몇이나 있을지.”


“살주(殺主). 200명이 30명이 된다고 해도 대 성공입니다. 2년 전의 판단이 옳은 판단이오니 자책하지 마시옵소서.”


“...처음처럼 급하게 아이들을 모으지 말고 유랑하는 고아들 위주로 아이들을 모았어야 했는데. 너무 성급했어. 헌데 숙로(宿老)들이 아이들 숫자를 200에서 300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네. 곡(谷)을 만들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하여 인원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그래. 그럼 ‘그’ 의뢰에 대한 것은 어찌 되어 가고 있나?”


“급하게 진행하지 않고 시간을 들여 진행하고 있사옵니다.”


살문의 살주 설염은 아직도 그 의뢰를 받아 들인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의뢰로 인해 살문은 가장 큰 위기이자 기회를 만들려 하고 있었으니, 생각이 많아진 그였다.




작가의말

문피아 공모전은 무협의 무덤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 공모전 베스트 상위에는 무협이 하나도 없네요.

충격적인 현실이지만, 그래도 쓸 사람은 써보는거 아니겠습니까? ㅎㅎ


시도해 본적 없는 살수물 한번 달려 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재 살수가 살아남는 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030. 흑백합작? NEW 8시간 전 125 4 12쪽
29 029. 만마앙복! 천마현신! +2 24.06.25 266 9 12쪽
28 028. 신분패를 받다. 24.06.24 325 10 13쪽
27 027. 가주시오. 24.06.23 346 10 16쪽
26 026. 뭘 줄 수 있소? 24.06.22 378 11 13쪽
25 025. 잘못 된 만남. (3) 24.06.21 417 9 13쪽
24 024. 잘못 된 만남. (2) +1 24.06.20 416 10 14쪽
23 023. 잘못 된 만남. (1) 24.06.18 441 8 11쪽
22 022. 기연을 얻다. 24.06.17 500 10 11쪽
21 021. 붙어먹는 건가? 24.06.16 436 9 12쪽
20 020. 도망자? 24.06.16 402 7 12쪽
19 019. 내 자리. 24.06.16 389 8 12쪽
18 018. 희생자들. 24.06.16 412 8 12쪽
17 017. ‘그’ 의뢰. 24.06.16 418 8 12쪽
16 016. 부러워 하다. +2 24.06.15 452 12 12쪽
15 015. 불목하니의 노래. (3) +1 24.06.13 463 11 15쪽
14 014. 불목하니의 노래. (2) 24.06.12 470 10 12쪽
13 013. 불목하니의 노래. (1) 24.06.12 513 10 12쪽
12 012. 위화감(違和感). 24.06.11 535 10 12쪽
11 011. 이이벌이(以夷制夷). 24.06.10 564 10 13쪽
10 010. 첫 의뢰. (3) 24.06.09 571 9 11쪽
9 009. 첫 의뢰. (2) 24.06.08 602 9 12쪽
8 008. 첫 의뢰. (1) 24.06.07 678 9 12쪽
7 007. 야차(夜叉)가 되다. 24.06.06 747 9 14쪽
6 006. 무정(無情), 유정(有情). +2 24.06.05 811 12 13쪽
5 005. 살행. (2) 24.06.05 792 14 12쪽
4 004. 살행. (1) 24.06.04 854 12 12쪽
3 003. 71번. +1 24.06.04 975 13 12쪽
2 002. 살문의 아이들. 24.06.03 1,303 15 13쪽
» 001. 살문(殺門). +2 24.06.03 1,645 2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