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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몽이™ 님의 서재입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고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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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몽몽이™
작품등록일 :
2023.11.15 19:02
최근연재일 :
2024.04.05 19:05
연재수 :
145 회
조회수 :
25,743
추천수 :
313
글자수 :
835,086

작성
24.02.05 19:05
조회
46
추천
1
글자
12쪽

85

재밌게 봐주세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DUMMY


"뭐 해? 안 먹어?"


"응? 아! 먹을 거야. 너 먼저 많이 먹고 있어."


란한은 아까부터 멍하니 앉아만 있는 시랄의 상태가 걱정이 되었다. 시랄은 항상 120%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는 열정적인 사내이기에 이런 멍한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는 매우 적다.


특히 식사 때에 먹을 것을 눈앞에 두고 멍하니 있다는 것은 시랄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음을 나타내는 매우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지표라고 할 수 있다. 란한은 문득 그때의 일이 생각났다. 시랄이 이렇게 멍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란한은 항상 시랄을 부러워했다. 유치원 때부터 대학까지도 시랄과 같은 곳을 지원했던 이유는 시랄과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시랄이 좋았다. 시랄은 똑똑했고, 언제나 자신만만했다. 평균에도 못 미치는 작은 키에 왜소한 덩치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도 지려 하지 않았다. 아니, 언제나 남을 압도했다. 그런 시랄이 란한은 좋았다.


하지만 언제였던가. 고3 어느 날, 시랄이 전국 판치기 대회에서 챔피언 자리를 획득했고, 자신이 전국 알까기 대회를 석권한 직후쯤이었을까.


둘에게 날아든 의문의 편지. 그 편지 안에는 미국의 라스베가스로 둘을 초대하는 편지와 함께 비행기표가 들어 있었다. 시랄에게는 세계 판치기 선수권대회 참가 자격이, 자신에게는 세계 알까기 선수권대회 참가 자격이 주어졌던 것이다.


둘은 기쁨에 찬 나머지 소리조차 지르지 못했다. 아마 그때가 인생에 있어서 가장 기쁜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둘은 곧바로 대회에 참석했다. 둘은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했었다. 이미 고향땅에는 자신들을 꺾을 상대가 없다는 자신감 때문이었으리라.


하지만! 시랄과 란한 둘 다 1회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압도적인 패배였다. 전문 프로들만이 모여 선수권대회를 치르는 곳에 막 챔피언이 되어 하늘 높은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들이 아무 준비도 없이 무턱대고 덤벼든 것이 실수였다.


패배라는 것을 모르며 항상 당당하게 살아오던 시랄이 멍하니 바닥에 주저앉은 모습을 본 게 그때가 처음이었으리라.


그 뒤로 시랄은 변했다. 그는 정말 지독하게, 악착스럽게 변했다. 삶 자체가 훈련이 되었다. 자신에게 패배를 안겨준 그 대회에 수모를 되돌려주기 위한 고행을 쌓아나갔다.


요가를 비롯하여 각종 무술 등 수많은 체술을 익혀나갔으며 판치기에 대한 모든 것을 이론적으로 분석해 나갔다. 손이 움직이는 궤적을 계산했고, 어느 구간을 움직일 때 얼마나 되는 힘을 들여야 가장 효율적인가 하는 것까지도 계산했다. 시랄의 연구는 자못 치밀했다.


그렇게 연구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시랄은 근 2년 만에 필살기를 개발해 내었다. 시랄의 손등 위에는 파란 반점이 찍혀 있었다. 시랄은 자신만만했다. 시랄은 다시 한번 대회에 나갔으나 아쉽게도 2위를 하고 말았다.


하지만 시랄은 좌절하지 않았다. 시랄은 다시 대회를 떠났다. 그리고 또다시 2년이 흘렀다. 시랄은 환하게 웃으며 대회에 출전했고 당당히 1등을 차지했다. 사람들은 시랄의 역전인생에 경의를 표하며 그의 스매시에 '엔젤'이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물론 시랄이 수련에 수련을 거듭하는 동안 란한 역시 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알까기에 대한 모든 것을 연구하고 또 연구했다. 어떻게 까도 알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데에만 근 1년이 넘게 걸렸다.


스핀을 넣고 각을 이용한 샷을 날리는 것을 연마하는 데만도 1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 거의 3년의 수련 끝에 란한의 알까기는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시랄과 란한은 서로의 열정을 풀무질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던 것이다.


란한 역시 당당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게 되었다. 알을 깔 때마다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불꽃에 사람들은 그의 손을 '불꽃수'라고 불렀다. 전설의 알까기 제왕 통키의 불꽃샷이 재림했다며 붙여준 별호였다.


둘은 그렇게 살아왔다. 군대를 다녀와서도 계속 알까기와 판치기에만 몰두했다. 그런 그들에게 다가온 또 하나의 빛이 바로 가상현실 게임이었다. 현실 생활의 지루함에 가득 차 있던 둘에게 가상현실이란 파라다이스로 가는 열쇠였다.


"으음!"


란한은 한참 생각하다 번뜩 정신을 차렸다. 그의 눈앞으로 시랄의 손바닥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왜 그래? 아까는 내가 이상하더니 이번에는 네가 그러네. 후후, 나예리의 등장이 충격은 충격이었나 보지?"


원기를 회복해서였을까. 시랄의 눈동자는 멍청한 회백색의 눈동자에서 다시 맑고 순수한 눈동자로 돌아와 있었다. 란한은 그런 시랄을 보며 빙그레 미소 지었다.


"아냐, 아무것도 아냐. 어서 먹자. 집에 가면 또 라면이나 자장면 먹을 텐데. 부지런히 먹어둬야지."


란한의 말에 시랄은 킥킥거렸다.


"야, 야! 참아라. 누가 보면 거지인 줄 알겠다. 걱정하지 말고 천천히 많이 먹어."


시랄은 란한을 안심시키면서 어느새 손에 든 쇼핑백을 슬며시 펼쳐 보였다. 과연! 언제 챙긴 것인가. 시랄이 펼쳐 든 쇼핑백 안에는 음식이 잔뜩 들어 있었다.


"오오! 역시!"


"후후, 네 쇼핑백도 준비해 왔다. 많이 먹고 많이 챙겨라!"


"후후, 두말하면 잔소리지. 역시 넌 준비성이 철저해. 이래서 난 네가 좋더라."


"크크크크."


물론 예의가 아니다. 상갓집에서 이렇게 기분 좋게 웃어대는 것은. 하지만 둘의 기분은 이 순간 확실히 좋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비록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었지만, 오랫동안 잊혔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젊음에의 열정이 되살아났기 때문일까.


쫓아내는 상갓집 주인의 빗자루 공격을 피해 쇼핑백을 들고 뛰어나가는 시랄과 란한의 머리 위로 찬란히 빛나는 달님이 미소 짓고 있다.



***



둘의 얼굴 위로 헤드셋이 덮이자마자 그들의 의식은 순식간에 게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눈 앞에 펼쳐진 푸른 초원이 펼쳐졌다. 초원을 거닐며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자금이 풍족해져서인지 플렉스를 좀 했나 보다. 어느샌가 새롭게 뽑은 자가용이 태양 아래 눈부시게 빛을 발한다.


일명 4두 마차라고 한다. 네 마리의 말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럭셔리한 가마 한 채를 끌고 길을 따라 하염없이 질주한다.


물론 이 가마의 주인은 지존과 본좌. 그들은 용산에서의 전쟁 이후 줄곧 몇 개월간 지존의 도법을 위해 참룡도를 찾는 여행을 했다. 덕분에 레벨도 꾸준히 올라 이젠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하긴, 폐인이 게임에 열중하는데 레벨이 쑥쑥 올라가는 것은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게다가 레벨이 오르면 잡을 수 있는 몹의 난도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 몹의 레벨이 올라갈수록 뱉어내는 아이템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 역시 당연한 진리이다.


이미 돈복이 터질 대로 터진 그들은 꾸준히 재산을 쌓아갔고, 돈발로 최고급의 아이템만을 장비해 가며 레벨업에 레벨업을 더해 지금에 이르러서는 갑부 소리, 고렙 소리 들으며 떵떵거리고 놀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서고 말았다.


뜨거운 태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 사람은 가마 속 아이스박스에서 음료를 꺼내 마시며 느긋하게 여행을 즐겼다.


둘이 움직이는 목적은 단 하나, 어떤 ‘도’를 찾기 위해서다. 그건 바로 참룡도!

지존의 참룡도법을 완성시킬 참룡도를 찾는 것이 둘을 움직이게 만드는 유일한 이유였다.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글쎄··· 일단은 유명한 도가 있는 곳이나 '용' 자가 붙어 있는 명승지는 다 돌아다녀 봐야 할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음, 그게 좋겠군."


"그럼 이제 남은 곳은······."


마차는 관도를 따라 북쪽으로 하염없이 흘러갔다. 북쪽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라면 모두 빙궁을 꼽는다. 1년 내내 얼음조각 축제를 열어 수많은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명승지. 게다가 북해의 빙궁은 빙공을 사용하는 그 본연의 무공으로도 상당히 유명해, 자연스럽게 세외의 한 축을 담당하는 거대 세력이다.


게다가 게임 시간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빙룡던전 이벤트]는 상당히 유명한 고급 퀘스트다. 이미 수많은 전투를 통한(?) 경험치 획득으로 레벨이 상당히 올라가 있는 지존과 본좌에게까지도 부담이 될 정도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곳이다.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다. 언제 둘이 그들만의 힘으로 모험을 한 적이 있었던가. 둘은 항상 여러 사람과 합심하여 목적을 달성해 나가는 사교계의 제왕들 아니었던가.


아무 생각 없이 여행의 즐거움을 즐기는 둘을 싣고 마차는 북쪽으로 올라간다. 북쪽으로, 북쪽으로······.


챙! 챙! 챙!


"크읍! 이 비열한 놈들!"


"헹! 웃기는군! 비열한 놈이라니! 비열한 짓으로 따지자면 네놈들이 더 비열하지 않으냐!"


"무엇이! 에잇! 말이 필요 없다! 모두 쳐라!"


관도에서 살짝 벗어난 외진 들판에 상당수의 무리가 모여 칼부림을 벌이고 있다. 화려한 이펙트가 튀어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압도적인 고렙은 없는 듯하다. 승부가 쉽사리 나지 않고 계속 왔다 갔다 공방을 벌이는 것으로 보아 다들 비슷한 레벨 대의 인물들인 듯하다.


이런 상황을 약간 떨어진 관도 위에서 지켜보는 인물들이 있었으니······.


"후후, 재미있게 되었군. 방금 13번 선수가 사망했어."


"젠장, 이렇게 되면 수적인 여유가 없어지는 것인가?"


안타까운 듯 외치는 옆의 인물을 향해 비릿한 조소를 흘리며 따분하단 듯 뒤로 기지개를 켜는 인물은 싸움터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날카로운 빛을 발했다.


"이번엔 12번 선수가 사라지고 말았군. 게다가 1번 선수도 밀리고 있고, 역시 내가 내기 복이 있군."


"으음······."


둘은 바로 지존과 본좌였다.


한창 관도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던 둘은 서서히 길가에 싸라기눈이 쌓이고 기온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고는 말들의 등 위로 방한 세트를 장착하고 스노타이어··· 아니, 스노 말발굽으로 바꿔주던 중, 약간 떨어진 곳에서 들리는 소란을 듣고 달려온 것이다.


이런 우연이 있나! 세상에 가장 즐거운 기쁨이 있다면 불구경과 싸움 구경이 단연 선두를 차지할진대, 양대 기쁨 중 하나인 싸움 구경이 둘의 눈앞에 리얼 비주얼로 펼쳐지고 있지 않은가!


당연하다는 듯, 바닥에 앉아 팝콘이 없음을 아쉬워하면서 어느 편이 이길지 내기를 걸고 시청하던 중이었다.


지존은 내기를 거는 데 있어 기선제압을 중시하기 때문에, 약간이나마 인원수가 많았던 푸른 옷의 무리에게 야명주 열 개를 거는 만용을 부렸다. 반면 본좌는 지존이 열혈 승부를 내기 위해 성급하게 행동하며 열을 내는 사이 치밀한 분석을 통해 승부의 방향을 예측하여 하얀 옷의 무리에게 야명주 열 개를 걸었다.


처음에는 인원수가 많은 푸른 옷의 무리가 유리한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인원 차이란 것이 그다지 신경 쓸 정도로 큰 것도 아니었고, 흰옷을 입은 자들은 경험이 풍부했던지, 별 무리 없이 상황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했다.


점점 세가 흰 옷 입은 자들에게 기울자 지존은 애가 타기 시작했다. 계속 앓는 소리를 내며 푸른 옷을 입은 사내들을 노려보던 지존의 두 눈이 순간 동그랗게 떠졌다.


"아니, 저들은······!"


"으, 응?"


유심히 누가 누가 이기나, 숫자놀이에 정신이 팔렸던 본좌는 지존의 괴성에 깜짝 놀랐다.


"왜? 왜? 무슨 일 있어?"


본좌의 물음에 지존은 푸른 옷을 입은 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세, 세일러문!"


"······!"




예전에 작업한 글을 다듬어 리메이크 한 작품입니다. 리메이크라기 보다는 리부트에 가깝습니다. 워낙 오래된 글이라 기억하시는 분도 없을 것 같지만,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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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7 24.01.28 41 2 12쪽
77 76 24.01.27 41 2 13쪽
76 75 24.01.26 41 2 12쪽
75 74 24.01.25 45 3 13쪽
74 73 24.01.24 47 2 12쪽
73 72 24.01.23 40 2 13쪽
72 71 24.01.22 46 2 12쪽
71 70 24.01.21 45 2 14쪽
70 69 24.01.20 44 2 13쪽
69 68 24.01.19 45 2 12쪽
68 67 24.01.18 44 2 13쪽
67 66 24.01.17 52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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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62 24.01.13 54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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